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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능선의 서재입니다.

구걸왕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좌능선
작품등록일 :
2020.05.11 12:25
최근연재일 :
2020.09.11 10:30
연재수 :
87 회
조회수 :
39,786
추천수 :
460
글자수 :
344,307

작성
20.07.27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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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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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대결

DUMMY

섭선의 형태는 지녔지만, 만년 한철로 만들어진 날카로운 섭선의 날이 강치우의 목을 베었다.

아니, 베었다고 구목공이 속으로 쾌재를 부르는 순간,

이미 강치우의 손아귀가 철선을 움켜쥐고 있었다.

그걸 깨달은 순간 구목공은 괴인의 손가락이 모조리 잘렸을 거라 회심의 미소를 지었고,

반대로 지상에서 그 모습을 바라본 구단공은 속으로 절망의 부르짖음을 발했다.

찰나의 순간에 강치우의 손은 철선을 종잇장처럼 우그러뜨리고 철선을 움켜쥔 구목공의 손목을 잡아 눌렀다.


“ 아악! ”


비명을 지르며 구목공이 으스러진 손목을 붙잡고 휘청이다 객가의 지붕 아래로 떨어지고,

구단공이 몸을 날려 지붕에서 떨어지는 아우의 몸을 받았다.

대치하던 양무기와 청강 진을 멈춘 도사들은 영문을 몰라 모두 멈춰있었다.

떨어지는 구목공을 받아든 구단공은 황급히 아우의 행태를 살폈다.

이미 철선을 손에 쥐었던 구목공의 오른손 팔목은 완전히 으스러져 흐느적거리고,

고통뿐만 아니라 순간적으로 손목을 통해 밀려든 경력을 감당하지 못한 구목공은 안색이 파리하게 변한 상태로 혼절해있었다.

기절한 아우의 경락을 재빠르게 짚어 응급조치한 후 구단공은 지붕 위에서 이 모든 것을 내려다보고 있는 괴인에게 양손을 모아 읍했다.


“ 나는 전진교의 당대 교주 구단공이오.

귀하의 존성대명을 알 수 있겠소? ”


강퍅하게 생긴 구단공이 정중하게 나오자 거만한 태도로 지붕 위에서 내려다보던 강치우도 가만있을 수는 없었다.


“ 구교주가 이미 알고 있을 것 아니오.

얼굴에 화상을 입은 반역자.

알고 온 것 아니오? ”


지붕에서 몸을 일으킨 강치우가 낭랑한 음성으로 말을 하자,

구단공은 말문이 막혔다.

괴인의 말대로 이미 자신들은 그들의 정체를 간파하고 생포하려고 온 것이었으니.


“ 알고 있다면 되었구려.

우리 전진교는 황실의 법도를 어긴 귀하와 그 일행을 붙잡아 국법을 이행하도록 하려고 이곳에 왔소.

순순히 오라를 받으시오. ”

구단공이 딱딱한 말투로 대답하자,

강치우는 갑자기 하늘을 향해 앙천대소 仰天大笑를 한다.

한동안 미친 듯 웃어 젖힌 그가 다시 구단공을 내려다보며 거칠게 입을 열었다.


“ 듣자 하니 소위 선도를 추구한다던 도문에서 헛소리를 하는구나.

언제부터 도문이 황실의 개가 되었더냐?

게다가 황실이 아니라 탐관오리로 가득 찬 동창의 수족으로 움직이는 주제에.

무슨 근거로 법도를 운운하는 거냐?

무인으로만 따져도 다수로 단 한 명을 핍박하려는 뻔뻔한 작자들이. ”


교의 도인들 앞에서 자신을 향해 신랄하게 욕을 하는 강치우를 보자,

아무리 참을성이 많고 앞뒤를 재기 좋아하는 구단공이라 해도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 이런 역적 같으니!

너는 내가 생포할 것도 없이 이 자리에서 즉결처분할 것이다! ”


구단공이 벌컥 화를 내며 강치우가 서 있는 지붕으로 솟구쳐 올랐다.

그는 지붕에 발이 닿기도 전에 양손에 쥐고 있는 불신과 청강 검을 묘한 자세로 흔들었다.

“ 북두 멸절! 北斗滅絶 ”


구단공이 초식을 발하자 수십 개의 불진 그림자가 강치우의 전신을 뒤덮고,

섬뜩하게 빛나는 청강 검이 마치 화살 비가 쏟아지듯 강치우의 전신을 향해 쏘아진다.

북두 멸절은 과거 전진교의 칠대 제자였던 구처기가 제자들을 위해 만든 검법이었다.

도사치곤 성격이 거칠고 포악하던 구처기의 젊은 시절에,

강호에서 부딪치던 무림인들을 단번에 물리치려는 목적으로 만든 것이라 패도적이고 무척이나 사나운 검법이다.

이를 맞서는 강치우에겐 아무 무기도 없으니 밑에서 바라보던 양무기는 물론이고 교주의 공격을 바라보는 전진교 도사들조차 너무 잔인하다 싶어 이맛살을 찌푸릴 정도로 구단공의 검은 흉흉했다.


‘ 차차창! ’


강치우의 손이 어지러이 날아드는 불진과 청강검을 맞받는 것을 본 구단공은 속으로 비웃었다.

자신의 불진과 검은 아우 단목공이 사용하던 철선과는 다르다.

아우의 철선은 일종의 숨겨진 무기라서 습격을 하거나,

상대가 방심하고 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무기이긴 하지만 그것으로는 진짜 무림인들과 대결하기에는 부족했다.

사용자가 아주 최고수가 아니고서는 말이다.

하지만 자신은 달랐다.

내공 수위만 해도 강호에서 명성을 떨치는 구대문파의 장로들에 뒤지지않을 자신이 있었다.

게다가 그 내력이 들어간 불진과 청강검은 시중에서 볼 수 있는 물건도 아니다.

불진은 전진교의 계파조사인 왕중양이 사용하던 진품이며,

그가 물려받은 청강검은 당나라 때 검선 여동빈이 사용했었다고 전해지는 명검 중의 명검이었다.

그것을 맨손으로 받아낸다는 것은 구단공의 상식에서는 불가능했다.

그런데 차차창 소리라니.

그 소리를 듣고서 구단공은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꼈다.

훌쩍 지붕에서 몸을 물린 구단공은 놀란 기색을 감추지도 못한 채 앞에서 평온한 표정으로 서 있는 강치우를 바라보았다.

그의 손에는 예상한 것처럼 어떤 철수갑 이라거나,

단봉이나 팔목에 철토시를 차고 있는 것도 아니다.

구단공은 자신의 청강검과 불진을 흘깃 들어 올려 보았다.

명검인 청강 검의 검신에 미세하게 흠집들이 나 있었다.

그것은 마치,

검을 오랜 시간 불길에 달궈 아주 오래도록 망치로 두드린 것 같은 자국이었다.

자신의 검을 바라보고 구단공은 새삼 강치우라고 불린다는 그 괴인,

실제로 보면 소년에 불과한 그를 다시 바라보았다.

화상에 그을려 일그러진 반쪽 얼굴,

푸석해 보이는 머리.

그리고 흔한 마의를 입은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소년.

오히려 외모로 풍기는 기세라면 저 아래에 있는 장대한 체구의 창술을 쓰는 소년이 더 나았다.

그런데 그 평범해 보이는 소년은 자신의 수십 년 공력과 노력이 깃든 전진교의 검을 너무나 수월하게,

마치 어린아이 손 뿌리치듯 쉽게 해 버린다.

구단공은 살짝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 네가 그 강룡금장에서 도망쳤다는 외아들 강치우가 맞느냐?

너는 대체 무슨 무공을 쓰는 거지?

그건 개방에서 쓴다는 항룡십팔장도 타구봉법도 아닌 것 같은데···.

대체 무슨 무공을 익힌 거냐? ”


구단공의 말에 흥, 하고 코웃음을 친 강치우는 뒷짐을 진 상태로 자신의 손바닥을 만져보았다.

쇄겸수를 완성한 이후로 무기와 부딪쳐서 통증을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손에 상처를 입지는 않았지만,

처음으로 상대의 무기를 깨지도 못한 데다 손바닥에 통증을 느낀 치우도 속으로 살짝 당황한 상태였다.

그로서도 쇄겸수가 천하무적의 수공이라 알고 있었지만,

그러나 상대에 따라 무기를 부수는 것도 한계가 있고 자신의 쇄겸수로도 손에 통증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경험하는 것이었으니.

만약,

더 높은 고수를 만나고 그 고수의 손에 신병이기가 쥐어져 있다면 자신도 거꾸로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은 것이다.

그동안 잠룡대황력과 개황동에서 익힌 무공들로 무서울 게 없던 강치우도 비로소 강호가 넓고 기인이사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내가 무슨 무공을 익혔는지 그건 당신이 알 바 아니고.

당신이 그 빌어먹을 환관 놈에게 무엇을 약조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반역자도 아니며 내 일행들도 역도가 아니다.

적어도 당신에게서는 사기 邪氣가 안 보여 충고하는 건데,

언젠가 초 공공에게 토사구팽당할게 뻔한데 이쯤 해서 손을 떼는 게 어때?

이 일에 엮이게 되면 당신의 문파도 운명을 걸어야 할 것이야.

알겠지만,

나는 개방파의 일원이다.

개방파와 척을 지고 싶은가? ”


강치우의 말에 구단공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을 때,

지붕 아래에서 처절한 비명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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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탄지신통 +1 20.08.04 200 4 8쪽
78 진퇴양난 +1 20.08.03 193 4 8쪽
77 용왕도 +1 20.07.31 228 2 8쪽
76 일양지 +1 20.07.30 214 3 8쪽
75 검신합일 +1 20.07.29 202 3 8쪽
74 복수의 길 +6 20.07.28 218 5 8쪽
» 대결 +1 20.07.27 203 3 8쪽
72 타심통 打心通 +1 20.07.24 237 2 9쪽
71 육합창 +1 20.07.23 204 4 8쪽
70 천강북두 天康北斗 +1 20.07.22 223 3 7쪽
69 전진교 +1 20.07.21 251 3 7쪽
68 포구 +1 20.07.20 240 4 9쪽
67 거래 +1 20.07.17 262 3 8쪽
66 해적 +1 20.07.16 289 3 9쪽
65 군노 軍奴 +1 20.07.15 299 3 9쪽
64 신창 양가 +1 20.07.14 289 3 8쪽
63 양가 창법 +1 20.07.13 268 2 8쪽
62 이화창 +1 20.07.10 291 3 7쪽
61 천문채 +1 20.07.09 305 3 7쪽
60 산 너머 산 +1 20.07.07 325 4 8쪽
59 응어리 +1 20.07.06 347 4 8쪽
58 토사구팽 兎死狗烹 +2 20.07.03 372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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