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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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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최근연재일 :
2019.01.03 20:30
연재수 :
505 회
조회수 :
359,681
추천수 :
5,086
글자수 :
1,239,628

작성
16.10.09 10:57
조회
6,959
추천
78
글자
6쪽

탈출

DUMMY

다행히 고장이 난 건 아니었다.

묵직한 진동과 함께 한 층 한 층 올라오는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며, 한서준은 다시 한 번 시체의 산을 쓸어보았다.

시체들은 유난히 한쪽으로 쏠려 있었다. 무차별적인 공격을 받았다기보다는 마치 사냥을 당한 것과 같은 형태였다.

그것도 한 방향이 아닌 총 두 방향에서 공격을 받은 듯 맨 앞 왼쪽에 있는 시체의 몸뚱아리엔 잘려나간 흔적과 더불어 동전만 한 크기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또 그 오른쪽의 시체는 전체적으로 벌집 같은 형태였으며, 손목과 다리가 잘게 절단돼 있었다.

나머지는 전부 비슷한 모습으로 갈린 상태였다. 어느 곳의 신체 부위인지 제대로 판가름하기도 힘들었다.

한서준은 이 층에 사는 인간들을 이곳에 몰아넣고 내기를 하듯 학살을 벌이던 두 마리의 몬스터가 선연하게 눈에 그려졌다.

비록 그 형상은 추측할 방법이 없어 꽃봉오리 몬스터의 모습으로 대체됐지만, 곧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레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한서준은 상상을 순식간에 머릿속에서 지워 버렸다. 그는 엘레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칙칙하게 뿜어져 나오는 전등과 산산조각이 난 거울. 바닥에서부터 천장까지 일필휘지로 붓을 놀린 듯한 핏자국이 엘레베이터 내부를 장식하고 있다는 점만 제외하면 엘레베이터는 비교적 깨끗하고 멀쩡한 상태였다.

한서준은 거리낌 없이 들어와 1층을 눌렀다. 그리곤 어깨에 메고 있던 공기총을 풀어 손에 들고 몸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탁 트인 5층과는 달리 사방이 막힌 1층은 미개척지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어떤 몬스터가 나올지 모르며, 어떤 돌발 상황이 일어날지 모르기에, 최대한 준비를 마치고 진입하는 게 그나마 살아날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엘레베이터의 전광판이 1이라는 숫자를 출력하자, 한서준은 구석에 등을 밀어붙였다. 그런 뒤 문을 향해 공기총을 겨누었다.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레베이터의 문이 좌우로 갈라졌다. 동시에 피부가 얼어붙을 것 같은 차가운 공기와 시야를 잡아먹는 어둠이 엘레베이터 안으로 번져 들었지만, 다시 문이 닫힐 때까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한서준은 조심조심 엘레베이터 밖으로 발을 내딛었다.

첫 번째 난관이자 최대의 취약점이라 할 수 있는 엘레베이터 좌우는 빠른 상체 회전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어둠이 장악한 앞쪽의 공간은 정확한 확인이 어려웠다.

한서준은 답답함을 느꼈다.

그나마 사물의 윤곽선이 보이긴 했지만 그걸로는 판단이 어려웠다. 폐 속을 시원하게 만들다 못해 얼어붙게 하는 공기가 묘하게 몸을 짓눌렀다. 한서준은 빨라진 심장 박동 소리를 들으며 삽시간에 젖어 들어가는 윗옷의 찝찝함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래도 상황이 상황인 만큼 섣불리 움직일 수는 없었다. 그는 한 발 한 발을 내딛을 때마다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전후좌우를 끊임없이 확인하면서 움직였다.

그때 무언가가 발에 채였다. 한서준은 슬그머니 허리만 숙여 장애가 있다는 것조차 잊어 먹은 오른팔로 조용히 그것을 더듬었다.

손가락이 얼어붙을 것 같은 차가운 기운이 먼저 손끝을 타고 온몸에 퍼져나갔다. 마치 끈적한 점액질과도 같은 액체가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에 길게 달라붙었다는 게 느껴졌고 무언가 부드럽다는 생각이 드는 감촉이 손바닥 전체에서 전해져 왔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이 알 수 없는 덩어리가 무엇인지 판단하긴 어려웠다. 좀 더 손을 위로 옮겨 다시 한 번 모든 손가락을 움직인 한서준은 마치 뱀장어가 구멍을 찾아 들어가는 것처럼 손가락 다섯 개가 어딘가로 들어가 끼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천천히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손바닥 전체에서 느껴지는 묵직함과는 달리 그건 무척이나 가벼웠다.

한서준은 그것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사람의 피부와도 같은 겉껍질이 눈에 들어왔다. 무자비하게 부서져나간 흰 뼈가 보였고, 시커멓게 변색된 살점이 그 뒤를 따랐다.

또 시야뿐만 아니라 시큼하고 지독한 냄새가 코를 거쳐 강하게 머리를 강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어이 정체불명의 노란색 점액이 손을 타고 팔뚝까지 흘려 내려오는 감촉과 광경이 피부와 눈을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전해져 들어올 때 쯤, 일정 간격으로 벌어져 이것을 꼭 감싸 쥔 자신의 손가락을 마저 발견한 한서준은 오래지 않아 이게 잘려나간 손이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한서준은 천천히,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은 채 손을 제 자리에 돌려놓았다. 그는 누군가가 혓바닥으로 길게 핥는 것 같은 노란색 점액 또한 바지에 문질러 닦고 참고 있던 숨을 조용히 토해 내었다.

한서준은 쪼그라든 폐에 한껏 공기를 주입했다. 그리고 유일하게 빛을 뿌리는 출입구를 향해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1층 역시 시체들이 가득 깔려있었다. 손을 확인하자마자 끊임없이 발에 채이기 시작한 살덩어리들을 밀어내며, 한서준은 출입구의 문턱에 무심코 발을 내딛으려다 흠칫 멈추고 말았다. 그는 뒤로 물러나 공기총을 그곳에 겨누었다.

키에에엑.

쿠아아···

끄륵! 크륵!

족히 수십 마리는 넘어 보이는 몬스터들이 아파트 단지 내에 깔린 시체의 산 위에서 군주처럼 군림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양도, 목소리도, 심지어 크기조차 제각각이었지만 몬스터들은 시체를 뜯으며 아파트의 출입구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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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종이 +6 16.10.15 5,917 78 9쪽
9 탈출 +3 16.10.13 6,342 67 9쪽
8 탈출 +3 16.10.11 6,411 74 8쪽
» 탈출 +4 16.10.09 6,960 78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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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탈출 +3 16.10.06 8,154 8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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