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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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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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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수 :
50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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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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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6
글자수 :
1,239,628

작성
16.11.14 16:12
조회
3,991
추천
55
글자
4쪽

종이

DUMMY

언제부터였는지는 자세한 기억이 없어 정확하게 알 순 없으나, 적어도 종이를 쑤셔넣은 후 부터 라는건 명백한 사실이었기에, 그저 '아, 잠이 들었구나.' 라는 생각으로 흡사 천사가 강림하듯, 천장에 뚫린 구멍을 통해 비스듬히 내리꽂히는 백색 빛기둥이 갑작스레 생겨난 원인을 단번에 일축시킨 한서준은 어느새 밝아진 가게 안을 둘러보다 이내 바리게이트를 살펴보았다.

다행히 아직 든든하게 문을 가로막고 있는 바리게이트의 모습에 안도와 약간의 피곤함이 뒤섞인 한숨을 내뱉은 그가 이윽고, 풀어놓았던 장비들을 다시 몸 이곳저곳에 착용하기 시작했다.

그래봐야 대검과 배낭, 공기총이 전부였기에 채 1분도 걸리지 않아 모든 장비를 도로 몸에 걸친 한서준은 여전히 머릿 속을 둥둥 떠다니는 '동물', '시청' 이란 단어를 저도 모르게 되뇌이고 있는 입술을 굳이 막아내려하지 않으며, 입구를 가로막은 바리게이트를 하나하나 해체해갔다.

워낙 불편한 몸으로 짊어진게 많아서 그런지, 답답할 정도로 느리게 바리게이트를 해체하던 그가 마침내 바깥으로 발을 내딛었을 때는 이미 1시간이 훌쩍 흘러간 뒤였다.

물론 시계가 없어 그냥 태양의 위치를 비교해 대강 때려맞춘 시간일 뿐이라 어쩌면 이보다 더 짧은 시간 안에 나온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런 한가한 것까지 세세하게 따질만큼 지금 이곳이 그리 여유로운 장소는 아니었다.

여하튼 무사히 밖으로 나온 한서준은 무슨 프로그램이 입력된 기계처럼 거의 당연하다 싶을 정도로 발을 옮겨 서진 고등학교로 향해 가는 자신을 문득 멈춰세우고는 가만히 고개만 움직여 한차례 주변을 쓸어보았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소리도, 심지어 색깔도 없어진 듯한 잿빛 거리 위에 덩그러니 서있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니 더할나위 없이 소름이 끼치는 기분이 들었으나, 한서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재빨리 머리를 굴려 서진 고등학교에서부터 시청까지 가는 최단거리 코스를 가늠해보기 시작했다.

꽤나 오래된 머릿 속의 지도를 꺼내 위험하다 싶은 중앙로와 번화가를 하나하나 제외시키며 선을 그어가던 그가 마침내 발을 움직인 것은 약 2분 가량이 흐른 후. 다행히 시청까지 가는 길이 그리 복잡하지 않았기에 곧장 움직이기로 마음먹은 것이었다.

실제로, 눈 앞의 서진 고등학교를 넘어서 조금만 더 나아가면 나오는게 대구의 시청이었다. 그냥 일자로 쭉 뻗은 길만 따라가다 두 블럭 정도 쯤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지면 되는 일이라 시간도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았고, 지금의 몸 상태로도 딱히 무리가 갈 거리도 아니었다. 다만 아파트 단지가 모인 거주지역을 통과해야하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한 길이라는 점에서 목숨을 장담할 수 없다는 궁극적인 문제가 있긴 하지만,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이란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닌 것처럼, 비록 위험하긴해도 최대한 빨리 시청까지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도 했다.

걸음을 옮기면서도 공기총의 압축률을 괜스레 확인해대며 끊임없이 정비를 반복하던 그는 잠시 후, 서진 고등학교로 가려져있던 수많은 아파트와 주거공간들이 수두룩한 도로가 모습을 드러내자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고는 우뚝 발을 멈춰서고 말았다. 어쩐지 싸늘하게만 느껴지는 공기와 어깨가 축 쳐질 정도로 무겁게 짓눌러오는 압박감이 도로 가득 그를 반겨주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살짝 발을 내딛으면 냉큼 목젖 위로 시퍼런 칼날이 밀고들어올 것만 같은 날 선 분위기가 머리는 물론, 몸뚱이를 차갑게 얼려버리는 기분마저 들고있던터라 무턱대고 진입하기도 영 꺼려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공기총으로 굳이 살펴보지 않아도, 뇌가 외치는 경고음을 듣지 않아도 이 곳은, 이 길목은 충분히 위험하다란 것 쯤은 이미 예측하고 있었기에 한서준은 천천히 그곳을 향해, 시청으로 가는 최단거리 코스를 향해 조심스레 발을 내딛었다.


작가의말

어제와 오늘은 분량이 짧습니다. 죄송합니다.


5차 수정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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