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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화보Zen 님의 서재입니다.

무위자장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로맨스

규화보Zen
작품등록일 :
2022.12.21 20:45
최근연재일 :
2023.04.23 00:32
연재수 :
91 회
조회수 :
4,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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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수 :
501,677

작성
23.04.15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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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4.기묘한 승부.2

DUMMY

박오후가 멀쩡히 살아있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


그렇게 많이 마셨던 술이 한방에 깨는 희한한 경험을 장호연은 하고 있었다.


저 삐쩍 마른 사람이 박오후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백지원이랑 대화가 통하는 것을 보니까 오후가 맞긴 맞는 것 같았다.



-몸이 안 좋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역시 제 걱정 해주시는 사람은 지원 조리장님뿐이네요! 갹갹갹!



박오후는 우렁차게 웃음을 터뜨렸다.



-연락이 안 됐던 이유는 뭐야? 조용히 일을 그만두고 싶어서?



지원의 말에 오후는 얼른 고개를 저었다.



-아뇨!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다시 복귀할 수 있을까요? 혹시 벌써 사람을 새로 구한 건 아니겠죠?



만에 하나라도 새로 사람을 구했다면 성질을 낼 것 같은 태도였다.


분명히 박오후긴 했지만 살이 쏙 빠지고 성격도 어딘가 예민해보이는 모습에 지원은 살짝 얼떨떨한 상황이었다.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는 장호연은 아까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더니 이젠 입이 열리지 않는 듯했다.



‘다른 사람을 봤던 것인가?



그런데 동방명당의 지하에서 만났던 수상한 놈 입에서 분명히 박오후라고 하지 않았던가.


심한 고생을 했던 것으로 보였고 이미 살이 쏙 빠진 모습이었으니 살아서 돌아왔다면 비쩍 마른 지금 모습이야 충분히 이해할 수 있기는 했다.


그런데 분명히 숨이 끊길락 말락 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때 이미.


호연은 도저히 지금 오후의 멀쩡한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건 정말 귀신에 들렸거나 귀신 자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호연은 폰을 꺼냈다.


호연은 고양파의 오지수에게 슬쩍 톡을 하나 보냈다.



=니는 툭하면 귀신이래냐? 은근히 기가 약한 것 아니냐?



바로 답장이 오긴 했는데 내용이 좀 띠꺼웠다.



=이번엔 확실함. 지원누님이 위험함.



호연은 짧게 답장했다.



=어딘데?



박오후의 집주소를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곳이 용문 도장의 근처였기 때문에 대략의 주소를 호연은 재빨리 입력할 수 있었다.



-넌 자꾸 옆에서 뭐해?



오후와의 대화에서 어색함을 느낀 지원은 괜히 호연에게 한마디했다.



-아니, 그냥.


-맞기 전에 가만있어.


-음, 오케이.



순순히 대답하는 호연의 모습을 보며 오후는 갸악갹이라며 지옥에서 돌아온 듯한 웃음소리를 냈다.


아무리 지켜봐도 대놓고 이상한데 박오후 본인이 괜찮다니 계속 문제 삼기도 뭐했다.


그럼에도 나름대로 오후를 오래 옆에서 봐 온 지원으로서는 위화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몸이 아니라 정신이 아팠던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어딘가 분명히 성격적인 부분이 달라졌는데 본인이 아니라니까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면 요즘 주말알바 임행수도 살짝 달라졌던데, 걔는 아직 나이가 어리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오후까지 이러니까 뭔가 생각할수록 이상했다.



-조리장님.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십니까?



오후는 재밌다는 듯이 지원에게 물었다.



-아니야. 너 복귀하는 건 주방장님께 말씀드려볼테니까 기다려봐. 전화하면 받고.


-알겠슴돠!


-그럼 오늘은 이만 갈까? 아무튼 생각보다 건강해보여서 다행이야.


-건강해보인다구요? 갸악갹갹!



건강은 한 것 같은데 상태가 나빠 보이는 것도 분명했다.


지원이 일어서서 오후의 집에서 나가자 호연은 다급하게 고양파 오지수에게 오늘은 됐다고 톡을 날렸다.



=지원누님이 위험하다면서? 장난이었냐 이 새끼가.



아마도 허겁지겁 준비해서 오고 있었을 것 같은데 호연도 좀 미안하긴 했다.



=이왕 오던 거 그냥 와. 진짜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이거.



호연은 톡을 날리고 지원을 따라갔다.



-아까부터 자꾸 누구랑 톡을 해? 여자친구 생겼어?



지원의 물음에 호연은 얼른 고개를 저었다.


물론 고양파 오지수가 언뜻 보면 미소녀로 착각할 만큼 미소년 스타일이긴 했지만 호연에게 그런 취향은 없었다.



-그리고 아까 뭔가 할 말이 있었던 것 같은데, 하려면 지금 하던가.



지원의 물음에 호연은 또 얼른 고개를 저었다.


오후가 죽었다는 말을 할 생각이었는데 저런 상태로 멀쩡히 돌아다니는 것을 봤으니 호연의 말문이 막힐 뿐이었다.



-뭐야? 왜 이렇게 싱겁게 굴어? 너답지 않게.


-누님, 저 원래 싱거운 놈입니다.


-허······. 오늘따라 진짜 이상하네.


-전에 봤던 고양파 오지수 있죠?



호연의 물음에 지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걔가 오는 중인데······.


-지수? 걔는 또 왜 불렀어? 바빠 보이던데.


-아니, 그게······. 박오후 그 친구요. 그냥 딱봐도 귀신에 씐 거 같지 않아?



호연의 진지한 어조에 지원은 고개를 갸웃했다.


호연까지 정신이 이상해지는 것 같은 생각에 지원은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저었다.



--



용문 도장 근처에서 지수와 만난 지원과 호연.


뜸을 들이기엔 허겁지겁 준비해온 지수가 도끼눈을 뜨고 호연을 쳐다보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호연, 니 말은 오후가 귀신에 씐 거라고?


호연이 자꾸 이상하게 굴자 지원은 결국 눈살을 찌푸리면서 재차 확인했다.



-아, 이게 아닌데······.



오후는 멀정히 살아있는데 동방명당에서 본 장면을 얘기하면 호연 자신만 이상한 사람이 될 판인데, 그렇다고 넘어가자니 영 기분이 찝찝해서 잠을 못 잘 것 같았다.



-오후 상태가 확실히 이상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귀신은 좀······.



기껏 무당 불러놓고 귀신의 존재를 단호히 부정하기도 뭐해서 지원은 말끝을 흐렸다.



--



박오후의 집을 방문한 사람은 또 있었다.


곽우진과 임행수, 수상한 두 마스크 남자가 그들이었다.


되살아난 박오후를 바라보는 임행수의 마음은 아주 약간의 죄책감과 신기함, 여러 가지 의문점이 뒤섞여서 어지러운 지경이었다.


일단 박오후가 곽우진의 동방명당에 정신을 잃은 채로 끌려가는데 기여했던 사람이 임행수였기 때문에 돌아온 오후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더 이상한 사람은 곽우진이었다.


지금 자신을 박오후의 집으로 데려가서 뭘 어떡할 생각일까?


화해시키려고 데려가는 것은 분명히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예전보다 간이 커지고 할 말을 하는 성격으로 변한 행수라도 곽우진을 포함해서 어딘지 위압감이 느껴지는 하얀색 마스크, 검은색 마스크를 낀 남자 둘까지 따라가는데 거기다 대고 뭐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저 묵묵히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이제 예전의 자신이 아닌데 오후가 뭘 어쩌겠냐는 생각도 하긴 했다.


그런데 오후의 집에 가서 확인하니, 오후도 예전의 오후가 아니었다.



‘이건 대체······.



잠적하기 전과 너무도 달라진 오후의 모습에 행수는 살짝 소름이 돋을 뻔했다.


행수는 동방명당 지하에 갇힌 오후의 몰골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몰라볼 뻔했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살이 쭉 빠진 오후의 모습에 흐뭇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이렇게 금방 다시 만나게 되다니, 기묘한 일이로군.



오후가 죽기 직전 마지막을 지켜봤던 블랙 마스크 조우서가 말했다.



-우릴 원망하지 않나요?



임행수의 물음에 화이트 마스크 강상영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눈 앞의 이 자는 박오후이면서도 박오후가 아닌 자인데 누굴 원망하겠는가?



강상영의 말에 임행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박오후가 아니라고요? 그럼 누구죠?


-음, 이렇게 말하면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자는 박오후의 껍질을 뒤집어쓴 자다. 그런데 기억까지 상당 부분 가지고 있으니 박오후가 아니라고도 할 순 없지.



안타깝게도 행수는 화이트 마스크의 말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했다.


누군가 박오후의 껍질을 뒤집어 썼는데, 또 박오후의 기억을 상당 부분 가지고 있다니.


이런 자를 도대체 누구라고 생각해야 맞단 말인가.



-박오후의 껍질을 뒤집어 썼다라······. 그런데 저번에 분명히 염매의 제물이 된 자는 영혼조차 세상에 남아있지 못한다고 하지 않았소?



곽우진 역시 지금 상황을 꽤 흥미롭게 여기는 듯했다.


-세상에는 간혹 보통의 상식에서 예외의 경우를 만드는 사람이나 물건이 있는 법이지.


-음, 그럼 오후의 몸속에 있는 영혼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우진의 질문에 블랙 마스크 조우서는 키득거리며 웃었다.



-우리와 비슷한 사정의 인물이겠지.



조우서와 강상영.


이 마스크맨들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인가.


어쩌다보니 너무 위험한 자들에게 손을 내밀어버린 것이 아닐까.


행수는 창백해진 얼굴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러나 박오후가 저렇게 된데 나름대로 책임까지 생긴 이상 되돌아갈 수도 없었다.



-박오후, 다른 이름은 오이로. 한때 오(惡)대종사라고 불리웠던 자의 기억과 힘은 서서히 돌아올 것이다.



이로써 육도천마, 일월천사, 오대종사 셋이 모인 상황.


영문을 전혀 모르는 행수와 달리 우진은 뭔가 감이 잡히는 것이 있는지 눈살을 찌푸린채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내가 어렴풋이 짐작했던 추측이 맞는 것 같군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점이 있소.



우진의 말에 세 사람의 수상한 사내들의 눈길이 돌아왔다.



-당신들은 본래 단 한 사람의 힘으로도 강호를 뒤흔들었던 자들 아니오? 그런데 아무리 힘이 온전하지 못하다곤 하나 지금의 무림도 오랜 평화에 익숙해져 예전 같은 상태는 아닐 것이오. 혹시······.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행수가 나서서 말리고 싶은 지경이었다.


우진도 잠시 말에 뜸을 들였다가 작정을 한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그대들의 전설이 과장된 것은 아닌지?


-갸하하하!



박오후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자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지금 금방 이 세상에 강림하여 영문을 모르겠다! 갸하하하!



박오후의 광소에 행수는 기가 질린 채 안색까지 창백해졌다.



-그런데 왜 웃는 거죠······?


-그냥 웃는 것이다! 갸하!



별 생각없이 그냥 따라왔던 행수의 입장에서 잘은 모르겠지만 한가지는 확실했다.


지금 이 집에 정상인은 아무래도 없는 게 분명했다!



-그런데 우진. 박오후를 지금 타이밍에 되살려서 어디에 쓸려는 생각이냐?



박오후를 되살리는 발상을 해낸 게 우진이라는 말에 행수는 경악했다.


역시 우진도 보통 인물은 아닌 게 분명했다.


그의 적이 되어서 오후 꼴이 나지 않기만을 행수는 바랄 뿐이었다.



-당연하잖소. 요리대결이 코앞이니 요리사가 필요하지. 당신은 박오후기도 하니 요리를 당연히 할 줄 있겠지?



우진의 물음에 박오후는 이번엔 나지막히 키득대며 웃었다.



-당연하죠, 우진 조리장님.


-그래. 다시 한번 잘 부탁한다.



우진과 오후과 운동선수들처럼 멋스럽게 하이파이브하는 것을 본 행수는 고개를 저었다.



‘요한형. 당신은 절대 우진 조리장을 이길 수 없어.



행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뭐야 이거? 가만 보니 용문의 요리사들이 셋이나 동방명당의 소속인 셈이잖아. 이거 뭐 굳이 승부를 낼 필요가 있나?



블랙 마스크의 말에 우진은 정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요리로도 이기고 무림의 방식으로도 용문을 철저히 이길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짓밟아줄 것이다······!



도대체 우진의 용문에 대한 저 적개심은 무엇인지.


행수는 궁금했지만 지금 분위기에서는 일단 얌전히 있기로 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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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14.기묘한 승부.6 23.04.23 14 0 12쪽
90 14.기묘한 승부.5 23.04.21 17 0 11쪽
89 14.기묘한 승부.4 23.04.19 18 0 11쪽
88 14.기묘한 승부.3 23.04.17 23 0 12쪽
» 14.기묘한 승부.2 23.04.15 23 0 12쪽
86 14.기묘한 승부.1 23.04.13 29 0 13쪽
85 13.초인학교.6 23.04.11 26 0 11쪽
84 13.초인학교.5 23.04.09 39 0 11쪽
83 13.초인학교.4 23.04.07 25 0 12쪽
82 13.초인학교.3 23.04.05 25 0 12쪽
81 13.초인학교.2 23.04.03 23 0 11쪽
80 13.초인학교.1 23.04.01 25 0 12쪽
79 12.염매(厭魅).8 23.03.30 26 0 12쪽
78 12.염매(厭魅).7 23.03.28 36 0 12쪽
77 12.염매(厭魅).6 23.03.26 39 0 12쪽
76 12.염매(厭魅).5 23.03.24 37 0 12쪽
75 12.염매(厭魅).4 23.03.22 29 0 11쪽
74 12.염매(厭魅).3 23.03.20 29 0 11쪽
73 12.염매(厭魅).2 23.03.18 27 0 12쪽
72 12.염매(厭魅).1 23.03.16 30 0 12쪽
71 11.맛집동맹.6 23.03.15 38 0 12쪽
70 11.맛집동맹.5 23.03.13 33 0 11쪽
69 11.맛집동맹.4 23.03.11 32 0 11쪽
68 11.맛집동맹.3 23.03.09 34 0 11쪽
67 11.맛집동맹.2 23.03.07 32 0 11쪽
66 11.맛집동맹.1 23.03.05 40 0 12쪽
65 10.강남경찰은 놀고 있냐?6 23.03.03 27 0 12쪽
64 10.강남경찰은 놀고 있냐?5 23.03.01 2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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