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Messorem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최근연재일 :
2019.01.03 20:30
연재수 :
505 회
조회수 :
359,606
추천수 :
5,086
글자수 :
1,239,628

작성
18.07.01 17:31
조회
103
추천
3
글자
6쪽

맨해튼, 그 다음의 목적지.

DUMMY

한서준은 다시 한 번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제 느껴지는 몬스터의 기척은 없었다. 그 외의 생명체도 마찬가지였다. 단지 몬스터의 부산물에서 피어나는 악취와 날짜상의 한기만이 그의 감각을 자극할 뿐이었다.

한서준은 저격총을 완전히 늘어뜨리고 마침내 자유를 되찾은 오른손을 움직여 상의의 가슴 주머니를 뒤적였다.

그리곤 담뱃갑 속 담배 한 대를 꺼내 입에 물고는 즉각 바지 주머니를 향해 오른손을 가져갔다.

은색의 지포 라이터 하나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에서 비롯된 자그마한 불꽃이 삽시간에 담배의 끝을 쩍쩍 갈라냈다.

한 모금을 빨아들이자, 마치 콘크리트 바닥 위로 분출하는 용암 같은 균열이 죽죽 그어졌다.


《담배는··· 건강에 안 좋아. 오래 살고 싶으면 끊는 게 좋을걸?》


마침내 폐를 한 바퀴 선회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잇따라 권지아의 말이 나직이 흘러나왔다.


《···무엇보다, 담배 냄새는 싫단 말이야.》


"···냄새를 공유하기라도 하나?"

담배를 입에 문 채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보던 한서준이 조용히 물었다. 그러자 권지아의 대답이 즉각 이어졌다.


《그야··· 일단 당신 정신 속이거든? 물론 당신의 몸이 전달하는 감각 전체를 느낀다는 건 아니지만··· 일단 당신이 인식한 특정 자극쯤은 나한테도 전해져 와. ···뇌가 인식하는 범위 내의 자극은 나도 느낄 수 있다는 거지. 물론··· 100%는 아니지만 말이야. 후각이나 미각···, 청각이나 촉각 등이 그래. 시각은 예외고. 눈으로 보는 건 나도 아주 잘 보여. ···당신이 볼 수 있는 건 나도 볼 수 있다는 소리야. 변이된 한서준···, 당신이 어둠 속을 꿰뚫어 보는 것처럼 말이지.》


한마디로 이건 좋든 싫든, 권지아는 부분적으로나마 한서준의 감각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필히 냄새 또한 무리 없이 깨닫고 있을 터.

비흡연자에게, 그것도 이제 열다섯인 어린아이에게 지독한 담배 연기는 확실히 고문을 하는 것처럼 다가올 게 분명했다. 적어도 괴롭힌다란 생각쯤은 할 게 명백했다.

까닭에 한서준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입에 문 담배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발로 비벼 불씨를 끌 따름이었다.


《좋아. 역시··· 말이 통하는 상대가 편하다니까.》


한서준은 이번에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허나 그건 결코 의도적인 행동이 아니었다. 그는 현재 바닥을 내려다보는 중이었다. 그것도 방금 자신이 버린 담배의 짓이겨진 말로에 눈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불씨는 이미 꺼졌지만, 그곳에서부터 번져 나오는 매캐한 연기와 까만 잿가루는 아직 제 위치를 뚜렷하게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그 외엔 눈여겨볼 만한 게 없었다.

헌데 한서준의 눈은 고정되어 있었다. 고정되다 못해 굳어 있었다.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의 눈은 눈이 받아들일 수 있는 모든 유물적 활동을 거리낌없이 정지한 상태였다.

그때, 한서준의 눈이 움직였다. 눈뿐만 아니라 머리 전체가 움직였다. 그는 산책로 위로 가느다랗게 떠오른 물줄기를 찬찬히 되짚어갔다. 그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족히 수십 개는 되어 보이는 물줄기였다. 하지만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건지 알 수 없는 물줄기는 죄다 한곳을 향해 흐르고 있었다.

바람과 밑창에 흔들리고 짓이겨 떨어져 나온 까만 담뱃재가 물줄기 위에 올라탔다. 정갈한 분위기의 초록빛 옷에서 엄숙하고 황량한 옷으로 갈아입은 낙엽들도 중간중간 탑승하며 물줄기의 여행에 동참했고, 종국엔 거대한 무덤같이 변해 모든 물줄기의 합류 지점을 스산하게 뒤덮었다.

후발대에 해당하는 낙엽들은 무덤의 주위를 보다 견고하게 다지는 역할을 맡았다. 차곡차곡 낙엽들이 쌓이며, 무덤의 크기가 조금씩 조금씩 커져갔다.


《그 생각은··· 음, 좀 일리가 있긴 하지만···, 글쎄. 사실 그렇게 낙관적인 기대는 안 되는걸?》


"하지만···, 가능성이라면 충분히 있다."

그렇게 말한 뒤 한서준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곤 담뱃재를 거의 흡수하다시피 빨아들인 낙엽들의 무덤을 한쪽으로 치워 내었다.

그곳엔 자그마한 구멍 하나가 있었다. 정확히는 구멍처럼 보이는 동그란 균열이었다. 사방에서 밀려온 물줄기는 그곳으로 거침없이 몸을 던지고 있었다. 헌데 손가락보다 작은 구멍은 계속해서 물을 받아마시고 있었다. 반복적으로, 힘든 기색 하나 없이 족족 받아마셨다. 그러면서도 구멍은 전혀 배가 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대체 어떠한 공간이 있기에 이토록 끊임없이 물을 먹어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만약 정말 이게 생각대로의 현상이라면, 이 공간은 단순히 자연적인 공간이 아닐 터였다.

접었던 무릎을 편 한서준이 거듭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전히 아무것도 없는 빈 공터와 싸늘하게 식어 버린 시체들이 눈에 들어왔다. 당연하지만 눈길을 끄는 건 없었기에, 한서준은 거듭 구멍으로 시선을 내렸다.

그가 곧 입을 열었다.

"···땅 위에서 이렇게까지 보이지 않는다면···, 연구소의 위치는 하늘이나 지하···. 둘 중 하나겠지. 그리고··· 아직 난 하늘에 건물이 떠 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essorem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57 맨해튼, 그 다음의 목적지. +1 18.07.18 114 3 6쪽
356 맨해튼, 그 다음의 목적지. 18.07.17 102 2 9쪽
355 맨해튼, 그 다음의 목적지. 18.07.16 107 3 5쪽
354 맨해튼, 그 다음의 목적지. 18.07.15 126 4 7쪽
353 맨해튼, 그 다음의 목적지. 18.07.14 130 2 5쪽
352 맨해튼, 그 다음의 목적지. +1 18.07.13 119 3 5쪽
351 맨해튼, 그 다음의 목적지. 18.07.12 136 3 9쪽
350 맨해튼, 그 다음의 목적지. 18.07.11 129 3 12쪽
349 맨해튼, 그 다음의 목적지. 18.07.10 128 1 6쪽
348 맨해튼, 그 다음의 목적지. 18.07.09 135 2 10쪽
347 맨해튼, 그 다음의 목적지. +1 18.07.08 125 3 5쪽
346 맨해튼, 그 다음의 목적지. 18.07.07 135 3 6쪽
345 맨해튼, 그 다음의 목적지. 18.07.06 118 3 6쪽
344 맨해튼, 그 다음의 목적지. 18.07.05 132 2 6쪽
343 맨해튼, 그 다음의 목적지. 18.07.04 127 3 10쪽
342 맨해튼, 그 다음의 목적지. +1 18.07.03 111 3 5쪽
341 맨해튼, 그 다음의 목적지. 18.07.02 96 2 5쪽
» 맨해튼, 그 다음의 목적지. 18.07.01 104 3 6쪽
339 맨해튼, 그 다음의 목적지. 18.06.30 116 2 5쪽
338 맨해튼, 그 다음의 목적지. 18.06.25 145 3 4쪽
337 맨해튼, 그 다음의 목적지. +1 18.06.23 139 3 10쪽
336 맨해튼, 그 다음의 목적지. 18.06.21 114 4 8쪽
335 맨해튼, 그 다음의 목적지. 18.06.20 129 3 4쪽
334 맨해튼, 그 다음의 목적지. 18.06.19 118 2 6쪽
333 맨해튼, 그 다음의 목적지. 18.06.18 119 3 8쪽
332 맨해튼, 그 다음의 목적지. 18.06.17 113 3 7쪽
331 맨해튼, 그 다음의 목적지. +1 18.06.16 135 2 4쪽
330 맨해튼, 그 다음의 목적지. 18.06.15 131 3 5쪽
329 맨해튼, 그 다음의 목적지. 18.06.14 127 2 5쪽
328 맨해튼, 그 다음의 목적지. 18.06.13 122 3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