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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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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최근연재일 :
2019.01.03 20:30
연재수 :
50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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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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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6
글자수 :
1,239,628

작성
18.07.23 19:57
조회
99
추천
3
글자
5쪽

맨해튼, 그 다음의 목적지.

DUMMY

하지만 속내까지 들추지는 못할 것 같았다. 노인의 표정은 변한 게 없었다. 여전히 죽어가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도, 노인은 귀찮다는 기색 하나 없이 한서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감정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들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었건만, 그녀의 안면부는 조금도 움직여지질 않았던 것이었다. 감정을 숨기는 데에 이골이 난 만큼, 제 감정까지도 노련하게 조절할 수 있는 것 같았다.

때문에 권지아의 방법은 자칫 대량의 시간을 소모하고도 제대로 된 이득을 얻지 못하는 방법이 될 확률이 높았다.


《물고기가 꽤 완강한걸. 그럼··· 역시 정공법인가? 칼도 잘 안 들어가고··· 푹 삶아지지도 않으니까 말이야. 그러면··· 그냥 통째로 구워 버려야지.》


그렇기에 마냥 돌격해 정보를 얻어 내는 것이 어쩌면 그저 침묵을 고집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면 일단··· 저 사람의 말을 따라야겠군.'


《응. 그것도 좋아. 하지만, 조심해야 돼. 우린 저 물고기··· 그러니까 레크레스 휘네란 사람이 어떤 독가시를 숨기고 있는지 모르니까. ···너무 억지로 제압하려 해도 안 돼. 물론 당신을 때려눕힐 자신이 있는 것같이 보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당신의 힘을 버틸 수 있을 것 같진 않거든.》


한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뒤 본드로 붙인 것 같은 얼굴의 노인에게 말했다.

"···알았다. 처리하도록 하지."

"대답이 꽤 늦었네만··· 아무튼 감사하네."

노인이 빙긋 웃었다. 눈가가 자글자글해지고, 누가 봐도 '잘 됐다.'라는 감정을 읽을 수 있는 눈빛이 적나라하게 떠올랐지만, 노인은 아까처럼 발가락을 까딱거리지는 않았다.


《경계하고 있어.》


방금 전의 긴 침묵이 제법 경각심을 심어준 모양이었다.

"그럼··· 바로 이동해 주겠나? 이런 말을 하는 건 좀 이상하겠지만··· 자네가 있을 때··· 미리 해 두어야 될 것 같아서 말일세."

하지만 계획까지 바꿀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한서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노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론 기계팔에 의한, 기계팔에 의해 이루어진 수동적인 움직임이었으나 노인이 두 발을 쭉 펴고 서는 건 그야말로 순식간의 일이었다.

한서준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노인은 거의 옷걸이나 다름없는 모양새로 스르륵 앞으로 나아갔다. 한서준이 따라 걷자, 노인이 문득 입을 열었다.

"몬스터란 게 처음으로 나왔을 때 다친 걸세. 하반신이 마비됐지. 하반신뿐만 아니라 온몸이 거의 마비가 되었지만··· 그래도 이 기계팔이 완성된 직후라 참 다행이었다네."

당연하겠지만 거짓말임은 그녀의 몸이 말해 주고 있었다. 노인의 몸은 멀쩡했다. 다만 장애를 가졌다라 인식되도록 극한의 연기력을 펼치고 있을 따름이었다.

대체 왜 저런 연기를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노인은 한서준과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는 속도로 미끄러졌다.

그렇게 컴퓨터 앞에 도착한 노인이 기계팔의 도움을 받아 의자에 착석했다. 그 동작은 하나하나가 뚝뚝 끊어지고 있어 정말 마비가 된 것처럼 보였지만, 한서준의, 정확히는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몬스터의 감각은 그것의 실체를 드러낸 지 오래였다.

때문에 한서준은 크게 상관치 않았다. 노인이 어떠한 비밀을 숨기고 있든, 인간의 머리통을 터뜨리는 건 무척이나 쉬운 일인 까닭이다.


《···죽이면 안 돼.》


하지만 자칫 정보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선택이다. 그러므로 원하는 정보를 얻을 때까진 노인을 죽이면 안 됐다.

'안다.'

한서준은 짧게 생각했다.

"그럼··· 아래로 내려가겠네."

노인이 말했다. 더불어 칙칙한 잿빛을 흩뿌리던 모니터의 글자가 빠르게 점멸하는가 싶더니, 곧 쿠구구궁! 사방의 벽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바닥이 슬금슬금 움직였다. 과자를 하나씩 까먹고 있던 율과 연이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곧 아무 반응도 없는 한서준을 발견하곤 다시 침대에 걸터앉았다.

"태평스런 아이들일세."

더이상 컴퓨터를 조작할 일은 없는 듯, 노인이 소녀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한서준은 고개를 끄떡였다. 동시에 한서준은 이 공간 자체가 아래로 내려가고 있음을 알아챘다. 더욱이 슬그머니 승천을 시도하는 유일한 출입구 덕에 하강의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얼마나 깊은 지하인지는 몰라도 15층 이내는 5분이면 충분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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