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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hereth
작품등록일 :
2019.04.04 00:01
최근연재일 :
2019.06.19 10:38
연재수 :
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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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97
추천수 :
128
글자수 :
323,057

작성
19.04.12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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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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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 접속 (9)

DUMMY

아무런 단서도 없이 갑작스레 운명을 물어 오자 지훈은 멀뚱멀뚱 리저드만 쳐다보았다.


“저기, 무슨 운명을 말씀하시는 건지?”


지훈도 광고 등에서 운명석을 사용한다는 내용을 얼핏 본 적은 있지만, 그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어떤 식으로 운명이 분류되어 있는지라도 알면 말이라도 꺼내 볼 텐데 그런 정보조차 없이 운명을 언급하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아, 많은 분들이 혼으로 있을 때 스스로를 돌이켜 보신 적이 있으신 것 같더라고요. 다들 제가 설명을 채 드리기도 전에 어떤 운명을 하고 싶다고 척척 말씀하셔서 단탈리안 님도 그러신 줄 알았네요.”


지훈의 흔들리는 눈동자에 낌새를 대충 눈치챈 리저드가 말했다.


“리저드, 단탈리안 님은 아무것도 몰라.”


시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리저드. 그러고는 얼굴을 앞으로 내밀며 조금 낮아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몰라도 괜찮아요. 이제 시작이신걸요. 한 번 생각 해 보세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를.”


‘내가 원하는 삶? 난 어떤 삶을 원하는 거지?’


어두운 방 안에서 흔들리는 조명, 속삭이는 듯한 그녀의 목소리, 그리고 어딘가 철학적으로 느껴지는 질문에 지훈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야, 도마뱀. 그냥 쉽게 설명해. 직업 선택하는 데 뭔 삶까지 끌어들여?”


이어지는 시온의 개입으로 바로 빠져나오게 되었지만.


“야, 너, 나가!”


리저드가 그르렁거리며 소리쳤다. 그녀의 이마에는 혈관이 선명하게 솟아올라 있었다.


“리저드 님, 저도 조금 빨리 부탁드려요.”


“예른 님 마저...”


하지만 예른이 시온의 편을 들자 바로 고개를 떨구었다. 단지 상황을 아직 파악하지 못한 지훈만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셋을 쳐다보았다.


“운명이라고 거창하게 말은 하는데, 솔직히 그냥 직업 선택하는 거야. 여행자들은 진짜 운명을 적용받는 우리와는 다르거든. 그보다 빨리 상자 좀 열어주지 않으련?”


여행자에게 적용되는 운명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 시온은 리저드에게 무언가를 재촉했다.


“먹고 사는 게 다 삶이지. 그걸 가지고...”


리저드가 투덜거리며 상자를 열어젖혔다. 그 안에는 여러 가지 색으로 반짝이는 손톱만 한 돌들이 들어있었다.


“단탈리안 님, 원하는 직업, 아니 운명을 선택해 주세요. 운명석의 사용법을 알려드리기 위한 것이라 현실에 미치는 효과는 없을 겁니다. 최대 다섯 개까지 선택이 가능합니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 운명의 돌을 선택하여 원하는 운명을 선택해 주세요.

제한적 용도로 사용되는 ‘체험용 운명의 돌’로, 운명의 방향을 아직 결정하지 못한 이들을 위해 최대 다섯 개까지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단, 이곳에서 얻은 운명의 돌은 시작 마을 주변 구역을 벗어날 경우 사용이 불가능해지며, 체험용이므로 실제 스킬 활성이나 숙련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


상자 안의 운명석을 하나하나 살피자 각각의 이름이 떠올랐다.


[ 체험용 운명의 돌 – 검사 ]

[ 체험용 운명의 돌 – 기사 ]

[ 체험용 운명의 돌 – 마법사 ]


...


“시온 님 말대로 그냥 직업이네요?”


지훈의 말에 리저드는 입을 굳게 닫은 채 불만 서린 표정으로 시온을 쳐다보았다. 그녀 때문에 지훈이 그렇게 생각하기라도 했다는 듯. 하지만 시온은 그 반응에 더 신이 난 것인지 리저드가 설명해야 할 내용까지 가로챘다.


“내 말이! 단탈리안 님, 아까 제국에 등록할 때 언급했던 특성 혜택 기억하지? 특성은 제국의 품을 벗어나지만 않으면 반영구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어. 반면에 운명의 돌은 여행자들에게 특정 직업의 스킬들을 패널티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인데, 적용되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 대신 가능만 하다면 동시에 적용도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지.”


“아, 장비 창에서!”


“그래. 아까 상태창 슬롯 아래에 운명석을 넣는 곳이 다섯 개 있지 않았어?”


시온의 말에 다시 상태창을 열어보니 그녀의 말대로였다.


“문제는 다중 운명 사용이라는 것이 강제로 여러 개의 운명을 부여하는 것이라 몸에 가해지는 부담이 좀 있어. 그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 여행자들은 ‘다중 운명 적용의 비약’을 사용해야만 복수의 운명석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더라고. 그 육신도 모두 제국의 자산으로 만드는 것이니 미리 관리하는 거지.”


다중 운명 사용자. 뭔가 어감이 좋았다.


“그럼 그 비약은 어디서 구할 수 있는 거예요?”


“그건 탑과 탑의 지부에서만 취급해. 질서와 혼돈의 조각으로만 살 수 있다더라고.”


그녀의 대답에 리저드가 혀를 차며 간섭했다. 쯧쯧 하는 그 소리에 지훈은 문득 그녀의 혀 모양이 궁금해 졌지만 직접 물어볼 용기까진 없었다.


“시온, 요즘은 일부 길드에서 위탁 판매를 하기도 해. 조건은 마찬가지인데 수수료가 붙겠지. 단탈리안 님은 다중 운명 사용에 흥미가 있어요?”


“조금이요.”


사실 조금이 아니다. 관심이 아주 많이 갔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지훈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질서와 혼돈의 조각들을 활용할 방법들이 떠올랐기 때문.


“흠. 그런데 단탈리안 님, 단점도 있어. 여러 스킬을 같이 사용할 수는 있는데, 마력량이 따라가질 못해. 마력 부족 문제는 마력 스탯이나 마력 회복 특성을 고른 이들도 마찬가지라 들었어. 무엇보다 특정 계열의 기술 숙련도를 올리는 데도 불리할걸?”


생각지 못한 문제에 크게 뜬 눈을 서너 번 껌뻑거리던 지훈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놓치고 있었던 부분이었다.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네요. 감사합니다, 시온 님.”


“저기, 이제 슬슬 운명의 돌을 골라주시면 안 될까요?”


옆에서 듣고만 있던 예른이 심심하다는 표정으로 재촉했다. 유독 여기서 계속해서 빠른 진행을 요구하는 모습에 지훈은 의아해했지만 지루해서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조금만 참아, 예른 님. 단탈리안 님, 결정했어?”


시온이 그런 예른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말했다.


“아, 아니요. 아직. 혹시 추천해 주실 만한 게 있을까요?”


다른 생각에 빠져 정작 운명을 고르지 못한 지훈이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전과는 달리 시온도, 리저드도 고개를 저었다.


“사, 사령술사요.”


단지 예른만 조심스레 입을 열었지만, 모두가 그녀의 말을 외면했다. 리저드가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단탈리안 님, 종족이랑은 달리 여행자들에게 주어지는 운명은 패널티 없이 바꿀 수 있는 부분이랍니다. 게다가 성향에 따라 원하는 직업이 다를 수도 있지만, 직업 내에서도 어떤 스킬을 배우느냐에 따라서 활동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져요. 어떤 운명이 좋다고 고정하기보다는 이것저것 다양하게 경험해 보라고 조언 해주고 싶네요.”


왠지 그녀의 말이 그럴듯하게 들린 지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상자 속 돌들을 살폈다. 그리고 고개를 드는데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시온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기사, 암살자, 성직자, 흑마법사, 권사. 하쉬말림이 많이 선택하는 직업들인데 어때?”


지훈이 한결 환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리저드, 들었지? 그걸로 줘. 아, 그리고 체험용 다중 운명 적용 비약 있지? 그것도 좀 부탁해.”


“운명을 골라주는 것도, 비약을 요청하는 것도 전부 월권이라고,”


리저드가 구시렁거리며 책상 아래쪽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어 지훈에게 건넸다. 투명한 연분홍색 액체가 들어있는 손가락 한 마디 만한 작은 플라스크였다.


하지만 비약이 지훈에게 전해지기 직전 시온이 그 비약을 낚아챘다. 비약의 색상을 확인한 시온이 예른의 눈 앞에서 비약을 흔들어 보이며 그녀의 옆구리를 툭 치자 예른이 물었다.


“리저드 님, 이건 하급 같은데요, 더 센 거 없어요?”


비약을 본 예른이 눈을 반짝이며 묻자 리저드가 눈에 띌 정도로 흠칫거렸다. 예른의 얼굴을 멀뚱멀뚱 바라보며 잠시 갈등에 빠져 있던 그녀.


결국 한숨과 함께 서랍 아래서 다른 비약을 꺼내어 시온에게 건넸다.


시온이 다시 지훈의 눈 앞에서 플라스크를 흔들며 안을 보여줬다.


조금 전 보여준 비약과 확연히 다른 포도주보다 더 진한 붉은빛,


지훈은 그 색의 차이가 곧 성능의 차이라는 걸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 아까의 비약이 원래 색상이 분홍색이었던 게 아니고, 이 비약을 희석해서 그런 색이 나왔다는 것 역시도.


[ 시온이 ‘체험용 다중 운명 적용의 비약(최상급)’을 전달하려 합니다. 승인하시겠습니까? ]


“승인”


교환 과정에 따라 시온이 건넨 비약은 자동적으로 보관함으로 수납되었다. 보관함 상단에 생겨난 진한 플라스크 모양의 아이콘을 주시하자 설명이 떠올랐다.


[ 체험용 다중 운명 적용의 비약(최상급) - 다섯 개의 운명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비약. 운명을 동시에 적용해도 육신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돕는다.

체험용이어서 효과가 적용되는 시간은 한 시간이 한계다. ]


“지속 시간이 한 시간?, 그럼 정식 제품은 얼마나 가요?”


“최상급 비약 정품? 한 달. 그런데 그거 무지 비싸. 아까 말했듯 가성비가 그리 좋은 편도 아니고.”


“비싼 걸 아는 녀석이 나한테 저걸 달라고 하냐.”


시온의 말에 리저드가 그르렁 소리를 내며 발끈했다.


“내가 달라 한 거 아닌데?”


하지만 시온은 예른을 힐끗 쳐다보고는 말을 이었다.


“단탈리안 님. 아마 단탈리안 님이 그 비약을 쓸 일은 잘 없겠지만, 그래도 동시에 운명이 적용된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이때라도 한 번 느껴봐.”


“시온, 남의 물건으로 선심 쓰듯 하지 마!”


하지만 정작 지훈의 생각은 리저드와 달랐다.


‘이런 식으로 다중 운명을 살짝 맛보여주는구나. 돈 쓰라고. 그런데 시온, 저, 어쩌다 보니 그걸 즐겨 사용하게 될 것 같은데요.’


차마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던 말들. 지훈이 쓴 웃음을 지었다. 지훈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리저드와 시온은 계속 티격태격대고 있었다.


“예른 님 부탁이니 준다. 넌 분홍이 내놔.”


어느새 시야에서 분홍색 비약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닫고 발끈한 리저드가 시온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고, 시온은 입맛을 다시며 비약을 돌려줬다.


분홍색 비약을 원래 자리에 되돌려놓은 리저드는 시온이 말한 각기 다른 색을 발하는 다섯 개의 운명석을 꺼내 지훈의 앞으로 밀어주었다. 지훈이 보기에 가장 왼쪽에 있는 돌부터 짚어 나가며 차례대로 설명을 곁들였다.


“시온이 대신 요청한 운명석입니다. 이쪽부터 기사, 암살자, 성직자, 흑마법사, 권사 순으로 되어 있어요.”


[ 리저드가 ‘체험용 운명의 돌-기사’, ‘체험용 운명의 돌-암살자’, ‘체험용 운명의 돌-성직자’, ‘체험용 운명의 돌-흑마법사’, ‘체험용 운명의 돌-권사’를 전달합니다. 승인하시겠습니까? ]


“네.”


책상에서 운명석이 모두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리저드가 설명을 이어 나갔다.


“단탈리안 님, 운명의 돌과 비약, 먼저 사용하셔도 무방하겠지만 비약을 먼저 사용하시는 게 설명해 드리기에 나을 것 같네요. 비약을 먼저 사용해 보시겠어요?”


그녀의 말을 따르자 지훈의 손안에 비약이 나타났다.


둥근바닥 플라스크 안에 있는 비약을 들어 올려 빛에 비춰보자 붉은 액체 안에 미세하게 반짝이는 것들이 보였다.


그 비약에 시선을 고정한 채 사용한다는 의사를 전하자 안의 액체가 바로 사라지며 시스템 메시지 창과 함께 장비 창이 떠올랐다. 탁하게 있던 다섯 개의 운명석 슬롯이 차례차례 빛을 발하며 맑아지는 것이 보였다.


“이번에는 운명의 돌을 사용 해 주세요. 마찬가지로 사용한다는 의사를 전하시면 자동적으로 해당 칸에 위치하게 될 거예요.”


지훈의 의사를 따라 다섯 개의 운명석이 차례대로 운명석 슬롯으로 이동했다. 메시지 창이 바쁘게 깜빡이며 아이템의 사용을 알려왔지만, 비약에 시간제한이 있었기에 지훈은 급하게 창을 닫아야 했다.


“다 끝났어요. 이제 뭘 하면 되나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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