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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emmoke 님의 서재입니다.

리버싱 저스티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SF

완결

Golemmoke
작품등록일 :
2020.05.11 11:00
최근연재일 :
2020.10.12 06:00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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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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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글자수 :
378,872

작성
20.07.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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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2화. 기원

DUMMY

/옛날 옛적에, 아직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는 ‘무(無)’ 그 자체였거든. 근데, 어느 날 갑자기 태초의 흰 연두색 불꽃이 세상의 중심에서 피어올랐어./


“아무것도 없으면 진공일 테고, 불이 붙을만한 조건이 없을 텐데, 어떻게 불이 생긴 거냐?”


/그건 아무도 몰라. 나도 한때 궁금하여 현자 중에서도 가장 실력이 뛰어나고, ‘중재자’로서 세상의 힘의 균형을 맞춰주는 역할을 하는 ‘유스티티아’를 찾아갔지만, 그 역시 모르더라고./


타닥 타닥


신의 마나와 전기 스파크가 내뿜는 모닥불은 활활 타올랐고, 아쿠아는 왠지 모르게 느껴진 따스한 온기와 부모의 품에 안겨진 것처럼 포근한 느낌이 든 그녀는 꾸벅꾸벅 졸더니, 이내 잠이 들었다.


“후흐흐···. 피곤할 만도 하지. 아무튼, 그래서? 불꽃이 피어올라서 뭐 어떻게 되었는데?”


/아무것도 없으니까, 빛도 없었으니 매우 컴컴했을 거잖아./


“그렇지. RGB 값을 0으로 통일한 정도의 색상이려나.”


/근데 갑자기 생겨난 불꽃은 어둠을 먹어치웠고, 그만큼 생겨난 빈틈에는 불빛이 채워졌어./


“그럼 그러다가 불꽃이 어둠을 다 먹어치워서 없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건 아니야. 어둠을 먹던 불꽃은 자아가 생기고, 그게 바로 모든 것을 창조하신 ‘창조신’이야./


“오, 그럼 그 창조신이라는 놈은 뭐 이것저것 만들면서 이름값 했겠네?”


/그렇지. 일단 좁아터진 공간을 깨트려 강제로 넓혔고, 심심했던 걔는 자기 주변에 있는 재료랑 자기 마나랑 섞기 시작했어./


“근데 딱히 재료가 있긴 한가? 텅 빈 공간에 불꽃 하나만 있었다며. 그리고 걔라니;; 따지자면 우릴 만든 건데, 아버지 같은 존재 아닌가?”


/그건 아니야. 굳이 따지자면 이 신이라는 자리는 공무원 같은 거거든. 4 대신이라는 사장이 집적 발로 뛰어서 적임자를 찾아다니는. 창조신은 회사의 회장 같은 존재고. 앞에서 매번 굽신굽신 거리는데, 지금같이 앞에 없을 때 좀 편하게 불러야지./


지이익 우적우적


배가 고팠는지, 아직 덜 익은 감자를 모닥불에서 꺼내 뜯어먹기 시작했다.


“뭐야, 그럼 너도 신이야? 자기 힘도 제어하지 못하는 놈이 신이라니···.”


/우적우적, 뭐, 왜? 신은 원래 규정상 직접적인 물리력을 행사하지 못해. 솔직히 말해 나라 하나 따위야 손바닥으로 꾸욱 눌러서 소멸시킬 수 있는데, 아무런 제한이 없었다면 왜 굳이 신들이 자신의 명령을 듣는 사람을 원하겠어?/


“근데 넌 지금 날 전기로 지졌잖아. 그게 물리력 행사 아니냐?”


/그래서 직접 내 마나랑 맞는 인간의 신체 분신을 만든 거지. 그럼 신의 힘을 빌린 신도 취급을 받더라고. 물론 한 번에 마나를 너무 많이 집어넣어서 이 사단이 나왔지만···. 그래도 너한테 과충전한 마나를 내뱉어서 겨우 제정신을 차렸지./


“그래? 신기하네. 어쩐지 신들이 굳이 번거롭게 자기를 믿는 사람의 숫자를 늘리더라. 그래서? 재료가 뭔데?”


/뭐 재료는 넘쳐났어, 종류가 적었을 뿐이지. 평소에 본능적으로 먹던 ‘어둠’, 자기 몸에서 뿜어나오는 ‘빛’, 공간을 깼을 때 생긴 ‘공간의 파편’, 그리고 이 세 가지가 섞이며 생겨난 ‘신의 마나’와는 다르지만 비슷한 ‘원시의 마나’. 이 네 가지가 매우 풍족하게 있었지./


“그럼 그 4가지로 만든 게 그 흔히 말하는 ‘4 대신’인가 뭔가 하는 그거냐?”


/그렇지, 너 머리 빨리 돌아가는구나? ‘공간의 파편’으로 ‘우주의 신’을, ‘어둠’으로 ‘마신’을, ‘빛’으로 ‘천신’을, 그리고 ‘원시의 마나’으로 ‘경계의 신’을 창조해놓으시고, 마나가 오링나서 자체적으로 봉인되었지. 그리고 ‘우주의 신’이 ‘창조신’을 따라 지금 우리가 밟고 있는 땅이 떠다니는 곳인 ‘가이아’를 만들었고, 그녀를 따라서 ‘마신’, ‘천신’, 그리고 ‘경계의 신’이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었어./


치직 치지직


갑자기 그것은 홀로그램을 크게 증폭시켜 화면을 키웠다.


/그리고 이것이 일반적으로 흔히 알려진 전설이자, 일부 진실이 잘려나간 과거이지./








탁!


끄우워어어...


꿈틀꿈틀


홀로그램 속은 검보라색으로 가득 찼다. 6명의 매우 기괴하게 뒤틀린 존재들이 세상을 창조하고 있었고, 하나같이 창조신을 증오하는듯한 눈빛을 지니고 있었다.


“저, 저것들은 뭐여?”


/저게 바로 ‘실패작’이란 것들이다. 피조물들 입장에선 신들은 전지전능 해 보이지만, 실제론 우리도 실수를 하고, 이는 창조신도 실수를 하기 때문이지.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창조신이 실수를 하므로, 모든 살아 숨 쉬는 것들은 실수를 하는 거지./


“인체 연성에 실패했나 보네. 괜히 책에서 인체 연성에 관해 이론만 있지, 실제로 성공사례가 없던데 괜히 그런 게 아니었네. 근데 그걸 왜 ‘실패작’이라고 부르는 것이며, 뭐로 만든 건데?”


/재료야 역시 그 네 가지 뿐이었고, 단지 신의 마나, 그리고 두 가지 이상의 재료가 섞인 거야. 근데 네 가지 재료가 서로 자기주장이 강해서 문제가 생긴 거지. 창조신은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것들을 만들고 싶었지만, 형체가 점점 기괴하게 뒤틀리고, 여러 가지 색을 합치면 검은색으로 변하는 것처럼, 부모인 창조신과 전혀 딴판으로 변했지./


“뭐야, 겨우 생긴 게 다르다고 ‘실패작’이라고 부르는 거야? 그건 좀 너무한데. 그럼 다 싸그리 죽였어?”


/아니, 창조신은 그래도 차마 죽일 수는 없었어. 하지만 자신과 전혀 다른 그들에게 알아서 살아보라고 아예 다른 차원으로 보내버렸고 4 대신을 만든 거지. 그리고 ‘실패작’들은 자기끼리 모여서 ‘이계’라는 세상을 만들었고, 그걸 본 ‘우주의 신’이 자기도 따라서 한번 세상을 만들어 본거지. 그래서 차원을 찢을 때 장시간 가만히 놔두면 ‘이계’로 통하는 문이 되어버리는 거야./


“그렇구먼. 그럼 한마디로 6개의 ‘실패작’은 ‘이계’에서의 뭐···. ‘6 대신’이라고 보면 되는 건가?”


/그렇지. 근데 지금은 ‘5 대신’이야./


“엥? 뭐야, 뭐 한 명이 파면당했어?”


/아니. ‘최강의 생물’, 신이 그를 죽이려고 이를 간다는 의미의 ‘필멸자’, 누군가에겐 ‘영웅’이자 누군가에겐 극악무도한 ‘학살자’, ‘검은 숲의 제왕’이, 그것도 그가 딱 성인이 되었을 때 단신으로 ‘실패작’ 중 한 명을 찢어 죽이고, 그의 힘을 취해 한층 더 강해졌거든./


“허; 비유하자면 천족이 천신을 죽인 거구만.”


지유우웅


으적 으적


그것은 이미 다 타버린 감자를 먹기 시작했고, 대충 지쳤는지 털썩 주저앉았다.


/자, 이제 네놈이 내가 궁금한 것을 말해줄 차례다. 여기엔 왜 왔나? 이방인?/


“뭐 너는 전기를 쓰는 걸 보면 뭐 ‘번개의 신’이나 ‘전기의 신’이겠지. 맞지?”


/정확히는 ‘전기의 신’이다. 저기 지금 자는 정령이 널 레드라고 부르는 걸 보면 네 이름은 레드고. 맞지?/


“어, 맞어. 여기에 이 ‘소돔과 고모라’에 온 이유는 ‘아틀란티스’, 그리고 ‘이스’를 순서대로 가야만 ‘카다반 퍼프로펀’의 나라에 갈 수 있다고 하더라고.”


/카, ‘카다반 퍼프로펀’의 나라말인가? 거긴 왜 가려고 하는 것인가?/


‘전기의 신’은 마치 ‘카다반 퍼프로펀’이란 단어가 금기어인 것처럼 화들짝 놀랐다.


“아, 아니 그냥 내가 언데드어를 할 줄 아는데, 거기서 그런 장소가 나왔기에 한번 가보고 싶은 거지.”


빠지지직 파지지지지지지직!!!!


갑자기 ‘전기의 신’은 매우 거대한 전기로 이루어진 창을 만들었고, 레드를 노리기 시작했다.


/언데드어는 오로지 언데드만 알아볼 수 있다!!! 그리고 생사의 흐름을 끊는 암세포 같은 존재인 언데드는 죽어야 마땅하다!!!/


드드득


그는 엄청난 살기를 보였지만, 레드는 매우 무덤덤하게 자기의 팔의 피부를 찢고 보여줬다. 언데드의 피는 이미 썩어 선홍빛이 아닌 검은색이고, 자가 회복력이 없어서 스스로 재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지지직···. 후욱


레드가 재생을 한 것을 보고, ‘전기의 신’은 다시 그가 만들어낸 창을 거뒀다.


/뭐야, 언데드가 아니네, 이거 미안하게 됐군. 근데 언데드어를 어떻게 하는 거냐?/


“그건 나도 몰라. 왠지 모르지만 읽히더라고, 언데드도 아닌데 말이지. 근데 언데드랑 ‘카다반 퍼프로펀’이랑 뭔 차이냐? 책에선 언데드란 단어는 없고 ‘카다반 퍼프로펀’이라고만 적혀있었는데.”


/’카다반 퍼프로펀’이 언데드에 속해있어. ‘저승의 한기’가 몸에 들어있고, 강제로 성불, 그니까 살해당하지 않는 이상 영원히 살고, 심지어 그중 몇몇은 아예 저승에서부터 추방당해 죽여도 죽여도 되살아나는 존재가 돼. 그런 존재는 우린 ‘망자’라고 부르지. 육신보다 정신이 먼저 죽어, 그냥 인격체가 더는 아니게 되어버린 케이스지./


타닥 타닥


{우음···. 으으음···.}


부스럭


레드는 조금 추워 보이는 아쿠아의 위에 자신의 겉옷을 벗어 덮어줬다. 그나마 빛이 작게나마 내리쬐던 것이 사라져, 유일한 빛이라곤 하늘에 떠다니는 별과 유사하게 생긴 유리 밖 발광 플랑크톤과 ‘전기의 신’이 만들어낸 모닥불뿐이었다.


“근데 ‘불의 신’을 믿는 여왕이 ‘카다반 퍼프로펀’은 그저 전설 속의 존재일 뿐이라고 했단 말이지.”


/뭐 그럴 만도 하지. 일단 언데드 자체가 천신의 시종들에게 사냥당하고 있거든. 전문적으로 언데드를 사냥하고 다니는 애들도 있고 말이지. 애초에 언데드종류 애들이 특히 천신의 힘에 약하거든./


“왜? 그냥 ‘신의 마나’에 약한 거 아니야?”


/그건 아냐. 되려 한때 신의 시종이었던 애들이 ‘신의 마나’를 먹고 더 강해지는 경우도 있거든. 근데 ‘천신의 마나’는 기본적으로 정화의 기능이 들어있어서, 천신의 시종이라 하더라도 성불 당해버리거든./


“그래서 지들끼리 모여 사는 나라를 만든 거였구먼. 여기저기 다 천신을 믿던데, 세상 여기저기가 자신을 노리는 암살자 같은 거 아니냐?/


/그렇지. 근데 ‘카다반 퍼프로펀’이 모여 사는 곳이 있다는 건 처음 들어본다. 근데 그게 이 다 망해버린 나라에 온 이유가 뭔데?/


“전에 ‘불의 나라’에 있을 때, 서로 사이가 거시기 한거 같더라고. 가뜩이나 오지게 좁은 이 땅을 또 5등분 해서 나눠 먹으니까 싸우는 거지. 그니까 너희 신들 싹 다 모아서 설득이라도 해보려고.”


레드의 넓은 오지랖에 ‘전기의 신’은 어이가 없어 실소하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나 참, 이 ‘소돔과 고모라’에 형제자매, 그러니까 나머지 원소 신과 함께 유배됐는지 얼마나 되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근데 이 섬을 위해 힘을 쓰는 외부인을 만날 줄이야. 그래, 나도 한참 전부터 형제자매와 다시 사이가 좋았던 옛날로 돌아가기를 원했거든. 네 계획에 나도 도와줄게. 어차피 내 나라는 이미 전쟁으로 인해 다 파괴당해서, 보호할 나라가 없어서 시간도 여유가 있거든./


“고마워. 근데 일단 여기서 하루 자고 가자. 아쿠아도 잠들었으니 내일 동쪽으로 가자. 이번에는 또 무슨 나라이려나.”


/하하하하, 그러지. 나도 인간분신을 만든 후에는 먹고 자고 다 해야 하거든. 어흐, 나도 졸리다. 좀 자야겠다./


부스럭 부스럭


빠지지직


‘전기의 신’은 전기로 이불과 베개를 만들어 뒤집어 덮고, 순식간에 잠들었다. 몹시 피곤했던 레드는 마치 온수 매트같이 온도가 꽤나 높았던 아쿠아를 안고 잠이 들었다.


작가의말

뭐야, 왜 ‘전기의 나라’ 둘러보지도 않고 다음 나라로 가냐? 하실 수도 있는데, 이 나라는 이미 망해 폐허가 되어서, 딱히 설명할 것도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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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65화. 그들은 뭐하고 있었는가 20.09.04 11 0 12쪽
65 64화. 차원이 다른 강자 20.08.31 10 0 14쪽
64 63화. Big Mans' Battle 20.08.27 11 0 12쪽
63 62화. 변질한 국왕 20.08.24 13 0 11쪽
62 61화.탈영 예졍 로봇 20.08.20 13 0 13쪽
61 60화. 속임수 20.08.17 14 0 14쪽
60 59화. 뜯어먹기 20.08.13 9 0 11쪽
59 58화. 직접계약 신도의 분노 20.08.10 12 0 12쪽
58 57화. 쿠데타의 시발점 20.08.06 14 0 11쪽
57 56화. 국왕과의 대면 20.08.03 12 0 10쪽
56 55화. 신의 신도, 신의 무기 +1 20.07.30 14 1 12쪽
55 54화. 땅의 나라 +1 20.07.27 14 1 10쪽
54 53. 신의 힘을 받은 늑대 20.07.23 16 1 10쪽
» 52화. 기원 +1 20.07.22 13 1 12쪽
52 51화. 신도의 탄생과정 +1 20.07.21 11 1 11쪽
51 50화. 전기괴물 +2 20.07.20 15 1 11쪽
50 49화. 섬 한 바퀴 +1 20.07.19 12 1 11쪽
49 48화. 소돔과 고모라 +1 20.07.16 1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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