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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특별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퀘벡
작품등록일 :
2021.06.05 22:28
최근연재일 :
2021.11.27 11:10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1,815
추천수 :
53
글자수 :
253,792

작성
21.11.22 11:10
조회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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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삼봉퇴마사 사무소

DUMMY

-삼봉 퇴마사 사무소-


(펑-팡-)


"사무소 오픈을 축하합니다-"


(짝짝짝)


"현삼봉씨. 축하드려요. 앞으로 하는 일마다 잘되고 사업 번창하세요-"

"감사합니다. 서장님-"


(찰칵찰칵 번쩍-)


나에게 모범시민상을 수여한 경찰서장이 사무실 오픈을 축하해주기 위해 직접 찾아왔다. 사무실이라도 해봤자 내가 살던 옥탑방에 명패 하나만 걸어놓고 시작하는지라 초라하기 그지없었지만, 나름 개업식이라고 기자까지 동원되어 그나마 모양새를 갖춘 것 같았다.


"현삼봉씨. 이쪽 한번 봐주세요-"


이현호 형사가 안다고 했던 기자가 저 사람이었던가. 뭐 기자라고는 저 사람 한 명이니 그렇겠지. 한때는 귀신들을 물리친 영웅 대접하더니 시간이 지나니 다들 잊어버린 듯, 이제는 지나가는 뉴스에도 나오지 않는다. 며칠 지났다고.


(치즈-)

(찰칵찰칵 번쩍-)


"네- 다 됐습니다-"

"기자님, 수고하셨어요- 기사는 언제 나오는 건가요?"

"금방 나올 거에요- 이번 주말쯤?"

"아? 그래요? 내일 일보 맞죠?"


내 질문에 그가 잠시 망설이더니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아···. 저 그게 제가 회사를 옮겨서요···. 신비한 우리 세상에 나올 거에요···."


그런 잡지도 있었나? 그게 뭐든, 신비하다니까 미스테리 이런 잡지인가 보지.


"아···. 네. 엄청 유명한 잡지인가 봐요- 기자님을 다 스카우트해가고-"


나의 해맑은 말이 그에게 상처가 된 건가. 마치 울 것 같은 표정을 하며 나를 쳐다봤다.


"잘렸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간 거라서요. 어린애들 보는 과학잡지라서 그렇게 큰 홍보는 안될 거예요···."

"아···."


***


개업식이 있은 후 며칠이 지났다. 아직 홍보가 되지 않은 탓인지 전화 한 통조차 없었지만, 신비한 우리 세상 잡지 한켠에 우리 사무실 주소와 전화번호가 실린 것을 보니 이제 곧 바빠질 것 같았다. 혹시 오늘이 맘 놓고 쉬는 마지막 날이 아닐까 하며 행복회로를 돌리고 있는 그때였다.


(따르르릉-따르르릉)


나의 예상대로 사무실 전화가 울렸다.


"감사합니다- 삼봉 퇴마사 사무소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저···. 혹시···. 거기가 귀신 나오면 잡아주는 곳 맞나요?"


어린아이의 애 띈 목소리. 목소리가 약간 떨리는 것이 한껏 겁먹은 목소리 같았다.


"네, 맞습니다- 혹시 귀신 본 거에요?"


사무실을 오픈한 뒤 처음 걸려온 전화였기에 최대한 친절히 그를 대했다.


"내 몸이 불타고 있다-!! 히히히!"


(뚜-뚜-)


아. 이런 씨X.


(콱)


전화기를 거칠게 내려놓으며 괜한 화풀이를 했다. 장난 전화 건 놈이 오늘 길가다 꼭 똥을 밟기를 기도하며.


(똑똑-)


"아···. 씨···. 또 누구야···?!"


(덜컹-)


장난 전화에 한창 기분이 나쁜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고 아직 분이 식지 않은 나는 거칠게 그 문을 열어젖혔다.


"어? 안녕하세요-"


문 앞에는 이현호 형사가 조그마한 화분을 들고 서 있었다.


"엥? 왜? 내가 오니까 별로야?"

"하하하. 아니요. 그럴 리가요. 들어오세요."


(두리번두리번)


집, 아니 사무실로 들어오는 형사가 이리저리 내부를 둘러다 봤다.


"삼봉 씨. 사무실 좀 꾸며놓지- 이게 뭐야."

"네? 이거 가져다 놨잖아요."


나는 방 한가운데 놓아둔 책상을 가리키며 그에게 말했다.


"아니- 책상만 덩그러니 놔두면 뭐해- 좀 퇴마사 사무실처럼 꾸며놔야 사람들이 와서 혹- 할 거 아냐-"


형사가 가져온 화분을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나를 타박했다.


"퇴마사 사무실은 어떤데요?"

"벽에다가 부적도 좀 크게 크게 만들어놓고- 달마 그림도 붙여놔야지- 하- 참. 기본이지 그런 건-"

"에? 그런 걸 왜 붙여놔요. 그건 무당이나 점집에서 하는 거 아니에요?"

"사람들이 다들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렇게 하는 거지. 봐봐- 니가 절에 갔는데 벽에 이쁜 아가씨가 비키니를 입고 소주를 들고 있는 달력이 있어. 그럼 무슨 생각이 들겠어?"


머릿속에 떠올려봤다. 법당 안에 스님들이 절을 하고 있고 그 옆에 달력이 있는데 그 달력을 본 다라.


"아···. 좋겠네요."

"에라이- 그래, 뭐 니 사무실인데 내가 뭐라 할 건 아니지. 알아서 해-"


인테리어를 보고 지적질을 하던 형사가 바닥에 아무렇게나 주저앉았다. 앉는 폼이 일하기 싫어 땡땡이치러 나온 듯 쉽게 엉덩이를 뗄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근데, 요즘 문의 전화 같은 거는 많이 오나?"


뜬금없는 형사의 질문. 또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그렇게 많지는 않구요. 뭐, 그냥···. 그래요."


딱 한 통 왔어요. 그것도 지 몸이 불타고 있다는 장난 전화.


"음···. 거참. 퇴마사한테 전화를 안 하고 왜 자꾸 우리한테 전화를 하는 것인지···."

"경찰서에 전화가 와요? 신고 전화? 귀신나왔다구요?"


신고 전화라고 생각한 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형사에게 되물었지만, 그의 반응은 영 시원치 않았다. 형사는 나를 한번 힐끗 올려다 본 뒤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장난 전화지- 귀신은 무슨 귀신. 그런 게 어딨다고···. 어?"


그가 갑자기 하던 말을 멈추고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하하하. 귀신이 왜 없어. 있지. 나 이제 가봐야겠다. 사업 열심히 하고- 나 이만 갈게-"


(덜컹-)


급하게 문을 열고 나기는 형사를 문 앞 옥상까지 따라 나가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렇게 오늘도 아무 일 없이 날이 저물었다.


(똑똑-)


밤이 깊어 더이상 장난 전화도 오지 않는 그 시간. 다시 내 방에 누가 찾아왔다.


(활짝-)


"삼봉아- 나와써-"


술의 신이 찾아온 줄 알았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쏟아져 들어오는 진한 소주 냄새가 매니저 누나의 꼬부라진 혀를 타고 나의 코를 찔렀다.


"어- 누나. 술 드셨어요?"

"그래. 마셔따. 오눌 좀 마시고 십떠라고- 그래서 마셔따. 왜?"

"아니에요. 일단 들어오세요-"


(쿵-)


"우와- 삼봉이- 아니다. 사장님-"


방안으로 들어온 그녀가 방 한가운데 놓인 책상을 보고 난 뒤 나를 쳐다보고 말했다.


"하하하. 누나 술 많이 드셨나 보네요- 여기 일단 앉으세요-"

"어머머. 여기 싸좡님 자리 아니에요- 제가 이런데 안즈면 안되죠-"


(빙글빙글)


말하고 행동하고 다른데요? 그녀가 의자를 빙글빙글 돌리며 신나했다.


"긍데- 우리 카일이는 어디가써? 안 보이네?"

"잠깐 전화 받고 뭐 알아보러 갔어요. 좀 늦을 거에요."


일 생길 때까지 책에서 안 불러 낼꺼에요 라고 말하기는 차마 어려웠기에 대충 둘러댔다.


"고래? 우리 쏴장님 직원들 너무 고생시키지 마쎄요- 싸장! 니가 먼데 직원드를 그러케 부려머거! 어!"


그녀가 나에게 손가락질을 해대며 소리치는 게 오늘 술 마신 게 사장 때문이었나 보다.


(톡-)


"그리고마리야! 월급도 쥐꼬리만큼 주면서 뭐 그렇게 생새기야! 생새기! 월급을 마니주란말이야! 마니!"

"하하하. 네···. 그럴게요···. 하하"


(톡-톡-)


"어? 무슨 소리 났는데?"

"뭐? 우리싸좡님 무슨 소리를 드렀을까- 내 마음의 쏘리? 히히히."


나는 헛소리를 하는 그녀를 둔 채 소리가 난 곳으로 움직였다. 분명 저쪽 창문에 뭔가 부딪히며 내는 소리였는데.


(톡-)


바로 앞 창문에서 다시 소리가 들렸다.


(드르륵-)


나는 소리가 난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며 무슨 소리인지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창밖으로 내밀었다.


"어?! 너 누구야?!"


창문 너머, 옥상에 어떤 남자가 서 있었다. 파란 눈에 오뚝한 코. 블라우스가 치렁치렁 달린 상의와 허벅지 부분이 유독 펑퍼짐한 바지를 입은 것이 보통 사람은 아닌듯했다.


"줄···. 줄리엣?!"


뜬금없이 줄리엣이라니. 묻는 저놈도, 그걸 들은 나도 벙찐채 서로 쳐다만 보았다.


"주리엣? 나 불러써?"


매니저 누나가 궁금했던지 내 옆 창문에 고개를 내밀고는 말했다.


"다···. 당신이 줄리엣?"


파란 눈을 가진 그가 매니저 누나에게 되물었다.


"그래- 내가 그 주리엣이라니까. 넌 누군데? 카일이 친구야?"

"나는 그대를 만나러 온 로미오요. 그새 나를 잊었단 말이오? 줄리엣?"


어? 로미오? 여기서 줄리엣을 찾는다고? 여기서 드라마 찍나? 표정 보니까 장난은 아닌 것 같은데.


"오- 나 만나러 와써? 왜-?"

"우리 약속했잖소. 다시 보름달이 뜨는 그 날, 내가 다시 찾아와 당신을 데리고 가겠다고 말이오."

"헤헤헤.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갈껀데-?"

"그 약속마저 잊었단 말이오! 줄리엣?! 그러고 보니, 당신. 줄리엣 맞소?"

"보고도 모르게써? 너무 이뻐서 못알아보게써?"

"아니···. 그게 아니라···. 살이 좀 찐 거 같은데···?"


헉. 로미오라는 놈이 매니저 누나를 도발했다. 이 누나도 한 성격하는데.


"뭐? 뭐-어? 사리쪄써? 내가 임마 얼마나 다이어트를 열심히 했는데 살이쪄써?"

"다이어트? 그런 건 나도 모르겠고. 옆에 있는 그놈 때문이오? 저 종놈이 당신 부모의 사주를 받아 당신을 그렇게 만들었나 보구오. 오! 이런!"

"야! 내가 어디가 사리쪄써! 너 이생퀴 거기 꼼짝말고 있어!"


매니저 누나가 창문을 넘어 밖으로 나가려는 걸 내가 붙잡았다.


"누나. 저놈 이상해요. 가만히 있어요. 지금 밖에 나가면 안될 것 같아요."

"야 ! 싸장니마. 니가 보기에도 내가 살이쪄써?"


왜 화살이 나에게로 돌아올까요. 나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아뇨- 그럴 리가요- 저놈이 이상한 거에요-"

"그지? 맞지? 야! 너 로미오라는 놈 일루와봐! 너 며쌀이야!"


그녀가 창문을 다시 넘어가려 했다. 내가 누나의 몸을 붙잡아 겨우 넘어가는 걸 말리고 있었지만, 상반신은 이미 창문 밖으로 한참 나가 있었다. 우리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로미오라는 놈이 그녀를 향해 최후의 일격을 날렸다.


"아우- 저 팔뚝 봐- 어우- 흠. 흠. 아무래도 당신은 줄리엣이 아닌듯하오. 내 신비한 힘에 이끌려 여기로 왔다만 아무래도 잘못 찾아온 듯하니 이만 가봐야겠소. 그럼 잘 있으시오. 이름 모를 숙녀분이여."


(휘리릭)


"야! 이생퀴야! 어디가! 이 수박에 씨발라머글노미! 거기서!"


사라진 로미오를 향한 그녀의 울부짖음은 차가운 밤공기를 타고 저 멀리까지 퍼졌다.


(왈-왈-)


멀리 있던 개도 놀란 듯 한참 짓었다.


"누나. 이제 로미오라는 놈 갔어요. 그만하고 좀 들어와요-"

"(씩-씩-)아니- 삼봉아- 저놈 뭐야- 니 친구야-?"


로미오라는 놈이 사라진 뒤에도 한참을 씩씩거리는 그녀를 겨우 진정시켜 집으로 돌려보냈다.


(쾅-)


그녀가 돌아간 뒤 나는 생각에 잠겼다. 갑자기 나타난 로미오. 그가 신비한 힘에 이끌려 이곳을 찾아왔다고 했으니 그럼 그도 소환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버스에서 나를 염탐하기 위해 보낸 것인가? 내가 가진 책을 노리고?


(촤르륵)


서둘러 라면을 끓여 책 위에 부었다. 마왕과 용사를 다시 불러내기 위해. 언제 시작될지 모를 전투를 위해 미리 그들의 힘을 보충해 놓아야 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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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토끼와 선녀 21.11.23 12 1 12쪽
» 삼봉퇴마사 사무소 21.11.22 15 1 11쪽
43 캠핑(4) 21.11.21 12 1 11쪽
42 캠핑(3) 21.11.20 12 1 12쪽
41 캠핑(2) 21.11.19 11 1 12쪽
40 캠핑(1) 21.11.18 16 1 11쪽
39 표창장 21.11.17 15 1 11쪽
38 반포자이 34B 발코니 확장형 21.11.16 21 1 11쪽
37 부산신항(2) 21.11.15 15 1 12쪽
36 부산신항(1) 21.11.14 26 1 12쪽
35 찾았다 21.11.13 19 1 11쪽
34 검은사제 둘(2) 21.11.12 13 1 12쪽
33 검은사제 둘(1) 21.08.14 16 1 11쪽
32 굿굿 베리굿(2) 21.08.12 12 1 12쪽
31 굿굿 베리굿(1) 21.08.10 12 1 11쪽
30 남포동(2) 21.08.07 12 1 12쪽
29 남포동(1) 21.08.05 13 1 11쪽
28 놀이공원(3) 21.08.03 14 1 12쪽
27 놀이공원(2) 21.07.31 13 1 12쪽
26 놀이공원(1) 21.07.29 14 1 11쪽
25 벤시(3) 21.07.27 12 1 11쪽
24 벤시(2) 21.07.24 16 1 11쪽
23 벤시(1) 21.07.22 17 1 12쪽
22 리버스(Reverse)(4) 21.07.20 16 1 11쪽
21 리버스(Reverse)(3) 21.07.17 17 1 12쪽
20 리버스(Reverse)(2) 21.07.15 1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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