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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바에스 님의 서재입니다.

고독한 괴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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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모리바에스
작품등록일 :
2018.06.02 21:46
최근연재일 :
2018.08.23 16:25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8,750
추천수 :
300
글자수 :
183,811

작성
18.07.07 11:32
조회
102
추천
3
글자
7쪽

스물여섯번째 괴식- 닭다리 육개장 계란반숙

오늘은 어떤 괴식을 만들어볼까?




DUMMY

닭다리는 일단 집어 먹기가 좋다.

닭다리만 튀겨 먹을 수도 있고

보기에 너무나 치킨스러운 모양 때문에 인기가 좋다.


그런 닭다리가 운 좋게 재고로 들어왔다.

닭값이 일시적으로 좀 올라서

생닭 매출이 다소 부진한 틈을 타

닭다리팩이 아주 이례적으로 폐기 결정되었다.


오케. 접수


즉석식품에서는 짜장 카레가 주종목이었던 게 한물 가고

한식 위주로 집밥같은 기분이 드는 메뉴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육개장, 김치찌개, 미역국밥 같은 거.


그 중에서 육개장이 유통기한을 하루 남기고

재고 처리로 들어왔다.


닭다리에 육개장까지.

오늘 괴식은 충분히 푸짐할 것 같다.

일단 비주얼 적으로 불그스름할 것 같다.


자, 이제 오늘의 괴식을 만들어보자.


먼저 육개장 포장을 뜯었다.

내용물이 네모 반듯한 큐브 모양으로 말라 비틀어져 있다.

살짝 혀로 핥아본다.


찝찌르한 맛.

그래도 꽤 간이 맞는다.


극단적으로 배가 고프면 이거라도 생으로 뜯어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얘가 끓는 물을 만나면

드라마틱하게 육개장으로 변한다는 거 아냐.


물을 끓이고 그 속에 육개장 큐브 투하.

잘 녹으라고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준다.


그 옆에 프라이팬에는

기름을 적당히 부어주고 닭다리를 살짝 튀기는 기분으로 굽는다.


이 팩은 닭볶음용이라 닭다리 말고도

닭가슴살, 순살 등등 닭의 신체 이모저모가 갈기갈기 찢겨져 들어가 있다.


!!!


순간 섬뜩한 기분.

닭에겐 이것이 토막 시체다.

다리 한 짝 날개 한짝. 목 잘린 거. 가슴 잘린 거.

갑닭싸. 갑자기 닭을 보니 싸해진다.


사육당할 때도 척박한 환경에서 살았을텐데

꼭 저렇게 죽어서까지 토막된 모습으로 전시까지 되어야하나.

...


맛있게 처먹자.


닭을 애초에 먹을려고 키우지

사랑해서 키웠냐?


식용 목적이 아니면 얘들은

세상에 나오지도 못했어.

그리고 잘라야 먹기 편하지

안 자르고 닭한마리 통째로 먹으면 너무 많다. 혼자 먹는데.


어설픈 동정심은 손 안의 권리도 놓게 만든다.

절대 아무한테나 아무데서나 동정하고 그러지말자. 이기적 유전자 MAX


지글지글

비주얼 굿~~ 스멜 굿~~

닭다리가 튀겨지면 바로 육개장에 투하.

육개장 국물에 닭다리가 잘 끓여진다.


벌건 육개장 국물에 둥둥 떠다니는 닭의 다리들.

그로테스크한 헬개장의 광경.

닭지옥에 온 걸 환영해 ....


얼마나 죄가 많으면

그 미어터지는 양계장에서 일생을 보내고 도살당한 후에

다리가 잘려서 매운 국물에 넣어져서

그것도 모자라 불에 끓여지기까지 할까.


어설픈 동정심을 갖지 말자고 한 게 15초 전인거 같은데

닭을 위로하고 싶어진다.

무엇으로 위로할까.

닥치는 대로 주방 안을 스캔한다.


한참을 둘러보다 내 눈에 들어온 것.

계란.

닭에겐 자식뻘이다.

그래. 얘도 같이 넣어주자. (느닷없는 계란 참수)


혼자 당하면 억울하지만 같이 당하면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계란을 깨서 아직 잔열이 남은 닭다리 위에 투하.


계란 흰자가 멀리 퍼지고

노른자가 모양 그대로 남은 열에 익어간다.


“엄마... 외로웠죠? 이제 우리 같이 처먹혀요”

“그래 잘 왔다. 니 엄마는 아니지만 나만 당하는 거 아니라 좀 낫네”


뜬금없이 역사책에 나왔던 (한국사 3등급 맞았었다 ^^ 자랑질 시전중)

순장이라는 풍습이 생각난다.

높은 사람이 죽으면 어린 소년 소녀도 산 채로 묻었다는 순장


그걸 했던 높은 사람들의 심리가 이런 거 아닐까.


나만 죽기 억울해.

나보다 어린 너도 같이 죽어.


죽는 거 뿐만 아니라 다른 불평등한 불이익을 당했을 때

나만 당한 건가. 다른 사람도 당한 건가.

여기서 분노의 가중치가 달라진다.


나만 당한다는 억울함과 피맺힌 한은

인격의 수양, 도덕심의 배양, 공동체 의식

이런 걸로 절대 해결이 안 된다.


남도 당해야 풀린다... 이건 본성이다.

인성의 문제가 아니다. 이걸 인성 문제로 끌고 가는 건

본성을 외면한 인간초년생의 순진한 생각이다


그래. 이렇게 지보다 훨씬 어린

인간으로 치면 태아급의 생명체를 같이 넣어주면

닭다리의 영혼은 다소나마 위안을 받을지 모른다 (닭 제사 지내냐)


딱 먹기 좋은 반숙 상태까지 익었을 때

지금이다. 괴식타임을 즐겨보자.


계란은 완숙보다 반숙이 훨씬 소화가 잘 된다.

6,70년대에는 국민들이 영양부족이 심해서

계란반숙을 찻집에서 팔았다고 한다. (당시에는 찻집도 아니고 다방이라고 했음)


커피나 쌍화차 같은 것에 계란 반숙을 넣어서 마셨다고... (괴식의 시초인 듯)

내가 봤을 땐 이것도 괴식같은데


대체 어떤 맛이었을까? 호기심 MAX


그래, 번외로 급하게 커피 + 계란반숙을 만들어보자.


인스턴트 믹스커피를 쏟아붓고

물을 팔팔 끓여 아주 조금씩 천천히 넣는다.

그리고 동시에 계란 하나를 깨어서 넣어준다.


커피에 퍼지는 계란 노른자.

반숙보다는 그냥 계란 하나 깨어 넣은 것 같지만

인내를 가지고 계란이 조금이라도 굳어지길 기다린다.


오 이제 좀 굳어진 듯.


한 숟갈 먹었다.

...

ㅜㅜ


아...... 이건 참.....

믹스커피와 계란이 다시 믹스되었다.

이쯤되면 괴식이라기 보다 막식이다. 막가는 음식.


괴식을 시작하고서 웬만하면 거의 다 맛있다고 했다.

맛이 좀 부족해도 맛있다고 뻥도 치고

그래야 읽는 사람도 읽을 맛이 나니까.


그런데 이건 좀 아니다.

시대가 버린 맛이다.

지금은 6,70년대. 먹을 게 없어서 계란반숙 시켜 먹는 때가 아니라는 걸

시대가 낳은 나의 고급 입맛이 검증해준다.


그래도 먹을 걸 버리면 안 되니까

계란 노른자만 숟가락으로 건져내서 호르르 먹었다.


!


이렇게 먹는 건 또 괜찮네.


커피를 메인으로 계란이랑 섞는 건 막가자는 막식이지만

계란 특히 노른자를 메인으로 커피맛이 살짝 가미되는 건 새로운 별미다.


언제 다시 한번 이 재료를 가지고 새로운 괴식에 도전해보고 싶다.


육개장 국물에 간이 잘 스며든 닭다리.

닭다리 기름과 육수가 잘 스며든 육개장 국물


굿~~~~~~~~

윈윈이다.

닭다리도 윈. 육개장도 윈.

원래 이런 음식이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운 맛이다.


심지어 깊은 맛까지 느껴진다.

여기에 정점을 찍듯

계란 반숙의 노른자가 터지면서

닭다리를 위로하듯 감싸준다.


육개장의 매운 맛이

계란 반숙으로 중화되면서 고소한 맛이 더해진다.

입안에서 터지는 닭과 계란의 모자상봉의 맛.


이건 닭다리 육개장 계란반숙의 윈을 넘어

내 촉과 감의 윈이다. 감격 MAX


이제 괴식 짠밥도 꽤 늘어가니

촉도 나날이 발전 진화되어 가는 느낌적 느낌.


언제까지 이 짓을 할 지는 모르겠지만

하는 날까지는 잘 만들어 처묵처묵 하고 싶다.

양계장의 닭에게 쾌적한 환경의 소망이 있었다면

나에게는 1일 1괴식 1잘처묵의 소망이 있다.


그리고 소망이란 ..... 이루어지기 위해 존재한다.




혼밥괴식회 ... 오늘도 맛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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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스페셜- 처묵, 사랑에 빠지다(4) 18.08.17 71 4 11쪽
52 ##스페셜 - 처묵, 사랑에 빠지다(3) 18.08.12 86 4 8쪽
51 ##스페셜 - 처묵, 사랑에 빠지다(2) 18.08.11 86 5 8쪽
50 ##스페셜- 처묵, 사랑에 빠지다(1) 18.08.10 80 4 7쪽
49 마흔다섯번째 괴식- 강냉이, 유부, 라면스프 18.08.09 98 4 7쪽
48 마흔네번째괴식- 달고나 핫케익 단무지 +1 18.08.04 104 4 8쪽
47 ##스페셜 –처묵, 고독한 미식가가 되다(2) 18.08.03 74 4 7쪽
46 ## 스페셜- 처묵, 고독한 미식가가 되다(1) 18.08.02 93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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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마흔두번째 괴식- 참치전 바나나 초콜렛쨈 18.07.27 74 4 8쪽
43 마흔한번째 괴식 – 망고 젤리곰 이온국수 +2 18.07.26 108 4 8쪽
42 마흔번째 괴식- 명란 오디 마요 우동 18.07.25 77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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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스페셜 웃기는 괴식 - 만두 수박 냉면 빙수 18.07.20 89 3 7쪽
38 서른여섯번째 괴식 – 트러플소금 오일 발사믹 feat. 블루베리 18.07.19 73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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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스물일곱번째 괴식- 홍시 도토리묵 냉면 18.07.07 76 3 7쪽
» 스물여섯번째 괴식- 닭다리 육개장 계란반숙 +2 18.07.07 103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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