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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바에스 님의 서재입니다.

고독한 괴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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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모리바에스
작품등록일 :
2018.06.02 21:46
최근연재일 :
2018.08.23 16:25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8,744
추천수 :
300
글자수 :
183,811

작성
18.07.12 22:17
조회
89
추천
3
글자
7쪽

서른한번째 괴식- 호떡믹스 쭈꾸미 콩나물

오늘은 어떤 괴식을 만들어볼까?




DUMMY

예전엔 상상도 못했던 많은 음식을

요즘은 집에서 쉽게 간편하게 해 먹을 수 있게 되었다.


피자도 그렇고 우동, 호떡, 팬케익 등등

식품회사에서 간편식 상품을 많이 출시한다.


그런데 이게 항상 잘 팔리는 건 아니다.

여름에 호떡 믹스가 안 팔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지난 가을에 출시된 호떡믹스가 유통기한을 다 채우고 폐기 처분이 내려졌다.

오호 오늘은 한 여름의 호떡?

괴식의 계절음식은 거꾸로도 간다.


해산물코너에 쭈그러져 있던 쭈꾸미도 폐기가 결정되었다.

살짝 비린내가 짙은 게 맛이 가기 직전이다


웰컴 투 마이 위장!


내 위장은 맛 간 폐기음식물을 언제든지 환영한다.


그다음, 오늘 폐기식품은....

아. 드디어 그 분이 오셨다.


콩나물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콩나물.

난 콩나물의 맛도 아니고 값도 아니고

생긴 게 마음에 안 든다.


“도대체 쟤는 왜 저렇게 생겼지?”


콩나물의 외모를 심판자인 듯 디스하는 중에

어디서 거울을 강제 소환하는 소리가 들린다.


‘거울아 거울아 가서 처묵이 면상 좀 비춰줘라’

...

나도 안다.

내가 누구 외모 탓할 입장 아니라는 거.


그런데 콩나물은 정말 너무 기괴하게 생겨먹었다.

대가리만 딥다 크고 몸은 호리호리하고

무게중심을 무시한 비과학적 신체 구조.


꼭 못생긴 외계인 같지 않냐??

그냥 얘는 비주얼은 패스하고

국같은 데 때려 넣어서 시원한 맛 내라고 있는 애다.


그런데 그 콩나물이 오늘 괴식의 재료네?


자, 이렇게 해서

호떡 믹스, 쭈꾸미, 콩나물로 만들어질

오늘의 괴식을 시작해보자.


???

햐~~ 이런 조합은 처음이라 뭘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호떡믹스의 포장지에 적힌 레시피를 읽어보았다.

가루에 물을 붓고 40도 물?

물 온도를 꼭 맞추라네? 그걸 어케 맞추냐 온도계도 없는데.


거기다 반죽을 해서

오므려서 뭘 넣고 그걸 예열한 프라이팬에....


됐다. 패스

나만의 괴식 호떡을 나만의 레시피로 만들어보자.


혁명은 내 안에 있다.

호떡믹스여 깨어나자!

틀에 박힌 공장형 레시피를 벗어던져라!


혁명을 부르짖으며

콩나물이랑 쭈꾸미로 무슨 호떡을 만들까 머리를 굴리는데.

!!!

아 그래 씨앗호떡!

호떡 안에 씨앗이 들어있어서 히트 친 그거.


호떡 안에 콩나물 대가리를 넣는거다.

씨앗과 콩나물 대가리.

일단 비주얼상 싱크로율 98프로는 되니까.


오케.


콩나물을 대충 씻어서 대가리만 딴다.

엄지와 검지로 힘을 주어

딱딱 대가리를 떼어낸다.


아~~~ 꼭 외계인들 목 따는 기분이다.


외계인의 단두대.

함부로 지구에 들어와 콩나물 행세를 하며

불법으로 아무 음식에나 침입해

그 음식 고유의 맛을 변하게 하고

어떤 음식이든지 콩나물이 들어가기만 하면

콩나물이 메인인양 이름도 콩나물 000 으로 바꾸게 만든 죄.


그 죄값으로 딴 목들이 벌써 수북히 쌓였다.


자, 그다음 쭈꾸미.

쭈꾸미를 물에 박박 씻었다.


문어 미니멀 같이 귀엽게 생긴 놈들,

얘들도 콩나물 대가리와 함께

호떡 안에 넣어줄거다.

타코야키 같은 맛이 될 것 같다.


콩나물 대가리와 쭈꾸미를 최대한 높은 열로 빠르게 익혀준다.

익어서 자꾸 튀는 콩나물 대가리와

열 받아서 더 오그라드는 쭈꾸미


쭈꾸미. 이름만으로 정감이 가는 생물체다.

네이밍은 정말 중요하다.


어떤 물체 또는 생물체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결정적 요인이

첫인상과 이름이다.


첫인상은 그냥 생긴 게 그 모양이라 어쩔 수 없다만

이름은 얼마든지 바꿀 수도 있고

이름 짓는 사람 마음에 달린 거다.


그런데 그 이름을 받은 사람은

자기가 선택한 이름도 아닌데 평생 그 이름의 이미지를 안고 살아야 한다.

내가, 그 대표적인 희생양이다...


김처묵.

작명 실패 사례로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그 이름


꺼이꺼이꺼이


뜻은 좋은 뜻이라지만 발음도 신경을 쓰셨어야죠 부모님.

이름대로 인생이 풀린다잖아요.

자식 새끼가 그렇게 처먹고 살길 바라셨나요??


언젠가 정식으로 부모님께 항의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부모님의 반응이 딱 이랬다.


ㅋㅋㅋㅋ


“변명이라도 하시지 자식이 정식으로 항의를 하는데 ㅋㅋㅋ이 뭡니까”


그러자 옆에서 보고 있던 누나와 여동생.


“그 와꾸에 딱이구만 그럼 그 얼굴에 원빈이면 괜찮을 거 같냐? 길 가다 처맞을 수도 있어”


“인정. 차라리 욕 먹는 게 낫지.“


“그래서 이름이 욕이잖아. 처묵이”


혈육들아. 니들 와꾸도 만만치 않아. 유전자가 나만 망친 줄 아니?


쭈꾸미만 해도 이름이 쭈꾸미니까

종족이 생존하는 그 날까지 문어나 오징어 옆에서 쭈구리고 살아야 할 것 같잖아.


이름이 업보다.


또 들린다 거울 강제 소환하는 소리.

‘거울아 거울아 가서 처묵이 면상 좀 비춰줘라’


...

면상도 업보다. 강제인정


드디어 외계인 대가리와 문어 미니멀을 포용해 줄

문제의 믹스 반죽 시간이 돌아왔다.


물 온도고 뭐고 무시하고

계량 무시하고

그냥 물을 조금씩 넣어준다.


그리고 반죽을 친다. 떡을 친다.

치고 또 치고 계속 치고 폭풍같이 치고 지칠 때까지 치고 쉴 틈 없이 치고 미친 놈처럼 친다.

다른 떡도 따로 쳐둔다.

이 떡도 다시는 떡 칠 일 없을 것처럼 죽을 힘을 다 짜내서 끝장 볼 때까지 친다.


....

다 쳤냐?


하~~~~~ 긴 떡침이 끝나고 떡 친 후 피로가 몰려온다.

나가서 담배 한 대 피면서 인생에서 떡의 의미를 생각하고 싶다.


잔잔한 현타가 지나가고


이제 씨앗으로 위장한 콩나물 대가리와 문어 미니멀 쭈꾸미를

떡 친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그 위에 얹어준다.

양념 삼아 msg를 섞은 올리고당을 한 숟갈 떨어뜨린다.

그리고 따로 친 떡을 그 위에 포개서 잘 봉합시켜 준다.


이제 큰 냄비에 넣고 약한 불에 뒤집어 가며 완전히 익힌다.


흠~~ 익어가는 냄새 굿~~~~


한참 익은 후에 노릇노릇해진 호떡을 꺼낸다.


이건 정말 맛이 궁금해진다.

솔직히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망했거나 개망했거나.


그런데 한 입 먹는 순간

최소 망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콩나물 대가리에서는 익힌 콩의 고소한 맛이 났고

콩 비린내를 쭈꾸미의 짭쪼름함으로 가려주면서

msg 섞은 올리고당이 호떡 본유의 달짝지근을 완성시켜 준다


이 호떡의 진실이 드러났다.


씨앗호떡의 해산물 토핑 스페셜

씨앗호떡의 더블 프리미엄 버전

씨앗호떡의 최종 진화물


진짜라니까?


못 믿겠으면 해 드셔 보세요. ㅎㅎ




혼밥괴식회 ... 오늘도 맛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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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마흔일곱번째 괴식- 누룽지 자몽 단팥빵 18.08.23 123 4 7쪽
55 마흔여섯번째 괴식- 남자의 기, 장어구이 18.08.19 80 4 8쪽
54 ##스페셜 – 처묵, 사랑에 빠지다(5) 18.08.18 65 4 12쪽
53 ##스페셜- 처묵, 사랑에 빠지다(4) 18.08.17 69 4 11쪽
52 ##스페셜 - 처묵, 사랑에 빠지다(3) 18.08.12 86 4 8쪽
51 ##스페셜 - 처묵, 사랑에 빠지다(2) 18.08.11 86 5 8쪽
50 ##스페셜- 처묵, 사랑에 빠지다(1) 18.08.10 80 4 7쪽
49 마흔다섯번째 괴식- 강냉이, 유부, 라면스프 18.08.09 98 4 7쪽
48 마흔네번째괴식- 달고나 핫케익 단무지 +1 18.08.04 104 4 8쪽
47 ##스페셜 –처묵, 고독한 미식가가 되다(2) 18.08.03 74 4 7쪽
46 ## 스페셜- 처묵, 고독한 미식가가 되다(1) 18.08.02 93 4 8쪽
45 마흔세번째 괴식 – 쫄면 김밥 합체 18.07.28 77 4 7쪽
44 마흔두번째 괴식- 참치전 바나나 초콜렛쨈 18.07.27 74 4 8쪽
43 마흔한번째 괴식 – 망고 젤리곰 이온국수 +2 18.07.26 108 4 8쪽
42 마흔번째 괴식- 명란 오디 마요 우동 18.07.25 77 4 8쪽
41 서른아홉번째 괴식- 뻥튀기 아이스크림 햄 고추장 18.07.24 91 4 10쪽
40 서른여덟번째 괴식- 고구마 곶감 사이다 +2 18.07.21 112 6 7쪽
39 ##스페셜 웃기는 괴식 - 만두 수박 냉면 빙수 18.07.20 89 3 7쪽
38 서른여섯번째 괴식 – 트러플소금 오일 발사믹 feat. 블루베리 18.07.19 73 3 9쪽
37 서른다섯번째 괴식- 자두 스팸 비빔국수 18.07.17 82 3 8쪽
36 서른네번째 괴식 – 석류 보양 한방밥 18.07.16 117 3 8쪽
35 서른세번째 괴식 – 아보카도 시리얼 술밥 18.07.14 94 3 9쪽
34 서른두번째 괴식 – 소고기구이 키위드레싱 깻잎 18.07.14 88 4 6쪽
» 서른한번째 괴식- 호떡믹스 쭈꾸미 콩나물 18.07.12 90 3 7쪽
32 서른번째 괴식 – 훈제오리 참외 바게트빵 18.07.11 89 3 7쪽
31 스물아홉번째 괴식 – 단호박 감말랭이 애플쥬스 +2 18.07.10 72 3 6쪽
30 스물여덟번째 괴식- 핫소스 굴 그라탕 18.07.09 83 3 6쪽
29 스물일곱번째 괴식- 홍시 도토리묵 냉면 18.07.07 75 3 7쪽
28 스물여섯번째 괴식- 닭다리 육개장 계란반숙 +2 18.07.07 102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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