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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능선의 서재입니다.

구걸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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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능선
작품등록일 :
2020.05.11 12:25
최근연재일 :
2020.09.11 10:30
연재수 :
87 회
조회수 :
39,784
추천수 :
460
글자수 :
344,307

작성
20.07.03 11:52
조회
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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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8쪽

토사구팽 兎死狗烹

DUMMY

“ 병신 같은 놈이···. 그런 몰골로 중요한 개방의 소두목을 빼앗겼다는 말이냐? ”

초 공공의 손에서 금잔이 날아가고,

강시당의 당주 팽위의 머리가 꼼짝없이 금잔과 금잔 속의 술을 뒤집어썼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는 강시 같은 뻣뻣함이 그대로였다.

사천당문의 가주 독심 毒心 당위명 唐威明, 벽력당의 당주 혼천뢰 魂穿雷 구지심 丘智深, 청성파의 장문인 비접귀수 飛蝶鬼水 노일지 盧日池, 강시당의 당주 인 철시 鐵弑 팽위 彭威.

네 사람은 모두 초 공공의 앞에 서서 초 공공의 역정을 받아내고 있었다.


“ 아무리 밑바닥의 하오문이라곤 하지만,

문주라는 놈이 그렇게 당하도록 아무도 막아내지 못했다는 것은 정말 쓰레기들이군.

게다가 그들이 안가로 쓰던 그 사합원은 강시당이 관리하던 곳이라 했겠다? ”


초 공공이 물고 늘어지자 무표정하던 팽위도 입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


“ 물론 그곳이 강시당의 지부이긴 하지만,

이번에 왕태구를 잡아 와 심문을 하는 동안은 하오문의 무리들이 빌려 쓰고 있던 곳이라 저희 당에서는 모르고 있던 일입니다. ”


당주가 그리 나오자 초 공공도 할 말은 없었다.


“ 그랬단 말이지.

하오문은 정보를 수집하는 일 외에는 정말로 쓸모가 없군.

그런 놈들이 무림의 일파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놀라울 지경이야.

그래서, 결국 왕태구를 뺏어간 놈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알 수 없고? ”


초 공공이 묻자 곤란해진 네 명은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이다.

초 공공은 그들의 꼬락서니를 흘겨보다가 빈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그의 뒤에 시립해 있던 금의 위 위사 한 명이 초 공공의 손에 공손하게 종이 두루마리를 바쳤다.

두루마리를 펼쳐 내용을 읽은 초 공공은 두루마리를 둘둘 말아 한 손에 움켜쥐었다.

갑자기 초 공공의 손에서 불길이 일어나더니 두루마리는 순식간에 불덩이로 변했고,

초 공공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잿더미로 변한 종이 뭉치를 툭툭 털어낸다.


“ 놈들의 일부는 강치우와 함께 랴오닝성으로 가고 있고,

일부는 윈난성의 전장으로 가고 있다고 하는군, ”


네 사람은 서로 얼굴을 바라보고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었다.


“ 강치우의 일행은 모용 세가로 가는 모양이다.

그곳으로 가면 좀 안전하게 버텨볼 수 있다는 생각이겠지.

놈들이 랴오닝성으로 가려면 가는 길은 여러 갈래지만 어쨌든 허베이성의 팽가를 지날 것이 분명하다.

팽가는 황실의 근위대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으니 금의위를 동원해서 그곳에서 놈들을 기다리기로 하지.

벽력당 과 강시당은 그곳에서 놈들을 잡아라.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그리고 당문은 윈난성으로 가서 다른 무리를 잡아라.

윈난으로 간 놈들은 일전에 쓰촨에서 징집하여 투입한 개방도들을 탈주시키려고 할 것이다.

그러니 기회를 봐서 일망타진해야지. 그러면 명분이 서는 것이니 개방파도 저항할 수 없을 것이다. ”


말을 멈춘 초 공공은 노릿한 빛이 감도는 뱀 같은 시선으로 앞에 서 있는 네 명을 훑어보았다.


“ 청성파는 마침 문주가 저 꼬락서니가 된 하오문을 틀어잡아 우리 조직의 정보망으로 만들어라. ”


뜻하지 않은 초 공공의 말에 청성파 장문인 노일지의 강퍅한 얼굴이 창백하게 물들고,

다른 세 명의 방파 주인들도 어리둥절한 얼굴로 초 공공과 노일지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 공공!

우리 청성파는 명색이 도문 道門입니다.

그런 저희가 어찌 하오문과 같은 하류배들을 통솔할 것이며,

그들로 인해 어떤 이익을 바랄 수가 있겠습니까? ”


노일지가 강한 어조로 따져 묻자 초 공공의 발그레한 안색이 더 붉게 물든다.


“ 그래서,

감히 내 명을 거역할 셈인가?

청성파의 속가제자들이 우리 군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만든 게 누구지?

게다가,

청성파가 드러내놓고 하오문을 밑에 두라는 것이 아니다.

청성의 속가제자 중 역참이나 표국, 상단이나 객가등을 운영하는 자들이 있지 않나?

그들은 사업의 성격상 하오문과 원래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도 없지.

그러니 그들을 이용해 하오문을 장악한다면 그건 오히려,

나아가 청성파에 눈과 귀를 달아주는 격 아닌가? ”


초 공공의 지적을 받은 노일지는 끄응 하고 낮은 한숨을 쉬었다.

처음 도문으로 세속에 초연하던 청성파가 초 공공과 거래를 하게 된 이유도 그것이었다.

청성파의 검술은 도가의 검술치곤 신랄하며 실전적이다.

그것은 그들이 자리를 잡은 쓰촨 지역이 닿아있는 곳이 서장과 윈난성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전쟁이 아니어도 포달랍궁의 무리는 이따금 인접한 쓰촨에 들어와 시비를 거는 경우들이 있었고,

쓰촨성에서 위치상 그들과 가장 잘 부딪치는 문파는 청성파였다.

윈난성에서 발호한 묘족의 일월신교 같은 사교들이 때때로 쓰촨성에 창궐하는 이유도 있었다.

그런 이유로 늘 청성의 칼은 피에 젖어있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으니.

하지만 그것 때문에 오히려 쓰촨에서 무관으로 출세를 꿈꾸는 가문들은 자식들을 청성산에 보냈다.

그들이 속가제자로 청성파의 무공을 익히고,

이후에는 관으로 진출하여 군대에서 요직들을 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또 사문인 청성파의 역할.

그들이 군에서 지위가 올라갈수록 청성파 또한 무림에서 세력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니.


그런 청성파의 입장에서 당대 최고 권력인 초 공공이 금의위에 들어간 제자를 앞세워 협력 관계를 요청하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나중에 가서야 그게 단순한 협력 관계가 아니라 거의 주종에 가까운 관계임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황실의 힘을 등에 업은 초 공공의 막강한 자금 지원.

그리고 속가제자들의 상식을 뛰어넘는 빠른 출세.

이 모든 것의 배경에는 국가를 전복하고 초 공공이 황제가 되려는 욕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청성파는 깊게 관여가 되어 있는 상태였으니.한편으론 그들뿐 아니라,

제국에서 공인하는 사업을 벌이는 벽력당, 강시당이 초 공공의 세력이었다는 것도 청성파가 이 상황에 익숙해지는데 한몫을 했다.

게다가 사천당문까지.

그들이 주도되어 서안의 유서 깊은 강룡금장을 하룻밤에 잿더미로 만들어 그들의 상권을 빼앗아 오는 것을 보고서야 노일지는 이게 보통 문제가 아닌 것을 깨달았지만, 이미 모든 게 늦었다.


“ 물론 그렇긴 하지만,

공공께서도 아시다시피 우리 일문은 역사가 깊어 장문인 혼자 모든 대사를 결정짓지 못합니다.

저 역시 원로원에 허락을 받아야······.”


노일지가 머뭇대며 대꾸하자 초 공공의 눈썹이 바짝 치켜 올랐다.


“ 정녕 청성이 문을 닫고 싶은 게 로구나?

너희가 무림의 일가라곤 하지만 남군 도독부를 당해낼 거 같으냐? ”


초 공공이 매섭게 일갈하자,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당문과 벽력당, 강시당의 대표들은 움찔했다.

무림 문파가 제아무리 강해도 결코 군대를 당해내진 못한다.

그들은 무공으로 자웅을 겨루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초 공공은 앞장서 이번 일에 나섰던 자신들조차 파악 못하고 있는 강치우와 황제 순의단의 방향과 목적까지를 알아낼 정도로 정보망이 방대했다.

그들 정도 문파들이 대항할 수 있는 세력이 아니다.

그 순간 네 개 문파를 이끌어가는 수장들은,

언젠가는 초 공공이 자신들의 문파조차 문을 닫게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동시에 떠올라 몸서리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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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69 그라시아S
    작성일
    20.07.03 15:16
    No. 1

    재밌게 읽었어요.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좌능선
    작성일
    20.07.03 18:40
    No. 2

    매번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는 일이 바빠져서 늘 후다닥 써서 올리곤 내용 확인도 못하고 있네요....ㅜㅠ 관심 주신분들 방에 가서 좋은 글도 읽고 해야하는데 정말 시간에 쫓겨 다녀서....그래도 한번 시작한 글이니 끝맺음을 하려고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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