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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3.10.23 13:25
최근연재일 :
2024.03.04 08:10
연재수 :
136 회
조회수 :
4,909
추천수 :
277
글자수 :
784,850

작성
23.11.09 08:00
조회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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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

DUMMY

"아씨 진짜 돌아버리겠네! 아오! 아오! 아오!"


폭스가겐 차주는 머리끝까지 화가났다. 앞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마세라테가 갑자기 후진을 했기 때문이다.


아니, 빨간불에서 파란불 들어왔으면 그냥 쭉 갈 것이지, 왜 후진을 해?

왜 후진을 해서, 어? 차 뽑은지 얼마 안 된 내 새끼한테 상처를 입히느냐고? 아아악!


"저 새끼 뭐야, 도대체?"


다행히 차주가 다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마음이 다쳤다. 내 새끼가 다쳤는데 슬프지 않을 부모가 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마세라테차주의 면상을 좀 보려고 했더니만.


부아아아아앙-


마세라테는 특유의 배기음을 내뿜으며 재빨리 도망가기 시작했다.


"미쳤나, 저게? 야! 거기 안 서?! 이것도 뺑소니야, 뺑소니! 사고 내 놓고 어디 가는 거야?! 저 미친새끼가!"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얼굴이 붉어지다 못해 터질 듯 일그러진 폭스가겐 차주는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고 악셀을 내리밟았다.

아, 그 전에.


"예, 여기 킹마트 사거립니다. 예!"


우선 112에 신고부터 해야 했다. 폭스가겐 차주는 차만 다쳤지만, 저런 놈을 방생하면 인간이 다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누구 하나 죽일 수도 있다.

심지어 앞에 달려가는 꼬라지를 보아하니, 차선도 물고 운전 한 번 거지같이 하는 게 꼭 뭐하나 일을 낼 것만 같았으니까.


"음주운전인 것 같습니다! 예! 지금 쫓아가고 있습니다! 보라색 마세라테입니다! 예? 마세라테 어느 차종이냐고요? 아니, 그런 것 까진 모르겠는데!"


차주는 기가 막혔다.

지금 이 도로 위에서 소나따, 아반테 카니볼은 셀 수 도 없이 많이 봤지만 마세라테는 단 한 대 뿐이었다.


"종류는 모르겠고! 번호판 읽어드리겠습니다! 지금 제 차 폭스가겐 주황색입니다! 지금 쫓아가고 있어요!"


아무리 핸드폰을 스피커로 해 놓았다고 해도, 저 미친놈을 쫓아가랴, 사람들 안 다치게 운전하랴 신경 쓸 게 한 둘이 아니었다.

끝까지 마세라테로부터 시선을 놓치지 않은 채, 차주는 천천히 마세라테의 번호를 부르기 시작했다.


"뽑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습니다! 뒷글자! 뒤에 숫자만 불러드리겠습니다! 5551! 5551입니다! 신호대기중에 갑자기 후진해서 제 차를 박았습니다! 그래서 상대 차량도 뒷범퍼가 약간 찌그러져 있어요!"


드디어 경찰 측에서 응답을 해주었다. 지금 당장 출동하겠다는 대답이었다.


"예! 빨리 좀 와주십쇼! 저러다가 일 내면 큰일.... 아아아아아악?!"


뻐어어어어어억! 쿵! 쿠쿠쿵!


- 선생님? 무슨 일이십니까?


"지, 지, 지, 지금, 지금!"


끼이이이이익-


폭스가겐 차주가 겨우 급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멈추었다.

바로 앞에서 큰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사, 사, 사람 죽였어요 저 마세라테가! 사람 죽였다고! 사람! 사라아아아암! 아 빨랑 와요 좀!"


*

*

*


사고가 일어나기 약 1분 전.

마세라테 차주, 33살의 최아연은 백미러를 확인하며 투덜대고 있었다.


"귀찮게."


그녀는 거칠게 악셀을 밟았다. 아까 신호 대기 중에 사고가 일어났었는데, 그 때문에 폭스가겐이 그녀를 계속 쫓아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별 것도 아닌 걸로 지랄이네, 똥차 주제에."


최아연은 오히려 억울해했다.

뒤에 폭스가겐이 있었기 때문에 내 차 뒷모습이 망가지고 말았다. 저 차만 없었어도 안 망가졌을텐데. 수리비 같은 건 부모님이 내주실 테니 상관없지만, 그래도 귀찮은데.


"아 왜 자꾸 쫓아와? 저 인간 할 일 없나?"


부아아아아앙-


조금 전, 최아연의 차는 보행자 신호가 들어왔던 횡단보도를 질주했다.

70이 훌쩍 넘는 속도. 고속도로에서는 느릴지 몰라도, 일반 도로에서는 나름 빠른 속도일텐데.


덕분에, 횡단보도에서 잠깐 멈춰 선 채 최아연의 차량을 노려보는 행인들이 여럿이었다.

그나마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들이 적은 편이었으니 망정이지, 만약 피크시간대였다면 이미 누구 한 명 치고도 남았을 터.


"내가~ 이렇게 운전을 잘 해."


최아연은 생각했다. 그리고 믿었다.

베스트 드라이버란, 위험한 상황에서 사고를 내지 않을 수 있는 실력을 지닌 존재라고.

그리고 바로 그 존재가 자신이라고.


그러나 그녀의 그런 생각은 옳지 않다.

베스트 드라이버는, 동승자가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방금 전 횡단보도에서 있었던 그 상황은... 만약 동승자가 있었다면 기절했을지도 모르는 일.


"그건 실수고."


아까 신호대기 중에 후진을 한 건 그저 실수에 불과하다. 잠깐 좀 헷갈렸을 뿐이다. 기어를 중립에 넣는 다는 걸 후진기어에 넣어버렸을 뿐이다. 별 거 아니다.


"내 운전 실력은 끝내주지. 면허도 한 번에 땄다고."


부아아아아아아앙-


마세라테가 더욱 거칠게 배기음을 내뿜는다. 속도계기판의 바늘이 위를 향해 끊임없이 올라간다.

이미 속도는 벌써 80을 넘겼다. 일반 도로에서 이 정도의 속도는 과속이다. 만약 비상상황이 벌어져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해도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할 터인데.


"난 사고 안 내니까."


그러나 최아연은 깨닫지 못했다. 신경도 쓰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실력을 과신했다.

그렇기 때문에.


뻐어어어어어어억! 쿵! 쿵! 쿠우웅!


사람을 치고 말았다. 보행자 신호가 들어온 횡단보도를 지팡이로 짚고 천천히 건너던 할머니였다.

마세라테의 앞 범퍼와 충돌한 할머니는 힘없이 공중에 붕- 뜨더니 그대로 바닥에 처박혔다.


이미 할머니의 상태는 거의 반죽음 상태일 터. 80이상의 속도로 달려왔는데, 체중이 겨우 50이 넘을 것 같을 정도로 마른 할머니가 온전할리는 없다.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고 하더라도 전신이 박살났을 게 분명하다.


덜걱덜걱-


그러나, 이름 모를 할머니의 불운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할머니의 작고 마른 몸이 날아갔을 때, 차라리 다른 차선, 혹은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면 좋았으련만. 운 나쁘게도 그만 마세라테 앞에 떨어지고 말았다. 때문에, 멈추지 않고 직진하던 마세라테가 할머니의 몸을 밟고 가버렸다.


"이봐! 멈춰! 멈추라고! 어딜 가는거야?! 도망가지마!"

"경찰에 신고해요! 112! 112!"

"할머니! 할머니! 괜찮으세요? 할머니!!"

"여기 사람이 죽었어요! 사람이 죽었어요!"


평화롭던 마을에 지울 수 없는 불을 지른 채, 늑대는 나 몰라라 하며 저 멀리 떠나버렸다.

화재가 발생한 마을에 남은 사람들은 이미 목숨을 잃은 할머니를 위해 저마다의 힘을 보탰다.


"괜찮으신 겁니까?"


힘을 보탠 사람들 중에는 폭스가겐 차주도 있었다. 사고가 발생한 후, 차주는 차에서 내려 그 누구보다 제일 먼저 119를 불렀다. 마세라테를 쫓아가려고 했지만, 그쪽은 경찰에게 맡겼으니 상관없겠다 싶었다.


"예?"


119 구급대원이 도착한 후, 폭스가겐 차주는 슬픈 소식을 들어야만 했다.

아니, 이미 눈치챘지만 전문가로부터 사실을 확인받으니 알 수 없는 슬픈 감정이 밀려왔던 것이다.


"죽었...나요?"


할머니는 죽었다. 아마 80이상의 속도로 미친듯이 달려오던 마세라테와 부딪혔을 그 시점부터였을 터.


"아아..."


세상을 떠난 저 할머니가 과연 누구의 할머니일까. 그건 차주로서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털썩-


그러나, 두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만큼은 어찌할 수 없었다. 차주에게는 종교가 없지만, 부디 그곳에서만큼은 편안하게 사셨으면 하는 바램이 들었다.


"진짜..."


차주가 주변을 살폈다. 이제 보니, 조금 전의 사고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한 둘이 아니었다. 애초에 보행자 신호가 들어왔던 횡단보도에는 몇 몇의 사람들이 걷고 있었으니까.

심지어 작은 말티즈와 함께 산책하던 어떤 20대 여자는 엉엉 울고 있었는데, 그녀의 말티즈가 거의 몸이 터진 채로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아까 할머니의 죽음이 너무 컸던 까닭에, 상대적으로 작은 말티즈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었다.


"그 새끼는 진짜로... 누군지 몰라도..."


또 공장에 다니는 것으로 추정되는 한 40대 남성도 피해를 입은 모양이었다. 죽진 않았지만, 바람처럼 내달리는 마세라테에 놀라 그만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그 과정에서 손과 두 다리를 다친 모양이었다. 그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는데, 표정을 보아하니 아마 그가 해야 하는 일에 지장이라도 있는 듯했다.


"무조건 잡아야 한다."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며, 폭스가겐차주는 이를 갈았다.


*

*

*


안타깝게도 마세라테 차주는 음주운전도 아니요, 마약운전도 아니요, 그 무엇도 아니었다.


"아, 폭스가겐 그 새끼 드디어 따돌렸네. 존나 끈질겨. 그냥 나중에 나한테 돈 달라고 하던가. 별 것도 아닌걸 가지고 끈질기게 구네."


최아연은 그냥 원래 이런 인간일 뿐이다.

내가 사람을 쳤는지, 어떻게 했는지, 그런 건 신경쓰지 않았다. 사실 그리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집안에 돈이 많은 그녀다. 부모님이 딱히 정치쪽에 있다거나, 뭐 그런건 아니다. 그냥 돈이 많은 거다.


그래서일까. 33살이 되도록 일도 안 하고 그저 부모님이 주시는 돈으로 살고 있다.

서울 잠실에 있는 집도 부모님이, 마세라테도 부모님이, 생활비도 부모님이. 모든 건 다 부모님이.


그녀의 부모님은 예전에 그녀가 학교 다닐 적에 사고를 쳐도 다 돈으로 해결해주셨다.

어쩌면 누구 말마따나, 최아연이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못하고, 단지 '돈이면 뭐든 되는 말하는 단백질 덩어리'로 보게 된 건 부모의 탓도 있지 않을까.

그러나 최종적으로 자신의 삶을 기괴한 방향으로 돌려버린 건 최아연의 선택이니, 그녀에게도 책임은 있다.


'아까 어떤 할머니 죽은 것 같던데.'


그녀가 학창시절 저지른 사고는 무엇이었을까. 정확한 건 알 수 없지만, 당시의 경험이 현재의 사고방식이 된 건 분명하다.


"뭐, 유족들한테 돈 좀 주면 되겠지."


탁!


겨우 사람들과 차들을 따돌린 최아연은 인적 드문곳에 차를 정차하더니 차에서 내렸다.

그리곤 차의 상태를 살폈다. 앞과 뒤가 사이좋게 기스가 나고, 또 찌그러져있었다.


"아~ 귀찮게. 새로 뽑은 지 이제 1년 됐는데. 이건 또 뭐야?"


앞 범퍼에 하얀색 털이 있었다. 무슨 털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아연은 귀찮다는듯 바람에 털을 날렸다.


"아아아- 귀찮아. 또 돈 달라고 지랄하겠지."


바람에 날린 털이 공중에 흩어진다. 아까 사고가 났던 곳을 향해 날아간다.


"쯧, 근데 그렇게 누구 죽으면 면허 정지되나?"


최아연은 머리를 굴렸다. 이 다음에 어떻게 되는 거지? 뭐, 엄마아빠가 알아서 해주시겠지. 알아서 돈으로 막아주겠지 뭐. 정 안 되면 급발진이라고 해야겠다. 그거면 될 거야.


탁-


도로 차 안으로 들어가 담배에 불을 붙이려는데, 발에 뭔가 채였다.


"이거 뭐야?"


손바닥 정도 크기의 황금비둘기상이었다.


"오, 진짜 금인가? 그런데 이게 왜 여기에 있는거야?"


바로 그때였다.


파아아아아앗!


황금비둘기상에서 눈이 멀어버릴 정도로 눈부신 황금빛이 뿜어져나오더니, 최아연을 덮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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