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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양아치의 서재

조선현대검객전 [朝鮮現代劍客傳]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학점A
작품등록일 :
2016.09.29 21:01
최근연재일 :
2016.11.28 23:33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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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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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75,554

작성
16.11.0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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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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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글자
17쪽

[제9장-2] 야경(夜警)

DUMMY

###




그들은 무복을 갖추어 입은 상태였다.

곡선이 최대한 살아있는 정장. 부분적으로, 한복의 양식이 차용되어있는데 신축성은 여느 트레이닝보다 뛰어나다.


금위영 부사 홍순우는 정갈하고 실용성 높기만 한 지금의 이 복장이 너무나 못마땅했다.


“척준원 부사 ... 나는 이게 말이 안된다고 생각해요.”


마치 아이와 같은 피부. 그 위에는 작은 점 하나 없이 맨들맨들하기만 한, 그의 미간이 살짝 일그러졌다.


척준원은 불만이 가득한 홍순우의 투정이 익숙한 듯, 그저 별 표정의 변화없이 쩝, 하고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나같이, 밝은 피부톤은 오히려 컬러감이 살아있는 셔츠를 입어야 한다니까. 교복도 아니고, 이렇게 일괄적인 복장을 한다는게 말이 되냐구요. 뭐야 그 떨떠름한 표정은. 척준원 부사, 지금 ... 자기는 그런거 신경 안쓴다 이거예요?”


쩝, 굵은 선의 남자. 눈썹도 짙다. 커다랗다기 보다는 단단한 알근육이 자리잡은 척준원. 그의 미간이 살짝 움찔하더니 다시 무표정을 준수했다.


홍순우는 다시 떠들어댔다.

한참 시간이 흘러, 척준원이 대꾸해줄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자 그는 제풀에 지쳤다.


머쓱한 시간이 잠시 흐르고, 역시 먼저 입을 뗀건 미남자(美男子) 홍순우다.


“아무튼, 그건 그렇고 ... 우리 임무가 뭐였죠?”


“아까 같이 계셨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이번에는, 척준원도 조금은 놀란 기색이다. 분명, 금위사(禁衛使)에게 둘이 불려들어가 같이 명령을 하달 받았었다.


늘 새롭게. 몇몇가지를 제외하고 유지하는 나태함과 무관심의 일관은 늘 척준원을 놀라게 만들었다.


“그거야 뭐...”


보나마나, ‘지역명’을 들었을 때 그의 머릿속은 그 곳 주변의 ‘놀 것’, ‘볼 것’, ‘아는 여자’ 등 그의 흥미를 돋우는 몇 가지 사실들이 브레인스토밍처럼 휘몰아쳤을 것이리라.


척준원은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확신했다.


“아시잖습니까?”


그는 n 자로 변하는 눈매를 보이며, 흐흐흐 하고 웃었다.

그래, 그가 예상한 그대로다.


“참사검(斬邪劍)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의 신원을 확보했다 합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우리는 그것을 강탈(强奪)하러 가는 것이겠군요?”


척준원은 쓴 웃음을 지었다.

좋은 말로, 국가귀속(國家歸屬)이지, 사실상 압수(押收)와 다를바 없다.


어느정도의 보상이야 있겠지만, 참사검의 가치를 생각해 볼 때 - 새발의 피 수준.


“실질적인 소유는, ‘국가’형태지만, 점유는 현재 오군영(五軍營)이 하고 있지요. 수 틀리면, 소유고 뭐고, 점유자가 들고 일어나면 그만. .... 오군영은 지금 나라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초헌법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거예요,”


“뭐 ... 틀린말은 아닙니다.”


척준원은 생각이 많은 스타일이 아니다. 그저 명령을 기억하고, 수행하는 충직한 인물.


홍순우는, 상명(上命)따위 관심도 없으면서 - 정세와 현황 파악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물이라, 관심없는 듯 하다가도 툭툭 내뱉는 홍순우의 말에 척준원은 간혹 움찔 움찔 놀랐다.


지금이 바로 그러한 순간.


“정부도 각 가문의 집합체에 불과한 오군영(五軍營)에게 그런 막강한 권한을 준 것을 이제는 경계하고 있는 눈치고. 아직 합류하지 않은 가문들 눈치도 심상찮고 ... 조만만 커다란 일이 한번 휘몰아 칠거요.”


“어떠한 일이 일어나든 우리는 국가에 충성(忠誠)을 다하면 됩니다.”


“그래그래, 당신 참군인인 것 잘 알아요.”


흐느적 흐느적 흐물흐물, 홍순우는 마치 웨이브를 타는듯한 동작을 취하며, 그의 목소리 역시 장난스럽게 변조했다.


“나라에 충성하더라도, 적어도 머리는 끊임없이 살아있어야 해요. 적어도 국가의 수뇌부는 당신같지 않을테니까.”


역사를 보더라도 말이야. 정신이 살아있지 않으면, 끊임없이 이용당하게 돼. 특히, 나를 절망으로 물들게 했던 당.신. 같은 고수는 특히 더 말이야.


홍순우는 뒷 말을 잇지는 않았다.

그 ‘역사’ 라는 것이, 척준원에게는 선조 때부터 이어온 상처일 것이고 - 후자는 바로 그에게 해당되는 절망이었으니까.


‘이 자가 제일(第一)이다.’


홍순우는 항상 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척준원은 정치적인 판단으로 무언가를 선택해야 할 수 밖에 없을때. 멱살이라도 잡아서 끌고 와야 하는 검(劍)이다.


잠시의 정적이 일다가, 금위영 부사 홍순우는, 이 곤란한 대화를 언제나 그렇듯 자신이 마무리하기로 했다.


“아무튼, 일단 위에서 까라면 까야지. 대충 마치고 쉽시다. 하루정도 더 걸렸다고 하고. 놉시다. 내 아주 근사하게 좋은 곳을 소개시켜주지. 돌덩이 같은 부사의 마음도 아주 흐물흐물하게 녹을 것이오.”


흐흐흐, 하며 장난 치는 그의 뒤에 맨 정장가방.

그 안에는 사람 여럿을 살해할 만한 흉기(凶器)가, 가죽가방 안에 고정된 채 고이 잠들어 있었다.




###




황비서는 처음 일을 시작하기 전, 은밀한 부름을 받았었다.

똑똑, 하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을 때 - 장난스럽게 그를 맞이했던. 최이나.


그녀는, 상상할 수 없는 조건을 제시했다. 그리고, 시작된 이중첩자 노릇.


‘그나마 내가 유능했으니까 버텼던거야.’


실제로도 유능한 편이었다. 하지만, 그런 객관적인 평가 보다도 그 스스로의 주관적인 평가는 훨씬 대단했다.


‘마치 007 시리즈를 보는 것 같은 엄청난 위기상황들도 많았지.’


일단, 신경질적인 최한나라는 사람을 돌보며 뒤치닥거리를 해야 했다.

또한 천진난만하기만한 최이나의 장난도 성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하니 분주함에 시간이 가속 된 듯 정신이 없었다.


물론, 매달마다 이중으로 통장에 꽂히는 금액은 그 모든 고통을 잊게 해줄만큼 그의 마음을 상쾌하게 해 주었다.


‘하지만, 이제는 - 오히려 일이 간편해졌어.’


최한나는 말했다. ‘이신(李信) ...’

최이나도 말했다. ‘이신(李信) ...’


그래, 이제 한명의 사람만 파고 조사하면 되는 것이다.








“... 왕. 왕 말씀이십니까?”


“네. 왕(王)이요. 뭐 잘못이해할게 있나요?”


아니, 그럴 건 없지. 하지만, 이건.


“지금은 민주주의(民主主義) ...”


“하,”


최이나는, 갑자기 속에서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러다가 입을 살짝 가리고는 호호, 하고 마저 이어 웃었다.


“그런 순진한 생각을.”


순진한 생각? 순진한 생각이라고?


“그건 그렇게 사람들이 믿게 만드는 것이고, 실제로 운영하는 자들은 따로 있어요. 왕(王)이라 이름하지 않는 것 뿐이지.”


글쎄, 백퍼센트 동의하지는 않지만 - 황비서는 그녀의 말에 일단 묵묵히 있기로 했다. 그의 고용주가 아닌가.


‘이런 것을 생각해보면 - 지금 나의 왕(王)이 최이나인가.’


하며 속으로만 자조(自嘲)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어렵게 돌아가지 않으셔도. 그의 정의감(正義感)만 부추기면 되지 않을까요?”


황비서는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의 일이 아닌데도, 눈 앞에 일어나는 일들에 헌신적으로 나섰다. 이익을 바라면 바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오군영(五軍營)의 제의를 거절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정의(正義)가 아니다.’


황비서가 생각하기에, 이런 인물은 살살 달래주고 - 적당히 정의감을 고취시켜주고 ‘당신이 힘을 가져서 이 세상을 평화롭게 지켜야 한다.’ 고 달콤하게 귓가에 속삭이면, 결국 그는 그 원하는 대로 나아갈 것이다.


“아니에요.”


아, 아니구나.

황비서는 조심스럽게 서류가방에 ‘건의안’을 집어넣듯이 - 자신의 생각을 차분하게 집어넣었다.


도시가 내려다 보이는 전경. 그 창으로, 그녀는 의자를 살짝 돌렸다.


“남동생들을 누르고 - 지금 이 위치에 오게 된건, 순전히 내 안목(眼目) 덕분이에요.”


그래. 그렇겠지. 라고, 너 잘났다 말하고 싶은 그의 속 마음과는 다르게, 얼굴에는 ‘아, 예 그러시군요. 그러실줄 알았습니다.’ 하는 표정이 조성된다.


“그 사람은 정말 검(劍) 같은 사람이야.”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톡톡,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린다.


“자신의 영역 안에서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조용히 다시 검집으로 들어가는 사람.”


칼이 뽑히면, 그 무엇도 타협하지 않고 - 반드시 적을 벤다.

그는 그럴 힘도, 능력도 있다. 최이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그가, 이제 자신이 움직여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말 그대로, 검이 칼집에서 뽑힌거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적들을 베어달라고 부탁해야 할까요?”


아냐, 그게 아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약간 신경질 적이었는데, 황비서는 어깨를 살짝 움츠렸다.


“검이 뽑히는 순간, 우리가 휘둘러야만 해요. 우리의 적이 있는 곳이 그가 휘둘러야만 하는 곳이라고 ‘믿게’ 만들어야만하죠. 그렇게 우리는 조용히 어둠속에서 그를 움직일거예요.”


그래 그렇구나. 그녀는 이신을 누구보다 높고 절대적인 위치에 올려두고 - 모든 적들을 베어버릴 심산이다. 그리고, 그 절대적인 검(劍)을 휘두루는 더 절대적인 자.


어쩌면,


‘정도전 같은 역할을 하고 싶은 것인지도.’


이 사람의 즐거움은 어쩌면 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라 전체를 자신의 손아귀에 쥐고 싶은 것이 아닐까.


황비서는 묘한 두려움을 느꼈다.




###



회리가 친다. 토네이도 같은 거대한 바람이 돌고 돌며, 주변의 나무 몇 그루를 뿌리채 들어냈다. 날아다니는 썩어가는 낙엽조각들도 마치 하나의 검(劍)처럼 느껴진다.


회오리를 피하여 뛰어오르는 녀석들의 타이밍을 노린다. 그리고, 바로 위에서 아래로 휘두른다.


도검과 같이 더 쪼개진 박자로 움직일 수는 없지만, 한획, 한박자의 무거움은 녀석의 몸통을 양분할 정도다.


- 촤악


- 퀘에에엑


“후우.”


양분된, 몸통 절단면에 연기가 풀풀 나더니 회치는 바람에 안개가 흩어지듯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녀석.


잠시 일어난 회오리는 여기저기를 뒤얽어 놓다가 이내 하나로 합쳐지며 점점 잦아들었다.


사라진 회오리를 뚫고, 남은 한 마리의 심마화(心魔化) 된 녀석이 달려들었다. 회오리가 잦아지기 기다렸다는 듯, 타이밍을 맞춰 준비된 초식이 그의 앞에 펼쳐졌다.


손이 한번 휘둘릴 때, 이신은 미끄러지듯 뒤로 밀어 - 촤륵 하고 미끄러졌다.


다시 한번


- 휘익


그리고, 그 회전력을 이용해 그대로 목을 친다.


- 촤아아악


날아가는 동안, 심마와 눈이 마주쳤다. 눈은 여전히 분노를 가득 담은 채.


‘녀석들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인간임을 스스로 버린 걸까.’


하지만, 동정은 없다. 아니, 하지 않을거야.

이신은 마음을 단단히 먹는다.


툭, 녀석의 머리가 땅에 떨어졌다. 몸뚱아리는 비틀거리며 부르르 떨다가 털썩 하고 엎어졌다. 마치 물이 녹아 버리듯이 사라져 버렸다.


“후우”


숨을 내뱉는다. 기력이 많이 소진 되었다.

저 멀리, 홀로 난 길로 이신은 터벅터벅 걸었다.





“저기 오시는군요.”


연류연은 터덜터덜 걸어오는 이신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들은 바로 집의 대문과도 같은 솟대 앞에 서 있다. 붉은 빛. 두 마리의 나무 새가 그 위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형태로 놓여있다.


“저것들 ... 정체가 뭐예요?”


“심마(心魔)죠.”


그래, 그렇죠 심마(心魔).

그녀는 책 언저리 어딘가에서 읽어던 그림과, 단어들을 기억해냈다. 정말, 그 책의 내용과 같은 세상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저분은 - 심마를 베었잖아요. 심마를 베는 검은 확실히 다르다고 알고 있는데요.”


“저분은 심검(心劍)의 소유자입니다. 당연히 참사할 수 있죠.”

연류연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답을 했다. 마치, 1+1 은 2 이고, 2+2 는 4 라는 답을 도출해 내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이해가지 않는 부분도 있어.’


연류연은 유독 격렬하게 떨렸던 장수참(將帥斬) 후의 그의 양팔을 기억해 냈다. 그러고 나자, 유독 패도적이었다고 느꼈던, 이신(李信)의 거친 검격도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다.


‘어쩌면, 그가 패도적인 검을 휘두르는게 아닐지도 몰라.’


마치, 그의 몸이 버텨내지 못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고 연류연은 생각했다.


‘하지만, 초고수(超高手)인, 심검(心劍)의 소유자가, 서툰 한 획을 긋고, 자신의 검격을, 버텨내지조차 못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데.’


그가 심검의 소유자 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연류연은 바로 눈 앞에서 이신이 마음의 검을 공중에서 꺼내며, 심마를 베어내는 모습을 눈 앞에서 바로 보았으니까.


연류연은 갑자기 당황스러운 듯이 자신의 더벅머리에 손을 올려 벅벅 긁었다. 혼자서 중얼 중얼 댄다. ‘아, 그렇단 심검(心劍)이 아닌가?’ , ‘하지만 모든 정황이 심검인데’ , ‘ 심검(心劍) 이신님이 사기꾼?’ 이라는 등 혼자 중얼거리며 내면의 갈등을 스스럼 없이 보여주는 그.


민유라는, 그런 그를 보면서 ‘조금 이상한 사람이구나.’ 하고 잠자코 바라본다.


이신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 연류연이 이신에게, 생수 한병을 내민다. 그가, 손을 내밀어 그것을 잡는데 - 덜덜 떨리는 손이 이내, 생수병을 놓쳐버린다.


- 툭,


이신이 고개를 숙이는데, 다리가 풀린다. 연류연이 순간 그를 부축하며 동시에 생수병을 잡았다.


그러는 순간에, 연류연은 보았다. 이신(李信)의 온몸의 근육이 경련하여 덜덜 떨리고 있는 것. 심지어, 그의 눈꺼풀도 조금씩 떨리고 있다.


“이신님.”


몸을 일으키고, 연류연은 맑은 눈으로 이신을 바라보았다.


“네.”


“이신님은 무인이 아니신가요?”


잠깐 멍하니 있었다. 그리고, 이내 정신이 차린 듯 이신이 대답한다.


“네. 무인으로 살아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군요. 이신님의 미묘한 동작들을, 제가 범접치 못할 고수여서 이해하지 못한게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 역시 아니었군요.”


그가 보여준 놀라운 능력들이 - 그러한 생각을 도저히 할 수 없게 만들었을 뿐.


이신은, 언제고 진짜 고수들과 마주치게 되면 - 자신의 실력이 들통 날 것이라 생각했다.


심마(心魔)를 벨 수 있다는 사기적인 능력.

그리고,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하는 그의 필살기(必殺技).


이 두 가지로 언제나 사람들을 속일 수는 없다. 그래서, 마음가짐을 새로이 하게 되었을 때 - 그는 자신의 ‘조선세법’ 의 성취도를 서둘러 높이리라 결심했었다.


아마, 아까 연류연이 당혹감에 찼던 그 순간 일 것이다.

고수들만이 볼 수 있는 무언가를 보았겠지. 이신은 그렇게 생각했다.


“네.”


“이신님의 기술 정도는, 거칩니다. 처음엔 패도적인 검을 추구하시는게 아닐까 ... 했지만, 검격자체를 몸이 버텨내지 못해요. 아마, 조금만 무리를 하시면 온몸에 기운이 사라지는 경험을 하셨을 겁니다.”


이신은, 그때 ‘야산’ 에서의 일을 기억해냈다.

최이나가 저질렀던 스킨십도 생각이 났지만, 다시 기억 언저리로 던져 놓자.


“하지만, 순간순간 나오는 검로(劍路)는 경탄을 자아낼 정도의 것이 나와요. 이 부분이 천재라는 거죠. 아마 ... 이신님은 수련을 통해 다다른 심검(心劍)의 경지가 아닌, 갑자기 길을 걷다가 깨달음을 얻은 심검(心劍)이 확실하실 겁니다.”


“어떻게 단언하십니까?”


“우리 할부지가 그랬거든요. 심검(心劍) 이란, 무인의 경지가 아니다. 심검(心劍)은, 심검(心劍)일 뿐. 그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어요. 근데 이제 알겠네요.”


헤헤, 그는 자신의 더벅머리를 다시 한번 긁었다. 하지만, 장난 스러운 눈빛이 아니다. 단호한 눈빛.


“붓글씨를 쓰다가, 검술의 묘리를 깨치는 사람이 있답니다. 어쩌면, 무엇을 통해서 인지 몰라도 이신님은, 그러한 경험을 하셨고. 지금에 이르른 거죠. ...... 하지만!”


연류연은 손가락을 내밀었다. 깨끗하고 통통한 검지가 보였다.


그의 표정은, 처음 그를 만났을 때 이후로 본 적 없었던 심각함이 묻어있었다.


‘뭐지, 이 표정은. 전혀 어울리지 않게.’


그는 미간을 좁혔다. 통통한 얼굴에 살짝 일그러진 표정. 단호하게 이신의 눈을 응시한다. 이신도 굳이 피하지 않고 그를 정면으로 바라본다.


“이대로 계속가면.”


위를 향하던 검지 손가락이 이신을 바로 향한다.


“이신(李信)님은 죽습니다.”


작가의말

무투파란 : 감사합니다 ^_^ 

hooneey : 늘 읽어주시고 힘 주셔서 감사합니다. 
(카인) : 감사합니다 ^^ 반갑습니다
suhssa : 말씀하신 부분 수정했습니다. 도움 주셔서 감사합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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