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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양아치의 서재

조선현대검객전 [朝鮮現代劍客傳]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학점A
작품등록일 :
2016.09.29 21:01
최근연재일 :
2016.11.28 23:33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50,683
추천수 :
1,182
글자수 :
275,554

작성
16.10.26 13:42
조회
876
추천
27
글자
20쪽

[제6장-2] 카키드 피스톨

DUMMY

###




“저희는 이곳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아무래도, 다들 심기가 불편하시거든요.”


박영은 그렇게 말했다. 이신(李信)은 고개를 살짝 숙여보고는, 거대문파 속으로 들어섰다.




또로롱.

잔에 쪼르르르 차가 따라 흘러들어갔다.


“다음에 뵙게 될 때는, 꼭 주연(酒宴)을 베풀리라 생각했는데 - 상황이 이렇다 보니 또 술 한잔을 나눌 시기는 아닌 것 같아 ... 가문의 은인이자 벗에게 이렇게 양해를 구하오.”


고개를 숙이지 않았지만, 아쉬움이 묻어나는 말투다.

이신은 원체 술을 마시지 않기도 하고, 무엇을 받아내려는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그러려니 했다.


“오군영의 소환을 받으셨다고 들었소.”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우리 가문 일 때문일 것이오. 참고인을 필요로 하는 거겠지.”


“그런 것 같습니다.”


“은인(恩人)에게, 가문의 일로 계속 번거롭게 해 드려서 죄송하오.”


“아닙니다. 어차피, 지금 당장 하는 일이 없기도 하고 ...”


어차피 지금은 한가로운 백수가 아닌가. 여기저기 불러주는 곳이 있다고 한다면, 오히려 그의 머릿속이나 정신이나 녹슬지 않고 기름칠 되는 그런 느낌이다.


사실, 가지 않는다고 하자니, 참사검을 내어주면서 까지 ‘심검’ 이라는 그의 신상을 보호해주려고 했던 고씨가문을 마냥 외면할 수 없기도했나.


“더군다나, ‘그일’은 고씨가문이 의리를 지켜 행한 일이니 - 저야 말로 가문이 곤란한 상황에 처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렇게 생각 해준다면 다행이네.”


가주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무가의 연합에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안타까움이 섞인 것이다.


그의 주위에는 전에는 보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중년, 젊은 사람. 십 여명 넘는 인원들이 있는데,


‘아예ㅡ, 이들과는 분위기 자체가 다르군 ... 뭐랄까.’


그래,


‘야생적이다.’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사람들. 이신은 잠시 민망해졌다. 가주 고진문은 그런 상황을 알아차렸는지 허허 웃어 분위기를 바꾸었다.


그들도, 손님을 향한 자신들의 무례(無禮)를 알아차렸는지, 아차 - 하고는 다시 자세를 바로 잡았다.


“우리가 알기로는, ‘참사검’ 의 소지에 대한 참고인 역만은 아닐것이오.”


이신은 그 말에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갸우뚱.

다른 음모가 있는 건가. 왜지. 나는 무인(武人)이 아닌데.


“그대가 보여준 무위(武威)로 인해. 오군영은 그대를 끌어들이려든가. 그대의 배후라든가 - 모든 것을 알고 싶어할 가능성이 있소. 어떤 거래(去來)를 할지도 모르지.”


그렇군.


‘딱, 두달만 쉬고 - 다시 일을 하려고 했는데, 이모저모 피곤해 지겠군.’


그의 머릿속에 있던 계획이 크게 비틀어지는 것을 느꼈다.

다시 어딘가에 취업을 한다고 해도 - 매일같이 심마와 다투는 직원을 도대체 누가 고용할 것이란 말인가.


이신은, 아직도 ‘참사’ 라는 것은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여기고 있었다.


‘눈 앞에서, 사람을 구할 수는 있지만 ... 어엿한 나라의 기관들이 있는데 - 개인이 설칠 수야 없어.’


그런 마음이었다.

선의(善意)야 가득하지만, 이미 그런 역할을 전담한 자들이 있는 상태에서, 개인이 설치고 다니는 것이 너무 트롤짓은 아닌가.


“그래서 - 그대를 위한 선물도 그렇게 결정이 되었소. 무인에게 검이란 또 다른 이름과 같은 것. ‘공개적으로’ 그대가 그대임을 알게할 녀석을... 가문의 비고(秘庫)에서 찾게 되었네.”


가주는 고개를 돌렸다. 들라하게, 라고 하니 가문의 여식으로 보이는 두명의 사람이 고운 한복을 입고 커다란 나무 틀을 가져왔다.


기존의 나무 가지를 그대로 가공하여 만들어낸 것으로 보이는 그것은, 나무 위에 검은색 환도가 위엄있게 걸려있는 그런 모습이었다.


“오군영이든... 아니면 그 어디서든, 심검(心劍)의 소유자 아닌, 그저 검객 이신임을 알려주는 명패와 같은 역할을 해줄 걸세.”


그는 검을 들어 이신에게 건넸다.

‘저피’로 마감된, 칼집의 감촉이 느껴졌다.


어피로 마감된 그의 처음 환도(還刀)가, 손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었다면, 이것은 알 수 없게 따뜻한 느낌이었다.


그러면서도, 무언가 위풍당당한 바람이 느껴지는 듯한 검이다.


“이 도(刀)의 이름은 패검(覇劍)이라 하오.”

도(刀)이지만 검(劍)의 이름이 붙은 것은 그다지 이상한 것이 아니다. 나라별로 그 차이를 엄하게 구분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 조선에서는 도와, 검의 명칭 차이를 그렇게 크게 두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런 관습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온 듯 했다.


이신(李信)은, 잠금장치를 풀고 검집을 살짝 열어보았다. 가만히 있어도 베어버릴 것 같은 날카로움과 공격성이 엿보였다.


이신은 다시 칼집을 닫았다.


‘도검(刀劍)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이신은, 주변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의 이목이 이 곳에 온통 집중되어있다.


‘사람들의 감사 표현을 너무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겠지. 마음이란 서로 오가는 것이고, 저들도 표현하게 해주는 것이 아무래도 ...’


그는 마음을 굳혔다.

두 손으로 패검(覇劍)을 공손히 다시 잡았다.


“가문의 호의(好意)에 감사드립니다. 소중히 잘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팽팽하게 당겨졌던 긴장의 끈이 다소곳이 다시 늘어지는 느낌이다. ‘혹시, 이것을 거절하면 어쩌지.’ 하는 염려가 가득했던 이 방안. 가주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가문의 일 덕분에, 은거(隱居) 하고 있던 또 다른 기인을 세상 속에 나오게 하였으니 - 그 미안한 마음은 이루 다 말할 수 가 없소. 밖에 의복도 준비해 놓았으니 - 부디 거절치 마시고. 잘 다녀오시오.”


이신은, 너무 별 생각없이 따라 나섰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증거로, 트레이닝복을 대충 주워 입지 않았었나.


확실히, 그들이 몇 가지 물어볼 것 뿐만이 아니라, 어떤 대화를 원한다면 - 적어도 어떤 격식(格式)이 필요하겠다 싶었다.


“감사합니다.”


이신은 조용히 감사를 표했다.




###




커다란 일이 끝났다. 가주 고진문은, 이신(李信) 아닌, 다른 손님들을 이제 맞아야 할 차례였다.


바로 뒤에 있던 십여명의 사람들.

남녀와 연령대가 고루 섞여있는 사람들 이었다.


바로, 가문의 장로들.


“애초에, 가주(家主) 고진문. 당신은 무재가 특출난 편이 아니었지 ...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주의 자리에 누구보다도 열렬히 우리가 호응했던 것은.”


다른 이가 말을 바로 이어받았다.


“바로, 정치적인 모략이 그 누구보다도 뛰어났다고 여겼기 때문일세. 무도(武道)만 연마하던 우리 가문을 누구보다도 핵심으로 나설 수 있게 하리라 여겼기 때문이지. ... 일단은, 가문이 수치를 맞았으나 - 반전을 꾀하였고 ...”


또 다른 이가 말을 바로 이어받았다.


“가문 외적으로 다시는 얻을 수 없는 기연(奇緣)을 얻었으니,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지.”


끌끌끌. 그들은 만족한 듯 했다. 고진문은 안도했다.


“그의 내력은 엄청난 것이더군. 야산에서 보여주었던 그 파괴력을 그대로 나타낼 수 있을지는 의심스러웠지만 ... 지금 현 상태를 숨기고 있다고 한다면 - 우리 중 누가 나서더라도 결코 ...”


그들은, 가문에서 가주(家主)에게 전권을 주기 위해 잠시 몸을 숨기던 고씨가문의 진정한 고수들이었다.


오군영에 들어갈 만큼의 세력과 무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중 몇가문에 척을 지게 되어, 거의 고립당하게 되었는데 - 그때 그들이 선택한 것은, ‘정치력’ 이었다.


가장 ‘정치력’ 이 뛰어났던 고진문이 가주로 선정 되고, 무력(武力)과 그를 기반으로 한 가문 내 명망이 뛰어났던 그들은, 가주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은거 아닌 은거를 결심했다.


“오래 살다보니, 참으로 재미있는 것을 보여주는군. 앞으로가 기대돼.”


가주 고진문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 곳은 또 다른 비무대. 눈에 보이지 않는 수십합의 검들이 휘둘려 나간다.


오늘의 전투를 승리로 이끌고 나자, 그는 급작스런 피곤함이 몰려들었다.




###



***

-패검(覇劍)-


* 사용가능계급: 정8품 - (계급이 부족하여 특수능력은 발휘되지 않고, 일반 도검(刀劍)으로만 사용 가능.)


* 도검설명: 환도의 한 종류. 저돌적인 기운을 담고 있는 검이다. 고씨가문의 선물로 얻은 검. 가문 내의 도 다른 보물이다. 패도적인 기운이 담겨있다.


- 기습시, (패도,위엄) : 검을 쥐고 있는 것만으로도, 적의 심리를 굴복시킵니다. 다만, 사용자보다 고수(高手)일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동수와 하수에게 적용됨.]


- 난자(亂刺) : 상대방이 예상하지 못한 검로(劍路)로 검을 난자 합니다. 상대방의 검(劍)이 부러질 확률이 높아집니다.


- 타 심검(心劍)과 달리 파손되어도 복구가 되지 않습니다.

***


‘아직은 사용이 불가능하구나.’


고급스러운 정장을 맞춰입었다. 마치 사이즈를 미리 재 놓고 맞춤을 내 놓은 것처럼 그의 몸에 딱 맞았다.


“이제, 가보실까요. 이신(李信)님.”


박영은, 문을 열었다. 이신(李信)은 차에 편안히 탑승했다.




###




“황비서. 어떻게 된거예요.”


최한나는 날카롭게 물었다. 동그랗던 그녀의 눈은 어느 새 날카로워져 있었다.


“아 ... 그 이신(李信)이라는 자를, 최이나 아가씨께서 만나는 도중에 살주계(殺主契)의 급습이 있었습니다.”


최한나는 엄지 손톱을 물어뜯었다.

최근 재계를 한바탕 휩쓸고 있는 협박 편지. 실질적으로 협박이 협박으로만 끝나지 않고 이어지는 무력행사에, 그의 아버지는 저명한 무가(武家)의 호위를 요청 했었다.


최이나는, 분명 - 자신을 놀리기 위해, 최근에 자신이 접촉하고 있는 이신(李信)에게 접근했음이 확실하다.


하필 그 순간, 살주계(殺主契)의 납치극이라니.


‘그리고, 그 순간 이신(李信)이 그를 구했다고?’


아니, 어떻게? 최한나는 모든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그 심마(心魔)가 나타났을 때도 그는 결국 살아서 나타났다.


“사실은 그가 무인(武人) 이었나?”


그건 차차 확인해 보아야겠다.

최한나의 미간이 더욱 좁혀졌다.


자신이 얻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에 언제나 선수를 치는 것이 바로 최이나였다. 본인이 입수(入手) 하지 못하면, 적어도 망가뜨리기라도 하는 것이 바로 그였다.


이번에도 무언가 중요한 것을 강탈당하고야 만 그런 느낌.


“안돼. 이번만큼은 질 수가 없어.”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그녀는 황비서를 바라보았다.

황비서는 움찔하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약속을 잡아요.”




###




호랑이 소굴이었다.

여러 짐승들이 움찔대는 것 같은데 - 그 가운데로 지나갔다.


다들 정갈한 옷을 입고 근무에 힘쓰는 것 같지만, 이신(李信)을 바라보는 눈빛이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정장 안에 숨겨져있는, 수많은 단련의 흔적들은 - 옷태로 그대로 드러났고, 그들의 생각 -


‘저 자가 바로 그 자야?’


‘그렇게는 안보이는데 ...’


‘한번 겨루어 보고 싶다.’


무인(武人)의 호승심 또한 피부에 맞닿아 저릿저릿했다. 이신(李信)은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사람인 척 조용히 박영을 따라 들어갔다. 안 쪽에 있는 어느 회의실이었다.


“오는 길 고생이 많으셨소. 나는 오군영의 총 책임자 원호라고 하오. 이쪽은, 참모직을 맡고있는 남궁필현 이라고 하지.”


“안녕하십니까.”


자, 자리에 앉으시오.

잠시후, 차가 내어져 왔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소.”


차를 한모금 마시고 나서 였다.


“당신은 누구요?”


그는 이신(李信)의 눈을 빤히 - 그리고 공격적으로 쳐다 보았다.




###




“지부의 전멸 ...”


의자의 목받이에 목을 턱 기대두고 - 그 ...처럼 보이는 그녀는 빙글빙글 돌았다. 주변엔 어둠이 가득하고, 마치 주인공조명처럼 머리 위에 불빛 하나가 오직 그녀만을 비추어주는데, 빙글빙글 그녀는 계속 의자를 돌았다.


짧은 머리에 왁스칠을 하고, 남성용 정장을 입었다.

넥타이도, 커프스 버튼도, 그들의 선호를 맞추어 모두 착용 상태.


맞춤옷으로 인해 그의 몸에 딱 맞게 만들어진 정장이지만, 그래도 부분 부분 드러나는 라인은, 그녀가 그래도 여성임을 부인할 수 없게 하였다.


그러다가 멈추고는, 책상위에 그녀의 턱을 괴었다.


“생각보다 오군영이 제법이야 ... 고씨가문이라고 했나 - 그쪽도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 같고.”


부숴 버리려는 목적. 그리고 새로운 사회를 세우려는 목적.

기존의 무가(武家)도, 재계(財界)도 새로운 반석위에 새울 것이다.


이 세상의 기존 관념마저 다 부수어 버릴 그들의 이름은


“살주계 ... 도 단체의 존명을 걸고 나서야 할 때군.”


그녀는 혼자 나지막히 말했다.

기존의 모든 것을 거부하기 위해, 그들은 일정한 직급 이상이 되면 - 자신의 성과 정 반대의 옷을 입었다.


기존의 관습을 무너뜨리기 위한 작은 그들만의 의식.


“인간의 옷마저 벗어버리고 - 세상을 뒤엎으려 할 때, 그것마저 너희는 막아낼 수 있을것이냐,”


그녀의 눈동자가 마치 날카로운 짐승처럼 변했다.




###




“저는 이신(李信)입니다.”


“.... 그것을 묻는 것이 아니오.”


유망주(有望株) 라는 것은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하고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재능이 있다고 치면, 가문에서는 영약이며 - 최고의 선생이며 붙이며 난리를 쳐대지.’


아무리 기밀을 요한다고 하더라도 - 더 깊은 심득을 위해, ‘폐관수련’이나, 더욱 고수와의 실전을 겪게 하기 위한 고수의 섭외 중에도 다 드러나게 되는 법이다.


그들의 조사에 의하면, 이신(李信)은, 무가의 가문에서 난 자가 아니었다.


‘그래도 가능성이 있지.’


바로 일인전승(一人傳承).

무가(武家)가 많은 핍박이 있을 때 - 많은 고수(高手)들이 산속으로 피했다.


그들은 자신의 무도(武道)가 세상에서 잊혀지는 것을 안타까워해, 간혹 세속에 내려와 재능이 있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무학(武學)을 전수해 주었는데, 그게 바로 현재 일인전승 무도의 실태다.


‘그렇다면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게 그렇게 중요한 일입니까? 저는, 그 누구에게도 무학(武學)을 사사받은 적이 없습니다. 곤란한 질문은 그만하셨으면 좋겠는데요.”


쩝. 원호는 마른 침을 삼켰다.


‘그래, 아직은 우리는 모르는 무엇인가가 있다 이거지.’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하나, 둘, 셋. 삼초. 딱 삼초다.


“참고인 이신(李信)은, 고씨가문이 참사검을 숨겨두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오?”


“네.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그게 그렇게 문제가 됩니까?”


“문제가 되지. 무가의 연합에 해가 될 새로운 수단을 구한다는 거니까.”


그런가. 이신(李信)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현재, 심마(心魔)들이 이렇게 곳곳에서 난리를 피워대는 통에 참사검의 소유가 그렇게 중요합니까? 어떤 가문이든, 참사를 위해 최선을 다하면 되지 않습니까?”


“중요하지.”


원호는 말을 자르듯 말했다.


“무가(武家)는 심마(心魔)의 등장으로 엄청난 기회를 얻었네. 이 상황에서 개별적인 가문들이 섣불리 나선다면 - 그 무가의 독점으로 끝나게 되겠지. 우리는, 그 균형(均衡)을 맞추는걸세.”


참사검을 통제하면서 말이야.


원호는 ‘기회’ 라고 했다. ‘기회’.

심마의 출현이, 그들에게는 하나의 호재였던 것이다.


모든 무가를 위한 호재.

어쩌면, ‘균형’ 이라고 말하면서 - 자신의 가문의 힘을 잃지 않는데에 주력을 할지도 모른다.


심마(心魔)를 처리 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것이 ‘단합’ 이고, 그를 위해 효율적으로 ‘참사검’을 다룬다고 하였다면 - 이해를 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이 사람들은, 심마(心魔)가 어떤 존재인지 관심도 없군. 그냥 ...’


천재지변이 일어났을 때- 그것이 나에게 이익을 주느냐 아니냐만 계산하는 자들일 뿐이다.


태풍이 휩쓸고 지나갔을 때, ‘아, 이곳에 물을 팔면 되겠구나.’ 하는 이익집단.


이신(李信)은, 정신이 확 들었다.


‘이 자들을 믿고 있었다니 ... 이 자들은, 어쩌면.’


심마(心魔)들이 아예 사라지기를 바라지 않을지 모른다.


‘이 자들은 정부기관도 아니었고 - 다만 정부에 의해 권한을 부여받은 ... 존재들이군.’


개별적인 무가(武家)의 성격이 강하다.

이들은, 참사검으로 - 기존에 연합된 무가들의 힘으로 - 기존에 규합되지 않은 또 다른 세력들을 품으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어느 독보적인 가문이 나오지도 않게 또한 - 무가(武家)의 새로운 호재가 잠들지도 않게 세력을 유지해 나갈 것이다.


‘이들의 안중에 심마(心魔)의 궤멸 이라든지 ... 세상의 안정이라든지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겠어.’


이신(李信)의 마음 속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그것은 안정(安靜)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종류의 경멸(輕蔑)이었다.


“우리는 당신의 헌신에 감사하고 있소.”


그때의 그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면, 오군영의 핵심인원들은 너무나 커다란 타격을 입었겠지.


“그대가 원한다면, 그대의 출신도 - 정체도 묻지 않겠소. 천천히, 가도록 하지.”


다만, 그대도 무가(武家)들의 치욕을 이해하고 있을 것이오. 일인전승이든, 가문으로만 전해지는 무도(武道) 였든.


“그대는, 우리와 함께할 명분이 있는 것이오.”


원호는 살짝 미소지었다. 그는 그 나름의 ‘대의명분’을 끌어오고 있었다. 다시는, 어둠에 잠기는 ‘무가’의 치욕스러운 과거를 만들지 말자.


모든 무가가, 함께 힘을 합쳐 - 진흙탕속으로 가라앉지 말자.

어쩌면, 눈 앞의 이 자는 - 진심으로 그것이 ‘정의’ 라 믿으며 노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 부서를 주겠네. 정무약정으로 인해, 어떠한 일을 벌이든 정부의 간섭을 받는 일도 없소. 그저, 하고 싶은대로 하고 무위를 뽐내고 - 사람들의 경탄을 받으면 되는 일.”


어때, 사내다운 욕망이 들끓지 않은가.

명예와 돈 말일세.


원호는 자신있게 제안했다. 고씨와 결합했다고? 글쎄, 그들 혹은 당신의 진정한 배후가 우리보다 더 한 것을 줄 수 있을까.


이신(李信)은, 원호의 대의명분이라는 것이 허울좋은 것이든- 진심이든 별 상관이 없었다.


그는 아까부터, 얼음물을 한됫박 맞은 것처럼 차가운 뇌와, 뜨거운 심장이 요동쳤다.


- 어때, 이신 - 나의 조선(朝鮮)을 구해줄 마음이 들었어?


머릿속으로, 천진난만한 웃음이 들렸다.


- 제발 조용히좀 해.


이신(李信)은 혼자 조용히 소근거렸다. 히히히, 하는 웃음소리를 끝으로 그의 머릿속에서는 더 이상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신은 감은 눈을 떴다.

원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 좁은 회의실에서 - 오로지, 심장만을 손에 쥐고 하는 비무(飛舞)다.


담담한 듯 단단한 이신의 눈빛과 함께, 칼과 같이 벼려진 그의 한마디 말이 이어졌다.


“제안은 감사합니다만.”


이신(李信)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대의명분이라는 것이 ... 몸을 움직일 만큼 매력적이지가 않군요. 저는 퇴직하여 하고싶은대로 하면서 쉬기로 하였으니 -”


계속하여 하고싶은대로 하면서 쉬겠습니다.


원호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하고 싶은대로 하겠다.’ 라는 말이 그의 머릿속에 반복이 되어 울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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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0

  • 작성자
    Personacon 후우우우니
    작성일
    16.10.26 14:32
    No. 1

    저피? 돼지 가죽?

    내 부하가 아니면 안된다.

    협조를 구하는 것에 낯설고 명령하는 것에 익숙한 인간들이 있지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학점A
    작성일
    16.10.26 23:48
    No. 2

    hooneey 님의 댓글이 언제나 힘이 됩니다 ^^
    피드백 항상 감사합니다. 즐겁게 쓸게요 ㅎ_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천설아
    작성일
    16.10.26 23:31
    No. 3

    원호 = 권력욕, 물욕에 찌든 쓰레기군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학점A
    작성일
    16.10.26 23:49
    No. 4

    ㅎ_ㅎ 헤헤 조금 입체적으로 해 보려고 합니다.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힘이 되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9 청청루
    작성일
    16.11.08 11:32
    No. 5

    최근 재계를 한바탕 휩쓸고 "있는" 협박 편지. 있는이 빠졌어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학점A
    작성일
    16.11.08 21:08
    No. 6

    수정 완료했습니다 ^_^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9 청청루
    작성일
    16.11.08 11:34
    No. 7

    그리고 그, 그녀 구분 잘해주셨음 좋겠어요. 읽다보면 누구에 대한 서술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아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학점A
    작성일
    16.11.08 21:10
    No. 8

    주말간(2016.11.12) 맞춤법 수정 및, 그, 그녀 - 수정을 전반적으로 하려고 합니다.
    ^_^ 말씀해주신 것 참고해서 중점적으로 수정을 해보겠습니다.
    조언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7 마크스
    작성일
    16.11.10 17:19
    No. 9

    전에 참모가 나왔을땐 제갈씨가 아니라 남궁씨였던것같은데 어느쪽이 맞는건가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학점A
    작성일
    16.11.11 00:49
    No. 10

    '남궁'이 맞습니다.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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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현대검객전 [朝鮮現代劍客傳]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5 [제12장-1] 폭풍전야 +6 16.11.28 500 13 11쪽
44 [제11장-2] 노을이 비치는 곳 +5 16.11.21 634 16 14쪽
43 [제11장-1] 노을이 비치는 곳 +3 16.11.18 548 17 15쪽
42 [제10장-2] 무림에도 단과 과외가 있다 +3 16.11.17 498 19 14쪽
41 [제10장-1] 무림에도 단과 과외가 있다 +6 16.11.16 580 15 12쪽
40 [제9장-5] 야경(夜警) +7 16.11.14 491 20 14쪽
39 [제9장-4] 야경(夜警) +6 16.11.11 592 21 12쪽
38 [제9장-3] 야경(夜警) +10 16.11.09 670 24 19쪽
37 [제9장-2] 야경(夜警) +13 16.11.08 681 24 17쪽
36 [제9장-1] 야경(夜警) +5 16.11.07 708 25 17쪽
35 [제8장-4] 유적 지킴이 +5 16.11.04 842 21 15쪽
34 [제8장-3] 유적 지킴이 +2 16.11.04 751 21 15쪽
33 [제8장-2] 유적 지킴이 16.11.03 813 25 14쪽
32 [제8장-1] 유적 지킴이 +2 16.11.01 886 21 16쪽
31 [제7장-2] 킹 메이커 +2 16.10.31 737 21 14쪽
30 [제7장-1] 킹 메이커 +5 16.10.29 840 25 12쪽
29 [제6장-3] 카키드 피스톨 +5 16.10.27 929 22 18쪽
» [제6장-2] 카키드 피스톨 +10 16.10.26 877 27 20쪽
27 [제6장-1] 카키드 피스톨 +4 16.10.25 859 25 14쪽
26 [제5장-9] We need you +2 16.10.24 832 26 15쪽
25 [제5장-8] We need you +4 16.10.24 874 25 19쪽
24 [제5장-7] We need you +6 16.10.23 798 26 14쪽
23 [제5장-6] We need you +3 16.10.21 922 29 18쪽
22 [제5장-5] We need you +6 16.10.21 1,078 26 10쪽
21 [제5장-4] We need you +5 16.10.18 918 25 16쪽
20 [제5장-3] We need you +1 16.10.18 1,095 26 14쪽
19 [제5장-2] We need you +4 16.10.15 1,158 26 17쪽
18 [제5장-1] We need you +5 16.10.13 1,218 25 12쪽
17 [제4장-4] 짐승의 유래 +2 16.10.12 1,125 28 15쪽
16 [제4장-3] 짐승의 유래 +4 16.10.11 1,156 26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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