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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테리안의 Epic of Seal

레지스터(Resister) 서장 ~ to Dragon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브리테리안
작품등록일 :
2015.07.26 03:33
최근연재일 :
2015.10.03 01:09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63,479
추천수 :
1,696
글자수 :
386,989

작성
15.09.26 00:56
조회
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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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0쪽

제 18장 - 실마리(3)

DUMMY

리크의 말에 책상에 앉아있던 남자는 물론이고 양 옆에 버티고 서 있던 두 사람도 검을 뽑아 들었다. 하지만 리크는 이미 책상 위로 뛰어 오르며 트라발가스를 소환해 냈고, 그의 목에 검을 들이 밀었다.



“하항~ 배짱 한번 두둑하군요. 얼굴을 모두 드러낸 채 암살자 길드에서 이런 일을 벌이다니… 목숨이 열 개라도 되시는 모양입니다?”


“저 역시 피를 보고 싶지 않습니다. 묻는 말에 대답만 해주면 보상은 물론 조용히 돌아가겠습니다.”


“그건 들어보고 결정하도록 하죠. 비록 목에 검이 들이밀어져 있지만 선택권은 이쪽에 있는 것 같으니까요?”



검은색 단발머리를 한 남자의 눈이 휘어졌다. 검이 목 언저리에 닿을 듯 놓여 있었지만 능글맞게 웃는 그의 표정에서는 여유가 느껴졌다. 옆에 선 사내들에게 검을 집어넣으라는 신호를 보내고, 자신의 검도 검집에 집어넣었다.



“첫 번째 질문. 이곳이 암살 의뢰를 받은 곳이 맞습니까?”


“맞습니다만?”



리크는 그의 대답에 주머니에서 새끼손가락 반 마디 크기의 노란 보석을 하나 꺼내서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그 보석은 세공기술이 매우 독특했고, 쉽게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어서 보는 이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그 보석을 본 단발머리의 입 꼬리가 씰룩였다.



“두 번째 질문. 의뢰주는 누구입니까?”


“그건… 목에 칼이 들어와도 말할 수 없습니다.”



조금 전까지 여유로웠던 그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었다. 정말 말하지 않을 심산이었다.



“그럼 질문을 바꿔서… 의뢰비용은 얼마나 받았습니까?”


“총 250골드입니다.”



리크는 꽤 큰 금액에 놀랐다. 250골드면 4인 가족 400가구가 1년 동안 생활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꽤 큰 금액을 지불한 만큼 폴다브가 의뢰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리크는 그의 대답에 다시 주머니에서 새끼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파란 색 보석을 책상에 꺼내어 놓았다. 이 보석 역시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디자인과 세공법을 사용했고, 단발머리의 입에서 작은 탄성을 이끌어 냈다.


얼마 전 드워프들에게 받은 보석들을 이런 식으로 쓰는 것이 조금 미안했지만 돈을 따르는 이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먹잇감이었다.



“그럼 세 번째 질문. 다시 물어보겠습니다. 의뢰주가 누구입니까?”


“그… 그건…”



아까와는 확연히 다른 태도였다. 역시 이들은 돈을 좋아한다. 리크는 주머니를 뒤적여서 가장 크고 투명한 보석을 꺼내 들었다. 손바닥에 가득 찰 만큼 크고 무색의 투명한 보석. 다이아몬드였다.


그것을 본 검은 단발머리는 한숨을 들이마셨다. 너무 급하게 들이마신 탓에 사래가 들렸는지 컥컥 소리를 냈다. 그의 코앞까지 내밀어 진 투명한 보석은 방 안 불빛을 무지갯빛으로 반사시키며 영롱하게 빛났다.



“쳇… 이놈의 돈 좋아하는 성격을 고치던가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정말 목숨이 열 개라도 모자라겠군요? 족히 천 골드는 나갈 것 같은…”


“몇 가지 질문이 남았습니다. 성실하게 답해주시면 이것을 드리지요.”


“크흠… 질문이 뭐였죠?”



남자의 목소리와 태도는 어느새 협조적으로 바뀌어 있었고, 그는 기지개를 한 번 펴고는 등을 의자에 기대며 리크의 질문을 기다렸다.



“의뢰주.”


“하… 그래요. 폴다브 맞습니다.”


“이유는?”


“이유는 모릅니다. 저도 물어봤지만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직접 암살 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항상 가명을 써서 본명은 모릅니다. 가명은 카일렌… 은퇴한 지 8개월 쯤 되어서 행방은 모릅니다.”



리크의 손에 쥔 보석에서 눈을 때지 못하는 그의 입에서는 술술 대답이 흘러 나왔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그 암살자는 어떻게 생겼죠?”


“여자고, 길게 기른 갈색 머리를 주로 묶고 다녔지. 눈동자도 같은 갈색이었고…”



그가 암살자의 인상착의를 설명하는 말이 길어질수록 리크의 머릿속에는 카린의 모습이 그려졌다. 하지만 갈색 머리와 갈색 눈동자는 생각보다 흔했기에 애써 떠오르는 그녀의 모습을 무시했다.



“그 정도면 됐습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리크는 손에 들고 있던 보석을 조심스럽게 책상 위에 내려놓고는 검을 거두었다. 등을 돌려 방을 나가려는 리크에게 단발머리 사내가 말을 건네 왔다.



“여긴 암살자 길드의 중심인데… 그런 보석들을 보여줘 놓고 그냥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건 아니겠죠?”


“엘마린 대륙 최연소 아크 위자드. 리크입니다. 아마 쉽지는 않을 겁니다.”


“… 쳇. 소문은 들었는데… 요즘 마법사 길드에는 협잡꾼들만 모인건가? 이놈이고 저놈이고… 슬슬 은퇴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네요.”



검은 단발머리의 사내는 책상에 놓인 보석들을 보면서 씨익 웃었고, 리크를 그냥 보내주라는 신호를 보냈다. 지팡이를 돌려받고 계단을 올라가던 리크는 밑에서와 다르게 올라갈수록 몸이 긴장되는 것을 느꼈다.



「크크… 슈퍼에고가 줄어들고 이드가 커졌기에 수작을 좀 걸어 봤는데… 맘에 들던가?」


“수작?”



술집을 나가려던 리크는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트라발가스의 목소리에 혼자 중얼거렸다. 술집에 있던 사내들은 혼잣말을 하는 리크를 이상하게 쳐다봤지만 리크는 따로 신경쓰지 않았다.



「뭐… 깊이 알 것 까진 없고, 지하에서 있던 너의 반응들은 나의 작품이라고 할까?」


“… 나쁘진 않네.”


「크크크…」



나름 효율적이었던 행동에 리크는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의 목을 정말로 벨 생각은 없었다. 리크는 앞으로 폴다브와 어떻게 맞설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저택을 향해 한참을 걸었다.


리크가 걷다가, 걷다가 예전 카린의 음식점이 있던 거리를 지날 때였다.


【사륵-】


리크의 볼로 무언가 차가운 것이 스윽 훑고 지나갔다. 고개를 들어 앞을 본 리크는 잠시 감상에 젖었다. 하늘에서는 깃털처럼 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고, 그 눈은 점점 크기를 더해갔다. 어느새 잘 포장된 돌길에는 눈이 소복소복 쌓이기 시작했고, 판을 벌려놨던 상인들은 급하게 천을 씌우거나 판을 접기 시작했다.


리크가 카린을 만난 지 딱 1년이 되던 날이었다.



* * * * * *



리크가 저택에 돌아온 뒤로는 리크보다 집사 엘란이 더 바빠졌다. 약 1년 전에 타르틴 마을에서 살고 있던 마르타란 점쟁이를 찾는 일부터 시작해서, 8서클의 마법서를 수집하는 일을 맡았기 때문이었다.


두 가지 일 모두 쉬운 일이었다면 금방 끝이 났겠지만 두 주가 지나도록 둘 다 진척이 없었다. 엘란이 더 초초했던 이유는 리크가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의 주인이 8서클에 오른 것인지, 그 때문에 8서클 마법서를 찾는 것인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연무장에 딸려있는 수련관에 들어가서는 도대체가 나오질 않고 있었다.


식사는 제때 하는지 발을 동동 구르며 몇 번을 밖으로 끌어내려 했었지만 도무지 나오지를 않았다. 대신 매 끼니때 마다 식사를 가져다주는 것으로 타협했고, 갈 때 마다 지친 표정이었기에 무언가 질문을 할 수가 없었다.



“리크님! 이젠 정말 쉬셔야 합니다! 그러다 몸 상하십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연습하면 될 것 같단 말이에요.”



엘란은 무언가 계속 연습하는 리크가 안쓰러웠다. 오랫동안 같이 지낸 것은 아니었지만 무언가 말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화가 나기도 했다가 안쓰럽기도 했다가 도대체 무엇이 그를 이토록 몰두하게 만드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때로는 그에게 작은 열등감을 느끼기도 했다.


【콰아아앙!】


엘란이 막 저녁식사를 전해주기 위해 나섰을 때, 연무장 한쪽에서 커다란 폭발음이 들려왔다. 놀란 엘란은 음식을 올려놓고 끌던 카트를 내팽개치고 폭발음이 난 곳으로 달려갔다. 그 곳에는 리크가 있던 건물이 폭삭 무너져 있었고, 뿌연 돌가루와 흙먼지들이 날리고 있었다.



“리크님!!”



놀란 엘라는 소리를 지르며 무너진 건물의 잔해로 달려갔고, 먼지들을 해치며 소리쳤다.



“리크님! 어디 계십니까!! 리크님!!”



한참을 소리 지르며 잔해더미들을 맨손으로 뒤지려 할 때, 조금 떨어진 곳에서 리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거의 성공 했었는데, 아쉽게 됐네. 엘란 아저씨! 전 괜찮으니까 걱정 마세요!”



엘란은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더듬더듬 찾아갔다. 온통 흙투성이가 된 리크가 그를 보고 멋쩍게 웃었다. 엘란은 신분도 잊은 채 리크에게 달려가 그를 껴안았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걱정했잖습니까!”


“아… 미안해요. 마법 연습을 하다가 그만… 건물을 새로 지어야 겠네요?”


“건물 따위야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다만 직위를 생각하셔서 좀 몸을 사리십시오.”


“하하하…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어서…”



리크는 어색하게 웃으며 엘란의 품을 벗어나려고 조금 움직였다. 그제야 자신의 행동을 깨달았는지 얼른 리크를 풀어주고 헛기침을 했다.



“큼… 온통 더러워 지셨으니 이대로 저녁식사를 하기는 힘드시겠군요. 목욕물을 받아 놓겠습니다.”


말을 마친 엘란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돌아섰다. 시종들에게 목욕물을 받으라고 말한 후 내팽개쳐진 카트를 정리하며 중얼거렸다.



“저녁식사를 다시 준비해야겠군.”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ㅠ 너무 많이 늦어버렸네요..

연참대전에서 살아남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ㅠ

회식때 왜 그렇게 술을 먹여대는지....

제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변명에 불과하다는 점 잘 알고 있습니다. ㅠ

미천한 글쓴이의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항상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면서...

좀 더 책임감 있게 연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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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제 19장 - 재회 +3 15.10.01 270 4 10쪽
» 제 18장 - 실마리(3) +3 15.09.26 327 5 10쪽
91 제 18장 - 실마리(2) +3 15.09.24 270 7 9쪽
90 제 18장 - 실마리 +3 15.09.23 307 5 10쪽
89 제 17장 - 용광로의 주인(6) +3 15.09.22 291 4 10쪽
88 제 17장 - 용광로의 주인(5) +3 15.09.21 257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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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제 17장 - 용광로의 주인(3) +3 15.09.18 247 8 8쪽
85 제 17장 - 용광로의 주인(2) +3 15.09.17 321 7 11쪽
84 제 17장 - 용광로의 주인 +3 15.09.16 291 7 8쪽
83 제 16장 - 키 작은 장인(5) +3 15.09.15 307 6 9쪽
82 제 16장 - 키 작은 장인(4) +3 15.09.14 278 9 10쪽
81 제 16장 - 키 작은 장인(3) +3 15.09.13 293 9 10쪽
80 제 16장 - 키 작은 장인(2) +5 15.09.12 405 9 13쪽
79 제 16장 - 키 작은 장인 +3 15.09.11 297 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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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제 14장 - 과거의 망령(5) +4 15.09.01 474 7 8쪽
70 제 14장 - 과거의 망령(4) +4 15.08.31 374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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