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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사로의 서재입니다.

오디션(Audition)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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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진사로
작품등록일 :
2020.03.15 00:30
최근연재일 :
2021.09.08 01:39
연재수 :
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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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66
추천수 :
623
글자수 :
659,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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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3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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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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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9쪽

Preparation. 조금 덜 치열해도 괜찮은 곳

DUMMY

9월 27일 오후 8시.

정완과 서희, 은별이 다시 인디펜던트 실용음악학원에 모였다.


“휴가는 잘들 보냈던 것 같고.”

“네.”

“PD님은 뭐하셨어요?”

“머리 좀 쉬어줬지. 자. 들어갑시다!”


서희와 은별은 정완의 손짓에 따라 녹음실 부스로 들어갔다.


“여섯 곡 연속으로 부를 테니까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해. 힘 빼고 부르고 힘들면 그냥 멈춰.”

“네.”

“난 아무거나 틀 거니까 너희들도 아무렇게나 불러. 그리고 마지막 두 곡은 내가 가리키는 사람이 불러 봐.”


은별은 <내면의 전쟁>과 함께 3라운드 경연에서 부를 노래로 2009년 나온 2NE1의 <Fire>를 선택했다.

정완은 <Fire>의 가이드 노래가 나올 때까지 연습뿐 아니라 원곡도 듣지 않도록 했다. 그래서 그는 지금까지 연습했던 노래 중 네 곡과 함께 <내면의 전쟁>을 부르게 하는 한편, 마지막 곡은 2NE1의 <I Don’t Care>를 골랐다.

서희와 은별은 여섯 곡을 모두 부른 후 얼굴에 땀이 맺힌 모습으로 부스를 나왔다.


“은별이 어때? 괜찮았어?”

“<I Don’t Care>는 제 파트가 많아서 힘들었어요. 근데 다른 거 부르고 바로 불러서 그렇지, 두 곡만 부르라고 하면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이 노래는 고음이 거의 없다보니 네가 힘 줄 수 있는 부분도 없어. 저음 처리가 몇 군데 불안했는데 벤딩 길게 할 거 없고, 호흡 크게 들이쉬어.”

“알겠어요.”

“근데 서희는 표정이 왜 그래?”


서희는 오늘 출근 때부터 내내 굳은 얼굴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정완을 보고 목소리를 들은 후부터였다.

하지만 그 말을 할 수 없었던 서희는 다른 이유를 말했다.


“저는 마음에 안 들었어요.”

“왜?”

“제가 랩을 너무 씨엘처럼 하려고 했어요.”

“그건 걱정하지 마.”

“<Fire>도 이렇게 부르면 안 되잖아요.”

“아무렇게나 불러보라고 했으니까 들었던 대로 부르는 게 당연하지. 그래서 <Fire>는 원곡 듣지도 말고 참고하지도 말라는 거야.”

“네.”

“편곡된 노래 듣다보면 네 색깔이 나올 거고 녹음 끝나면 더 잘할 거야.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해.”

“알았어요. 그렇게 할게요.”


정완은 다음 말을 준비하다 멈칫했다. 제 예상과 달리 서희가 너무 순순히 동의했기 때문이다.

평소 같았으면 의견을 개진하거나 하다못해 작은 것 하나라도 꼬투리를 잡았을 텐데, 오히려 별다른 말이 없으니까 정완이 더 불안했다.

그래서 정완이 뭐라도 말해보려고 서희를 보았는데, 그녀는 시선을 외면하고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은별이 말했다.


“내 솔로곡 가사는 거의 다 됐어요.”

“그럼 녹음도 최대한 빨리 하자.”

“네. 내일 보여줄게요. 다 같이 봐요.”


정완은 연습을 마친 후 은별을 보내고 서희의 집으로 향한 차에서 말을 꺼냈다.


“너 무슨 일 있어?”

“아니요. 왜요?”

“평소랑 다르니까. 전엔 내가 뭐 얘기하면 의견도 많이 내고 토의도 했는데, 오늘은 계속 그냥 알았다고만 해서.”

“PD님 의견보다 더 좋은 생각이 안 났어요.”

“그래?”

“제가 쉬다 와서 그런지 아직 감이 안 잡혔어요. 전에 했던 노래들이랑 너무 달라서요.”

“내가 빨리 편곡할게. 내일 초안 나오게 할 테니까 걱정 마.”


서희는 이 말을 듣고 얼굴이 더 굳어졌다. 정완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말이었지만 그녀가 바라는 말은 아니었다.

차라리 내일 쉬자고 했으면, 아니 초안을 모레까지 주겠다고만 했어도 기분이 그나마 나았으리라.


연습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멈추곤 했던 편의점이 보였다.

서희가 차를 세워달라고 말하려는 순간 정완이 먼저 말했다.


“커피 마실래?”

“제가 살게요.”

“아니. 내가 사.”


정완은 차에서 내려 편의점 옆 커피숍으로 뛰어갔고, 서희는 편의점에 들렀다가 그를 기다렸다.

차에 돌아온 후 정완은 차를 건물 옆 공터에 주차하고 시동을 껐다.


“조금만 마시다 가자.”

“그냥 편의점 커피 사시지 왜···.”


서희가 말끝을 흐리자 정완은 창밖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이유를 말했다.


“미투리에서 연습할 때 제일 기분 나빴던 게, 멤버 중에 누가 밥 쏜다고 중국집에서 음식 시키면 다른 멤버들은 짜장면 아님 짬뽕만 먹는데 리더 형은 꼭 볶음밥을 시켰어. 그러다가 자기가 살 때는 짜장면으로 통일해. 곱빼기도 못 먹게 하고, 중국집에는 공깃밥 서비스 아니냐고 지랄하고.”

“그랬어요?”

“응. 그때 생각했어. 내가 저 인간 입장이 되면 싼 거 얻어먹고 비싼 거 사주겠다.”

“그래서 은별이한테도 스테이크 사주고 빵 얻어먹었어요?”


정완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입장이 다르지. 어쨌든 그땐 그냥 내가 해주고 싶었어.”

“그거 은별이 입장에선 되게 미안한 거예요.”

“그래봤자 생일날 지갑 하나 못 사줬어. 그게 정 미안하면 다음에 만날 남친한테 좋은 거 많이 사주면 되지.”

“하아.”

“걔가 너한테 그랬어? 내가 사람 미안하게 만든다고?”


정완의 말에 서희는 답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말하면 은별의 흉을 보는 꼴이고, 부정하는 건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난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한 것뿐이야.”

“PD님은 다음에 만날 여자한테도 그럴 거예요?”

“나한테 다음이 있을까.”


서희는 창밖을 바라보며 씁쓸히 미소 짓다 표정을 지우고 정완을 바라보았다.

단둘이 있을 때 눈을 마주친 건 아주 오랜만이었다.


“PD님한테 부탁 있어요. 들어주세요.”

“그래.”


서희는 조금 전에 편의점에서 산 감기약을 정완에게 내밀었다.


“오늘은 집에 일찍 가서 이거 먹고 쉬세요.”

“어?”

“PD님 감기 걸렸잖아요.”

“거의 다 나았는데. 어떻게 알았어?”

“감기 달려있다고 얼굴에 쓰여 있어요. 코도 자꾸 훌쩍거리고 목소리도 달랐어요.”

“고마워. 꼭 먹을게. 출발한다.”


서희는 고맙다는 말에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정완은 감기약을 계기판 앞에 놓고 차를 출발했다.


“PD님.”

“어.”

“결혼식장에서 채병안님한테 들었는데, 우진 씨가 PD님이랑 같이 일하고 싶어 한다고.”

“이야. 너 이제 우진 씨라고 하네? 친구 남편이다 이거구나?”

“네.”


정완은 좌회전을 마치고 말했다.


“맞아. 그 친구가 그랬지.”

“그때 우진 씨가 그랬어요. 답을 받았는데 아직 확인은 못했다고. 그게 PD님이 준 편지죠?”

“어.”

“뭐라고 하셨어요? 이제 제가 알았으니까 답해 주셔도 되잖아요.”

“당연히 거절했지.”


서희의 얼굴이 굳어졌지만 그것을 못 본 정완은 미소를 머금었다.


“그 친구한테는 좀 미안하더라. 그렇게 봐 달랄 때는 아무도 안 보더니, 단물 다 빠지고 나니까 이제 와서 다들 왜 그렇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래.”

“왜 거절해요? 능력 충분하시잖아요.”

“푸후후.”

“저는 PD님이 만든 곡 들을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고요.”

“그래? 고마워.”

“하아.”

“진심이야. 푸후후우.”


정완은 웃음인지 한숨인지 모를 소리를 내다가 말했다.


“<나의 아리랑> 빼고 예전에 만들어놨던 거 고쳐 쓴 거야. 난 네 친구 남편처럼 두뇌가 번뜩이지 않거든.”

“···.”

“왜 거절했냐고? 난 뮤지션으로서 생명을 다했어. 이유는 그게 다야.”


잠시 말이 끊긴 사이에 차가 서희의 집 앞에 도착했다.

원룸 건물에 들어섰을 때 서희가 물었다.


“PD님은 하고 싶은 게 뭐예요?”

“하고 싶은 거?”

“네.”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않는다고 하면 말할게.”

“네. 말 안할게요.”


현관문 앞이었다.

정완은 또다시 한참 생각하다 천장을 보며 말했다.


“제일 하고 싶은 건, 한 일주일쯤 조용하고 깨끗하고 햇빛 잘 들어오는 방에서 아무 걱정 없이 쉬는 거야. 끼니때 되면 어디서 밥이 뚝 떨어지고, 책을 읽든 잠을 자든 누가 뭐라고 안 하는 데서.”

“···.”

“조금 더 바란다면, 그런 곳에 엄마 아빠랑 같이 있는 거?”

“···!”


서희는 정완을 떨리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정완의 시선이 서희에게 닿자 그녀의 고개가 저절로 떨어졌다.


“우리 엄마 되게 예쁘셨는데 얼굴이 기억 안 나. 이제는 사진을 봐도 이게 진짜 엄마 얼굴이 맞나 싶어.”

“···.”

“엄마한테 어리광도 부리고, 생떼부리다 아빠한테 엉덩이도 맞아보고, 두 분 사이에 끼어서 하룻밤만 잤으면 소원이 없겠다.”

“하아아.”


서희는 고개를 숙인 채 조그맣게 한숨을 쉬었다.


“고생 많았어. 들어가.”

“조심히 가세요.”


서희는 정완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도 한동안 창밖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감기약을 먹으라는 당부를 다시 한 번 하지 못한 게 문득 후회되었다.


그런데 얼마 후, 정완이 감기약 먹고 남은 껍데기를 촬영한 사진과 함께 고맙다는 메시지를 보내 왔다.

서희는 갑자기 울컥하는 마음에 욕실로 뛰어 들어갔고, 퉁퉁 부은 눈으로 샤워를 마친 후 수첩을 펴들고 뭔가를 적다가 또 눈물을 흘렸다.



***



서희의 바람과 다르게 정완은 다음 날 <Fire>의 초안을 들려주었다.

하지만 최종 완성된 편곡은 전과 달리 금방 나오지 않았다. 초안도 정완의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서희와 은별의 의견을 반영하여 보완한 편곡은 더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순정남녀의 공연 방송이 있던 날 정완은 서희와 은별을 조기 퇴근시켰지만 실마리를 찾지 못했고, 10월의 첫날에도 자정이 되자마자 양팔을 늘어뜨리고 말았다.


“미안한데 오늘도 여기까지만 해야겠다. 내가 자꾸 신경이 쓰여서 못하겠어.”

“네.”


서희와 은별은 내일 출근하기 전까지 은별의 집에 함께 있기로 했다.

그래서 정완과 은별은 서희의 집 앞에서 그녀가 다시 나오기를 기다렸다.


“저기, PD님.”

“어.”

“천천히 해요.”

“이미 충분히 천천히 했어.”

“조급해하니까 더 안 되는 거 아니에요? 옛날에도 그랬잖아요. 그러다가 푹 자고 나면 또 해내고.”

“···.”

“걱정 말아요. 우리 하정완 PD님은 늘 잘 했잖아요.”

“푸후후.”

“난 PD님 믿어요. 잘할 거예요.”

“그래.”


서희가 옷과 세면도구 등을 챙겨 나오자 정완은 은별의 집을 향해 차를 출발했다.


“너희들 내일 뭐하려고?”

“그냥 집에 있을 거예요. 요새는 집에서 노는 게 편해요.”

“노래 듣는 건 좋은데 부르지는 말고, 특히 <Fire> 절대 듣지 마.”

“알았어요. 근데 PD님.”

“어?”

“내일 저희랑 저녁 같이 드실래요?”


서희의 물음에 정완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마음 편히 못 먹을 것 같아.”

“···네.”

“미안해.”

“아니요.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이 말을 끝으로 대화가 끊겼고, 이윽고 은별의 집 근처에 차가 멈추었다.

정완은 건물 입구에 섰다.


“불 켜지면 갈게. 들어가 쉬어.”

“네.”


서희와 은별이 건물 안으로 사라졌고, 정완은 은별의 방이 환해진 후에야 몸을 돌리며 한숨을 쉬었다.

차에 올라타자마자 스마트폰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정완은 ‘혹시 내일 시간 있냐?’는 한울의 메시지를 보자마자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어? 야!]

“예, 형님. 접니다.”

[지금 애들 가르칠 시간 아니야? 전화 받을 수 있어?]

“제가 곡 작업이 안 돼서 일찍 끝냈어요.”

[그럼 지금 시간 돼? 형이 피자를 시켰는데 너무 커. 와서 먹어라. 얘기도 좀 하고.]

“아! 예. 갈게요.”


정완은 곧바로 한울의 집으로 갔다.

한결이 그에게 손짓하며 반겼다.


“이 시간에 피자를 드세요?”

“나 내일 쉬어. 형이야 오후 출근이니까 괜찮지.”

“너 운전하지? 콜라 시원할 거야. 우린 맥주 마신다.”

“약 올리십니까?”


정완이 피자 한 조각을 먹자 한울이 그에게 조그만 박스를 건넸다.


“받아. 네 폰이야.”

“예?”

“거래처 사장님이 중국 들어가신대서 부탁했어.”


정완은 한울에게 제 스마트폰 부품을 구해달라고 부탁했었다. 그의 스마트폰은 사용한 지 3년이 다 되어 액정이 깨져 있고 진동이 되지 않는데다 배터리도 빨리 닳고 있어서 해당 부품을 전부 교체해야 했다.

그런데 한울은 정완에게 아예 올해 출시된 스마트폰을 사 주었다.


“좁쌀폰은 네가 나보다 더 잘 알잖아. 저번에 보니까 벽돌도 살려내던데.”

“웬만한 증상은 다 해봤으니까요. 근데 이거 현지에서 싸게 사도 천 위안은 넘을 텐데.”

“선물이니까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그냥 써.”

“아무리 그래도···.”

“잘 쓰기나 해.”


한결까지 말하자 정완은 더 말하지 못했다.

한울이 다시 말했다.


“그리고 너 15일부터 일할 수 있다고 했지?”

“예.”

“전에 같이 일했던 분한테 전화가 왔는데, 그분이 지금 속초에서 건어물이었나 생선이었나, 아무튼 수산물 공장 하신대. 적어도 월급 제 날짜에 안 주고 약속 깰 분은 아니야.”


이 공장에서는 서울 및 인근에 위치한 거래처에 납품할 차량의 운전기사를 구하고 있다. 지금은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탓에 사장인 한울의 지인이 직접 납품 차량을 운전하고 있었다.

정완은 한울로부터 근무여건과 급여, 복리후생 조건 등을 간략히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근무 기간에는 사택도 제공한다니까 방세 걱정은 없을 거야.”

“좋네요.”

“왕복 운전만 하면 된다니까 일은 어렵지 않을 텐데, 속초에서 살아야 하고 밤낮이 완전히 바뀌는 일이라 하려는 사람이 없나 봐. 이런 일에 외국인을 쓸 수는 없고.”

“이력서 어디로 보내면 돼요?”

“생각 있어?”


한울의 물음에 정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한결이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분간 이놈 만나기 힘들겠네.”

“어쩔 수 없지. 이놈도 먹고 살아야 하는데.”

“외국 나가는 것도 아닌데 마음만 먹으면 설마 못 만나겠습니까. 푸후후.”


정완의 너스레에 한결이 씁쓸하게 웃었다.

그때 정완의 스마트폰에 알림이 왔고, 한울은 곁눈질로 메시지를 보다 정완을 보고 키득키득 웃었다.

정완이 당황하자 한결도 메시지를 보았다.


“이게 뭔 소리야?”

“아니 얘가 왜 갑자기 이런 말을 하지···.”

“좋아하는 거 아니라며? 근데 어째 이 아가씨랑 썸 타는 거 같은데?”

“은별 씨가 알면 어쩌냐.”


한울과 한결의 말에 정완이 손을 내저었다.


“아니요. 그런 거 아닙니다. 제가 지금 작업을 못하고 있어서···.”

“작업 잘 못해도 넘어와 주겠다는 소리 아냐?”

“편곡이요, 편곡! 그 작업이 아니라고요!”


서희가 보낸 메시지의 내용은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않으셔도 돼요. 어떻게 하셔도 저는 좋아요.’였다.

두 문장 중 첫 번째는 정완의 말이 맞겠지만, 수십 번의 고민 끝에 보낸 두 번째 문장은 한울의 해석이 옳지 않을까.





한울은 지인과 통화하여 사흘 후 이른 아침에 재래시장 근처에서 정완과 함께 만나기로 약속했다.

정완은 피자를 다 먹자마자 한울의 집을 나섰다.


“더 있다 가지. 기분 상했냐?”

“아니요. 형님들이랑 있다 보니까 편곡 실마리가 떠올라서요. 요새 그것 때문에 답답했습니다.”

“잘될 것 같아?”

“예.”

“음악 다시 할 생각은 정말 없어?”

“없어요. 힘듭니다.”


학원을 향해 운전하는 정완의 눈이 빛났다.

그는 형제와 이야기하다 서희와 은별을 프로듀싱하기로 결심할 때의 다짐을 떠올렸다. 그것은 그가 작곡을 시작할 때의 초심이기도 했다.


“좋은 노래에 내가 자꾸 덧칠을 하고 있었네. 어차피 마지막인데 음악 할 생각도 없는 놈이 욕심은 뭔 욕심이야.”


정완은 그 동안 <Fire>의 편곡이 잘 되지 않았던 이유를 깨달았다.

<비 오는 아침>과 <나의 아리랑> 때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곡을 만들었지만 이번엔 그러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이것저것 덧붙이려고만 하고 있었다.


정말 좋은 노래라면 악기 하나, 아니 무반주의 노래만으로도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법이다.

결국 덧붙이려는 것은 욕심 때문이었고, 그는 여우비와 헤어진 이후의 미래를 생각하다 욕심이 덧없음을 깨달았다.


학원에 들어서자마자 정완은 컴퓨터가 아닌 피아노 앞에 앉았다.

지금까지는 <Fire>를 레게로 편곡하기 위해 전자악기만을 썼지만 그것부터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전자음악보다는 자신이 직접 연주할 수 있는 피아노와 기타가 그에게는 훨씬 익숙했다.


“기타도 필요 없어. 피아노만으로도 되겠지만 나중에 드럼만 살짝 넣어보자.”


그는 메트로놈을 귀에 꽂고 레게리듬으로 한 음씩 툭툭 연주하기 시작했다.



***



서희와 은별은 하루 종일 함께 지내다 학원으로 출근했다.

조그맣게 미소 지으며 두 사람을 반기는 정완의 눈에 빨간 핏발이 서 있었다.


“왔구나. 잘 쉬었어?”

“PD님 피곤해 보여요. 혹시 곡 만드셨어요?”

“그래. 그거부터 듣자. <내면의 전쟁>도 다시 편곡했어.”


<내면의 전쟁>은 기존 편곡과 멜로디가 같았지만 화음과 악기 구성이 바뀌었고, <Fire>는 원곡의 몇 부분이 삭제되었고 템포가 느려져 있었다. 악기는 두 곡 모두 피아노와 기타, 드럼만 사용되었다.

서희와 은별은 정완이 편곡한 <내면의 전쟁>과 <Fire>의 가이드 노래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들었어?”

“저는 마음에 들어요. 넌?”

“저도요.”

“고칠 부분은 없겠어?”

“<내면의 전쟁>은 악기만 바뀐 거라 괜찮고 <Fire>는 몇 번 불러봐야겠어요. 바꾸고 싶은 데 있음 말씀드릴게요.”

“그래. <Fire>부터 연습하자. 최종 녹음은 모레 할 테니까 내일까지는 미흡한 부분 보이면 바로 알려줘.”


서희와 은별은 가이드 노래대로 <Fire>를 부른 후 듣는 일을 여섯 번이나 반복했다.

그 후 은별이 의견을 내놓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두 곡의 연관성이 떨어져요.”

“연관성 있다고 얘기한 사람이 넌데? 노래 주인공이 같은 사람이라고.”

“이렇게 두 곡만 듣고는 모를 가능성이 높아요. 저번에 언클리셰처럼.”

“이번 라운드는 굳이 연관될 필요가 없어.”

“PD님도 두 곡 부를 때 스토리에 관련이 있어야 좋다고 했잖아요.”

“연관성만 따지면 <I Don’t Care>가 더 높은데 어때?”

“그건 레게 버전이 있어서 우리가 부르면 식상할 거예요.”


은별의 말에 정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미션에서는 두 곡의 연관이 불필요하므로 억지로 관련지을 필요는 없지만, <C-POP Artist>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경연곡 두 곡을 연결하는 방식이 대세가 되어 있었다.

은별은 <Fire>의 이야기가 <내면의 전쟁> 속 화자의 미래 모습이라고 말했지만, 지난 라운드에서 지노가 언클리셰에게 지적했듯이 두 곡을 듣는 것만으로는 이것을 알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반면 정완은 <내면의 전쟁>을 부른 스토니 스컹크의 멤버 쿠시가 <I Don’t Care>를 작곡했다는 점에서 <Fire>보다 <I Don’t Care>가 낫지 않을까 했는데, 이것은 스토리의 연관은 분명히 아니었다.


정완과 은별의 대화를 잠자코 듣던 서희가 의견을 밝혔다.


“제가 두 곡 사이에 자작랩을 할게요.”

“어?”

“<내면의 전쟁> 핵심은 자기와의 싸움인데, 그걸 이겨내서 얻어낸 성취감, 내지는 즐거움 정도로 <Fire>를 연결하면 될 것 같아요.”

“아, 네.”


정완과 은별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래. 그게 좋겠네. 생각해 봐.”

“생각나는 게 있어서 지금 써 볼게요. PD님은 은별이 노래 녹음하세요.”

“그래. 너 진짜 싱어송라이터 다 됐구나.”


정완은 자신을 바라보는 서희와 은별을 보다 문득 헤어질 시간이 눈앞에 다가왔음을 느꼈다. 그가 직접 해결해야 하는 일이 나날이 줄어들고 있었다.

서희는 뿌듯한 미소를 짓는 정완을 보며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정완은 이미 그렇게 하려고 했지만 두 사람이 스스로 결론을 도출할 때까지 의견을 내놓지 않을 생각이었다는 것을.



***



이른 아침, 정완은 인디펜던트 학원 앞에서 첫 버스에 올라 마포구의 한 재래시장 입구에 내렸다.

이윽고 그곳에 탑차가 도착했다.


“어. 네가 하정완이구나?”

“예,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그래. 타.”


탑차 운전자 박길호는 한울의 지인으로 속초에서 수산물 가공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길호와 정완의 이번 만남은 정완 스스로가 하루라도 빨리 일하기 위해 인수인계를 부탁하여 이루어졌다.


“설명만 듣고 해도 충분히 될 일인데 굳이 뭘.”

“저는 할 줄 아는 게 운전밖에 없습니다. 하나라도 배워야지요.”

“이건 운전만 할 줄 알면 되는 일이야.”


첫 거래처가 이 근처였기에 두 사람은 금세 차에서 내렸다.

서류를 확인한 후 약속된 스무 박스를 옮기는 것이 여기에서의 일인데, 정완은 짐을 나르면서 냉동고 내부에 쌓인 상자의 모양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물건을 효율적으로 부리기 위해 박스의 위치를 잘 정해두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거래처 상점의 주인까지 세 사람이 함께 짐을 날랐기에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음 주부터는 이 친구만 올 겁니다. 오늘은 인수인계하러 같이 왔어요.”

“하정완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어휴! 잘생겼네. 마누라가 보면 놀라겠네요. 자주 봅시다.”


길호와 정완은 첫 거래처에서의 업무를 마치고 다시 차에 올랐다.


이 자리에서 길호는 수산물 도매공장 ‘으뜸상사’의 배송기사로서 정완이 해야 할 일을 설명했다. 속초와 양양의 공장에서 물건을 받아 수량을 확인하고 거래처에 넘기는 일이 배송기사 업무의 전부이다.

길호는 창업 초기에 자신이 배송 차량을 몰다가 배송기사에게 그 외의 업무를 맡기면 안 된다는 사실을 체득했다.


“다른 일하다가 운전하니까 피곤해서 교통사고 날 뻔했다니까. 한동안 터널만 나와도 무섭더라고. 다른 직원들한테 부탁할 때도 하루 뛰고 쉬라고 했어.”

“예.”

“시간 좀 늦는 건 거래처에서도 뭐라고 안 하니까 하여튼 넌 안전운전만 해. 까딱 잘못하면 너도 큰일 나지만 회사도 손해가 어마어마해.”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넌 우리 공장 말고 양양에 ‘화명수산’ 물건도 맡아야 한다. 내가 처음에 거래 틀 때 화명수산에서 많이 도와줬는데, 거기 배송까지 우리가 맡는다는 조건으로 거래하게 된 거라서.”

“예.”

“박스는 공장에서 세 번 확인하고 품종이랑 날짜 써서 밀봉하니까 넌 수량만 잘 확인하면 돼. 내용물에 문제 생기면 회사에서 처리할 테니까 누가 너한테 얘기하면 김 실장한테 연락해.”

“김 실장 연락처 알 수 있습니까?”

“여기.”

“감사합니다.”


길호는 정완에게 제 수첩을 던져주고 말을 이었다.


“금요일엔 김 실장이 올 거야. 일도 잘하고 성격 좋아. 너 잘 봐달라고 부탁도 해놨고.”

“감사합니다.”

“거기 거래처 명단이랑 사장들 연락처도 있으니까 적어놔. 나중에 언제 한 번 화명수산 가서 인사하면 좋고.”

“알겠습니다. 바로 찾아뵙겠습니다.”


길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화제를 바꾸었다.


“한울이랑 같은 부대에 있었으면 속초 쪽은 잘 알겠네?”

“그렇긴 한데 저는 속초보단 고성을 더 많이 압니다. 주로 트럭을 몰아서 해안도로보다는 내륙 쪽으로 다녔고요.”

“하루에 운전만 여덟 시간 넘게 하는 일이라 좀 힘들 거야. 난 토요일 새벽 1시에 남들 다 놀다 들어가는 거 보면서 출근하면 좀 그렇더라고.”

“이 일 외에는 푹 쉬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평일에 쉬는 게 더 좋습니다.”


길호는 정완과 함께 마포와 서대문, 은평구 일대를 돌며 거래처 상점에 물건을 내려놓고 확인하는 일을 반복했다.

아침 7시 30분, 탑차의 짐칸이 모두 비워지자 길호는 정완을 근처 전철역에 내려주었다.


“너 전화번호 바꾼다고 했지?”

“예.”

“모레까지 되겠냐? 명함 파야 하는데.”

“알겠습니다. 오늘 처리하고 번호 나오자마자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래. 근데 여기다 내려줘도 돼?”

“사장님 시내 들어가시면 많이 늦어집니다. 가서 좀 쉬셔야지요. 이 일 말고도 하실 일이 많잖습니까.”


정완은 길호에게 깊이 인사한 후 차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서 있었다.

이윽고 그는 버스를 타고 한울의 스마트폰 수리점에 갔다. 한울이 출근하지 않았기에 그가 매장 오픈을 준비했다.


“어? 너 오늘 길호 형님이랑 인수인계 한다며?”

“다 했습니다. 사장님은 가셨고요.”

“그럼 너 밤샌 거 아니야? 안 피곤해?”

“적응해야지요. 저 컴퓨터 쓰고 있습니다.”

“컴퓨터 쓰려고 여기까지 온 거야?”

“겸사겸사요.”


정완은 한 알뜰폰 통신사 사이트에 접속하여 전화번호 신규가입을 신청했다.

한울이 그것을 한참 보다 정완이 가입신청을 완료한 후 말했다.


“번호이동도 아니고 신규가입을 한다고?”

“새 폰엔 새 유심을 끼워야죠. 이 번호 그만 쓰고 싶어요.”

“그 예쁜이들이랑 완전히 인연 끊게?”


한울의 말에 정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음악 쪽 사람들 다요.”

“형이랑 나한테는 번호 알려줄 거지?”

“당연하죠.”

“다행이네. 근데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어?”


정완이 입을 닫았음에도 한울은 고개를 끄덕였다.



***



“예에?”

“미안하다.”

“아니, 아무리 그렇다고 어떻게 저한테도 이러세요!”


수길은 절규하듯 말했지만 정완의 뜻을 이해하고 있었다.

혹시나 생각을 바꾸지 않을까,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기대해 봤지만 결국 이렇게 된 것이다.


“너만 내 번호를 알면 곤란한 일이 있을 수도 있어서 그래. 마음 정리하고 연락할게.”

“정말 음악 할 생각 없으세요?”

“내가 생각이 있었음 이러겠냐?”


S-Road의 연습실 근처에 위치한 커피숍.

정완은 수길과 이야기하다 커피가 바닥나자 자리에서 일어서서 USB 메모리를 내밀었다.


“도움이 될까 모르겠다.”

“이게 뭔데요?”

“노래.”

“노래요?”

“너한테 노래 안 주고 싶었던 건 아니었어. 도저히 못하겠었던 거지.”


수길의 눈이 흔들렸다.


“간만에 록 만들어서 힘든 건가 했는데, 생각해 보니까 그냥 음악이라서 힘든 거더라.”

“형···.”

“가사는 네가 써. MR이랑 가이드 노래, 악보랑 타브(TAB) 악보도 있어. 드럼 악보는 없는데 네가 알아서 만들어.”

“후우.”

“갈게. 몸조심해라.”


정완은 수길의 어깨를 두드려준 후 곧장 커피숍을 나왔다.

때마침 타려는 버스가 도착했다.


정완은 자리에 앉아 뒤로 달려가는 창밖의 풍경을 보다 차창을 열었다.

볼을 때리는 바람의 선선함이 느껴졌다.


‘가을이었네. 그래. 10월인데 가을인 게 당연한 거지···.’


그는 차창 밖 사람들이 어디론가 정신없이 가는 모습을 멍하니 보았다.


‘여기 사람들은 필부필부(匹夫匹婦)가 아니야. 저들 중에 자기 삶에 치열하지 않은 영혼들은 없으니까. 근데 그런 조합도 적당해야지.’


정완의 눈에 비친 세상은 치열함이 극에 닿은 곳이었고, 치열하지 않은 사람은 행복할 권리조차 말하지 못하는 세상이었다.

자신을 돌아보고 끊임없이 마음을 비우며 다른 이들을 도우려는 치열함과, 욕망을 참지 못하는 이들이 다른 이의 영혼을 짓밟고 가진 것을 탐하는 치열함이 대립하는 아비규환의 현장.

그 현장에는 성공한 사람도 있었지만 실패한 사람이 더 많았고, 대다수 사람들은 자신 역시 성공하지 못했으면서도 실패한 이들을 외면했다.


‘이 세상엔 신이 없나? 있다면 세상을 왜 이렇게 방치하는 거지? 그냥 망해라 이건가? 아님 포기했나?’


정완은 치열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좌절한 사람을 일으켜주지 않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적응할 생각이 없다.

그런 그가 우진과 아리에게 쓴 편지에 ‘존경하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넣은 것은 두 사람이 성공의 기회조차 받지 못했거나 실패한 이들을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어서였다.


정완은 이런 대립에 제 심신을 낭비하는 일에 지쳐 음악을 그만두었지만, 서희와 은별을 프로듀싱하며 제 심신을 낭비 정도가 아니라 아예 갈아 넣다시피 했다.


‘서희가 그랬지. 내 생각과 의지로 될 일이라면 생각을 바꾸고, 불가능한 일이라면 포기하면 된다고. 불가능하니까 포기하는 거야. 서울은 꿈을 이루기에 좋은 공간이지만 꿈을 잊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


정완은 정말 힘들었지만 이제 그 끝이 머지않았다.

언젠가부터 그는 조금 덜 치열해도 괜찮은 곳에서 걱정 없이 살고 싶었고, 최근에 그 기회를 잡은 것이다.


‘피곤하네. 이거 끝나면 좀 나아지겠지?’


정완은 다음 주부터 새벽 1시에 출근하여 대낮에 퇴근하며, 업무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잠을 최대한 많이 자면서 일과 휴식만 생각하기로 했다. 수면이 부족한 상태에서 운전하면 매우 위험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주까지는 서희와 은별을 프로듀싱해야 하므로 조금 일찍 일어나야 한다.


‘다음 주가 되면 세상이 달라져 있겠지? 걔들도, 나도.’


정완은 미소를 담은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다 벨을 누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열심히 검토하고 쓰다 돌아왔습니다.

감사합니다. 2권도 힘차게 가볼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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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Audition) 2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 Aphrodite. 풀밭, 꽃, 그리고 꿀 20.06.16 168 10 21쪽
24 Round 4. 너를 잊지 않았듯 +2 20.06.14 154 9 24쪽
23 Burden. 그대에게 옮은 감기 20.06.09 164 9 27쪽
22 Clue. 또 다른 오디션 +4 20.06.04 168 10 25쪽
21 Slough. 그녀의 취미 20.05.31 162 6 31쪽
20 Tears. 한계가 아닌 줄 알았는데 +6 20.05.28 181 11 23쪽
19 Abyss. 눈물조차 사치라고 느껴질 때 +6 20.05.24 178 9 22쪽
18 Restart. 욕심이 되어버린 밤 +2 20.05.21 193 9 27쪽
17 Separation. 신데렐라처럼 +4 20.05.17 185 11 24쪽
16 Friendship. 내일 일어날 일 +4 20.05.14 193 8 23쪽
15 Limitation. 임무를 마친 자의 여유 +2 20.05.10 191 11 21쪽
14 Round 3. 자신과의 싸움 +4 20.05.07 199 11 23쪽
» Preparation. 조금 덜 치열해도 괜찮은 곳 20.04.30 210 10 29쪽
12 Wedding. 순정남녀가 순정부부로 20.04.23 226 9 29쪽
11 Goodness. 이럴 줄 알았으면 +2 20.04.21 224 8 23쪽
10 Round 2. 치열하게 따분한 날 +2 20.04.12 202 8 23쪽
9 Deeper. 녹음이 잘 되지 않는 이유 +8 20.04.09 237 11 22쪽
8 Fangs. 그녀의 실수 +8 20.04.07 233 12 28쪽
7 Round 1. 화살은 누가 쏜 걸까 +4 20.04.02 225 11 29쪽
6 Reoccurrence. 묻고 싶었던 말 +4 20.03.31 242 11 31쪽
5 Suggest. 좋은 제안이지만 +2 20.03.29 240 13 29쪽
4 Preliminary 2. 비 오는 아침 +2 20.03.24 266 11 29쪽
3 Preliminary 1. 저 사람들 또 +2 20.03.22 267 10 30쪽
2 Making. 만들어야 할 게 노래만은 아닌 팀 +4 20.03.15 353 13 28쪽
1 Prologue. 오래 전 약속 +4 20.03.15 714 16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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