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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트럼 님의 서재입니다.

고아는 언제나 평범한 삶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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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트럼
작품등록일 :
2023.01.01 15:49
최근연재일 :
2023.02.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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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01.0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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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 교복을 입고-2

DUMMY

중학교에 올라온지 일주일 정도 지났다. 이제 슬슬 서로 눈치 볼 때는 지났다는 거지.


─야, 너 거기 초등학교 김예은 알아? 나랑 같은 학원 다녔는데! 나 걔랑 친해!


이런 대화들이 오고가면서 서로 친해질 사람과 친해지지 않을 사람을 정하는 때. 그리고 나는 대충 후자에 속한다고 보면 됐다.


‘이미 초등학교 시절부터 고아라고 다 알려졌으니···’


서로 다른 초등학교를 졸업한 녀석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에 대한 정보도 알려졌겠지.


사실 보육원의 고아들은 먼저 자신이 고아라고 알리지 않는다. 당연하게도. 자신이 부모가 없음을 먼저 내보이는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어린 나이에도 그게 큰 결점이자 약점이라는 것은 다 알고 있다.


고아라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은 대부분 학부모들을 통해서다.



─너 쟤랑 놀았어? 놀지 말라니까! 쟤 고아야! 엄마 없는 애라고!



보통 이런 문장으로 시작해서 자신의 아이가 보육원의 고아들과 엮이지 말아야 할 이유를 줄줄 늘어놓으면서 아이에게 신신당부한다.


그리고 그걸 들은 아이는 학교에 가서 말하는 거지.



─야! 얘 엄마랑 아빠 없어!!



그게 악의적이던, 악의적이지 않던간에 그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 학교 생활은 힘들어진다.



···



‘어차피 조용히 지내고 싶었어.’


지난 생의 트라우마가 너무 깊게 내 머릿속에 자리잡은 탓일까, 사람을 대하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웠다. 대인기피증으로 진단받을 수준은 아니더라도 바로 그 직전까지는 와있는 정도로.


평범한 삶, 평범한 인생을 꿈꾸지만··· 평범한 학생이 되는 것은 힘들거라고 이미 생각하고 있었다.


‘그냥 주요 인물들의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기를 바래야지.’


쉬는시간이 되자 나는 곧바로 자연스럽게 일어나서 그림자처럼 풍경속에 묻어가며 도서관으로 향했다.


학교에서 나같은 피식자들의 유일한 안식처이자 삼한의 소도와도 같은 이곳.


주위를 쭉─ 둘러보니 나와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이 보였다. 포식자들을 피해 도서관으로 숨어든 사람들.


나도 도서관 한 곳에 자리잡고 책을 펼쳐 읽었다. 블로그에서 주로 다루는 주제 중 하나가 ‘독서’다보니 다독하는 것이 좋으니까. 그리고··· 원래도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


‘좋아할 것이 이것밖에 없었으니까.’


사람은 무언가를 좋아하는 데에도 자격이 필요하다. 사회적 최하위층인 나는 무언가를 좋아할 자격이 갖춰지지 않았다.


게임을 좋아하기에는 게임을 즐길 돈이 없어 자격이 없었고, 영화를 좋아하기에는 영화관 티켓값을 낼 돈이 없어 자격이 없었다.


여자를 좋아하기에는 고아라는 점과 얼굴의 화상 흉터 때문에 자격이 없었고, 별별 고상한 취미들도 좋아할 자격이 없었다.


그런 나에게 좋아할 자유가 있는 거의 유일한 것은 독서였다. 독서야말로 돈이 안드는 취미니까. 도서관에 가면 공짜로, 무제한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촤락─


타다닥─



도서관이 좋은 이유는 기분좋은 백색소음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도서관 컴퓨터를 이용하는 아이들. (대충 서브컬쳐류를 좋아하거나 IT 관련 매니아인 경우가 많다) 흥미로워 보이는 책을 찾아 페이지를 넘기는 아이들.


이 사이에 있으면 나도 절로 평범해지는 기분이었다. 교실에 있으면 혼자 조용히 엎드려있는 얼굴 이상한 놈이지만··· 도서관에 있으면 나도 같이 책의 페이지를 넘기는 평범한 사람이 되니까.


나도 같은 소음을 내는, 같은 사람이라는 게 증명되는 기분이었다.



─우리 각자가 어떤 다른 가능성을 살기 때문에 우리는 똑같은 사람들이다.



나도 그럴까요 카렐 차페크씨.


나도 남과 다를 바 없음을 증명하고 싶었던 것일까. 내가 집어든 책의 제목은 <평범한 인생>이었고, 그 속의 문구는 나를 위로하는 듯 했다.


나도 다른 사람들과 같이 다른 가능성을 살아가기에 그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이다···




* * *




─야, 너도 상민이 형 알아? 와, 나 그 형이랑 완전 친해! 나중에 그 형이랑 같이 볼까? 오늘 풋살하기로 했는데 올래?



가장 조심해야할 대상인 권상훈. 그는 이미 교실에서 어느정도 입지를 구축하고 있었다. 자신과 비슷한 부류의 아이들을 찾아 자신이 아는 형의 이름을 대면서 세력을 만들고 있었다.


이때의 일진 문화는 과거와는 아주 달랐다.


과거에는 학교에 소위 ‘짱’, ‘통’으로 불리는 존재가 있고 그 밑에 통합된 형태로 큰 세력이 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조폭과 연계되어 ‘써클’을 만들어 학교간의 경계를 초월한 어떤 집단이 생기기도 했다.


그리고 이들이 전부 사라진 2010년대 초반의 학교는?


학교 전체를 아우르는 ‘통’ 같은 존재는 거의 없다. 자기들끼리 파편화되어 조각조각 나뉜 일진(혹은 그게 되고 싶은 녀석들)들끼리 투닥투닥 싸웠다.


물론 예전처럼 대놓고 엄청난 패싸움을 하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그랬다. 교내는 정글로 변했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의 세를 과시하는 방법 중 하나는? 바로 누군가를 괴롭히는 것이다. 누가누가 더 악랄하게 괴롭히나 대회를 하는 것처럼.



─야, 존나 띠껍게 생겼네. 이새끼 봐. 와꾸 개띠껍지 않냐?



권상훈은 이미 그 대상을 찾은 듯 보였다. 교실은 단체로 그를 묵인하고 있었다. 모두가 방관자가 되었다.


나도.



‘미안하다···’


눈을 질끈 감고 무시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 나는 아무런 힘이 없었으니까. 비겁하게도 그저 내가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 * *




“허억! 헉! 헉···!”


잠을 자다가 악몽에 깨버렸다.



─너는 과거의 나를 방관할 셈이냐?


피눈물을 흘리는 회귀 전의 내가 나를 향해 절규하고 있었다.



“하아··· 젠장···”


아무래도 낮에 그 학생을 무시한 탓일까. 계속해서 잠에 들지 못하고 뒤척였다. 그러다가 겨우 잠에 들었는데··· 악몽을 꾸고 깨버렸다.


‘나보고 어떡하라고···’


내 존재를 알리지 않고 학교폭력을 학교에 알릴 만한 방법.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만약 익명의 신고 쪽지를 학생부에 전달한다고 하더라도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이렇게 된다.



─다들 눈 감아. 우리반에서 누가 누군가를 때리거나 괴롭히는 장면을 본 사람이 있으면 손들어.



“아.”


내가 중학교 때 겪었던 것이다. 담임에게 전화로 신고했더니 벌어진 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낸 용기는 물거품처럼 허무하게 사라져버렸다.


나를 제외한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고, 교실 한 구석에서는 나를 괴롭히던 녀석들의 비웃음 소리가 옅게 들려왔었다.



“씨발···”


이번에도 다를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일러봤자··· 그렇게 진행된다.


학교폭력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현장에서는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컸다.



“잠깐···”



하지만 학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법이 있지. 학교는 자신들의 명예가 실추되는 것을 싫어한다. 한번이라도 공중파에 좋지 않은 일로 학교의 이름이 오르내린다면···



나는 이제 만 명의 팔로워를 눈앞에 둔 페이스북 페이지의 소유자다.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이걸로 권상훈의 괴롭힘이 아예 끝난다고는 말 못하지만···’


학교 측에서 그에게 꽤 큰 제재를 가할 가능성은 컸다. 그의 움직임이 제한되는 것 만으로도 나쁘지 않았다.


‘학교 밖에서 벌어지는 일은 뭐라 할 수는 없지만···’


···


“그러면 어떻게 하지···”


내 정체를 들키지 않고 공론화 할 수 있는 방법.




* * *




학교에서 내 존재감은 아직 없었다. 내가 원하는 바였다.


이미 절반은 넘게 내가 ‘고아’라는 사실을 알아챈 것 같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과 그걸 이용해 나를 괴롭히는 것은 다르니까. 아직은 나를 괴롭히는 단계로 나아가지 않았다.


권상훈과 주변 녀석들은 입학 후 타겟으로 삼은 아이를 괴롭히는 것에 집중했기에 나는 논외였다.


‘물론 다음 타겟을 물색하면 내가 걸릴 확률이 높겠지만···’


아직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다르게 말하면 내가 엄청나게 주목을 받는 행동을 하지 않는 이상 내가 어떤 짓을 해도 관심을 받지 않는 다는 것이다.


엎드려 있다가 소심하게 기지개를 펴도 내쪽을 주목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다면···’


엎드려서 틈새로 몰래 카메라로 찍어도 모르지 않을까?


위험 부담이 있지만 시도해볼만한 가치는 있었다. 이때는 무음 카메라 어플도 넘쳐나던 시기니까.



“후우··· 때를 봐서 시도해야지.”




어차피 내 학교생활이 편하기 위해서라도 해야할 일이다.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신중하게 해야한다.


‘핸드폰 걷을 때에는 공기계를 내야겠네.’


나중에야 핸드폰 걷는 학교들이 줄어든다지만 아직은 다 핸드폰을 걷을 때였다. 핸드폰 걷는 가방이 따로 있을 정도니까.


문제는 공기계를 낼 때 담임이 눈치채냐 채지 않냐인데··· 만약 눈치채면 대충 둘러댈 변명도 생각해야한다. 핸드폰이 망가져서 AS 보내고 통신사에서 받은 임시 핸드폰이다··· 뭐 이정도로.


그리고 영상이나 사진을 찍는다고 하더라도 한두번으로는 안된다. 많은 증거들이 있어야한다. 한두번 찍은걸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냥 장난 한두번 친거에요.’


이 말로 그냥 사과하고 퉁칠 수도 있으니까. 괴롭힘이 ‘지속적’이라는 것을 증명해야한다.




다음 날.


핸드폰을 걷을 때 공기계를 냈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담임도 눈치채지 못했다.


‘내가 그만큼 존재감이 없다는 것이겠지···’


뭐, 잘된 일이다. 주목 받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공부 잘해서 주목 받는 것이면 몰라도.


이제 쉬는 시간에··· 당분간 도서관은 가지 못할 것 같다. 증거를 남겨야하니까.


‘조심히 하자, 조심히···’



─야, 이새끼 존나 웃기지 않냐? 시발


─표정 펴라, 우리가 괴롭히는 것 같잖아···



첫 쉬는시간부터 괴롭힘은 시작되었고, 교실은 언제나 그랬다는 듯 그걸 당연한 풍경으로 여기고 저마다 할 일에 바빴다.


‘나도 그렇게 넘어가려고 했지만···’


과거의 내가 이걸 용납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짓을 하고 있는 것이고.



지이잉─



카메라의 초점을 맞추고 영상 녹화를 시작했다.


소리는 충분히 녹음되겠지?




* * *




“녹화 품질은··· 별로긴 하지만 괴롭히고 있는 현장이라는 것은 충분히 인지 되니까. 나쁘지 않네.”



하교 후 운동이 끝나고 영상을 체크했다. 소리도 조금 웅얼거리기는 했지만 무슨 말을 하는 지는 다 분간이 갔고.


“친구야··· 조금만 참아. 내가 터뜨려줄테니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녀석의 이름은 심문호. 회귀 전의 인생에서 기억에 남지는 않은 이름이다. 뭐···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는 삶을 살았겠지. 나처럼.


“딱 일주일만 더.”


일주일만 더 있으면 충분한 증거가 모일 것이다. 그때 터뜨려주면 된다.




일주일 후.


굳은 표정을 한 담임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왔고, 평소와는 다르게 세게 문을 닫았다.



쾅─



“다들 눈감고 들어. 눈 감아.”


‘흠···’



“우리 반에서 누군가가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장면을 봤거나, 아니면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있니? 다들 눈감고 엎드려. 야, 권상훈! 엎드리라고.”


꽤 화가 난 말투로 말하는 담임.


“이와 관련해서 알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손들어.”


작가의말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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