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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llita

악당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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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llita
작품등록일 :
2013.05.23 22:23
최근연재일 :
2013.11.12 23:57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9,641
추천수 :
478
글자수 :
51,694

작성
13.10.02 19:29
조회
511
추천
19
글자
7쪽

(015. 평범한 일상이란 이루어지기가 쉽지 않아요

DUMMY

데르옌이 눈을 뜬 것은 동이 틀 무렵이었다. 지금껏 수련하던 버릇이 남아 자연스럽게 눈이 떠 진 것이다. 데르옌은 몸을 일으키지 않은 채로 피오니가 누워있는 침상 쪽을 봤다. 둥그렇게 말린 이불더미 옆에 얼룩덜룩한 붉은 머리칼이 아무렇게나 흩어져있었다. 데르옌은 무언가 아쉬우면서도 뿌듯한 기분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데르옌은 이미 오늘 하루의 계획을 세워둔 뒤였다. 방이 하루에 10 실버라 했고, 어제 저녁에 등록을 했으니 오늘 저녁까지는 방을 빼지 않아도 된다. 오전동안 여행을 위한 준비를 하고 점심을 먹자마자 출발할 생각이었다.

로브레타로 무사히 들어왔다고는 하지만 슬라이체의 영역과 가까운 곳은 영 맘이 놓이질 않는다. 슬라이체와 맞닿은 국경의 반대편 끝으로 갈 생각이었다. 로브레타는 거대한 산맥과 숲, 그리고 나라들로 둘러싸인 왕국이다. 반대편 국경에서도 약초를 캐며 생활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 먼 길을 가려면 무기도 필요하다. 자신에게는 갑옷과 검이 있으니, 피오니의 무기를 사야했다. 작은 냄비와 육포 꾸러미도 준비해야한다. 데르옌은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피오니의 어깨를 잡아 흔들었다.


"일어나요, 피오니."


피오니는 가만히 눈을 떴다. 데르옌은 그 흔한 잠투정 한 번 하지 않는 피오니가 신기했다. 매번 깨울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었다. 피오니는 눈동자를 굴려 데르옌을 응시하며 눈을 두어 번 끔뻑거렸다. 이불 속으로 작은 머리통이 폭, 숨어들어가더니, 찬찬히 두 팔을 뻗어 기지개를 피고선 일어났다.


"잘 잤습니까?"


피오니는 아무 말 없이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옷부터 가다듬고, 내려가서 씻고 아침 먹어요. 사야할 게 많아서 바쁘게 움직여야할 겁니다. 피오니, 접때 분명 사용하는 무기가 있다 하지 않았습니까? 그것도 사야하고요."


다른 용건이었다면 피오니는 사지 말라며, 돈을 낭비하지 말라며 고개를 저었을 것이다. 그러나 마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피오니는 평범한 소녀였다. 마력을 사용하면 안 된다, 라는 핸디캡이 주어진 이상 피오니는 반드시 무기를 구입해야 했다.

데르옌이 문을 열었고, 피오니는 뒤를 따랐다.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점원 한 명이 테이블을 부산스레 닦고 있었다. 이 마을은 여행자들이 자주 오가는 마을이다. 그만큼 하루의 시작이 이르고, 그 끝은 늦다. 몇 시간 자지 못했을 점원은 눈가에 미처 떼어내지 못한 눈곱을 달고 있었다. 열심히 걸레로 테이블을 훔치던 점원이 지하로 내려가는 데르옌과 피오니를 불렀다.


"지금 시간엔 따뜻한 물이 안 나올 겁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데르옌은 피오니를 한 번 보았고, 피오니는 괜찮다는 뜻으로 어깨를 한 번 으쓱해보였다. 데르옌은 점원에게 괜찮다는 대꾸를 하고서 피오니를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아침 일찍 막 퍼올린 지하수의 물은 정말로 뼈가 시릴 정도로 차가웠지만, 데르옌과 피오니는 미지근한 물로 세안을 한 듯 태연한 안색을 하고서 계단을 올라왔다.

아침으로 나온 식사는 딱딱한 빵과 묽은 수프였다. 데르옌은 빵을 찢어 수프에 적셨고, 피오니는 빵째 수프에 적셔 한 입씩 베어물었다. 빵을 뜯을 엄두가 안 났던 탓이다. 수프에 적신 빵은 부드러워져서 씹기가 쉬웠다. 피오니가 그렇게 빵을 반절 가량 먹을 동안 데르옌은 남은 수프까지 훌훌 들이켰다. 데르옌이 저를 기다리는 것을 본 피오니는 먹는 속도를 올렸고, 금방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가게들이 즐비한 거리는 이제서야 활기를 찾고 있었다. 조금씩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고, 가게들은 하나 둘 좌판을 펼치고 물건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다른 마을들도 다르지는 않겠지만 이 마을은 길이 상당히 복잡하게 짜여있는 편이었다. 애초에 작게 시작한 마을이 유동인구가 늘면서 증축해온 것이기 때문에, 아무런 계획 없이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간 골목은 최소 일 년을 살아온 토박이가 아닌 이상 길을 잃기 십상이다. 다행히 육포와 냄비는 큰길에서 구할 수 있었지만, 피오니의 무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골목 안쪽으로 깊숙히 들어가야했다. 피오니가 사용하는 무기가 흔한 것이 아닌 탓이다.

피오니는 채찍을 사용했다. 사실 피오니의 체력이 평균에서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구력도 마찬가지다. 다만, 꾸준히 수련을 해 온 데르옌을 따라갈만큼은 아니었던 것 뿐이다. 피오니도 또래의 여자애들을 상당히 웃도는 체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피오니가 채찍을 배운 것은 '즈카미니르'일 때였다. 동굴에서 피오니를 돌봐주던 마녀들은 마녀의 품격에 어울리는 무기를 사용해야한다며 피오니에게 채찍을 가르쳤었다. 다른 모든 일에서는 너그럽고 다정하고 무엇이든 받아주던 그네들이었지만, 채찍을 가르칠 때 만큼은 아니었다. 그때만큼은 정말로 자신을 보듬어주는 것 같아서, 피오니도 그 시간을 가장 좋아했다. 때문에 피오니는 채찍을 상당히 잘 사용했다. 이 곳으로 오는 동안, 피오니는 데르옌에게 넌지시 흘리듯 중얼거린 적이 있었다. 그것을 기억할 줄은 몰랐는데, 라고 피오니는 생각했다.



분명 식료품점의 주인이 가는 길을 알려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데르옌과 피오니는 몇 번이고 길을 잘못 들었다. 이 골목인가 싶으면 막다른 골목이고, 저 골목인가 싶으면 무언가 음습한 문이 자리하고 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서야 제대로 된 무기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무 문에는 배틀 엑스가 붙어있었다. 문 옆의 경첩에는 칼트롭이 촘촘히 매달려있었다. 데르옌은 묘한 기분을 느끼며 문을 열었다. 데르옌이 지금껏 접해왔던 무기점과는 굉장히 달랐다.

보통은 큰길 가에서 문을 활짝 열고 잘 정리된 물품들과 깨끗한 내부로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 일반이다. 물품의 질은 가게마다 분명 다를 것이지만, 그래도 그네들만의 통일된 규칙과 일반적인 분위기는 분명히 존재했다. 그러나 이 가게는 그러한 규칙을 완전히 깨고 있었다. 데르옌은 잠시 머뭇거리다 그 안으로 발을 들였다.

내부는 상당히 어두컴컴했다. 비릿한 쇠 냄새와 톡 쏘는 것 같은 나무냄새가 한데 뒤섞여 독특한 향취를 만들어냈다. 불을 켜놓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바깥보다 상당히 어두워서 눈이 적응을 하지 못하는 탓에 한동안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피오니는 시야가 선명해지고나서야 안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무도 안 계십니까?"


데르옌이 큰 소리로 주인을 불렀다. 카운터 안쪽에서 덜컹, 하는 소리가 나더니 부스스한 갈색 머리통이 불쑥 솟아올랐다. 온통 머리털과 수염으로 뒤덮인, 머리만 보이는 사내가 카운터에 턱을 괸 채로 답했다.


"왜, 무얼 찾아?"


작가의말

오랜만입니다, 여러분. 제가 사라진 지 벌써 두 달 째인데, 아직도 임시저장 기능은 구현되지 않고 있네요. 두 달 동안 잠만 잤으니 피로는 푹 풀렸을까요, 저 둘?

아, 도저히 후기 이렇게 쓰다간 붙을 재미도 안 붙겠어요. 모르겠다, 제 맘대로 쓰렵니다.

분위기를 잡으려는 건 아닌데 자꾸 분위기를 잡게 돼요. 문피아의 마법인가?


오랫동안 잠수 타서 죄송합니다. 미용실에 머리하러 갔다가 미용사 아주머니 말씀 듣고 반성하며 왔습니다. 작가님 잠수타는 게 제가 정말 싫어하던 것 중 하나였는데 제가 그걸 그대로 담습하고 있었네요...

사실 스토리는 전부 짜여있습니다. 이 둘이 정착을 하고, 그 후의 전체적인 큰 흐름과 중요한 사건들은 전부 짜여있습니다. 안 썼을 뿐이예요! ...

저는 사실 진도를 쪽쪽 빼고 싶은데, 또 제 글체라던지 그런게 안 받쳐주니까, 정작 쓰고싶은 장면을 못 써서 기운이 없어진 것도 있거든요. 이제 다시꾸준히 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이번 주말에 면접 보고 다음 주말에 면접 보면 제 면접은 끝이거든요. 수능만 제대로 치면 돼요.


...사실 그냥 평범한 무기점으로 하려고 했는데, 복잡한 골목이 생기더니, 무기점이 구석으로 이사를 가고, 자기 멋대로 저런 인테리어를 만들어냈습니다.


철질려 -> 칼트롭으로 수정합니다. 철질려와 차릉, 칼트롭 이 세 가지 무기는 꽤 비슷하지만 서양의 것은 칼트롭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어서, 배경이 서양이다보니 아무래도 이 편이 나을 것 같아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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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016. 선택이라 해서 언제나 행운이 되는 법은 없는 걸까요 +2 13.11.12 309 7 7쪽
» (015. 평범한 일상이란 이루어지기가 쉽지 않아요 +2 13.10.02 512 19 7쪽
15 (014. 꿈꾸는 것은 죄가 아니라지요 +2 13.08.02 581 18 7쪽
14 (013. 평범한 곳에선 의외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4 13.07.20 475 22 7쪽
13 (012. 의도하지 않은 잘못은 용서받을 수 있나요 +4 13.07.12 494 25 7쪽
12 (011. 이유 없이 화를 내는 사람은 흔하지 않아요 +4 13.07.02 761 30 8쪽
11 (010. 그냥 주어지는 건 너무 믿으면 안된다는데 +2 13.06.25 578 62 7쪽
10 (009. 경고는 이유없이 나타나지 않지요 +2 13.06.21 1,223 48 7쪽
9 (008. 사람이 제일 믿을 게 못 되는 거 아닌가요 +2 13.06.15 442 30 7쪽
8 (007. 개구멍은 막지 않는 게 예의입니다 +4 13.06.10 565 9 7쪽
7 (006. 정말로 이름을 불러주면 살아나게 될까요 +2 13.06.05 423 17 7쪽
6 (005. 영웅은 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거예요 +2 13.06.03 432 26 8쪽
5 (004. 대가 없이 주어지는 것이 있긴 하던가요 +2 13.05.29 518 47 7쪽
4 (003. 원래 그렇게 태어나면 끝까지 그렇다고들 하던데 +2 13.05.28 467 28 7쪽
3 (002. 부모 잃은 계집애는 개만도 못하다데요 +2 13.05.25 512 11 7쪽
2 (001. 어디서부터 써야할까요 +2 13.05.23 558 35 7쪽
1 (000. 시작합니다 +8 13.05.23 792 44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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