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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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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최근연재일 :
2019.01.03 20:3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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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39,628

작성
16.11.16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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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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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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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동료

DUMMY

몇 가지 놀란 것들 중 첫 번째로는, 먼저 알량한 지식으로 몬스터들의 습성을 기정사실화해 버린 자신의 편협함에 대한 놀라움이요, 두 번째는 이들이 단순 수평 관계가 아니라 수직 관계로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고, 마지막 세 번째로는 몬스터들이 흡사 인간과 비슷한 더러운 취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관한 놀라움이었다.

길을 따라 걸은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이 세 가지의 놀라움을 모두 체험할 수 있게 만드는 거대한 주택의 정문 앞에 서서, 정확히는 소리소문 없이 암살한 보초의 머리와 귀 사이의 작은 구멍에서 한 개의 쇠구슬을 빼내던 한서준은, 입구에서부터 흩뿌려진 붉은 핏줄기를 따라 시선을 움직이다, 곧 '진암'이라 적힌 작은 명찰이 달린 옷 하나가 덩그러니 피 웅덩이 속에 빠져있음을 발견했지만, 정작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은 채 거의 기계적이다 싶은 손놀림으로 회수한 쇠구슬을 다시 재장전하며, 무감정하게 시선을 돌렸다.

잘려나간 신체, 무언가를 매달았을 거대한 갈고리와, 마치 전시물 마냥 내걸은 수십 개의 인두가 주택의 창문 하나하나마다 달랑거리고 있다. 나아가 창고로 보이는 건물 앞에는 정수리 부분에 팔이 하나 불쑥 튀어나온 몬스터가 입구인 대문과 등을 돌린 채 앉아 있었다. 때문에 눈치채지 못한 건지, 아니면 그저 밑에 깔린 여성을 탐하느라 감각이 무뎌져 버린 건진 몰라도, 어쨌든 살덩어리 여러 개를 하나로 합쳐 놓은 것 같은 거대한 군집체를 출렁거리며, 연신 들썩거리고 있는 몬스터를 발견한 한서준은, 다시 시선을 옮겨 그 주변을 쓸어보듯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로지 욕망에 가득찬 몬스터 한 마리만을 제외하면 널브러진 시체 조각들밖에 없음을 인지한 한서준은 곧장 공기총을 들어올려 몬스터의 뒷통수를 향해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일순 공기를 요동치게 만드는 쇠구슬이 순식간에 살갗을 뚫고 뇟 속을 헤집어 놓는 것으로 모든 신경과 감각들을 단번에 끊어내 버린 건지, 몬스터가 제 덩치와는 맞지 않게 힘 없이 옆으로 쓰러지는 광경을 그대로 눈에 담아내던 한서준은 이어 흡사 몇백년도 더 된 고성과도 같은 분위기를 흘려내는 집의 모습을 거듭 훑어보다 곧장 꿈틀대는 살덩어리에게로 다가갔다.

어디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지 모르는 몬스터에 대한 존재여부 정도로는 아무런 걱정도 들지 않는 건지 당당하게 대문을 통과해 거침없이 마당을 가로지른 것이었다.

그런 후 발작이라도 일으키는 것처럼 푸들푸들 온 몸의 살들을 떨어대고 있는 몬스터의 뒷통수에 여지없이 푹 대검을 쑤셔박아 온갖 이물질로 뒤덮힌 쇠구슬을 곧바로 회수했다.

이런 쇠구슬만큼이나 갖가지 오물들로 덧칠되어 답답한 숨을 토해내고 있는, 정말 오래간만의 사람에게로 시선을 돌린 그는, 이어 무언가를 말하듯, 자신과 대검을 번갈아 쳐다보며 알 수 없는 눈빛을 보내는 여자에게 손에 쥔 대검을 거리낌 없이 넘겨주었다.

그리고 여자의 입가에 문득 옅은 미소가 맺힌다고 인식한 순간, '콰득!' 섬뜩한 소리와 함께, 삽시간에 제 목에 커다란 대검을 찔러넣은 여자가, 곧 '컥컥' 고통스런 신음을 흘려내다 힘 없이 고개를 떨구어 내었다.

한서준은 얼마안가 몸의 떨림도, 답답한 숨소리도 잦아든 채 재생이 중지된 동영상처럼, 혹은 흑백 사진의 한 장면처럼 싸늘하게 정지해 버린 여자의 목젖 부근에서 대검을 다시 빼내 들었다. 그러다 여자의 목에 걸린 로켓을 발견하곤 저도 모르게 옅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열려진 로켓의 안에는 분명 본 기억이 있는, 진암 초등학교로 꼭 가달라는 쪽지를 손에 쥔 채 죽어있던 남자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 하나가 들어있던 것이었다.

필시 전부 죽었을 거라 생각하며 가지 않았던 게, 설마 이런 식으로 되돌아오게 될 줄은 예상도 하지 못한 터라, 한서준은 살짝 가슴 한켠이 아려오는 고통을, 이 잊고 있던 감정의 쓰라림을 심호흡과 함께 흘려보내다, 여자, 그러니까 분명 이름이 '세연'이라고 한 여자의 목에 걸린 로켓을 흐트러지지 않게 맞춰준 다음, 몸을 돌려 수십 개의 인두가 내걸린 집을 바라보았다.

대문 앞에 보초까지 세워 놓을 정도로 집단화가 발달한 몬스터들이다. 따라서 무턱대로 쳐들어갔다간 오히려 목만 달아나는 꼴이 될 게 명백한 일이었지만, 한서준은 1층에 난 여러 개의 창들 중 그나마 안전하다 판단되는 창을 열어젖히고 거침없이 안으로 몸을 구겨 넣었다. 10년 전이야, 두 손을 위로 쭉 뻗어야 닿을 수 있는 높은 창문도 어려움 없이 넘어다녔다곤 하나, 지금은 달랐다.

왼손에 최대한 무게를 실어 먼저 몸의 반절을 안으로 집어넣은 다음, 왼발을 퍼덕거리듯 움직여 그 반동을 이용해 억지로 쑤셔넣는 방식의 넘어가기밖에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없었다.

그렇게 어렵사리 창문을 넘어 마침내 들어온 집 안에서 제일 먼저 공기총을 사방으로 겨누어 대던 한서준은, 바깥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는 집의 참담한 광경에 괜스레 입술을 한차례 핥아내었다.

거반이 기본 데코레이션이라 할만한 시체 조각들은 이제 거의 박제된 수준으로 바닥에 쳐박혀 있었다. 본디 하얀색이었을 벽은 새빨간 화장을 한 채 방문자를 반겨주고 있었고, 4인용 소파 위엔 몸뚱이만 남은 여성의 신체가 군데군데 피와 이물질로 잔뜩 더럽혀진 채 놓여있었다. 꽤 커다란 사이즈의 TV 화면을 뚫고 튀어나온 노인의 머리통은 반으로 쩍 갈라지다 못해 그 안의 뇌가 깨끗하게 파먹혀져 있었으며, 마찬가지로 노인의 것으로 보이는 늙은 몸뚱아리는 쓰레기 마냥 현관문 앞에 널브러져 이미 반쯤 썩어들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아이들로 보이는 작은 신체들은 마치 닭다리를 뜯은 것 같이 여기저기가 날카로운 이빨 자국으로 가득했는데, 꽤나 여럿을 잡아먹은 모양이라, 집 안 이곳저곳엔 그 여린 살점들이 모래알처럼 즐비해 있었다. 부엌으로 보이는 공간의 회색 대리석 바닥엔 포를 떠놓은 양, 넓게 퍼져 그 정체조차 알 수 없는 핏덩어리와 살점, 그리고 내장들이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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