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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바에스 님의 서재입니다.

고독한 괴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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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모리바에스
작품등록일 :
2018.06.02 21:46
최근연재일 :
2018.08.23 16:25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8,743
추천수 :
300
글자수 :
183,811

작성
18.07.28 21:16
조회
76
추천
4
글자
7쪽

마흔세번째 괴식 – 쫄면 김밥 합체

오늘은 어떤 괴식을 만들어볼까?




DUMMY

내일부터 휴가다 휴가다 휴가다 휴가다


딱히 할 일도 갈 데도 없지만

휴가라는 사실 자체가 너무 좋다


하루종일 에어컨 틀어 놓고

배달음식 시켜먹으면서 뒹굴뒹굴 할 수 있다.

일시적이지만

연쇄겨땀마에서 연쇄뒹굴마로 렙업할 수 있다 !!


♬ 오른 쪽으로 뒹굴고, 왼 쪽으로 뒹굴면

벽만 보이네~~ (feat. 이국주)


(주의: 좁은 원룸에서 심하게 뒹굴면 님 다치는 건 모르겠고

벽에 금이 가서 무너지는 수가 있습니다 PPL by 부실건축업협의회 )


플러스, 옵션으로 아직 정한 건 없지만


바다나 계곡도 갈 수 있...?

거기서 여자도 만날 수 있..?

여자랑 사귈 수도 있...?


오오오오오 마성의 쓰리 ‘있’ !!!


상상만으로도 업된다


아무도 먼저 나랑 가자고 하지 않는다면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나빼고 다들 떠나기 전에 선수치자


딱 봐도 휴가계획 아직 없을 것 같은 친구들에게 까톡을 날렸다.


“나 내일부터 휴가다. 너네님들은 뭐할거임? ”


....

답이 없다.

아직 못 봤나?


...??

의도적 쌩인가?


워워. 친구놈들이 뭐 나의 까톡을 24시간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고.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기로 하고 괴식 재료를 찾아본다


나랑 휴가기간이 겹치는 분식파트의 조리사 아주머니께서

감사하게도 남은 재료를 챙겨 주셨다.


김밥 재료들중에 오늘 쓰려다 못 쓴 것들 오이, 시금치, 김 등


쫄면 재료도 챙겨 주셨다. 사리, 비빔장, 삶은 계란


내가 인생을 괜찮게 살았나보다.

별로 친하지도 않은 나한테 뭐라도 하나 더 챙겨주실려고 하시네.

역시 착하게 살면 누군가는 알아주나보다.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내 감사의 표현에 씽긋 웃는 조리사 아줌마


“아유 그 정도 가지고 뭐얼~~ 그리고 가는 길에 요것 좀 살짝 밀어넣고 가”


요것이라 함은 무엇?

!!!!

오늘까지 창고에 넣어야 하는 식자재 박스,

그것도 엄청 무거워 보이는 박스 대여섯개를

여기서 걸어서 10분도 넘는 창고까지 끌고 가서

정리까지 하고 가라시네. 씽긋 웃으면서.

이 더위에 빈 손으로 창고까지 가는 것도 힘든데

내 일도 아닌데

저 무거운 걸 끌고. 허얼~~~~


하루종일 팔다가 남은 거 싸주면서 너무 큰 걸 바라는 거 아닌가요?


차마 입으로는 말 못하고 눈으로 말했다.


“나는 허리 다리 아파서 힘들지만

처묵 총각은 장정이자너~ 총각인데 딴 데 힘 쓸 데도 없자너어~ ”


내가 총각이라고 아줌마가 득 보실 건 아니죠.


“김밥이랑 쫄면 맛있게 먹고~ 부탁해 총각 껄껄껄”


자기의 할 일을 장사하다 남은 반찬 부스러기와 퉁치는 마인드.

그래. 저래야 이 세상 편하게 산다.


마지막 남은 땀을

남의 박스 끌고 가서 정리하는데 다 탕진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총각이라는 것과

아줌마가 편하게 사는 것과의 상관관계를 생각하며.


??

아무 관계없는 거 같은데?


기왕 강제 퉁친 거 맛있게나 먹자


김밥& 쫄면

너무나 식상한 분식집의 단골 세트 메뉴


오늘은 괴식이 아니라 분식이겠다...

정상식의 복귀라는 안도감과

괴식의 일탈이라는 아쉬움이 교차한다.


자, 안도감과 아쉬움 둘 중 누가 더 옳았는지

이제부터 괴식을 만들어 평가해보자.


김밥을 싸려고 보는데 ... 밥이 없네

즉석밥을 찾는데 .... 즉석밥도 없네.

이런 오랜만에 C BAL


붕어빵에 붕어가 없는 것도 아니고

김밥 싸려는데 밥이 없냐.


지금이라도 새로 밥을 해? 노노 귀찬.

없으면 없는대로 괴식이나 해 먹자

언제 정상적인 음식 처묵질했다고.


밥은 나중 문제로 미루고

오이. 너부터 손보자.

오이는 감자깎는 칼로 아주 얇게 저미듯 잘라서

채를 대충 썰어준다.


시중에 채칼도 팔지만, 요리 프로그램에서 채칼도 많이 쓰지만

병원 응급환자로 실려오는 사람중에

채칼에 손가락 썰린 사람이 그렇게 많단다. 진짜.


편한 만큼 리스크도 크다.

익숙하면 쓰지만 아니면 비추


시금치는 고맙게도 김밥에 바로 넣을 수 있는 상태다

참기름 소금간으로 잘 무쳐져 있다.


다음 쫄면. 사리만 삶으면 땡.

삶은 계란 껍질을 살살 까준다.

그 반짝거리는 민두와 민낯이 드러난다.


어렸을 때, 좀 오래된 고전 공포영화에

머리풀고 소복입은 귀신이 쓱 돌아보면


두둥


눈코입이 없고 얼굴이 백지.

그래서 달걀귀신이라는 말이 있었나.


귀신에게 긴 헤어는 필수 아이템이다.

파마머리건 생머리건 염색했건 안 했건


대머리 귀신은... 글쎄 개그 소재나 될까.


니 머리 내놔 니 머리 내놔~


조명에 반짝이는 정수리를 드러내며

모발재벌충한테 밤마다 구걸반 협박반하는 귀신이라.

간지 실종이다.


여러분, 모발이 이렇게 중요한 겁니다. (PPL by 모발이식업협회)


아직은 풍성한 내 머리털을 자랑스럽게 쓱 만져준다.

묻어나오는 하얀 비듬조각들.

아무것도 못 본 듯 쓱 바지에 털어준다.


자, 삶은 쫄면사리에 양념장 투하.

마구마구 돌리고 비비고 휘젓고

사리 하나 하나에 양념 하나 하나가 일대일 매칭하듯

어느 사리 하나 왕따당하는 일 없이 골고루 붉게 물들여준다.


밥이 없으니까.

좋다, 그까이꺼. 김에 쫄면을 말자. 밥 대신.

오케? 그래 이래야 괴식이지.


김에 쫄면을 밥대신 베이스로 깔아주고

그 위에 채 썬 오이.

삶은 계란의 노른자를 개빻아서 깔아주고

흰자는 흰자대로 짓이겨서 듬성듬성 얹어준다.

그 위에 시금치를 최종적으로 드러눕게 해

김밥 아니 김쫄의 내부 컨텐츠를 마무리한다.


쫄면 양념장의 수분 때문에 김이 급속도로 눅눅해진다.

그러니까 밑에 김을 한 장 더 깔자.

그런 다음 두 장의 김과 함께 쫄면과 내부 컨텐츠를 돌돌 만다.


뒹구루르ㅡ


자, 김밥 + 쫄면의 합체. 김쫄

언제나 지가 메인인 듯 나대던 밥을 없애고

쫄면으로 밥의 빈 자리를 메운 희대의 분식이자 괴식이다.


김밥처럼 썰어서 먹어보았다.


오? 이거 재미있는 맛이다.


김밥 재료와 쫄면 재료가 겹치는 맛에서

김밥과 쫄면의 일상적인 맛을 기대하는 순간

예상을 뒤엎는 쫄면만의 질감과 칼칼한 매운 맛이

오늘 괴식의 메인임을 선언하고 나선다.


오이의 시원함, 시금치의 고소함, 삶은 계란의 친숙함이

낯설 수도 있었던 쫄면김말이를 친근하게 도와준다.


그냥 쫄면을 먹을 때와는 기분이 백퍼 달랐다.

김밥 모양으로 잘려진 것도 그러했지만

김은, 쫄면위의 고명같은 부속적인 역할을 거부하고

살짝 비릿한 김맛의 풍미를

쫄면 천하에 더해주며

준 메인같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맛이 최고다... 라기 보다는

재미있고 독특하다는 말이 더 정확할 듯.


재미있음.

그것은 내 괴식의 목표다.

그리고 재미있음은 행복의 재료다.


오늘은 의외의 김쫄이 낳은

뜻밖의 쫄잼이었다.


쫄잼

휴가잼

탈겨땀잼

뒹굴뒹굴잼

여친기대잼


이거 전부 다 더해서

행복 여름 소취!!!


괴식은 행복이다.




혼밥괴식회 ... 오늘도 맛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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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마흔일곱번째 괴식- 누룽지 자몽 단팥빵 18.08.23 123 4 7쪽
55 마흔여섯번째 괴식- 남자의 기, 장어구이 18.08.19 80 4 8쪽
54 ##스페셜 – 처묵, 사랑에 빠지다(5) 18.08.18 65 4 12쪽
53 ##스페셜- 처묵, 사랑에 빠지다(4) 18.08.17 69 4 11쪽
52 ##스페셜 - 처묵, 사랑에 빠지다(3) 18.08.12 86 4 8쪽
51 ##스페셜 - 처묵, 사랑에 빠지다(2) 18.08.11 86 5 8쪽
50 ##스페셜- 처묵, 사랑에 빠지다(1) 18.08.10 80 4 7쪽
49 마흔다섯번째 괴식- 강냉이, 유부, 라면스프 18.08.09 98 4 7쪽
48 마흔네번째괴식- 달고나 핫케익 단무지 +1 18.08.04 104 4 8쪽
47 ##스페셜 –처묵, 고독한 미식가가 되다(2) 18.08.03 74 4 7쪽
46 ## 스페셜- 처묵, 고독한 미식가가 되다(1) 18.08.02 93 4 8쪽
» 마흔세번째 괴식 – 쫄면 김밥 합체 18.07.28 76 4 7쪽
44 마흔두번째 괴식- 참치전 바나나 초콜렛쨈 18.07.27 74 4 8쪽
43 마흔한번째 괴식 – 망고 젤리곰 이온국수 +2 18.07.26 108 4 8쪽
42 마흔번째 괴식- 명란 오디 마요 우동 18.07.25 77 4 8쪽
41 서른아홉번째 괴식- 뻥튀기 아이스크림 햄 고추장 18.07.24 91 4 10쪽
40 서른여덟번째 괴식- 고구마 곶감 사이다 +2 18.07.21 112 6 7쪽
39 ##스페셜 웃기는 괴식 - 만두 수박 냉면 빙수 18.07.20 89 3 7쪽
38 서른여섯번째 괴식 – 트러플소금 오일 발사믹 feat. 블루베리 18.07.19 73 3 9쪽
37 서른다섯번째 괴식- 자두 스팸 비빔국수 18.07.17 82 3 8쪽
36 서른네번째 괴식 – 석류 보양 한방밥 18.07.16 117 3 8쪽
35 서른세번째 괴식 – 아보카도 시리얼 술밥 18.07.14 94 3 9쪽
34 서른두번째 괴식 – 소고기구이 키위드레싱 깻잎 18.07.14 88 4 6쪽
33 서른한번째 괴식- 호떡믹스 쭈꾸미 콩나물 18.07.12 89 3 7쪽
32 서른번째 괴식 – 훈제오리 참외 바게트빵 18.07.11 89 3 7쪽
31 스물아홉번째 괴식 – 단호박 감말랭이 애플쥬스 +2 18.07.10 72 3 6쪽
30 스물여덟번째 괴식- 핫소스 굴 그라탕 18.07.09 83 3 6쪽
29 스물일곱번째 괴식- 홍시 도토리묵 냉면 18.07.07 75 3 7쪽
28 스물여섯번째 괴식- 닭다리 육개장 계란반숙 +2 18.07.07 102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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