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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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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최근연재일 :
2019.01.03 20:30
연재수 :
505 회
조회수 :
359,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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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6
글자수 :
1,239,628

작성
18.08.25 19:56
조회
129
추천
3
글자
5쪽

맨해튼, 그 다음의 목적지.

DUMMY

《일을 아주··· 크게 벌이셨어. ···응?》


권지아의 말에 한서준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물컵을 들어 열 명 정도가 둘러 앉을 수 있는 책상 구석에 놓인 화분에 물을 쏟아부었다. 잎 하나 없이 말라붙은 식물이 물방울을 튀기며 몸을 떨었다. 한서준은 빈 컵을 내려놓고 책상의 오른쪽 부근을 바라보았다.

불꽃을 닮은 머리카락의 여성이 팔짱을 낀 채 앉아 있었다. 그 옆엔 긴장한 얼굴의 흑인 소년이 움츠러든 채 앉아 있었고 소년의 두 손은 붕대로 봉인돼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다.

여성도 다를 바가 없었다. 팔짱을 끼고는 있었지만 여성의 손가락은 모두 뻣뻣하게 고정된 상태였다. 덧대를 댄 뒤 붕대로 휘감은 그녀의 손가락은 조금도 굽혀지지 않았기에, 그녀는 물조차 마음대로 마시지 못했다.

"저게 쓸데없는 오지랖이라는 거다, 애덤."

한서준을 노려보던 여성이 말했다. 흑인 소년이 느닷없는 여성의 말에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이미 죽어 버린 것에게 뭔가를 준다 한들 그게 살아나지 않을 것이란 걸 알면서도 주고 있는 저 멍청한 행동 말이다, 앰."

팔짱을 낀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던 여성이 말했다.

소년은 작게 대답하며 시선을 내렸다.


《너무 화려하게 뒤집어놨어. ···이러면 문제라는 것··· 당신도 잘 알지?》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인 한서준이 이번엔 왼쪽을 바라보았다.

의자에 앉아 연신 주변을 둘러보고 있던 단발머리의 소녀가 한서준과 눈이 마주치자 환하게 웃어 보였다. 소녀의 머리와 팔엔 아직 붕대가 둘러져 있었다.

"얌전히 좀 있어."

담서은과 똑같은 꼴을 하고 있던 다나 클로에가 담서은의 어깨를 붙잡고 속삭였다.

"일이 더 복잡해 질 수도 있다고."

"그래? 근데 내가 보기엔··· 이미 틀어질 대로 틀어진 것 같은데?"

담서은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다나 클로에와는 달리 담서은은 목소리조차 죽이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한숨과 함께 담서은의 어깨에서 손을 뗀 다나 클로에가 물컵을 받쳐들고 한서준을 흘겨보았다.

"은근히 막무가내란 말이야."

"그게 장점 아니야?"

"···아니야."

다나 클로에는 물을 마셨고 빈 컵을 내려놓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가?"

머리에 둘러진 붕대를 매만지던 담서은이 다나 클로에를 올려다보았다. 다나 클로에가 담서은을 내려다보았다.

"훔쳐보러. ···일단 갈피라도 잡고 있어야지. ···일이 이렇게 틀어질 줄 누가 알았겠어?"

다나 클로에가 거듭 한서준을 흘겨보며 담서은의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그러니까, 넌 얌전히 있어. 움직이지도 마."

그런 뒤 담서은의 입이 미처 열리기 전에 재빨리 방을 빠져나갔다.

담서은은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를 끌고 한서준의 옆에 와 앉았다.

담서은은 한서준을 빤히 올려다보았다. 한서준도 담서은을 가만히 바라다보았고, 담서은의 왼쪽 눈을 숨긴 붕대가 꿈틀대자 손을 들어 붕대를 밀어 올렸다. 담서은은 몸을 떨었지만 침묵하며 손길을 받아들였다.

굵은 핏줄로 뒤덮인 검붉은색 눈알이 붕대 아래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담서은이 빙긋 웃어 보였다.

"징그럽지?"

한서준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다시 손을 움직여 붕대를 내리고 담서은의 왼팔을 들어올렸다.

"팔은 멀쩡해."

한서준은 헐거워진 붕대를 좀 더 단단히 묶은 뒤 시선을 옮겨 담서은의 다리를 뜯어보았다.

"다리도 마찬가지고."

정장에 가려져 있어 육안으론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한서준은 방금 전 담서은의 걸음을 곱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다시 담서은을 훑어보았다.

머리 위에서부터 발끝까지. 건물이 무너짐으로써 헤어졌던 이전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


《그거··· 변태 같아.》


"그 시선은··· 미안하지만 좀··· 변태 같은걸."

둘에게서 쏟아진 한 마디에 한서준은 고개를 돌려 건빵 주머니를 내려다보았다. 주머니는 옷주름으로 가려져 있었다. 한서준은 주름을 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생명체는 자고 있었고 자줏빛 머리카락을 이불과 침대 삼아 새우처럼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주머니가 열리고 바람이 들자 생명체는 머리카락을 끌어안으며 좀더 몸을 움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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