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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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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최근연재일 :
2019.01.03 20:30
연재수 :
505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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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39,628

작성
18.08.06 20:37
조회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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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4쪽

맨해튼, 그 다음의 목적지.

DUMMY

생명체는 서너 걸음 정도 떨어져 있었다. 한서준은 크게 한 발자국을 내딛었다. 생명체가 일곱 걸음을 따라왔다. 한서준이 짧게 한 발자국을 옮기자, 생명체가 네 걸음으로 거리를 유지했다.

완전히 걸음을 멈춘 한서준이 몸을 돌렸다. 생명체가 두 걸음 뒤로 물러났다. 한서준이 한 발자국을 앞으로 내딛었다. 생명체가 정확히 여덟 걸음을 물러났다. 한서준이 반 발자국 후퇴하자, 생명체가 귀신 같은 다섯 걸음으로 간격을 보존했다. 그 일련의 과정 동안 생명체의 얼굴엔 변화가 없었고 그건 한서준도 마찬가지였다.


《···묘하게 잘 따르는데···. 당신이랑··· 표정도 똑같고···. 사람에 이어서 이젠 인외의 것들까지··· 보모 역할을 하는 거야?》


"헛소리."

짧게 말을 씹은 한서준이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생명체의 무감동한 눈이 느릿하게 올라가는 그의 손을 쫓았다.

그때, 오른손이 휘둘러졌다. 생명체의 눈도 빠르게 떨어졌다. 오른손은 생명체의 정수리 바로 위에서 멈춰섰다. 생명체의 눈이 한서준에게 고정됐다. 잠깐의 침묵이 이어지고, 몇 박자 늦은 풍압이 삽시간에 생명체를 짓눌렀다.

그러나 생명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웅덩이가 날아가고 쇠붙이들이 떠밀렸지만 생명체는 머리카락만 흐드러지고 있었다.


《음··· 미안하지만, 지금 저 생명체··· 아무 생각도 없어. 그런 위협은 통하지도 않을걸?》


대답 없이 그는 오른손을 움직였다. 핏빛의 눈이 그것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


《아, 하나 있긴 하다. 당신을 동족? 그런 걸로 생각하고 있네.》


"···동족?"

오른손이 멈춰섰다. 핏빛 눈동자가 정지된 동영상처럼 얼어붙었다.

새카만 겨울의 찬바람이 한서준에게 들이닥쳤다. 맨몸으로 바람과 맞서는 생명체의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나부꼈고 가려져 있던 목덜미가 잠깐 드러났다 사라졌다.

목덜미엔 풀잎 줄기 같은 문양이 있었다.


《응. 저 생명체는 리자의 능력이 독립적인 진화를 이룸으로써··· 나온 거잖아. 그리고 당신은··· 리자의 능력을 흡수했고. ···결국, 똑같은 능력을 지닌 셈이니까··· 그걸 알고 당신을 동족 비슷한 걸로 보는 것 같은데?》


한서준은 똑바로, 찬찬히 생명체를 뜯어보았다. 그러자 눈길을 느낀 모양 생명체가 한서준을 바라보았다.

"···이것도, '누군가'가 한 짓인가?"

정적을 깨고, 한서준이 들어올린 오른손을 거둬들였다. 어둠 속에서도 도드라지는 핏빛 눈이 자석이라도 달린 양 달라붙었다 떨어졌다.


《그건 나도 모르지. 기억은 어디까지나··· 저 생명체가 태어난 시점에서 시작되니까. ···어떤 무형의 간섭이 있다 해도··· 알 수는 없어. 내가 공기의 기억까지 읽는 건··· 아니잖아.》


"···그래. 그래서···, 이것은 나한테 뭘 원하는 거지?"


《음··· 그냥··· 사람하고 똑같아. 그 왜, 흔히들 말하잖아.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그거하고 똑같아. ···일단은.》


"일단은?"


《일단은. 그야···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있거든. 과거를 봐도··· 막연히 당신을 쫓아나온 것뿐이고···. 죽이지 않는 이상은··· 계속 따라다닐걸?》


무언가를 말하려던 입을 다문 한서준이 문득 왼손을 움직였다. 생명체의 핏빛 시선이 왼손에 머물렀고 다시 어깨를 거슬러 올라갔다.

한서준은 보다 앞으로 왼손을 내밀었다. 움찔하고 어깨를 떤 생명체가 조심스레 발을 내딛었다.

거리는 삽시간에 좁혀졌다.

생명체는 천천히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두 손으로도 감싸쥐기 힘든 한서준의 검지를 붙잡고, 생명체는 한서준의 손바닥 위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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