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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바에스 님의 서재입니다.

고독한 괴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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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모리바에스
작품등록일 :
2018.06.02 21:46
최근연재일 :
2018.08.23 16:25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8,746
추천수 :
300
글자수 :
183,811

작성
18.07.07 21:39
조회
75
추천
3
글자
7쪽

스물일곱번째 괴식- 홍시 도토리묵 냉면

오늘은 어떤 괴식을 만들어볼까?




DUMMY

마트 냉동고 정리하는 날.

정말 이런 것도 있었었나 하는

냉동식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도 오래되어서 뭔지 알 수 없는 것들.

성에가 끼어 도저히 뭔지 모르겠는 것들.


내가 아무리 폐기식품 전문처리 위장을 가졌다고 해도

사람인지라.. 그래도 사람인지라 차마 못 먹을 것들이었다...


잘 녹이면 먹을 수 있을지 몰라도

이렇게 냉동 된 건 해동 즉시 먹어야 한다.

안 그러고 놔두면 다른 것 보다 부패 변질이 훨씬 빠르다.


그런데 그 중에 눈에 확 드러오는 저 오렌지빛 컬러.

냉동식품 계의 꽃. 아이스 홍시!


워낙 인기상품이라

달라 소리는 못 하고 남한테 뺏길까 계속 보고만 있는데


“가져가”


내 속마음을 알았는지 점장님의 쿨한 한 마디.


땡큐 썰 SIR

아이스 홍시는 값도 비싸고

보존상태가 괜찮은 편이면서

디저트용으로는 고급에 속하는 상품이다.

그런 귀한 음식을 나한테 주시다니.


뜻밖의 감동이 가슴에 밀려온다.

내가 그동안 점장님을 오해했었나보다.

나의 젊음과 패기, 명민함, 예리한 판단력과 요리에 대한 감수성을

몰래 질투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드디어 나에 대한 질투를 극복하고

현실 인정과 관용의 단계로 올라서셨네.


짝 짝 짝


인간승리에 박수를 보낸다.


응원합니다 점장님! 파이팅!


점장님의 인성 렙업을 축하하며

홍시의 출고 날짜를 본다.


[2014년 0월 0일]

??


2014면 언제냐. 김연아가 소치에서 은메달 땄던 그 때냐?

얼마나 묵은 건지 계산해본다.


2018-2014=4

(계산이 깨끗하고 아름답다. 받아올림 같은 것도 없고)


4년도 더 된 거네

점장. 당신은 4년이나 묵은 걸 알고 나한테 준다고 한 거였어?

...


나의 젊음과 패기, 명민함, 예리한 판단력과 요리에 대한 감수성,

이 모든 걸 가진 나 김처묵에 대한

질투를 극복하지 못했던 것이다. 점장은.


아까 박수 쳤던 거 회수한다.

-짝 –짝 -짝


그리고 4년 묵은 아이스홍시를 데리고 집으로 온다.


홍시만 가져온 게 아니라

여름 특별상품으로 출시된

도토리묵+ 냉면육수 패키지 하나도 가져왔다.


얘들은 진짜 진짜 너무 많이 남아서

그것도 사원들끼리 됐다고 서로 너 먹으라고 안 가져가서

할 수 없이 내가 가져왔다.


왜 그러지? 건강식인데

가만히 보면 단가가 비싼 건 재고라도 불티나게 경쟁이 붙고

싼 건 서로 미룬다.


그런데 그건 당연한 거다.

누구라도 비싸고 더 가치있는 음식을 원할테니까. 나 빼고.


남들이 서로 안 가져가려는

아이스 홍시, 냉면육수, 도토리묵이 오늘 괴식의 재료다.


자, 이제 괴식을 만들어보자.


냉면육수를 차게 냉장고 안에 넣는다.

아이스 홍시는 오는 길에 많이 녹았지만 아직도 꽝꽝이다.

그렇겠지. 4년을 얼었으니.


4년전 나는 22살.

인생의 황금기.

싱싱하고 파릇파릇한 대학 2학년....은 기억 왜곡.


아, 오금이 저려온다. 그 촌빨 날리던 시절.

지워버리고 싶은 여자 수난의 흑역사.


친구 여친한테 껍쩍대다가 터지고

좋아하던 여자한테 대놓고 모욕당하고

바람맞고 배신당하고 차이고 또 차이고 욕먹고 디지게 욕처먹고

전립선 쪽만 왕성하게 혼자 열일하던.

그거 또 수습하느라 크리*스 몇 박스 날리던 그때.


그때부터다. 본격 프로야동러로 뛰어든 건.

그리고 다행히 큰 사고 안 치고 잘 살고 있다.

지금도 똑같다.

크리*스에서 좀 더 싸고 양 많은 노브랜드로 바뀐 거 빼고.


젊을 때라고 다 좋을 때는 아니다.

젊음과 돈을 바꾸자면 바꾸겠냐고?

그때로 돌아가라고 싶냐고?


장렬하게 희생한 휴지들한테 못 할 짓이다.


생각난 김에 잠시 묵념... 잊지않겠다. 그날의 수고를.


경건해진 마음으로 홍시를 빨리 녹도록 칼로 잘라준다.

칼이 힘이 좋아야 할 것 같아

과도가 아닌 식칼로 홍시를 자르기로 한다.


홍시를 놓고 식칼로 썰어주는데

얼어서 칼도 잘 안 들어간다.


힘을 모아 꾹 눌렀다.

아. 그러니까 칼이 안 빠지네.

진성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

칼이 홍시에 박힌 채로 놔둔다.


아. 보기가 좀 그러네.

여러 가지 야한 의인화가 상상이 된다.


???? !!!!!!

⑲⓳⑲⓳⑲⓳⑲⓳⑲⓳


더 이상의 자세한 19금은 생략한다.


상상의 확인

그리고 이어지는 침묵과 사색


아니다. 아무도 그 누구의 똘똘이도 저 식칼 같지는 않다.

조물주가 그렇게까지 몰빵은 안 할 거다... 그건 반칙이니까.


저대로 녹게 놔두고

아까 냉장고에 둔 냉면육수를 꺼내고

패키지로 따라온 도토리묵을 끓는 물에 데쳐준다.


도토리묵. 진짜 맛의 존재 자체가 없는 음식.

아. 약간 씁쓸한 맛은 있다.

묵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맛으로 먹는다고 한다.

아직 나는 이해할 수 없지만. 아무튼.


데친 묵을 묵국수처럼 길고 얇게 잘라준다.

자를려면 식칼이 필요한데

홍시한테 박혀서 아직도 저러고 있다.


묵은 어쩌라고 홍시한테만 박혀있냐.

홍시를 살살 달래듯 식칼을 조심스럽게 움직여본다.

그동안 홍시도 녹아서 칼이 조금씩 빠진다.


응급상황을 잘 넘겼다.

사람같으면 119 부를 상황이었는데 잘 해결.

아 그러고보니까 119가 1 19네? 소오오름

놀라운 발견이지만 욕 처먹기 전에 자제하자.


***119 소방관 여러분^^ 응원하고 존경합니다^^ (진심입니다)***


뜻밖의 19금 사태를 잘 해결하고

이제 담아서 먹기만 하면 된다.

유사 19금방에서 먹방으로 잘 갈아타자.


식칼로 도토리묵을 잘게 썰어준다.

그 묵에 찬 냉면육수를 담아준다.

그 위에 아이스 홍시를 먹기 좋게 썰어서 넣는다.


야~~ 일단 묵의 회색같은 갈색과

아이스 홍시의 주황색이 너무 잘 어울린다.

마치 프리미엄 리그 어느 팀의 유니폼 같다.

세련되면서 화려한 듯 화려하지 않은

4년 묵은 홍시의 비주얼적 승리.


맛은 어떨까.

묵을 먹는다. 냉면 육수도 같이 흡입하고

그 쌉쌀한 맛이 채 가시기 전에

아이스 홍시를 한 입 베어문다.


아~~~ 이건 감동이야.

홍시의 쌀쌀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촌스런 묵의 떫은 맛을 포용한다.

늙은 얼음공주와 어리버리 촌놈의 결합같은

예상치 못한 반전의 드라마.


드라마를 써야 돼 드라마를.

그래야 감동이 샘솟는다.

맛의 감동과 시각적 감동을 넘어

다 죽어간 폐기 식품을 살려냈다는 감동.


감동 MAX, 감동의 도가니

그 주인공은 홍시 도토리묵 냉면.


오늘은 최고였다.




혼밥괴식회 ... 오늘도 맛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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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마흔일곱번째 괴식- 누룽지 자몽 단팥빵 18.08.23 123 4 7쪽
55 마흔여섯번째 괴식- 남자의 기, 장어구이 18.08.19 80 4 8쪽
54 ##스페셜 – 처묵, 사랑에 빠지다(5) 18.08.18 65 4 12쪽
53 ##스페셜- 처묵, 사랑에 빠지다(4) 18.08.17 69 4 11쪽
52 ##스페셜 - 처묵, 사랑에 빠지다(3) 18.08.12 86 4 8쪽
51 ##스페셜 - 처묵, 사랑에 빠지다(2) 18.08.11 86 5 8쪽
50 ##스페셜- 처묵, 사랑에 빠지다(1) 18.08.10 80 4 7쪽
49 마흔다섯번째 괴식- 강냉이, 유부, 라면스프 18.08.09 98 4 7쪽
48 마흔네번째괴식- 달고나 핫케익 단무지 +1 18.08.04 104 4 8쪽
47 ##스페셜 –처묵, 고독한 미식가가 되다(2) 18.08.03 74 4 7쪽
46 ## 스페셜- 처묵, 고독한 미식가가 되다(1) 18.08.02 93 4 8쪽
45 마흔세번째 괴식 – 쫄면 김밥 합체 18.07.28 77 4 7쪽
44 마흔두번째 괴식- 참치전 바나나 초콜렛쨈 18.07.27 74 4 8쪽
43 마흔한번째 괴식 – 망고 젤리곰 이온국수 +2 18.07.26 108 4 8쪽
42 마흔번째 괴식- 명란 오디 마요 우동 18.07.25 77 4 8쪽
41 서른아홉번째 괴식- 뻥튀기 아이스크림 햄 고추장 18.07.24 91 4 10쪽
40 서른여덟번째 괴식- 고구마 곶감 사이다 +2 18.07.21 112 6 7쪽
39 ##스페셜 웃기는 괴식 - 만두 수박 냉면 빙수 18.07.20 89 3 7쪽
38 서른여섯번째 괴식 – 트러플소금 오일 발사믹 feat. 블루베리 18.07.19 73 3 9쪽
37 서른다섯번째 괴식- 자두 스팸 비빔국수 18.07.17 83 3 8쪽
36 서른네번째 괴식 – 석류 보양 한방밥 18.07.16 117 3 8쪽
35 서른세번째 괴식 – 아보카도 시리얼 술밥 18.07.14 94 3 9쪽
34 서른두번째 괴식 – 소고기구이 키위드레싱 깻잎 18.07.14 88 4 6쪽
33 서른한번째 괴식- 호떡믹스 쭈꾸미 콩나물 18.07.12 90 3 7쪽
32 서른번째 괴식 – 훈제오리 참외 바게트빵 18.07.11 89 3 7쪽
31 스물아홉번째 괴식 – 단호박 감말랭이 애플쥬스 +2 18.07.10 72 3 6쪽
30 스물여덟번째 괴식- 핫소스 굴 그라탕 18.07.09 83 3 6쪽
» 스물일곱번째 괴식- 홍시 도토리묵 냉면 18.07.07 76 3 7쪽
28 스물여섯번째 괴식- 닭다리 육개장 계란반숙 +2 18.07.07 102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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