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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바에스 님의 서재입니다.

고독한 괴식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모리바에스
작품등록일 :
2018.06.02 21:46
최근연재일 :
2018.08.23 16:25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8,745
추천수 :
300
글자수 :
183,811

작성
18.07.17 23:15
조회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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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8쪽

서른다섯번째 괴식- 자두 스팸 비빔국수

오늘은 어떤 괴식을 만들어볼까?




DUMMY

자두가 제철이다.

엄청 달고 맛있는 자두가 쏟아져 나온다.

그 중에서도 짓무르고 상처난 자두가 있기 마련.


상품가치 없는 것들을 골라내는 것도 내 작업중 하나다.


“물렁물렁한 것들도 다 골라내”

“그런 게 원래 더 달지 않아요?”

“물러 터져서 즙 묻으면 안 팔려”


자두가 즙을 짜면 옆에 자두까지 안 팔린다. 날파리만 꼬이고.

비닐장갑을 끼고 살짝 손으로 만져봐서

물렁거림이 심한 걸 빼낸다.


손으로 주물럭주물럭 거려본다.

주물 주물 주물


....

아, 어떤 건 심하게 물렁거린다.

내 손 모양이나 손의 움직임이나

손에 느껴지는 촉감이 모두

꼭 어느 성별 인체의 한 부분을 연상하게 한다.


과일한테 이러면 안 되는데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이 반응하고

점점 얼굴이 빨개진다.


“자두는 왜 만지작거리고 있어? 터졌어?”


점장이 밑도 끝도 없이 흐르는

의식의 19금 흐름을 적절히 컷팅했다.


“즙 터지기 전에 골라내라고 팀장님이 그러셔서요”

“으응, 근데 얼굴은 왜 그래. 일이 힘들어?”


이럴 땐 모르는 척 하는 게 도와주는 건데

꼭 점장은 이럴 때 사람 좋은 척 간섭한다.


“아뇨. 예...... 좀 힘드네요”

“힘들지. 원래 남의 돈 먹기가 힘들어. 수고.”


...

그래 지금은 빠져주는 게 고맙다.

심하게 물렁거리는 자두 10개정도를 빼서 폐기처분.


오늘은 자두로 무슨 괴식을 해 먹을까.

자두와 같이 먹을 사이드를 찾아본다.

오늘자 폐기되는 통조림. 스팸이다.

그 유통기한 긴 스팸들이

길고 긴 시간을 지나 드디어 폐기되었다.


스팸.

무슨 말이 필요하냐 스팸인데.

그것도 폐기처분된 스팸.

스팸 오브 더 스팸.

스팸계의 최강자가 내 입으로 들어오게 생겼다.


웰컴 투 마이 마우스!

... 꺼이꺼이꺼이

내가 우는 게 우는 게 맞아.


좀 사는 나라에서는 전시가 아닌 한 사람은 먹지 않는다는 스팸.

우리나라에서는 명절 선물 상품으로 불티나게 팔린다.


외국인에게 스팸을 선물로 주면 뭐라고 할까.

“웟더? 내가 너한테 뭘 잘 못 했니. 차라리 욕을 해” feat. 좋고 비싼 번역기


본국에서는 학대받고 차별당하다가 (고기계의 난민이냐)

멀리 우리나라에 와서

우리 고유의 정으로 토착화된 스팸.

스팸의 현지화 신분세탁은 완벽했다.


몸값이 달라진다.

내가 누구냐에 따른 게 아니라

어디 있느냐에 따라

클래스가 달라진다.


나도 다른 나라 가면 몸값이 달라질까.

내가 가진 것들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


‘니가 가진 게 뭔데?’


마음속에 팩폭기가 떴다.


‘와꾸? 스펙? 피지컬? 돈? 직업? 재능? 토익점수? 어학실력? 차? 아파트? 고급시계? 여친? ’


팩폭기가 팩폭을 힙합랩으로 쏴대며 나를 초토화시킨다.


... 왜 여친에서 그만하냐? 더 하지.

쎈 척했다. 이게 화근이었다.


‘요, 하라면 못 할줄 아나? 엑스 여친? 엑스 엑스 여친? 재벌친구? 인맥? 와이프? 엑스 와이프? 자식새끼? 뭐라도 하나 가진 게 있나? 뭘 믿고 깝치나 처묵? 괴식이나 처먹어라 스웩’


팩폭이 핵폭발을 일으켰다.

더 하라고 한 내가 잘못했다. 괜히 쎈 척하다가 개털렸다.

아무 때나 쎈 척 하지 말자.

쎈 척과 털림은 같이 간다. 스웩


털린 마음을 다시 채우기 위해

마지막 괴식 재료는 유통기한 지난 국수로 했다.

밀가루 풋내가 좀 많이 나긴 하지만

대충 양념 넣고 비비면 그런 건 사라진다.

그리고 이 국수에 딸린 비빔장도 따라서 득템.


자, 이제 괴식을 만들어보자.


국수는 삶아야 된다. 딴 거 없다.

물을 끓이고 국수 면을 넣어준다.

엉겨붙지 말라고 젓가락으로 슬슬 저어준다.


학식충때 한번 너무 작은 냄비에 많은 국수를 삶아서

면끼리 들러붙어서 엿가락같이 된 적이 있었다.


엿됐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비주얼 따라 엿같은 국수나 만들어먹자 싶어

국수를 끈적한 물엿에 비벼서 먹었었다.

끈적끈적함으로 들러붙은 면이 더 단단히 들러붙고

하나의 빅엿으로 재탄생하게 되었었지.

그러고 보니 그때부터 나의 괴식의 싹수가 노랗게 자라고 있었네.


엿같은 괴식.

결국은 빅엿으로 날려졌던 괴식

그것이 나의 괴식이 개(開)시발(始發)점이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한 국한문 혼용체 갑툭튀)


스팸은 최대한 잘게 잘라서 바싹 구웠다.

스팸도 막상 구워놓으면 짭쪼름하니 맛이 괜찮다.

고기, 단백질이 희소했던 시절.

많은 사람들이 미군이 가져온 이 스팸을 보고 신기해 했을 것이다.

물 건너 온 것이니 좋은 것일 거고

고기라는데 한참 놔뒀다 따 먹어도 괜찮으니 신세계를 보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한 때 스팸메일 문자의 대표격이었던 김미영 팀장.

우리 마트 회계부서에 김미영 팀장이라고 실제로 있었는데

별명이 친절한 스팸씨이었다.


하도 사람들이 놀려대니까 아예

나중에는 까톡 이름도 김스팸이라고 적고

모두들 김스팸 실장이라고 부르고

도시락도 스팸김밥만 싸오고

아예 영어이름을 스팸킴이라고 명함에 박았다는 ...

스팸 회사의 숨겨진 아들의 친구의 사촌의 딸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스스로 스팸을 즐기는 듯 했다.

그 분이 늘 하는 말


‘스팸 무시하지마. 그거 보내는 사람들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어머니고 딸이야’


스팸의 가족까지 챙기는 친절함.

진짜 본인은 스팸 무시 절대 안 하고

친절하게 하나 하나 꼼꼼히 다 읽어봤다고 한다. (인성 낭비 ㅜㅜ)


그러다 한 건 거하게 낚여서 돈을 몇 백 날렸단다.. (뜻밖의 생선행 ㅜㅜ)

과도한 친절은 봉변을 가져오기도 한다.


자두는 씻었다.

하도 물러져서 씻다가도 즙이 터져나온다.

손만 대면 자동적으로 즙터짐. 착즙 MAX


좋다 나도 인내심의 한계가 있다. 폭발 MAX

대충 과도로 과육을 잘라내고 씨도 발라내고

숟가락으로 꾹꾹 눌러 짓이겨준다. 빻아준다.


기다렸다는 듯이 터져나오는 즙과

동시에 허물어지는 과육이 난장을 이룬다.

살짝 맛을 봤다.


아... 오래 묵어서 그런지 새콤 달콤에 탄산까지 느껴진다.

천연 과일 탄산수.

그걸 생과일 상태에서 맛보게 해 주는

폐기자두의 뜻밖의 은혜로움.


이제 그렇게도 고대하던 만남이 이루어진다.

국수에 으깨진 자두에 스팸을 고명처럼 넣어주고

딸려온 고추장 비빔장을 넣고 비벼준다.


비주얼로도 그닥 나쁘지 않다.

불그스럼한 양념장과 빨갛고 노란 자두가 시작적 상승효과를 가져왔다.

회오리처럼 비비고 난 뒤

열심히 달린 보람을 느끼며 한 입 먹었다.


먹어 본 후의 느낌은 바로

@@ @@ @@


비빔장과 자두즙이 만나면서 맛이 완전히 변했다.

원래 비빔장이 가져야 할 미덕인

새콤 달콤함이 몇 배로 전투력 증강되어

평범한 비빔국수의 예상 가능한 맛을 압도한다.


걔들이 그냥 국수라면 이것은 티오피.

원빈 빙의로 씨에프 나혼자 찍어본다.


새콤 일색인 입안에

스팸이 작은 저항을 일으킨다.

짭쪼름한 간을 채워주며 씹히는 질감을 더해

불완전한 자두 국수를 완성시킨다.


그냥 국수는 나를 처먹게 하고 이것은 나를 감동하게 한다.


‘스팸 무시하지마.’


김스팸 팀장의 말이 떠올랐다.


네 무시 안 합니다.


그리고 오늘의 메인인 자두.

상처받고 오래됐지만

오늘 괴식은 그 농익음이 최대한 빛을 발한

자두의 하드캐리라고 할 수 있다.


다 먹어가는데 전화가 온다.

무심결에 받았는데


‘김처묵 고객님 본인이십니까?’


예쁜 목소리다.


‘네 그런데요’

‘고객님께서 저희 00론 지원 대상자에 선정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여자랑 전화로 말하는게 너무 오랜만이고

느낌도 그닥 나쁘지 않아서 계속 대화를 주고 받았다. 그러다


‘근데 혹시 결혼하셨어요?’

내가 물었다.

그러자 찝쩍을 감지한 듯 단호하게 말한다.


‘네 애가 세살입니다’


‘네에~ 잘 키우세요’ 하고 바로 끊었다.


흥, 스팸 따위에 낚일 김처묵이 아니야.

남은 국수도 맛있게 잘 먹었다.




혼밥괴식회 ... 오늘도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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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스페셜- 처묵, 사랑에 빠지다(4) 18.08.17 69 4 11쪽
52 ##스페셜 - 처묵, 사랑에 빠지다(3) 18.08.12 86 4 8쪽
51 ##스페셜 - 처묵, 사랑에 빠지다(2) 18.08.11 86 5 8쪽
50 ##스페셜- 처묵, 사랑에 빠지다(1) 18.08.10 80 4 7쪽
49 마흔다섯번째 괴식- 강냉이, 유부, 라면스프 18.08.09 98 4 7쪽
48 마흔네번째괴식- 달고나 핫케익 단무지 +1 18.08.04 104 4 8쪽
47 ##스페셜 –처묵, 고독한 미식가가 되다(2) 18.08.03 74 4 7쪽
46 ## 스페셜- 처묵, 고독한 미식가가 되다(1) 18.08.02 93 4 8쪽
45 마흔세번째 괴식 – 쫄면 김밥 합체 18.07.28 77 4 7쪽
44 마흔두번째 괴식- 참치전 바나나 초콜렛쨈 18.07.27 74 4 8쪽
43 마흔한번째 괴식 – 망고 젤리곰 이온국수 +2 18.07.26 108 4 8쪽
42 마흔번째 괴식- 명란 오디 마요 우동 18.07.25 77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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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스페셜 웃기는 괴식 - 만두 수박 냉면 빙수 18.07.20 89 3 7쪽
38 서른여섯번째 괴식 – 트러플소금 오일 발사믹 feat. 블루베리 18.07.19 73 3 9쪽
» 서른다섯번째 괴식- 자두 스팸 비빔국수 18.07.17 83 3 8쪽
36 서른네번째 괴식 – 석류 보양 한방밥 18.07.16 117 3 8쪽
35 서른세번째 괴식 – 아보카도 시리얼 술밥 18.07.14 94 3 9쪽
34 서른두번째 괴식 – 소고기구이 키위드레싱 깻잎 18.07.14 88 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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