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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능선의 서재입니다.

구걸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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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능선
작품등록일 :
2020.05.11 12:25
최근연재일 :
2020.09.1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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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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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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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44,307

작성
20.08.04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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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탄지신통

DUMMY

“ 그건 별로 걱정할 일은 아니다. ”


진등의 보고를 듣고 난처함에 빠져있던 양무기의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양무기와 진등은 동시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막 배에서 내린 강치우가 서 있었다.

양무기야 강치우의 무공을 알기에 가만히 있었지만,

진등은 체격도 별로 크지 않은 강치우가 자신 있게 하는 말에 영 못마땅하다.


“ 그거야 댁이 해전을 안 겪어봐서 그런거고,

수군의 대포가 얼마나 무서운지 아시오?

무공으로도 그건 못 당해낸다는 걸 모르니까 그런 말을······.”


양무기가 진등의 입을 틀어막았지만 이미 늦었다.

사실 양무기로서도 아무리 무공의 고수라고 하지만 전함을 상대로 큰소리를 친다는 건 강치우가 경험이 모자란 탓이라고 생각했다.

강치우는 말없이 용왕도의 선착장 주변에 깔린 어른 머리만 한 자갈돌을 주웠다.

그 정도 크기의 자갈은 무게도 꽤 나가는데 그걸 한 손으로 가볍게 들어 올리는 것을 본 진등은 속으로 생각했다.


‘ 무림인은 맞는 모양이네. 저런 커다란 자갈을 가볍게 드는 것을 보면···.

그렇다고 해서 뭐가 다른가?

저런 자갈돌로 군함을 상대할 수는 없단 말이다. ’


강치우는 커다란 자갈을 가슴 높이로 들어 올리더니 가볍게 앞으로 툭 밀어던 졌다.

그 순간에 그의 손바닥에서 잠시 황금빛이 반짝하는 걸 본 진등은 뭔가 석양의 빛인가 속으로 생각했는데,

그의 손에 올려져 있던 커다란 자갈이 순간 없어진 것처럼 보여서 어리둥절했다.

잠시 후 부두에서 수십 장 떨어진 해안절벽에서 굉음이 들렸다.


‘ 콰앙! ’

배에서 내린 왕태구의 무리와,

못마땅한 얼굴로 양무기와 진등의 입씨름을 지켜보던 수적들은 모두 입을 떡 벌렸다.

마치 대포를 맞은 것처럼 용왕도의 해안절벽 일부분이 먼지를 일으키며 허물어져 내리고 있었다.

잠시 후 절벽 아래 바다에서는 무너진 절벽의 암석들로 인해 커다란 파도가 일렁였다.


“ 저, 저게 뭐요? ”


당황한 진등이 말을 더듬었다.


“ 내공을 돌에 실어서 던진 것이다.

소림사의 탄지신통 彈指身通 과 비슷한 무공이라 생각하면 된다. ”


담담히 말하는 강치우의 말을 들은 양무기와 진등은 입을 다물었다.

탄지신통이 뭔가.

지풍을 이용하여 상대를 공격하는 무공이다.

하지만 어디서고 저렇게 커다란 자갈,

작은 바위라고 해도 좋을 암석을 내공으로 수십 장 내쏘아서 파괴하는 무술이라니.

그건 마치 대포와 같았다.

그게 진정으로 무공이라면 강치우 한 명이 배에서 대포 역할을 하는 것과 같다.


“ 이제 되었지?

너희들은 수군의 전함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적어도 수군이 가진 대포보다 내 기공포 氣孔砲 가 더 사거리가 멀으니까.

어서 출항 준비를 해라.”


강치우의 놀라운 무공에 놀란 수적들은 입도 뻥긋 못하고 일사불란하게 수채에서 식량을 꺼내오고 무기를 꺼내고 한참 동안 난리가 났다.

수적들이 바삐 움직이는 사이 양무기가 강치우를 따라 바닷가를 걸으면서 시무룩하게 한마디를 했다.


“ 의형은 참 좋겠수.

그런 인간 같지도 않은 무공을 배울 수 있었으니 말요.

나 같은 놈은 백날 가전 창법을 익혀도 끄트머리도 닿지 못하겠구먼. ”


투덜거리는 양무기의 말을 들은 강치우는 씁쓰레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돌아보았다.


“ 무기 너는 이런 무공을 배우기 위해 삼 년간 동굴 속에 갇혀 매일 손 가죽이 벗겨지는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면 하겠느냐?

버섯과 채소만 먹어가며 말이다.

물론 그 전에 부모가 눈앞에서 돌아가시는 꼴도 봐야 하고. ”


강치우가 혼잣말처럼 하는 말을 들은 양무기는 흠칫했다.

말은 저렇게 하지만 삼 년을 홀로 동굴 속에서 지내야 하다니.

자신은 아마 미쳐버리고 말 것이다.


“ 해본 소리유.

제아무리 대단한 무공이라도 그렇게 세월을 지내야 한다면 사절이오, ”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양무기에게 강치우는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 너도 네 기공을 이용해서 기공포를 쏠 수 있다.

물론 위력은 좀 다를지 모르지만. ”


“ 내가? 난 의형과 배운 무공이 다른데? ”


“ 너도 내가 진기를 이용해서 창에 기공을 올리지 않느냐.

자주 쓰진 못하겠지만, 이번처럼 해역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해볼 만하지.

일단 주변에서 굵은 통나무를 잘라와라.

네가 들 수 있을 정도의 무게로. 커다란 기둥처럼 생긴 것으로. ”


거의 출항 준비를 맞춰가는 진등은 마지막으로 배에 실리는 짐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해변에서 구한 커다란 호박돌들, 그리고 수채를 짓는 데 쓰였던 굵은 통나무들이 수채 건물을 부수고 배로 옮겨지고 있었다.


“ 저거 수채 짓느라고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에휴... ”


한숨을 쉬는 진등의 어깨에 턱 하니 손을 올리며 양무기가 달랬다.


“ 괜찮다. 어차피 이곳으로 돌아올 일은 없을 터.

저것들이 우리의 대포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른 건 몰라도, 너희들에게 최소한 나이 들어 부귀영화를 누리리라는 것은 장담할 수 있지. ”


“ 그거 뭔 소리유? 채주가 아무리 재주가 좋고 강 공자의 무공이 천하제일이라고 하더라도 그저 무림인이지.

그걸로 뭐 우리가 부귀영화를 누릴 일이 있겠수? ”


툴툴대는 진등을 보며 양무기가 빙긋 웃으면서 귓전에 속삭였다.


“ 너, 강 공자님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지?개황이라고 하니 개방파 출신이 거지인데 뭐 볼 게 있냐고 무시하는 거지? ”


양무기의 말에 진등은 딱히 부인하지는 않았다.


“ 아니, 뭐. 틀린 말은 아니지. 개방파 출신들이 무공이 뒤떨어져 거지 노릇을 하는 건 아니잖수. ”


“ 강 공자님은 그 유명한 강룡금장의 후예다. 함부로 생각하지 말아, ”


“ 엣? 그가요? 강룡금장의? ”


양무기의 말을 듣고 진등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강치우를 바라보았다.

듣고 보니 어쩐지 그의 행동은 거지 출신 치곤 늘 품위가 넘친다.

반면에 그와 함께 다니는 왕방은 곱상한 얼굴치고는 또 늘 게걸스러운 게 자신들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 놈들이 배를 타고 나갈 거란 말이지? ”


초 공공이 노여운 음성으로 말했다.

그의 앞에 조아린 무리는 초 공공의 사나운 음성에 고개를 떨구고 있을 뿐.


“ 대체. ”


씹어뱉듯 말을 던지며 초 공공은 발을 굴렀다.


‘ 쿵! ’


노인의 발 구름에 청석으로 깔린 바닥이 깊게 울리며 노인의 발이 내려앉은 바닥 주변에 거미줄처럼 금이 가고 먼지가 보얗게 올라온다.

육중한 진각에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던 무리들이 움찔거렸다.


“ 그 빌어먹을 하오문 놈들은 왜 우리에게 먼저 보고도 하지 않고 놈들을 건드렸다는 말이냐?

게다가 전진교 교주도 당했다고? ”


수염하나 없이 매끈한 홍안에 백발을 지닌 노인이 마치 여인처럼 뾰족한 음성으로 소리를 지르자,

몇몇 내력이 약한 금의 위들은 코피를 흘렸다.


“ 각하! 하오문의 구목공이라는 지부장 놈이 저지른 일입니다!

그가 부두에서 수상한 무리들을 목격하고는 자신의 친형인 전진교의 교주 구단공을 부추겨 놈들을 잡으려고 한 것 같습니다. ”


“ 그래서 구단공이란 놈은 쓰러지고 구목공인가 하는 놈은 죽고?

전진교의 청강 대진이 한 놈에게 무너졌다며?

그리고 그놈은 강치우도 여빙심도 아니고? ”


“ 창을 휘두른 산적처럼 생긴 놈이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놈들이 부두로 이동하는 중간 어딘가에서 합류한 인물 같습니다. ”


“ 그런데 놈이 구단공을 이길 정도로 강하다는 게 문제 아니냐?

반역죄로 수배를 당한 강치우의 주변에 왜 이렇게 새로운 강자들이 생기는 거지? ”


“ 구단공이 그 산적같이 생긴 놈에게 진 건 아니고 동수를 이뤘다고······.”


“ 시끄럽다!

산속에서 수십 년 도가 무공을 닦은 놈이 새파란 놈과 동수를 이뤘다면 그게 진 게 아니고 무에야?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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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심검의 시작 +2 20.08.25 157 2 9쪽
82 반전 +1 20.08.24 170 2 8쪽
81 심검 +1 20.08.14 204 2 8쪽
80 아귀 餓鬼 염황교 +1 20.08.06 196 2 8쪽
» 탄지신통 +1 20.08.04 200 4 8쪽
78 진퇴양난 +1 20.08.03 193 4 8쪽
77 용왕도 +1 20.07.31 228 2 8쪽
76 일양지 +1 20.07.30 214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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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복수의 길 +6 20.07.28 218 5 8쪽
73 대결 +1 20.07.27 202 3 8쪽
72 타심통 打心通 +1 20.07.24 237 2 9쪽
71 육합창 +1 20.07.23 204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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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군노 軍奴 +1 20.07.15 299 3 9쪽
64 신창 양가 +1 20.07.14 289 3 8쪽
63 양가 창법 +1 20.07.13 268 2 8쪽
62 이화창 +1 20.07.10 291 3 7쪽
61 천문채 +1 20.07.09 305 3 7쪽
60 산 너머 산 +1 20.07.07 325 4 8쪽
59 응어리 +1 20.07.06 347 4 8쪽
58 토사구팽 兎死狗烹 +2 20.07.03 371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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