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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화보Zen 님의 서재입니다.

무위자장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로맨스

규화보Zen
작품등록일 :
2022.12.21 20:45
최근연재일 :
2023.04.23 00:32
연재수 :
91 회
조회수 :
4,705
추천수 :
9
글자수 :
501,677

작성
23.03.24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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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2.염매(厭魅).5

DUMMY

어쨌거나 저쨌거나 일단은 요리로 저들을 이겨야한다.


사천곡성에서 용문반점에 방문한 사천왕이 용문반점의 점주 고강렬을 마주했다.


돌아가는 상황이 딱히 마음에 들진 않지만 순수하게 매상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고강렬의 입장에서도 지금 상황을 타개할 필요는 있었다.


사천곡성의 칼장 곡성검 손승빈도 마찬가지로 뭔가 찝찝한 얼굴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갑자기 밖에서 돌아온 사천곡성의 마녀공주 신희민이 대형사고를 친 것이었다.


남궁세가와 내기를 걸었고 만약 그 내기에서 진다면 사천곡성은 업종을 바꾸게 생겼다.



-뭐가 문제예요? 막말로 진다고 쳐요. 떡볶이 팔면 되는 거 아녜요!



물론 사천곡성의 진수는 매운맛에 있다지만 그렇다고 업종을 바꿔가면서 매운 요리만 계속하면 되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침묵을 지키는 신조민과 달리 신호동은 의외로 무릎을 치면서 유쾌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역시 내 딸이로다. 싸움이 아닌 요리 장사로 단판 승부라? 그것 아주 재밌겠구나. 날짜는 언제냐?


-그건 아직. 용문반점이랑 얘기도 맞춰야 하고.


-음? 사천왕 너희들이 내일 가서 용문반점에다 얘기해라. 우리는 담판을 지을 준비가 됐다고. 이 내기 자체는 우리 쪽에서 마음대로 정한 거니 날짜는 저쪽 마음대로 정하라고 해라. 으하하!



이렇게 된 것이었다.



-담판을 지을 준비가 됐다고? 히트 칠만한 새로운 메뉴도 아직 만들지 못했는데 무슨 담판 지을 준비가 됐다는 거예요?



황당한 얼굴로 말하는 백지원의 반응에 나선 사람은 다름 아닌 고요한이었다.



-메뉴는 저한테 맡겨주세요.



요한이 선뜻 나서자 백지원뿐 아니라 고강렬도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요한아? 좋은 생각이라도 있는 거냐?


-실전용으로 하기는 아직 애매하지만 조금만 더 시간이 있으면······ 네!



요한은 사천곡성의 사천왕을 돌아보았다.


언제나 면으로 자수를 뜨고 있는 사천곡성의 곡성면 나수현이랑 눈이 마주쳤다.



-내기 날짜는 언제요?


-내기 날짜? 그걸 정하기 위해서 온 거요. 당신들 알아서 정하랍디다.


-그렇다면, 조만간 있을 집회 하루 직전 날에 하죠.



요한의 말에 지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괜찮겠니? 며칠 안 남았어. 이제 나흘밖에 준비할 시간이 없는 거라구.


-이제 쉬니까 괜찮아요. 대략적인 구상은 있거든요.



보통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있는 요한이 은근하지만 나름대로 자신감을 드러내자 지

원은 고강렬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줍잖게 데려와서 일을 시켰던 조카가 이제 어느덧 이런 일까지 믿고 맡겨볼 정도로 성장했단 말인가?


고강렬은 아직 불안한 마음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한 편으로는 뭔가 알 수 없는 감개무량함을 느꼈다.



-좋다. 나도 요한이 너를 믿는다. 하지만 우리 가게의 존망이 걸렸을 수도 일인 만큼, 이틀간 생각해보고 안 되겠으면 빨리 얘기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하죠.



고강렬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천곡성의 사천왕을 쳐다보았다.



-당신들은 어떻게 할 작정이오? 늘 하던대로 매운 요리로 승부할 것인가?



고강렬의 말에 사천곡성의 사천왕 중 매운맛 담당 곡성렬 사보민이 손으로 자신의 허벅다리를 두드렸다.



-우린 지옥의 매운맛! 그것만이 전부요!


-음, 알겠소. 날짜는 아까 하는 말 들었겠지만, 닷새 후로 하겠소.


-닷새 후라······.



고량주 전문가 곡성주 신동경이라는 자가 딱 봐도 술에 피폐한 모습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깡 말라서 뼈밖에 안 남은 꼴이 딱 봐도 약쟁이의 몰골 그 자체, 좋게 말하자면 퇴폐미가 느껴지는 몽환적인 모습으로 그는 달력을 쳐다보았다.



-얘들아, 닷새가 며칠을 말하는 거였냐?


-뇌가 술독에 녹아버렸냐? 5일 후.


-아······ 뭐라고?



눈동자가 나른하고 탁하다 못해 초점이라고 할 게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한심해보이는 꼴을 하고 있지만 이놈이 사천곡성 최고의 지략가이며 주술사인 백주대낮 신동경이라는 자였다.



-넌 그냥 빠져.



닷새가 뭔지도 까먹은 최고 지략가를 옆으로 치우고 곡성검 손승빈은 용문반점의 백지원과 고요한, 고강렬, 그 외 상황을 지켜보는 홀 직원들과 주방에서 기웃거리는 요리사들을 둘러보았다.



-당신들은 소위 정파라는 놈들과 한통속이지만 재수 없게 굴지도 않고 괜찮은 족속들이군. 지금 남궁세가한테 뒤통수를 맞은 상황인데 어떻소? 이참에 차라리 정말로 우리와 한배를 타는 것은?



손승빈의 제안에 고강렬은 피곤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것도 당신네 교주의 생각인가?


-아니오. 그냥 갑자기 떠올라서 물어본 거요. 어차피 당신들과 우리는 교류를 시작했잖소.



솔직히 말해서 용문반점에 지금 있는 사람 중에서 정파무림을 외치면서 사파와는 절대 같은 길을 걸을 수 없다고 주장할 근본주의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것이 정파와의 관계를 완전히 끊는 것을 의미한다면 그건 좀 굉장히 곤란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제안을 단호히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곡성검, 이 사람아. 정파에 용문이라는 방파제가 존재해야 우리도 속 편히 지낼 수 있는 거야. 사람 참······.



제안을 거절당하고 나오는 길에 술을 마시면서 곡성주 신동경이 말했다.



-나도 알고 있어. 그냥 한 번 제안해본 것이지.



곡성검 손승빈의 대답에 신동경은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방금 뭐라고 했지?


-아, 진짜 얘 좀 어떻게 해봐. 얘 때문에 돌아버리겠다.



곡성렬 사보민이 신동경을 사냥한 사슴 메듯이 어깨에 메고 걷기 시작했다.


곡성면 나수현이 곡성검 손승빈 쪽으로 다가갔다.



-너도 알고 있는데 왜 그런 제안을 했냐?



나수현의 물음에 손승빈은 한숨을 쉬었다.



-나수현, 너라면 알아줄 줄 알았다.


-뭘?


-이대로는 우리 공주님이 가시밭길을 걸을 게 뻔하잖냐.


-호오. 벌써부터 별걸 다 신경 쓰는구나.



하지만 사실 나수현이 다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고요한과 신희민은 분명히 서로를······.


하지만 아직은 벌써 미리 나중 문제를 걱정할 정도의 무거운 사이가 아니었다.



-좀 더 두고 봐. 남녀문제라는 것은 때론 바위처럼 무겁지만 또 때론 깃털처럼 가볍기도 하니까 어떻게 될진 아무도 모른다.



나수현의 말에 손승빈은 납득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날짜가 정해졌으니 남궁세가로 가서 장소를 정할 일만 남았다.



--



-니 아이디어 나한테도 알려주지 않을 거니?



지원은 영업이 끝난 후 마감까지 마친 후에 요한에게 물었다.



-사실 별것 아닐 수도 있어요, 그냥 말로 들어서는. 그런데 실제로 먹어보면 맛있을 거예요.


-그건 너무 막연한 생각이잖아?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봐.


-한국 가정식이랑 중식을 결합할 수 있지 않을까······.



한국 가정식과 중식의 결합이라······.


적어도 용문반점이나 사천곡성에선 여태까지 선보인 적 없는 종류의 요리긴 했다.


그렇다면 지금 막 손을 잡아서 손님을 끄는 남궁세가와 동방명당의 합작처럼,


새로운 신제품을 내놓는 효과를 누릴 순 있을 게 분명했다.



-괜찮은 생각 같아. 그런데 갑자기 한식의 베이스를 며칠 만에 뚝딱 준비할 수 있을까? 이것만 해결되면 내 생각엔 먹힐 것 같아.


-······한식의 베이스요?


-응. 재료라던가 양념이라던가. 중식과 한식이 같을 수 없으니까 필요한 것들이 있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에 요한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니야. 좀 빠듯하지만 그래도 며칠 여유가 있으니까 거래되는 곳이 있을 거야. 나랑 우진 조리장이 알아볼게. 그리고 나도 같은 컨셉으로 요리를 몇 개쯤 생각해볼게.


-네. 부탁드릴게요.


-이틀 후에 상황 보고해. 알았지?


-알겠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지원의 뒷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요한도 집으로 돌아갔다.


결전의 며칠 후까지는 희민을 볼 마음의 여유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톡으로 잘 자라는 인사 정도는 하는 게 당연하지.



=잘자.



톡을 보낸 후 요한은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톡으로 희민이 요리를 배우는 중인 사진이 한 장 올라왔다.



=열심히 하는 중이야!



톡으로 보내온 사진을 들여다보며 요한은 고개를 갸웃했다.



-여기가 사천곡성 주방이야? 신조민 주방이야?



희민의 밀가루 묻은 얼굴만 크게 클로즈업되서 배경 주방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하긴 장소가 뭐가 중요하랴, 이 시간까지 열심히 수련 중인 것이 기특한 것이지.



=화이팅!



톡으로 답장을 보낸 요한은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웬 낚시대를 든 사람이 자신에게로 다가왔다.


완전히 다가와서 마스크를 내리니 다름 아닌 화산의 풍산하였다.



-나인 줄 몰랐지? 마스크 하나로 이토록 완벽한 변장이 가능한데 뭐가 걱정이냐?



다시 마스크를 올리며 풍산하는 산뜻하게 말했다.



-외출해도 된대? 사부한테서 멀리 떨어져도 되는 거야?



요한의 물음에 풍산하는 대뜸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정도의 시간은.


-위험을 무릅쓰고 왜 굳이 외출을 하냐? 지금 강남에 무림 관계자들도 잔뜩 와있다던데 깨어난 거 온 동네에 소문나겠어.


-야, 솔직히 단 둘이 집에 어떻게 있냐? 난 도저히 못 있겠다.


풍산하는 낚시대를 흔들어보였다.



-그리고 난 다도와 낚시를 아주 좋아한다. 잠깐 다녀온 것이니 너무 걱정마라.



지가 정 괜찮다니 요한은 더 할 말이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면서 두 사람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정식에 대한 아이디어를 본의 아니게 내준 풍산하에게 지금 용문반점이 돌아가는 상황을 어느 정도는 자세히 얘기하는 게 맞는 것 같았다.



-남궁세가가 왜 그런 행위를 했을까? 난 잘 이해가 가지 않는데. 동방명당이라는 곳이 부추긴 것 아니냐?



풍산하의 상황에 대한 질문에 요한은 고개를 저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아. 자기네들이 비즈니스맨들이라는데 뭐.


-비즈니스맨?


-어.


-비지떡이나 부치라 그래.



요한은 동방명당은 아무 책임이 없다고 말했지만 이상하게 풍산하는 저번부터 동방명당에 무언가 수상한 느낌이 꽂혀서 이걸 쉽게 떨칠 수가 없었다.



-요리 대결이라지만 중요한 것은 그 식당의 평판 아니냐? 평소 좋은 이미지가 있는 곳으로 가기 마련이라는 소리다.



풍산하의 말에 요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그렇지. 그런데 불과 5일 후야. 그 안에 평판을 뭐 얼마나 바꿀 수 있겠어?



요한의 대꾸에 풍산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먼 옛날이면 모를까 요즘은 SNS에 글 하나면 끝나잖아.


-여론 조작이라도 하란 말이냐?


-미쳤냐? 조작하는 자 조작으로 망하는 법이다.


-그럼 어쩌라고?



하, 풍산하는 짧게 탄식하며 요한의 어깨를 다독였다.



-너는 장사한다는 사람이 산에서 평생 도만 닦은 나보다 순진하구나. 내가 이번에 집에서 지내게 해준 신세를 조금은 갚아볼 테니 기대해봐라.



집에 도착한 요한과 풍산하는 웬일로 천동설이 차려본 저녁 식사 맛을 보았다.


생각보다 먹을만한 식사긴 했지만 풍산하는 유독 맛있게 먹었다.


도대체 무슨 꿍꿍이를 부릴 생각인지, 요한은 걱정 반 기대 반이 뒤섞인 감정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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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14.기묘한 승부.1 23.04.13 29 0 13쪽
85 13.초인학교.6 23.04.11 26 0 11쪽
84 13.초인학교.5 23.04.09 39 0 11쪽
83 13.초인학교.4 23.04.07 25 0 12쪽
82 13.초인학교.3 23.04.05 25 0 12쪽
81 13.초인학교.2 23.04.03 23 0 11쪽
80 13.초인학교.1 23.04.01 25 0 12쪽
79 12.염매(厭魅).8 23.03.30 26 0 12쪽
78 12.염매(厭魅).7 23.03.28 36 0 12쪽
77 12.염매(厭魅).6 23.03.26 39 0 12쪽
» 12.염매(厭魅).5 23.03.24 37 0 12쪽
75 12.염매(厭魅).4 23.03.22 29 0 11쪽
74 12.염매(厭魅).3 23.03.20 29 0 11쪽
73 12.염매(厭魅).2 23.03.18 27 0 12쪽
72 12.염매(厭魅).1 23.03.16 30 0 12쪽
71 11.맛집동맹.6 23.03.15 38 0 12쪽
70 11.맛집동맹.5 23.03.13 33 0 11쪽
69 11.맛집동맹.4 23.03.11 32 0 11쪽
68 11.맛집동맹.3 23.03.09 34 0 11쪽
67 11.맛집동맹.2 23.03.07 32 0 11쪽
66 11.맛집동맹.1 23.03.05 40 0 12쪽
65 10.강남경찰은 놀고 있냐?6 23.03.03 27 0 12쪽
64 10.강남경찰은 놀고 있냐?5 23.03.01 2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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