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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사로의 서재입니다.

오디션(Audition) 2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일반소설

완결

진사로
작품등록일 :
2020.03.15 00:30
최근연재일 :
2021.09.08 01:39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13,568
추천수 :
623
글자수 :
659,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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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1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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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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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7쪽

Restart. 욕심이 되어버린 밤

DUMMY

10월 14일 오전 10시.


“하아.”


은별은 잠에서 깨자마자 머리를 흔들며 긴 한숨을 쉬었다.

제 꿈을 이루며 뮤컬트 엔터테인먼트에 캐스팅된 기쁨도 잠시, 그녀는 자기에게 꿈을 꾸게 하고 이루어준 사람을 보냈다.


“어쩔 수 없어. 내가 그 사람이어도 나 같은 애 더는 보기 싫을 것 같아···. 근데 언니는 어쩌지?”


어제는 아침부터 움직여 피곤했음에도 불구하고 평소보다 더 늦게 잠들었다.

복잡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완이 자신과 연락을 끊으리라는 건 예상하고 있었지만 서희에게도 그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은별은 서희가 정완을 좋아하는 만큼 정완 역시 서희를 좋아하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결국 은별 자신의 존재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두 사람이 만나기 위해서 자신이 그들을 떠나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으로 그녀는 날밤을 지새우다 아침에야 잠들었다.


은별은 물 먹은 솜처럼 무겁게 몸을 일으키며 서희에게 전화했다.


[여보세요. 은별이?]

“언니, 저예요. 일어났어요?”

[응. 나 지금 너희 집으로 가려고.]

“네? 벌써 준비 다 했어요?”

[준비할 게 뭐 있겠어. 넌 천천히 나와.]

“10시 반까지 나갈게요.”

[응.]


은별은 큰 가방을 들고 부랴부랴 집을 나섰다. 그녀는 정완의 차가 서 있던 자리에 서희의 차가 서 있는 것을 보고 오늘부터 새로운 나날이 시작되었음을 깨달았다.

서희는 운전석에 앉아 누군가와 통화하다가 은별이 차에 타자 ‘이따 전화할게요.’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오래 기다렸어요?”

“조금 전에 왔어. 근데 그 가방은 뭐야?”

“혹시나 해서요. 숙소에서 잘 수 있음 하룻밤 자보려고요.”

“왜? 집이 마음에 안 들어?”

“방을 아예 옮기고 싶어요. 어차피 다음 달이 월세 마지막이라 고민하고 있었어요.”


서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출발했다.

은별이 말했다.


“전화 안 끊어도 괜찮은데.”

“통화 다 했어. 아빠한테 나 오늘 TV 나온다고 했거든.”

“많이 놀라셨어요?”

“왜 안 놀라겠어. 못 믿길래 방송 보라고 했지.”

“언니네 부모님은 가수 같은 거 하지 말라고 안 하세요?”

“우리 부모님은 하고 싶은 거 다 해봐라, 대신 책임은 네가 져라 주의야. 너희 부모님은?”

“난 아직 얘기 안 했는데 뻔해요. 진작 연예인 하라고 하지 않았냐고 그럴 걸요?”

“그래?”

“우리 엄만 돈만 갖다 주면 좋아해요. 연예인 하라는 것도 돈 많이 버니까 그런 거고.”

“어, 그렇구나···.”


서희가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하자 은별이 화제를 바꾸었다.


“우리 오늘 가면 뭐할까요? 밥 먹고 회사 둘러보고 연습하는 게 다겠죠?”

“글쎄. 일요일이라 트레이너 분들도 안 계실 거고···. 가수나 뮤지컬 배우들하고 통성명이나 해야겠지.”

“다들 행사나 공연하러 갔겠죠.”

“그럼 커피 마시고 CBC 예산이나 낭비하지 뭐.”

“풉! 알겠어요.”


이윽고 두 사람은 뮤컬트 엔터테인먼트에 도착했다.

이 회사는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 야산들이 둘러쳐진 외진 곳에 있다. 보통 생각하는 연예기획사와 달리 주차장이 실외에 위치한 데다 입구는 막혀있지 않았고, 일요일이라 주차된 차량도 많지 않았다.


“경비아저씨도 없고, 여기 뭔가 되게 한가해 보여요.”

“그래도 입구엔 카드리더기 있네. 이거 대야 들어가나 봐.”


서희가 카드리더기에 출입증을 대자 삑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두 사람이 건물 내부에 들어서자 저절로 잠겼다.

조용한 복도를 두리번거리며 살금살금 걷다가 뒤쪽에서 문이 열리자 은별이 깜짝 놀랐다.


“으악!”

“앗, 깜짝이야.”


뒤돌아본 곳에서는 3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이들을 알아보고 다가오고 있었다.


“여우비 맞죠?”

“네. 놀라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저는 마정희입니다. 지원실에서 근무해요.”


서희는 이름을 듣자마자 어제 보았던 명함 속 글자를 떠올렸다.


“아! 내부지원팀장님이요?”

“말이 팀장이지 팀원은 저 말고 한 명밖에 없어요.”

“정말 반갑습니다. 저희 잘 부탁드려요.”

“죄송해요, 팀장님.”


은별은 생머리를 뒤로 넘기며 정희를 향해 두 번이나 고개 숙여 인사했고, 정희는 은별의 어깨를 쓰다듬어 주었다.


“은별 씨, 저 나쁜 사람 만들지 마세요.”

“네? 네.”

“따라오세요. 저랑 같이 회사 한 번 둘러보고 식사하세요.”

“바쁘실 텐데.”

“이게 제 일이에요. 앞으로 세 번만 더 하면 되겠네요.”

“세 번이요?”

“하트헤르 팀은 어젯밤에 왔어요. 저 출근하는데 벌써 아침 먹고 식당에서 나오더라고요.”

“네?”

“헐.”


서희와 은별은 정희와 함께 회사 내부와 주변을 둘러보고 안내를 받은 후 식당에 들어갔다.

혼성 듀엣 하트헤르의 멤버인 박지혜와 황유찬이 식사하다 두 사람을 보고 반색했다.


“언니! 여기요!”

“누나들 같이 드세요.”

“그래. 고마워.”


서희는 첫 숟갈을 뜨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돼지고기 배추볶음과 된장찌개, 찹쌀전병 등 한식 반찬이 정갈하면서도 맛있었고, 잡곡밥은 뜸이 잘 들어서 거칠지 않았다. 한정식 집에서나 먹을 법한 고급 요리처럼 느껴졌다.


“아침엔 더 좋았어요. 호텔 조식처럼 나왔거든요.”

“토스트랑 베이컨, 우유 그런 거?”

“네. 그거 먹고 나오니까 숙소 주변에 경치도 좋은 게 진짜 여행 온 기분이었다니까요.”

“아. 너희 어제 왔다며?”

“네. 저는 캐스팅되자마자 숙소부터 옮기고 싶었어요. 어차피 휴학 중이라 회사 옆에 있는 게 편하죠.”

“저도 시간 많아요. 조용한 데서 곡 쓰고 싶었어요. 숙식도 공짜고.”


하트헤르의 지혜는 스물둘, 유찬은 스물하나로, 두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평택의 같은 동네에서 나고 자라 부모님끼리도 잘 아는 사이이다.

이들은 중학교에 입학한 후 다소 데면데면했다가, 유찬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둘 다 노래를 잘한다는 사실을 알고 듀엣을 결성하여 지금까지 온 것이다.


“저희는 화요 뮤지션이었어요.”

“화요 뮤지션?”

“누나랑 저는 매주 화요일 저녁에 만나서 연습했어요. 공연 같은 데 나가본 적도 없고 버스킹 같은 것도 안 해봤어요. 그냥 우리끼리 즐기기만 했죠.”

“아아.”

“듀엣 하자고 한 날 얘랑 <그대안의 블루>(김현철 & 이소라) 부르는데, 설렘은 아닌데 가슴이 벅차고, 뭐라고 말도 못할 감정이 들었어요. 왜 그 노래 가사 중에 ‘시간은 빛으로 물들어’ 있잖아요? 그때 저는 우리가 빛으로 물든 것 같았어요.”

“그때 저도 정말 신기했어요. 지혜 누나가 노래를 잘한다, 이런 게 아니라 그냥 저희가 노래 안에 함께 들어가 있는 느낌이었어요.”

“듀엣 만들 때부터 그만하고 싶음 언제든 그만하자고 약속했어요. 근데 지금까지 하고 있는 거 보면 저도 신기해요.”

“그렇구나.”


지혜의 밥이 절반 이상 남았는데 유찬은 식사를 마치고 일어섰다.


“여우비 누나들이랑 얘기하다 와.”

“응.”

“이따 봐요. ···나 올라갈게.”

“응. 이따 갈게.”


은별이 유찬의 뒷모습을 보다 말했다.


“에이. 파트너가 아직 다 안 먹었는데 먼저 가?”

“언니들이랑 편하게 얘기하라고 저 배려한 거예요.”

“아, 그래?”

“제가 곡 하나 써놨거든요. 가서 가사 쓰겠죠.”

“그렇구나.”


유찬의 바람대로 세 사람은 그 후로 한 시간이 지나도록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일요일이어서인지 뮤컬트 엔터테인먼트는 조용했다.

소속 가수들은 대부분 스케줄을 소화하러 외부로 나갔고, 프로듀서와 트레이너, 직원들은 오늘이 휴일이었다. 뮤지컬 배우들 역시 오늘은 대부분 공연이 두 번 있어서 일찌감치 숙소를 떠나 있었다.


“커피 드세요.”

“고마워요. 안 그래도 커피 생각났는데.”

“바쁘신 것 같은데 괜찮으세요?”

“이제 좀 나아졌어요. 사고가 있었는데 다 수습됐어요.”

“사고요?”


오후 2시쯤, 천안의 행사장으로 이동하던 소속가수 미유의 차량이 무단횡단하던 사람과 부딪치는 바람에 스케줄이 없었던 매니저가 급히 천안으로 가는 일이 있었다.

당직 근무자였던 정희는 이 일 때문에 여기저기에 전화를 돌리느라 정신없었다.


“다들 괜찮대요?”

“우리 쪽 분들은 다 괜찮고, 저쪽 사람이 무단횡단하다 치였는데 급정거해서 크게 다치진 않은 모양이에요. 그 사람은 병원 갔고, 경찰 불러서 현장 사진이랑 블랙박스 넘겼어요. 매니저만 사고 수습하느라 남았죠.”

“미유 씨는요?”

“다친 데는 없고, 그 자리에서 옷 갈아입고 택시 불러서 갔는데 행사장에 5분 늦게 도착했대요. 사원 연수하는 데였는데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노래도 더 불러서 잘 마무리한 모양이에요. 거기서 대기하다가 다른 매니저 만나서 지금 돌아오는 중이에요. 미유 씨 매니저도 오는 중이고요.”

“그래도 다행이네요. 팀장님도 고생하셨어요.”


지금 2층 연습실에는 오늘 나온 팀원들끼리 즉석 연주에 맞추어 노래하고 있다.

서희는 그 자리를 나와 휴게실을 가다가 정신없는 정희의 모습을 보고 커피를 두 잔 뽑아 지원실로 들어간 것이다.


“근데 서희 씨는 팀원들이랑 같이 안 있고 왜···.”

“커피 마시러 나왔다가 팀장님이 눈 벌게 가지고 전화하시길래 들어왔죠.”

“아티스트 분들이랑 제가 하는 일은 달라요. 가끔 있는 일이에요.”


정희는 드립커피 향기를 한참 맡다가 말했다.


“근데 서희 씨는 아직 프로가 아니네요.”

“네.”

“제 말에 별로 안 놀라네요?”

“프로가 아니니까요.”


서희는 정희처럼 커피잔 입구에 코를 가까이하고 말했다.


“오지랖 부린 거면 죄송해요.”

“아니에요.”

“저는 샤이니 종현님 팬인데, 저 가르쳐주시던 PD님이 1라운드 연습할 때 샤이니 노래 들려주고 말씀하셨어요. 샤이니는 종현님이 돌아가신 이후 있었던 방송 무대에서도 노래를 완벽히 불렀다고. 그게 프로라고.”

“네.”

“3분 후에 무대 올라가야 하는데 엄마가 다쳤다고 전화를 받았다고 해도, 프로라면 노래는 제대로 하고 가야겠죠?”

“그렇죠.”

“근데 그 상황이면 저는 잘 안 될 것 같아요.”

“그래요?”

“그래서 전 프로가 아니에요. 그분 말씀은 틀린 적이 없어요.”


서희는 뜻 모를 미소로 자신을 바라보는 정희를 뒤로 하고 지원실을 나왔다.

팀원들은 한바탕 노래를 마치고 휴게실에 앉아 다과를 먹고 있었고, 은별은 쿠키 몇 개를 싸들고 서희의 팔을 붙잡았다.


“언니 피곤하지 않아요? 난 좀 졸려요.”

“그래?”

“이따 애들이랑 저녁 먹으면서 방송 보자고 했어요. 그때까지 숙소 가서 쉬었다 오는 거 어때요?”

“그래. 나도 좀 졸려.”


서희와 은별이 받은 숙소는 우진과 아리가 약혼 후 썼던 방이다. 미처 치우지 못한 짐이 한쪽에 쌓였고, 아리가 썼을 게 분명한 로션 몇 개가 화장대에 놓여 있었다.

은별은 장롱에서 이불을 꺼내 이층침대에 놓은 후 위로 올라갔고, 서희는 다리에 힘이 풀린 듯 화장대에 앉았다.


“언니, 내가 위층 쓸게요.”

“응.”

“순정남녀가 같이 있을 땐 우진이 오빠가 위에 있었겠죠?”

“모르지.”

“왜, 남녀가 잘 때는 보통 남자가 위로 올라가잖아요.”

“뭐어?”

“풉. 혼전순결주의자도 그 정도는 알아요.”


서희는 뜬금없는 말을 한 은별을 어이없는 표정으로 본 후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개울가 건너편 논밭과 야산, 드문드문 자리한 전원주택이 한눈에 들어왔다.


“나 조금만 잘게요.”

“응. ···전망 좋네.”


서희는 잠시 바깥 풍경을 보다가 몸을 돌렸다. 은별이 정말 피곤했는지 금세 잠들어 있었다.

그녀는 은별의 이불을 다시 덮어준 후 제 이불을 깔고 아래쪽 침대에 앉았다.


조금 전 은별의 말이 떠올랐다.

서희는 종교 같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자기 신념을 지키는 은별이 멋있다고 생각했고, 그게 은별과 친해진 이유 중 하나였다.

작년쯤엔가 은별이 전 남자친구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 남자, 너한테 그렇게 잘해주고 너랑 잠도 못 잤음 되게 힘들었겠다.’라고 무심하게 꺼냈던 말이 뒤늦게 후회되었다.


은별과 함께 잠도 못 잤던 그 남자는 자신의 성장을 위해 헌신하여 다시없을 기회와 자신감을 안겨 주고 떠났다.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낸 그 남자는 정말로 바닷가에 갔을까.


눈물이 고여 들었다.

그럴 것이다. 그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 남자는 분명히 바닷가에 갔다.

그는 허튼소리를 하지 않으니까. 말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니까.


“하아. 머리 아파.”


서희는 알람을 맞추어놓은 후 침대에 누웠다.



***



서희는 6시가 다 되었을 때에야 눈을 떴다.


“아유! 내가 이렇게 잤어? 첫방 시작했겠네.”

“언니 어디 아픈 거 아니에요? 방송은 나중에 보고 그냥 쉬어요.”

“아니. 어제부터 피곤해서 그런 거야. 금방 씻고 나올게.”


서희는 애써 미소를 보이며 은별을 데리고 식당으로 갔다.

아까까지 없었던 미란이 함께 있었고, TV에는 강릉지역 2차 예선에 나왔던 하트헤르가 등장했다.


“지혜는 화면으로 보니까 완전 다른데?”

“하아. 안 그래도 내 얼굴 완전 넙데데한데, 저렇게 보니까 무슨 뷔페집 접시 같네.”

“아니야. 누나 귀여워.”

“와아. 노래 잘하네.”

“<200%>(악동뮤지션)도 괜찮은데 자작곡 대박이네.”

“나 다음부터 머리라도 만지고 나와야겠어.”

“됐어. 너 지금도 괜찮아.”

“와아. 도진이 오빠는 무슨 거리의 악사 같네요. 분위기 있네.”

“대단하다. <1, 2, 3, 4>(이하이)를 저렇게 부를 수도 있구나.”

“이제 원주네.”

“여우비다!”


<C-POP Artist season 5>의 첫 방송에는 강원지역 예선에 참가한 싱어송라이터들이 등장했다. 뮤컬트 팀원 중에서는 하트헤르와 윤도진, 그리고 여우비가 나왔다.

춘천 및 강릉지역 예선에서 합격한 싱어송라이터들의 무대를 보여준 후 MC 홍영기의 멘트와 함께 원주로 넘어갔고, 곧바로 대기실에서 연습하는 서희와 은별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어 화면에 나타났다.


[원주 예선에서 처음 보실 팀은 바로 이들입니다. 오늘 방송의 마지막 팀이기도 하죠. 혹시 지금 이들을 보고 놀란 분이 계시다면 저와 공감했다는 뜻입니다.]

“언니들이 존예라서 영기쌤도 놀랐나 보네요.”

“···근데 이상한데?”


여우비가 부른 <어땠을까>가 나오는데 무심코 튀어나온 미란의 말에 다른 이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모였다.


“왜요?”

“여우비 언니들은 자작곡부터 불렀는데 왜 저게 먼저 나오지?”

“그래요?”

“원주에선 제 순서가 거의 끝이라서 언니들 노래를 객석에서 들었어요. <비 오는 아침>이었죠?”

“응.”

“그 노래 진짜 장난 아니게 좋았는데.”

“뭘.”


은별은 미란의 말에 건성으로 답했지만 역시 그 점이 이상했다. 방송에서는 여우비의 <어땠을까>가 나온 후 심사로 이어졌고, 심지어 심사에서도 <비 오는 아침>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었다.

그 의문은 이 장면이 지나간 후 영기가 해결해 주었다.


[사실 저는 여우비 팀을 보고 두 번 놀랐는데, 한 번은 처음 봤을 때였고, 또 한 번은 이 팀의 자작곡을 들었을 때였습니다. <어땠을까>가 아니지요.]


이어서 아리와 혁민의 심사평, 영기의 내레이션과 우진의 말이 이어졌다.


[<비 오는 아침>, 노래 정말 좋네요. 잘 들었습니다.]

[자작곡 <비 오는 아침>은 노래가 빗소리 같이 좋았고···.]

[들으셨나요? 여우비 역시 싱어송라이터이고 <비 오는 아침>이 이 팀의 자작곡입니다. 그런데 이 노래에 대해 순정남녀의 서우진 군이 한 마디로 정리했습니다. 무엇이었을까요?]

[<비 오는 아침>은 제가 심사할 수준이 아닙니다.]


여기까지 듣고서야 팀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편집을 일부러 저렇게 했구나.”

“씨팝에서 이랬던 적이 있나?”

“이해가 가. 들어보면 알아.”

[시청자 여러분. <C-POP Artist season 5>의 첫 방송은 여우비의 자작곡 <비 오는 아침>과 함께 마치겠습니다. 또 어떤 새로운 사람들이 우리를 설레게 할지, 다음 주를 기대해 주십시오.]


미란의 장담과 영기의 내레이션에 이어 <비 오는 아침>이 방송되었다. 서희와 은별, 미란을 제외한 팀원들이 눈을 빛내며 처음 듣는 노래를 들었다.

1절이 끝나자 화면이 둘로 나누어지며 원주 방송국의 객석에 있던 참가자들과 당시 심사위원들의 표정이 드러났고, 아래에는 엔딩 크레디트가 지나가기 시작했으며, 오늘 방송된 자작곡의 음원이 8시부터 발매된다는 안내도 나타났다.

서희와 은별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화면이 점점 어두워지며 <C-POP Artist season 5>의 첫 방송이 끝나고 광고로 이어졌다.


“와아. 노래 대박.”

“진짜 좋다.”

“언니들 스타 됐네요?”

“무슨. 아니야.”

“첫방 엔딩이면 순정남녀 급이란 말이잖아요.”

“거기서 저랬으니까 여기 캐스팅된 거네요.”

“그건 너희들도 다 똑같지.”

“본선 때 <나의 아리랑>도 되게 좋았는데.”

“누나들 좀 샘나는데요?”

“뭘. 운이 좋았던 것뿐이야. 다들 고마워.”


조금 전부터 서희와 은별의 스마트폰이 계속 진동하고 있었다.

서희는 팀원들에게 이야기한 후 은별의 손을 잡았다.


“나랑 얘기 좀 할래?”

“네.”


1층 휴게실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두 사람의 스마트폰에서는 계속 진동이 울렸다.

은별은 전화를 받고 ‘고마워. 근데 내가 지금 제정신이 아니어서 나중에 통화하자. 미안해.’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기도 했다.


“하아. 저런 식으로 나올 줄은 몰랐는데.”

“그러게요.”

“PD님 말대로 원치 않은 상황에 노출돼 버렸네.”


은별이 서희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녀는 서희의 눈치를 보느라 하루 종일 정완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었다.


“알고 있었잖아요. 어제 여원쌤도 말씀하셨고요.”

“저런 식으로 편집해서 기대치 잔뜩 높여가지고 내보낼 줄은 몰랐지. 하아.”


서희는 복잡한 표정으로 물을 마셨다.

그녀는 스마트폰이 진동할 때도 화면만 보다가 도로 넣었는데, 어느 순간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빠?”

[어! 그래. TV 봤다. 내 딸 정말 장하다. 장해.]

[노래 잘했다! 가수 하겠네.]

[쳇. 내가 살다 살다 아는 여자를 TV에서 다 본다.]


전화 저편에서 엄마와 동생 서준의 목소리까지 들리자 서희가 조그맣게 미소 지었다.


[지금 여기도 전화오고 아주 난리도 아니다. 몇 달 동안 집에 안 오더니 TV 나가려고 그런 거였어?]

“네. 죄송해요.”

[아니야. 우린 네가 그걸 그렇게 열심히 할 줄 몰랐어. 미리 말했음 하다못해 용돈이라도 더 보냈을 거 아니냐. 다른 집은 애 연예인 한 번 시켜보겠다고 돈 싸들고 다니던데.]

“돈 안 필요해요. 걱정 마세요.”

[하여튼 몸조심하고, 힘들다 싶으면 억지로 할 것 없어. ···서준이가 바꿔 달란다.]

“네.”


서준은 아빠보다 더 들뜬 목소리였다.


[오오. 아는 여자가 씨팝? 거기다 첫회 엔딩?]

“어.”

[노래 좀 좋던데? 근데 랩은 허접하니까 그냥 노래만 해.]

“뭐?”

[그리고 있잖아, 민은별 누나라고 해야 되나? 나보다 한 살 많은 거 맞아?]

“어? 어.”

[그 누나 남친 있어?]

“뭐어?”


서희의 눈이 살벌하게 변했다.


[없음 나 좀 소개···.]

“이 새끼가 뒤질라고. 끊어!”

[엄마가 바꿔 달래. ···아, 근데 그 누나 완전 내 이상형인데.]

“너 진짜 뒤···.”

[서희야. 엄마야.]


서준은 절묘하게 전화를 바꾸고 물러났다.


“네. 엄마.”

[내가 내일이나 모레 한 번 올라갈게. 안 그래도 너 오랫동안 혼자 있었는데 자칫하면 몸 축나.]

“밥 잘 먹고 편하게 있어요. 걱정 마세요.”

[그래도 안 간 지 오래됐으니까. ···아빠가 이번 주에 다 같이 보잔다.]

“죄송한데 오셔도 나중에 오실래요? 제가 지금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많이 바빠?]

“할 일이 많아서요. 트레이닝도 받아야 하고.”

[그래. 어쨌든 시간 되면 말해. 우리 다 같이 서울 올라갈 테니까 밥이나 먹자. 은별이랬나? 같이하는 애도 데리고 와.]

“알았어요.”

[방송은 앞으로 어떻게 돼?]

“저도 잘 몰라요. 알아도 끝나기 전까지는 말씀 못 드려요. 죄송해요.]

[아니야. 하여튼 네 아빠랑 나는 잘됐다고 생각한다. 너 노래 좋아하고 잘하니까.]

“네. 고마워요.”

[너 이제 다 컸나보다? 우리한테 고맙다는 얘기도 다 하고.]

“고마우니까 고맙다고 하죠.”


서희의 눈에 안타까움이 어렸다.

자신이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하게 만든 사람이 떠올랐다.


“근데 이제 끊어야 할 것 같아요.”

[왜? 바빠?]

“길게 통화하기 좀 그래요. 죄송해요.”

[그래. 시간 날 때 전화하고.]

“네.”


서희가 가족들과 통화하는 동안 은별도 엄마와 통화했다.


[그래서, 너 돈 좀 벌었어?]

“돈은 무슨 돈이에요. 돈 벌려고 하는 거 아니야.”

[저번에도 그 소리 해놓고 돈 있더만. 은성이 요새 공부한다고 힘드니까 돈 생기면 너도 좀 보태.]

“보태긴 뭘 보태. 오빠가 한두 살도 아니고 알아서 살게 둬요. 엄마가 자꾸 그러니까 버릇만 나빠지잖아.”

[이게 기껏 키워놨더니 은혜도 모르고 남의 딸 같이 말하네?]

“내가 힘들다고 할 때는 그런 소리 해보기나 했어요?”

[네 오빠는 아무리 힘들어도 힘들단 말 안 해. 군대도 안 갔다 온 게 힘들긴 뭐가 힘들다고 툭하면 힘들대.]

“하아.”

[그리고 너, 음악 한다고 또 그 인디밴든지 뭔지 하는 놈 만나고 다니는 거 아니야?]

“아니라고요. 됐어! 끊을게요.”

[이게 오랜만에 전화했더니 말하는 꼬라지가···.]

“바빠요. 몸조심하세요.”


은별은 서희보다 먼저 전화를 끊은 후 한숨을 쉬며 서희의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말했다.


“언니 갑자기 웬 욕을 해요?”

“동생이 나보고 랩 못한다고 지랄하더니 너 소개시켜 달라잖아.”

“네?”

“그게 너보고 지 이상형이라네? 허구한 날 쯔위에 사나에, 트와이스 사진으로 방을 도배해놓은 놈이.”

“그렇다고 나 소개시켜 달라는 게 뒤질 일이에요?”

“뒤질 일이지!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같이 생긴 게 감히 누굴 소개시켜 달래?”

“네? 풉!”


예상치 못한 단어에 은별은 잠시나마 답답함을 잊을 수 있었다.





<C-POP Artist season 5> 첫 방송이 끝난 후 여러 포털 사이트에 프로그램 관련 키워드가 검색어 순위를 점령했는데, 특히 ‘여우비’가 1위, ‘비 오는 아침’은 4위에 올랐다.

2차 예선에서는 심사가 짧게 진행되었고, 방송에서는 그것마저 편집되어 일부 내용만 올라왔다. 그래서 제작진들은 방송에 나온 참가자들에 대해 궁금해 하는 시청자들을 위해 오늘 방송된 2차 예선 합격자들의 노래 및 심사의 전 과정을 방송사 홈페이지와 동영상 사이트에 올려놓았고, 방송이 끝나자마자 조회수가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뮤컬트 팀원들은 검색어 순위와 함께 포털 사이트 메인에 걸린 기사 <‘C-POP Artist season 5’ 여우비, 이번 시즌에 탄생한 첫 번째 스타>를 보았다.

방송 화면을 캡처하여 올린 짧은 기사 뒤로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내용은 크게 두 가지였다. <비 오는 아침>이 아주 좋았다거나, 여우비 멤버들이 둘 다 예쁘다거나.


“어떤 사람은 포인트 긁어서 음원 샀는데 언니들한테 미안하대요. 이런 건 돈 주고 사야 한다고.”

“돈 주고 사나 포인트로 사나 마찬가진데 뭐.”

“귀만 신선할 줄 알았는데 눈도 행복할 줄은 몰랐대요.”

“조명발, 화장발, 서희 언니 후광발.”


은별은 팀원들의 말에 배시시 미소 짓다 휴게실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잠시 후 스마트폰이 진동하며 액정에 ‘매아리 언니’가 떴다.

은별은 전화에 대고 조그맣게 ‘잠시만요’라고 말한 후 베란다로 나와 전화를 받았다.


“네, 언니. 저예요.”

[어, 은별아. 너희들 많이 뜬 거 같은데? 축하해.]

“고마워요.”

[근데 서희가 전화를 안 받네? 같이 있어?]

“아니요. 언니는 좀 전에 갔어요. 지금 운전 중이라 전화 못 받을 거예요.”

[너는?]

“회사요. 숙소에서 자려고요.”

[아, 그래? 장롱에 내 옷 몇 벌 있는데 입어. 화장품도 얼마 없긴 한데 다 써도 돼.]

“아니에요. 옷이랑 화장품 다 가져왔어요.”

[잘했네. 그리고 이따 우리 라디오에서 너희 노래 나갈 거야.]

“네. 여원쌤한테 들었어요.”

[음원으로 듣는 거랑 느낌이 또 다르니까 한 번 들어봐. 그리고 댓글 보다 보면 아흔아홉 개는 괜찮은데 꼭 하나 때문에 열받거든. 웬만하면 보지 말고, 혹시 보더라도 너무 신경 쓰지 마. 알았지?]

“네, 언니.”

[···어? 서희한테 전화 온다. 내일 회사에서 봐.]

“네.”


CBC 별관 지하주차장.

아리는 <순정남녀의 편안한 밤> 방송을 앞두고 쉬다가 은별과의 통화를 서둘러 마치고 서희의 전화를 받았다.


“어, 서희야.”

[미안해. 내가 전화를 못 받았어.]

“으응! 아니야. 은별이랑 통화했거든. 집에 간다며. 들어갔어?”

[아니. 가다가 잠깐 차 세웠어. 근데 바쁘지 않아? 이따 라디오 있잖아.]

“괜찮아. 한 시간은 더 대기해야 되거든.”

[스케줄 하느라 피곤할 텐데, 전화까지 주고 정말 고마워.]


아리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서희의 목소리가 전과 전혀 달랐다.

기뻐하는 기색이 없는 건 자신도 그랬으니 그렇다 쳐도 이상했다. 울다가 전화를 받은 느낌이라고 할까.


“너 지금 기분 안 좋은 것 같아.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냥. 노래 듣다가 감정이 북받쳐서 차 세웠어.]

“그렇구나.”


아리는 잠깐 말을 잇지 못하다 입을 뗐다.


“일단 감정부터 잘 추스르고 운전하고, 조심해서 들어가. 근데 거기서 집까진 얼마나 걸려?”

[한 10분쯤.]

“그럼 미안한데 집에 들어가서 톡 해줄 수 있어?”

[응. 가자마자 톡 하고 라디오 들을게.]

“아니야. 피곤하면 그냥 자.”

[괜찮아. 너도 스케줄 많아서 힘들었을 텐데 방송 전까지 좀 쉬어.]

“그래. 끊자. 조심하고 내일 봐.”

[응.]


서희는 팔을 늘어뜨리고 핸들에 이마를 댔다.

빠앙, 짧은 경적이 복잡한 마음을 더 헝클어 버렸다.


잠시 후 그녀는 다시 재생 버튼을 눌렀다.





이럴 줄은 몰랐어. 사랑을 느꼈어.

떠난다는 그 말에 나 울어버린 거야.

내겐 그런 슬픈 일이 없을 줄 알았었는데.


우리 처음 만난 날 기억하고 있어.

널 닮아 버린 모습도 그 무슨 소용 있니.

이제 너를 본다는 건 욕심이 돼버린 거야.


울었어. 눈물을 참지 못해 울었어.

부은 눈을 감고 잠이 들었어.

미칠 것만 같았어. 하늘도 울고만 있어.

이런 게 이별인 줄 몰랐던 거야.





이 노래는 정완이 내준 마지막 과제인 <눈물>(리아)이었다. 첫 소절을 듣는 순간 어젯밤 제 방을 바라보며 짓던 그의 슬픈 미소가 겹쳐졌다.

차는 그가 자신을 바래다줄 때마다 멈추었던 편의점 앞에 서 있었다.


세 사람이 있던 단체 채팅방에서 정완의 이름은 ‘알 수 없음’으로 바뀌었다.

<눈물>의 가사처럼 그를 보는 게 욕심이 되어버린 밤, 자신은 분명히 부은 눈을 감고 잠들 것이다.


서희는 <눈물>을 들으며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작가의말

서희의 보이스 컬러는 리아(Riaa)와 아주 비슷하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눈물>이 서희의 첫 번째 테마곡이 되었지요.


들려드리고 싶어 유튜브 링크를 달았는데 클릭이 안 되네요. 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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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99 행동대장1
    작성일
    20.05.21 11:05
    No. 1

    잘 보고 있습니다

    행복해져야 할텐데.. 정완이는 언제 다시 나오나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0 진사로
    작성일
    20.05.22 00:03
    No. 2

    정완이는 핵심 인물이라 언제 나올지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죄송해요.
    읽으시다보면 곧 나오겠구나 할 때가 금방 올 겁니다. 행동대장님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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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Aphrodite. 풀밭, 꽃, 그리고 꿀 20.06.16 168 10 21쪽
24 Round 4. 너를 잊지 않았듯 +2 20.06.14 154 9 24쪽
23 Burden. 그대에게 옮은 감기 20.06.09 164 9 27쪽
22 Clue. 또 다른 오디션 +4 20.06.04 168 10 25쪽
21 Slough. 그녀의 취미 20.05.31 162 6 31쪽
20 Tears. 한계가 아닌 줄 알았는데 +6 20.05.28 181 11 23쪽
19 Abyss. 눈물조차 사치라고 느껴질 때 +6 20.05.24 178 9 22쪽
» Restart. 욕심이 되어버린 밤 +2 20.05.21 194 9 27쪽
17 Separation. 신데렐라처럼 +4 20.05.17 185 11 24쪽
16 Friendship. 내일 일어날 일 +4 20.05.14 193 8 23쪽
15 Limitation. 임무를 마친 자의 여유 +2 20.05.10 191 11 21쪽
14 Round 3. 자신과의 싸움 +4 20.05.07 199 11 23쪽
13 Preparation. 조금 덜 치열해도 괜찮은 곳 20.04.30 210 10 29쪽
12 Wedding. 순정남녀가 순정부부로 20.04.23 227 9 29쪽
11 Goodness. 이럴 줄 알았으면 +2 20.04.21 224 8 23쪽
10 Round 2. 치열하게 따분한 날 +2 20.04.12 202 8 23쪽
9 Deeper. 녹음이 잘 되지 않는 이유 +8 20.04.09 237 11 22쪽
8 Fangs. 그녀의 실수 +8 20.04.07 233 12 28쪽
7 Round 1. 화살은 누가 쏜 걸까 +4 20.04.02 225 11 29쪽
6 Reoccurrence. 묻고 싶었던 말 +4 20.03.31 242 11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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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Preliminary 2. 비 오는 아침 +2 20.03.24 266 11 29쪽
3 Preliminary 1. 저 사람들 또 +2 20.03.22 267 10 30쪽
2 Making. 만들어야 할 게 노래만은 아닌 팀 +4 20.03.15 353 13 28쪽
1 Prologue. 오래 전 약속 +4 20.03.15 714 16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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