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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바에스 님의 서재입니다.

고독한 괴식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모리바에스
작품등록일 :
2018.06.02 21:46
최근연재일 :
2018.08.23 16:25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8,748
추천수 :
300
글자수 :
183,811

작성
18.08.17 20:15
조회
69
추천
4
글자
11쪽

##스페셜- 처묵, 사랑에 빠지다(4)

오늘은 어떤 괴식을 만들어볼까?




DUMMY

“제가 처묵씨 집으로 가서 같이 만들면 어떨까요? 이번주 토요일쯤?”


갑자기 훅 들어오는 그녀의 한 마디 안에는


그녀가 내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

내 집에 오고 싶어 한다는 것,

그것도 ‘언제 밥 한번 먹자’ 식의 막연한 인사가 아닌

이번주 토요일로 못 박으면서까지 나와 함께 있고 싶어한다는 것

괴슐렝가이드는 핑계고 사실은 이 말을 하러 여기까지 왔다는 것까지 모두를 담고 있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그녀는 분명, 나를 꼬시려고 하고 있었다. 으흐흐흐흐


“이번주 토요일은..”


“약속 있으세요?”


살짝 불안한 듯이 되묻는 그녀.

이거 이거 나한테 유리하게 흘러가는 거 같은데?


흠... 기왕에 들어온 칼자루라면

한번은 튕기자.


“네, 선약이 있어서..”


좋아하는 이성이 먼저 대쉬해 올 때

한번에 오케이하는 건 삼류

한번 걸러서 오케이하는 건 이류

거절하고 다시 대쉬하게 만드는 건 일류다.


이건 썰이 아니라 사이언스다.


“그럼 ... 오늘은요?”


!!!


튕겼더니 다시 대쉬하는 그녀.

나, 김처묵은 이류도 아닌 일류였음이 사이언스에 의해 입증되는 순간이다.

아무도 몰라봐서 그렇지.

나는 즉답대신 그녀의 눈만 바라보았고

그녀도 내 눈을 부담스러울 정도로 뚫어지게 보았다.


“알겠습니다”


두둥


오늘 저녁 8시.

우리는 원룸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이 과정에서 당연 폰번을 교환했고

그녀의 이름이 ‘서연지’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오늘 하루 얼마나 많은 걸 알게 되었고

얼마나 많은 변화가 내 삶에 있었는지.

그리고 오늘 밤에 어떤 일이 또 사건이 터질지.


진짜 사람 인생 모를 일이다.


나는 괴식리스트를 꼼꼼하게 복기하며

오늘 그녀에게 해 줄 괴식을 심사숙고했다.

많은 괴식들 중에서 그녀가 제일 좋아할 것 같은

달고나 핫케익으로 결정했다.


단무지 대신 잘게 썬 건포도를 넣어서

미슐렝 미식 못지않은 괴슐렝 괴식을

내가 가진 최고의 괴식력을 발휘해 만들어 줄 거다.


그녀에게 내 주소를 찍어주고

퇴근하자마자 미친 듯이 집청소부터 했다.

그리고 오늘 마트에서 바로 가져 온

시판 제품중 향이 가장 색정적이라는 평을 듣는 바디워시로

몸 전체를 구석구석 닦아주었다.


오랜 기간 야동 참교육으로 다져진 야매지식으로

실전에서의 문제점을 예견해보고 체크해둔다.

그동안의 갈고 닦은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그 지긋지긋했던 모쏠아다도 드디어 땡이다 으하하하하하


땡동-


그녀가 왔다.

나는 의도적으로 3초 정도 뜸을 들였다.

뜸을 들이면 애가 더 끓는 법.


3초의 밀당.

3초 동안 얼마나 쫄았는지 모른다.

그녀가 안 기다리고 그냥 가버릴까봐.


땡동-


의도대로 애가 끓린 그녀는 다시 벨을 눌렀고

나는 크게 숨을 내쉬고 나서 문을 열었다.


두둥


문 밖에 있다는 걸 알고 또 알면서도

왜 나는 막상 눈앞에 서 있는 그녀에게 놀라는 걸까.


“저 왔어요”


생긋. 정말 그녀가 왔다. 나의 집에.


“들어오세요”


그녀가 내 집안으로 들어왔고 문이 닫혔다.

지영이가 왔던 이후 혈육 이외 여자는 처음이었다.


“식사 하셨어요?”


어색했지만 어색하지 않은 척 일상 질문부터 했다.


“아뇨 괴식 맛나게 먹으려고 안 먹었어요 근데 뭐 만드실거예요?”


나는 그녀의 아파트에서 했던 것처럼

그녀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그저 요리에만 미친 덕후인 듯 핫케익만 만들어댔다.

(뭔가에 열중한 남자 모습이 그렇게 섹시하다고 어디서 주워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이 과정을 전에와 똑같이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촬영했다.

이러는 과정에 약간 스치는 듯 스킨십 아닌 스킨십이 있었지만

별 거 아닌 듯 자연스럽게 넘겼다.


그러나 그 자연스러움을 가장하고

그녀의 농도짙은 체취가

내 콧속을 몰래 타고 들어와

강하게 심장을 동요시키고 있었다.


이거.. 무슨 향이지,

보라색 라일락 꽃 향기인가.


라일락 향수...

지영이 생일날 선물로 샀다가

여동생한테 버렸던 그 향수랑 비슷한 것 같은데..


아, 이 중요한 타이밍에 웬 잡생각이냐.

입술을 앙 물고 정신을 바로 잡았다.


자, 드디어 오늘의 하이라이트

달고나를 핫케익에 코팅할 차례다.


소다와 설탕을 국자에 넣고 약한 불에서 서서히 녹여주었다.

모카크림처럼 부풀어 올랐을 때

핫케익 위에 천천히 부어주었다.

달콤한 캬라멜향이 방 안 가득 퍼졌다.


“와 진짜 맛있겠다”


그녀는 내가 어느 타임에 어떤 말을 기대하는지 다 알고 있는 듯 했다.


“지금 먹어도 돼요?”

“딱 1분만 기다렸다가요”


달고나가 굳기를 기다리며

우리는 식탁에 마주 앉았다.

그녀가 불쑥 내게 던지듯 말했다


“근데 몸에서 되게 좋은 냄새 나요, 향수 좋은 거 쓰시나봐요.”


!!


돈 주고 새로 산 색정적 바디워시의 승리다.

뭐라고 대답할지 고르고 있는데

그녀가 좀 더 쎈 질문을 때렸다.


“여자친구 있어요?”


없다고 하기 싫었지만 내 맘과는 다르게 대답이 먼저 나갔다.


“없는데요”


순간 보였다. 그녀의 살짝 웃는 모습이.

분명 그녀는 내가 솔로인 것을 확인하고 좋아하고 있었다.

이제 행동만이 남았다.

달고나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바로 치고 들어가?

껴안고 키스해야 하나 키스부터 하고 껴안아야 되나.

그런데 바로 그때.


까톡


문자가 왔다.

반가왔다. 여친은 없어도 만날 사람은 많은 바쁜 남자처럼 보이고 싶었는데.


평소 문자를 아주 많이 받는 듯한 표정으로 봤다.


[처묵아.. 나 00대학 병원이야 지금 좀 와줘]


!!!

지영이다.

무슨 일이지? 병원이라니. 어디가 아픈가?


“누구예요?”


나의 심각한 표정을 눈치채고 그녀가 묻는다.


“아, 친군데 언제 좀 보자구요 신경 쓸 일 아니에요”


신경이 아주 안 쓰인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바로 다 내던지고 지영이에게 달려갈 수는 없었다.

나는 지영이의 문자는 씹어 버리고

그녀와 달고나 핫케익을 잘라 먹었다.


“음 너무 맛있어!!”


물개박수를 치며 좋아하는 그녀.

하~~ 다 됐고

그냥 확 껴안고 키스하고 싶은 걸 꾹 참았다.

아니. 꾹 참을 이유가 있나?

어차피 지금이냐 10분 후냐의 문제 아닌가?


“진짜 대박. 요리 진짜 잘 하신다”


나는 겸손한 척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애매한 표정으로 슬쩍 웃었다.

그녀는 그렇게 핫케익을 다 먹었고 같이 끓인 커피를 조금씩 마셨다.


그녀가 내 앞에 이렇게 행복한 얼굴로

내가 만든 괴식과 커피를 먹으며 앉아있다는 사실만으로

이제까지 모질게 살아온 댓가를

2프로 정도는 보상 받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까톡


다시 문자가 왔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지영이일 것 같았다.

또 병원으로 와달라는 내용일 것 같았다.


“문자 왔는데 왜 안 보세요?”


“스팸일거예요”


“보지도 않고 아세요? 대단하시다”


일부러 끝까지 보지 않았다.

이 행복한 순간을 지영이 때문에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그냥 문자를 못 본 걸로 합리화하고 싶었는데 그때


드르르르르르르


폰 진동이 울렸다.


받고 싶지 않았지만 안 받으면 그게 더 이상할 것 같았다.


할 수 없이 전화를 받고 화장실로 갔다.

건 사람은 역시 지영이였다.


“... 왜?”


정말 귀찮다는, 정말 난 니 전화를 받을 상황이 아니라는 걸

이 한 마디에 모두 실은 목소리로 내뱉었다.


“..처묵아... 미안한데 ... 좀 와 줘.... 아무도 와 줄 사람이 없어.. ”


너무도 힘들어하는 지영이의 목소리였다.

몇 달전 그렇게 연락이 끊기고 처음 하는 전화였다.

상황이 더 안 좋아진 건가.

아기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솔직히 걱정은 된다. 되지만

내 연애인생의 결정적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걱정보다 더 컸다.


“미안한데 내가 지금 좀 바빠서. 딴 사람 불러. 정말 미안하다”


그리고 답도 듣지 않고 끊었다. (나쁜 놈 MAX ㅜㅜ)

이기적이라고 욕먹어도 지금은 이게 최선이었다.


가슴 한 구석에 아찔할 만큼의 미안함을 접어두고

다시 그녀 앞에 앉았다.

지영이에 관한 일은 다 잊어버리려고 애를 쓰면서.


그녀는 좀처럼 일어설 생각을 하지 않았다.

괜한 연예인,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끄는 것 같다.

사장님 이야기를 슬쩍 할 법도 한데 전혀 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사도 원래 그때가 계약 기간이었고

블로그도 해외여행 갔다 오느라 쉰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뭔가를 기다리는지 시계를 계속 보는 것 같았다.


뭘 기다리는 거지? 설마.

아... 처음 대쉬받은 남자의 깨달음.

내가 액션을 취해야 하는 타임인가. 액션 시그널?


그녀는 나의 적극적 수컷본능을 기다리고 있는 건가. 응 그럴걸.


흠흠 좋다 이제부터 본게임이다. 두둥

어디서 보니까 여자들은 우물쭈물하는 남자를 딱 싫어한단다.

팍 걸고 팍 넘기고 팍 잡고 팍 제끼는

거친 남자, 짐승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남자를 원한단다.


그런데 그게 지금인가?

팍 일어나서 팍 다가가서 팍 잡고 팍 넘겨야 하나?

(그러다 인생 팍 조지는 수가 있다)


내가 망설이고 있는 이 시간에도

그녀도 뭔가를 계속 망설이는 듯 보였다.

기다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초조해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만하면 빼박캔트.

알겠다. 뭘 기다리는지.

그녀는 ‘강한 남자 김처묵’을 기다리고 원하고 있다!

그녀가 내 집까지 온 정성과 기다림에 보답하려면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 액션을 해야 한다. 롸잇 나우!


별안간 갑자기 이유없이 벌떡 일어났다.


...


뜬금없는 기립에 이유있는 어색함

뭔가 말이라도 던져야 이 어색함이 덜해질 것 같다.


“저기.... 그게.... ”


하.. 왜 이러냐. 박력있게 수컷냄새 퍽퍽 나게 좀 해 봐 좀!


“저기요... 그러니까... ”


세상 어색한 말로 어물거리는 나.

세상 순진한 눈으로 나를 보는 그녀.


입이 안 떨어지면 빨리 뭐라도 해.

일어섰으면 뭐라도 해야 할 거 아냐.

하다못해 현관문이라도 잠겼는지 가서 보고 와. 그래야 덜 쪽팔리지.


“현관문, 잘 안 잠긴 거 같던데”


결국 일어나서 하려던 짓은 못 하고

애꿎은 현관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바로 그때.


땡동-


오늘 세 번째로 벨이 울렸다.

누구지?

오늘 오기로 한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인데.


벨을 누른 사람의 얼굴이 모니터폰에 보였다.


!!!!!!


아는 얼굴이었다.

모니터폰에 보인 그 얼굴은

나의 심장을, 두 눈을, 뇌 전체를

시멘트로 처발라버린 듯 굳어지게 만들었다.


이건 ... 악몽이었다


<다음 화에 계속>




혼밥괴식회 ... 오늘도 맛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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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스페셜 – 처묵, 사랑에 빠지다(5) 18.08.18 65 4 12쪽
» ##스페셜- 처묵, 사랑에 빠지다(4) 18.08.17 70 4 11쪽
52 ##스페셜 - 처묵, 사랑에 빠지다(3) 18.08.12 86 4 8쪽
51 ##스페셜 - 처묵, 사랑에 빠지다(2) 18.08.11 86 5 8쪽
50 ##스페셜- 처묵, 사랑에 빠지다(1) 18.08.10 80 4 7쪽
49 마흔다섯번째 괴식- 강냉이, 유부, 라면스프 18.08.09 98 4 7쪽
48 마흔네번째괴식- 달고나 핫케익 단무지 +1 18.08.04 104 4 8쪽
47 ##스페셜 –처묵, 고독한 미식가가 되다(2) 18.08.03 74 4 7쪽
46 ## 스페셜- 처묵, 고독한 미식가가 되다(1) 18.08.02 93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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