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3)
(화르륵-휘-익-)
(쾅-!)
우리를 향해 맹렬하게 날아오던 그 커다란 화염이 용사의 방패에 가로막혀 커다란 폭발을 일으켰다.
"웬 놈이냐!? 화염 마법을 부리는 자! 그 모습을 드러내어라!"
용사가 화염이 날아온 곳을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자신의 모습을 쉽게 내보일 생각이 없는 듯,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음···. 그렇다면 소문의 그 마법사인가 보구나! 티나! 내 너에 대한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 사람들에게 불을 쓰는 도구를 나누어 줄 정도로 뛰어난 인재인 줄 알았건만! 그새 변심을 했단 말인가!"
티나가 그 티나가 아니긴 하지만, 하여튼 용사는 티나라고 생각한 듯 그에게 호통쳤다.
"삼봉. 저놈이 끝내 나오지 않는구나. 그렇다면 내가 가서 저놈의 목을 가져오마."
(휘익-)
용사가 그 마법을 그놈을 처치하기 위해 풀숲으로 뛰어 들어갔다. 이제 마왕이 네크로멘서를 처치하고 나는 바닥에 있는 마법진을 지우면 될 것 같았다.
"그럼 마왕아, 니가 저 네크로멘서를 쳐야겠다."
"하하하. 바라던바. 내가 용사보다 빨리 돌아올 수 있겠구나. 하하하."
(화르륵)
마왕이 몸에서 검은 오라를 내뿜으며 네크로멘서를 향해 다가갔다.
(쉬익-)
하지만 이번엔 다른 쪽에서 검이 날아와 마왕을 공격했다.
(팅-)
"누구냐! 누가 감히 나에게 이런 장난감을 던진 건가?!
마왕을 향해 날아오던 검은 마왕의 손짓한 번에 바닥에 떨어져 그대로 땅에 박혀버렸다. 쉽게 막아낸 것처럼 보였기에 별것 아닌 공격이라 생각했지만, 마왕에게는 다르게 느껴진 듯 그는 검이 날아온 곳을 향해 소리쳤다.
(히이이잉-)
대답 대신 들려온 말 울음소리. 이런 깊은 산속에 말이?
"내 말이 말 같지 않은 것이냐?!"
말이 말 같지 않냐고 말하는 말 왕. 아니 마왕.
"삼봉. 저곳에 먼저 가봐야 하겠구나. 금방 돌아올 것이니 조금만 기다리거라."
(휘익-)
마왕도 풀숲 너머로 사라졌다. 이제 나와 책방주인 그리고 네크로멘서가 남아 서로를 쳐다보며 서 있다.
"허허허. 삼봉. 저놈들이 다 가버렸구나. 이제 어쩌냐? 너 혼자 이 네크로멘서를 감당할 수 있겠나? 허허허."
나를 보던 책방주인이 고갯짓으로 네크로멘서에게 공격명령을 내린 듯, 네크로멘서가 나를 향해 다가왔다.
(두리번 두리번)
무방비 상태의 나는 주변에 집을 게 없나 두리번거리며 살펴보았다. 하지만 이런 산속에 변변찮은 게 있을 리가. 겨우 눈에 들어온 나무작대기를 하나를 집어 들어 네크로멘서를 향했다.
"하하하! 삼봉. 그 나무작대기로 뭘 할려고! 하하하!"
책방 영감이 비웃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맨손으로 있는 것보다야 나을 테니까.
(휘익-휘익-)
나는 그 나무작대기를 이리저리 흔들며 네크로멘서를 위협했다.
"덤벼! 이 씨! 덤벼!"
하는 김에 소리도 질러보고.
(휘이-)
나를 향해 다가오던 네크로멘서가 걸음을 멈추고 손을 한번 휘이 저었다.
(화르륵)
그와 동시에 네크로멘서 주변으로 불길이 생성되어 원형으로 퍼져나갔다. 지난번 트럭에서 봤던 그 마법. 아직도 기억이 생생했다.
"우와악-!"
퍼져나오는 불길을 막을 방법은 없었다. 그저 뒷걸음질 치며 소리 지르는 것밖엔.
(쿵-!)
이제 불에 타 죽나보다 생각했을 때 굉음과 함께 누군가 나의 앞에 나타났다.
"삼봉. 괜찮은가?"
용사였다. 그가 방패로 불길을 막아서며 나를 보호했다.
"어···. 아까 그놈은 처치했어?"
"아니다. 마법을 쓰는 놈이라 접근하는 게 쉽지가 않더구나."
"그래? 그럼 이제 어쩐다.···."
(스윽)
싸울 상대가 없어진 탓인지 마법을 쓴다던 그놈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또 해골. 외관상으로는 지금까지 봐왔던 여느 해골과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손에 꽉 쥔 마법 봉으로 추측하건대 저놈이 아크리치인듯 했다.
(타-앗-)
말소리를 따라 숲으로 들어갔던 마왕도 내 옆으로 다시 돌아왔다.
"마왕아, 그 말소리 낸 놈은? 처치했어?"
"아니다. 삼봉. 내 공격을 모두 다 막아버려 별 타격은 주지 못했다. 그리고 한 놈이 아니다 보니···."
(히이이잉)
다시 들리는 말 울음소리. 그놈도 마왕을 따라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내었다. 온통 검은색의 말 위에 중장갑으로 몸 전체를 칭칭 두른 기사. 검과 방패를 가지고 있는걸 보니 데스나이트다.
(저벅 저벅-)
아크리치와 데스나이트는 우리 쪽을 향해 점점 다가왔다.
"이놈! 티나! 하압-!"
그들이 계속 다가오는 것을 지켜만 보고는 없었던 듯, 용사가 먼저 아크리치를 향해 달라들었다.
(촤아악)
용사가 검을 들고 달라드는것을 본 아크리치가 얼음 장벽을 소환해 자신을 방어했다.
(깡-)
그 소환된 얼음은 용사의 검을 훌륭하게 방어했다. 뿐만 아니라 계속되는 용사의 공격에도 이리저리 움직여가며 대처하는 것이 쉽게 끝날 것 같지가 않았다.
(텅-!)
둔탁한 소리에 눈을 돌려보니 마왕도 데스나이트를 공격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열심히 구체를 쏘아대는 마왕의 노력에 비해 중장갑을 입고 있어서 그런지 데스나이트의 피해는 그리 크지 않아 보였다.
(깡-!)
(텅-!)
열심히 공격은 하고 있지만, 우리가 우월한 상황은 아닌 것 같았다. 게다가 네크로멘서가 아직 공격에 가담하지 않은 상태였기에 저런 공격도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알기도 어려웠고.
"다 됐다-!!"
잠잠하던 책방 영감이 소리쳤다. 전투가 계속되는 동안에도 그는 마법진을 계속해서 그려나간 듯했다.
"이런···. 용사야! 마왕아! 저거부터 막아야 해!!"
내가 한창 전투 중인 마왕과 용사를 향해 소리쳤다. 그들은 그 소리를 들은 뒤에야 책방주인을 본 것인지, 마왕과 용사가 잠시 전투를 중단하고 나의 곁으로 급하게 돌아왔다.
"후우···. 마왕 니놈은 저 마법진 완성하는 것도 막지 못하고 뭘 했느냐?."
용사가 숨을 가다듬으며 마왕을 질책했다.
"용사, 네놈이 저놈과 장난치고 노느라 그렇게 된 것을 왜 남 탓을 하느냐?-"
마왕도 용사 탓을 하며 씩씩거리는 것을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어려운 상황인듯했다.
"용사야. 보니까 너 접근을 못하는 것 같던데 아크리치를 처치할 수 있겠어?"
지금까지의 용사의 전투를 봤을 때 불가능하지 않을까 해서 물어본 말이다.
"음···. 내 검이 저놈에게 닿을 수만 있다면 일격에 끝날 것이지만···."
용사도 확신이 서지 않는 듯 말끝을 흐렸다.
"저런 허약한 놈에게 공격 한번을 하지 못한다니, 내가 아는 그 용사가 아니구나."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마왕이 그를 자극했다.
"그러는 너는 어떠냐 마왕. 겨우 저 정도의 검술을 가지고 있는 상대를 가지고 허우적거리기나 하고 말이다. 마왕이라는 이름이 아깝구나."
"저놈이 가지고 있는 중잡갑을 상대해보지 않았으니 그런 말을 쉽게 할 수 있겠지, 용사놈아. 나 정도 되니 지금 이렇게 공격이라도 하는 것이지···."
마왕과 용사의 말을 듣다 보니, 순간 상대를 바꿔보는 건 어떨까는 생각이 들었다. 마법 때문에 접근하는 것이 어려운 용사보다, 마력을 쓰는 마왕이 더 강한 힘으로 아크리치를 눌러버리는 게 더 가능성이 커 보였기에.
"마왕아, 그럼 니가 저 아크리치를 상대하고, 용사 니가 데스나이트랑 붙어봐."
나의 말에 둘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헛움을을 하며 나에게 말했다.
"훗, 그런다고 뭔가 달라질 것 같은가? 삼봉. 보나 마나 금세 나 살려라 도망칠 것이 뻔한데···."
"허허허. 삼봉. 마왕 놈에게 너무 큰 기대를 거는 것 같구나. 차라리 내가 조금 더 신속하게 검을 휘둘러···."
(쿠오오오-)
우리가 주저리주저리 떠들고 있는 사이 책방주인이 또 뭔짓을 한건지 마법진에서 검은 불기둥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야! 그만 떠들고 일단 해봐. 시간 없어. 빨리 저놈들 처치하고 마법진 깨야 되."
마음 급한 내가 마왕과 용사를 다그쳤다.
(휘익- 휙)
그제서야 그들도 바뀐 상대를 찾아 떠났고 다시 전투가 시작되려 하고 있다.
(핑-핑-)
(촤아악-)
마왕이 아크리치를 향해 조그마한 구체를 날려대자 용사 때와 같이 얼음 장벽을 소환해 자신을 방어했다.
(콱-!)
(후두둑-)
하지만 이번엔 상대가 안 좋았던 걸까. 용사의 검에는 꿈적도 하지 않던 장벽에 금이 가며 한쪽이 떨어져 나갔다.
"흐-읍-"
마왕도 그걸 본 것인지 숨을 한번 깊게 들이켜 힘을 모으고는, 좀 더 큰 구체를 만들어 날려 보내기 시작했다.
(핑-피핑-)
(콰곽- 와르르)
마침내 아크리치의 앞에 있던 얼음 장벽이 무너져 내렸다.
(화르륵-)
그때를 놓치지 않고 아크리치가 마왕에게 커다란 화염구를 날려 보냈다.
(콱-!스르르)
하지만 상대는 마왕. 맹렬한 기세로 날아가던 화염 구를 맨손으로 잡아 꺼뜨리고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흐흐흐. 얕은꾀를 부리는구나. 그래, 그렇게라도 발버둥 쳐야 재미가 있지."
(화르르륵-)
이제 마왕의 반격이 시작되려 한다. 펼친 손바닥 위에서 피어난 검은 불꽃은 점차 커져 어느새 그의 몸이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이제 마왕이 작심하고 아크리치와의 전투를 끝 내려는 것 같았다.
(촤아악-)
마왕의 공격에 대비하는 아크리치가 다시 얼음 장벽으로 자신의 앞을 가렸다. 어느 때보다 크고 두꺼워 보이는 장벽.
"죽어라! 이 해골놈아!"
(스윽- 확-)
마왕은 그런 두꺼운 얼음 장벽에 개의치 않고 공격을 감행했다.
(화르르륵-)
마왕의 손에서 떠난 그 불꽃은 거침없이 얼음 장벽을 향해 날아갔다.
(콰콰곽- 쑹-)
마왕의 공격에 무너져 내릴 줄 알았던 얼음 장벽은 그 불꽃이 워낙 강했던 탓인지 공격을 받은 부위에 큰 구멍이 뚫려버렸다. 그와 함께 얼음 장벽 뒤에 있던 아크리치의 머리도 함께 사라졌다.
"하하하하! 가소로운 것! 보았느냐? 이 마왕의 위력을! 하하하!"
그렇게 아크리치와의 전투는 끝이 났다.
(히이이잉-)
(우당탕-!)
마왕이 크게 웃으며 승리를 만끽하는 동안 용사가 싸우고 있는 곳에서도 큰 소리가 들렸다. 말의 비명소리, 그리고 무거운 뭔가가 땅에 떨어지는 소리.
"이제 편히 쉬거라! 이름 모를 기사여!"
용사가 말 위에서 떨어진 다크나이트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하는 순간.
(콰직-)
용사의 검이 바닥에 쓰러져있는 데스나이트의 몸을 관통해 땅에 거칠게 박혔다. 그와 동시에 다크나이트의 몸은 가루가 되어 주변으로 흩어져 땅에 내려앉았다.
(쿠오오오-)
전투가 끝이 났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니었다. 아직도 마법진 위에서 하늘로 솟구치고 있는 검은 불기둥이 자신이 아직 건재함을 알려주고 있었다.
"마왕아. 저기 저 불기둥 같은 거, 저것도 없애버려!"
내가 전투를 먼저 끝내 좀 더 여유가 있는 마왕을 향해 말했다. 나의 요청에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 뒤 마왕은 그 불기둥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저벅저벅)
어느 정도 가까워졌다고 생각한 건지 마왕은 걸음을 멈추고 팔을 들어 공격할 자세를 취했다.
"이런!! 헉!!"
이제 곧 공격하겠거니 생각하는 그때, 마왕에게서 좀처럼 들을 수 없었던 놀라는 듯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와 함께 그의 몸은 검은 불기둥 안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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