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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리 님의 서재입니다.

알고 보니 검술 천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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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리
작품등록일 :
2022.04.06 16:15
최근연재일 :
2022.05.29 21:2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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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730

작성
22.04.10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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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첫 번째 재앙 (3)

DUMMY

7.


“후우, 후우······.”


차유라는 단조롭게 숨을 내뱉으며 시선을 내리깔았다.

눈앞에 있는 건 어느덧 잿더미가 되어버린 오우거.

장장 3시간에 걸친 싸움 끝에 겨우 차지한 승리의 순간이었다.


“아아······.”


하지만 그런 힘겨운 싸움을 승리로 장식한 그녀는 전혀 개운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또 실패했네.”


차유라는 몇 안 되는 속성 계열 헌터로 한때는 뉴스에도 나갔던 장래가 유망한 신인이었다.

평가지에도 그녀가 다루는 불꽃은 발군의 화력이라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고도 했더랬다.

그녀도 머지않아 자신의 등급이 수직상승하게 될 거라고 확신했던 때가 있는 것이다.

그래. 그건 분명히 한때였다.


‘그러면 뭐해. 정작 헌터 등급은 D급인데.’


우습지만 그녀는 너무나도 강력한 자신의 스킬을 제대로 다루질 못하는 반 푼짜리 헌터였다.

만나는 족족 몬스터를 잿더미로 만들어 재료를 수급하는 일조차 못한다.

게이트 밖에서 싸우다보면 괜히 주변으로 불이 번져 피해를 가중시키기도 했다.

작금의 장소가 여의도 공원이었기에 망정이지······ 시가지였으면 일만 커졌는지도 모른다.


‘······이거 또 깽값만 물게 생겼는데.’


어느덧 불모지가 되어버린 공원을 둘러보며 차유라는 미간을 팍 구겼다.

대피소로 도망친 사람들을 지켰다는 데에선 뿌듯해도, 여전히 자신의 모자란 수준엔 연신 한숨만 흘러나왔다.

언제쯤이면 1인분을 하는 헌터가 될 수 있을까.


“아, 대피소.”


시선을 돌린 차유라는 이곳에서 멀지 않은 여의도 대피소를 바라보았다.

착각이 아니라면 그곳에서도 분명 심상치 않은 마력의 파동이 느껴졌다.


‘당장 외관은 멀쩡한데······.’


하지만 그녀가 느낀 마력의 파동은 대개의 게이트 생성과 비슷했다.

어쩌면 대피소 안쪽으로 게이트가 생성된 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다른 헌터가 갔겠지?’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차유라는 대피소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안으로 들어선 그녀는 적잖이 안도할 수 있었다.


‘멀쩡하네.’


우려와는 반대로 평화로운 분위기의 대피소.

사람들은 여전히 불안에 떨었지만 크게 다친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아예 게이트가 생성되지도 않은 곳처럼 보였다.


‘그럼 그 마력은 대체 뭐였지?’


기감을 높여 마력을 추적해보기로 했다. 미약하지만 명백한 마력의 잔향이 느껴졌다.

탐정처럼 그 흐름을 쫓아, 차유라는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을 발견할 수 있었다.


‘······피 냄새.’


곧바로 무기를 꺼내어 쥔 차유라는 호흡을 조절하며 아래로 내려갔다.

지하에 게이트가 생성된 게 확실해진 순간이었다.

자칫 놈들 중 한 놈이라도 지상으로 올라온다면 대참사가 벌어질 것이다.


‘······여기서 막아야 해.’


그렇게 한껏 긴장한 얼굴로 지하로 내려간 차유라는.


“······응?”


다소 터무니없는 정경을 맞이하고 말았다.


*


한지혁의 시선은 잘게 떨리고 있었다.

다름 아닌 그의 손에 쥐어진 하나의 아이템 때문이었다.


[집중의 목걸이].


아이템의 성능은 굳이 감정사를 찾질 않더라도 바로 알 수 있었다.

이건 회귀 전의 세계에서도 꽤 세세하게 알려진 물건이었으니까.


‘차유라의 목걸이잖아?’


S급 헌터였던 차유라가 오랫동안 착용하고 아꼈던 그녀만의 전유물과도 같은 장비.

F급 게이트에서 나온 만큼 그 성능이 대단하다 할 수는 없겠지만.


‘수련엔 제격인 물건이랬지 아마?’


집중의 목걸이는 말 그대로 착용자의 집중력을 높여주는 효력을 발휘한다.

여기서 착용자는 높아진 집중력만큼, 자신의 스킬을 더욱 몰입해서 볼 수 있게 된다.

평소엔 쉽게 느끼지 못했던 감각, 장점이나 단점······ 대략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이 늘어난다.


“과연······.”


말로만 듣던 장비를 빠르게 목에 걸어본 한지혁은 대번에 놀란 눈을 떴다.


‘이런 식이구나.’


집중의 목걸이를 착용하자마자 전신의 감각이 전반적으로 예민해졌다.

구체적으로는 그가 의식하는 부위마다 그 느껴지는 감각이 세밀해진 것이다.

1년의 단련을 통해 전신을 온전히 수중에 놓았다고 생각했던 그에겐 약간 충격적인 일이기도 했다.


“나 아직 멀었네.”


평소에 느끼지도 못했던 감각이 이렇게나 많았을 줄이야.

아일로이는 차분하게 한지혁을 돌아보더니 입을 열었다.


-제법 유용한 물건이구나.

“정말······.”


아예 인식조차 못하던 감각을 강제로라도 느끼게 만드는 효력.

전투 중엔 대단한 효능은 아니더라도 확실히 수련엔 도움이 된다.

그는 단순히 이를 체험하는 것만으로도 그의 다음 경지를 상상할 수 있었다.


‘나머진 내 몫이겠지.’


이젠 이 목걸이를 착용하질 않을 때에도 이 감각을 느끼도록 단련하는 일만 남았다.


-한지혁, 밍기적거릴 때가 아니니라.

“······알아.”


대충 고블린 워리어의 사체에서 마정석 따위를 챙긴 한지혁은 지긋지긋한 고블린의 정원을 뒤로할 수 있었다.

당장 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아도 아직 끝난 게 아무것도 없었기에, 그는 계속해서 움직여야만 했다.


‘진짜 재앙은 고작 몬스터 웨이브 따위가 아니니까.’


한지혁은 두툼한 살집이 흉물스러운 한 마리의 돼지를 상기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첫 번째 재앙을 끝내려면 반드시 그 빌어먹을 ‘오크’를 사냥해야만 한다.


“······우와!”


그때였다.


“으음?”


게이트를 벗어나자마자 한지혁은 자신을 쳐다보는 한 소녀를 마주했다.

피로 범벅이 된 옷차림은 약간은 그을린 상태.

야광봉에 비친 중단발의 그녀는 한지혁이 익히 아는 사람이었다.


‘차유라가 왜 여기에······.’


저도 모르게 목걸이를 매만지던 그는 새삼스럽지도 않은 사실을 깨달았다.


‘······바깥을 정리한 건가.’


하기야 원래 ‘고블린의 정원’을 토벌한 건 눈앞의 차유라여야 했다.

그녀가 여기에 있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이거 아저씨가 혼자 공략한 거예요?”

“······응?”

“대박. 예상은 했는데 진짜였네. 미쳤다 진짜.”


미간을 구긴 한지혁을 향해 차유라는 연신 감탄 어린 목소리를 이어나갔다.


“어떻게 했어요? 비결이 따로 있나? 얘네 보니 거의 일격에 당했던데. 상처만 봐선 엄청 날카로운 무기로 벤 것 같은데.”

“······.”

“잠깐 그거 관리국에서 기본으로 지급되는 검이잖아요. 설마 그거로 벤 거예요? 미친?”

“······.”


이후로도 잔뜩 신나서 해맑은 얼굴로 말을 늘어놓는 차유라.

한지혁은 그녀의 생생한 반응을 내려다보며 헛웃음을 짓고야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얘 원래 이런 성격이었나?’


그가 기억하는 차유라는 훗날 ‘얼어붙은 불꽃’이라는 말이 따라 다녔다.

그녀의 성격이나 행동이 살얼음이 낀 것처럼 살벌했고, 누구나 가까이 하지 않을 정도로 냉랭했기에 생겨난 이명이었다.


‘······조금 당황스럽네.’


차유라는 계속해서 ‘얼어붙은 불꽃’ 같지 않은 행동을 이어나갔다.

멀찍이 새로운 인기척이 나타날 때까지 그녀는 조용해지질 못했다.


“뭐야, 이미 끝난 거야?”

“누구지?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팀이 있었나?”

“긴장해라. 아직 게이트는 확인하지 못했어.”


일련의 무리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응? 관리국인가?”


그렇게 차유라가 잠시 해당 인기척으로 시선을 돌렸을 즈음이었다.


츠츠츳!


한 순간에 발끝을 톡, 차고 한지혁은 그 자리에서 빠르게 멀어졌다.

차유라가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는 이미 한지혁이 그 자리에서 사라진 뒤였다.


“엥? 아저씨?”


당황한 듯 주변을 둘러봤지만 차유라는 결코 한지혁을 찾을 수 없었다.

칠성보를 비롯해 숨을 꾹 참은 그는 오랜 시간 단련한 그의 비기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이게 10년 치 은신술이다.’

-자랑이다 새끼야.


곧 차유라가 있는 곳으로는 일련의 무리가 당도했다.

그녀의 예상대로 헌터관리국에서 이변을 파악하기 위해 보낸 조사팀 직원이었다.

그들은 차유라를 발견하더니 곧바로 말을 걸어왔다.


“당신은······ 차유라 헌터군요. 차유라 헌터가 이곳을 공략한 겁니까?”

“네?”

“감사합니다. 차유라 헌터 덕에 큰 피해를 막았어요. 혹시 게이트는······.”


고개를 숙인 남자를 향해 차유라는 멋쩍게 웃으며 답했다.


“아뇨. 제가 한 게 아닙니다만.”

“네?”

“여길 공략한 사람은 따로 있어요. 그러니까 그 사람은······.”


말을 잇던 차유라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있었는데요, 없어졌어요.”

“······네?”

“자세히는 묻지 마세요. 저도 상당히 놀라고 있으니까요. 전 그 사람이 눈앞에서 없어지는 줄도 몰랐거든요.”


여전히 의문이 가득한 관리국의 직원를 향해 차유라는 직원의 명패를 보고 말했다.


“안강우 씨. 잘 봐요. 제가 이런 말하긴 뭣하지만 요 고블린 쓰러진 것 좀 보라구요.”

“보고 있습니다.”

“거의 마력을 담지 않은 일격에 당했어요. F급 몬스터라 해도 근력만으로 이런 짓은 불가능하죠.”

“확실히······ 그렇겠군요.”

“그럼 여기서 다시 물을게요. 이런 걸 제가 할 수 있을까요?”

“네?”

“아직 제 불꽃도 못 다루는데. 과연 이런 세밀한 기술을 할 수 있겠냐고요.”


차유라의 말에 잠시 머뭇거리던 안강우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말했다.


“흐음······ 곤란하네요. 결국 이곳을 공략한 헌터는 언랭이란 얘기인데.”


언랭(Unranked).

능력을 각성했으면서 등급 심사를 받지 않은 채로 살아가는 일부의 헌터를 말한다.

대개의 이들은 정체를 밝힐 수 없는 범죄자가 많아 인식이 나쁜 편이었다.

차유라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걸 어떻게 확신해요? 그냥 평범하게 강한 헌터일지도 모르잖아요?”

“평범하게 강한 헌터가 왜 도망을 칩니까.”

“아.”


멀리서 그 대화를 듣던 한지혁은 음영을 틈타 거리를 벌릴 수 있었다.

대피소의 지하는 규모가 수만 명은 수용할 정도로 넓어, 도망칠 곳이 많았다.

아일로이가 말을 건 건 그때였다.


-아쉽진 않느냐?

“응?”

-넌 등급 상승의 꿈이 있었잖느냐. 이렇게 도망치면 네 녀석이 한 업적은 개똥이 될 텐데.

“뭐······ 그렇겠지?”


아마도 높은 확률로 헌터관리국은 이곳 지하의 게이트 자체를 은폐할 것이다.

헌터를 관리하는 게 주 업무인 그들이, 등급 심사조차 보지 않은 언랭의 미담을 공표할 이유가 없으니까.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


즉 한지혁이 뭐 빠지게 고생한 게이트 공략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린다.

직접 목격한 차유라나, 관리국의 소수 헌터만이 이 사건을 짐작할 뿐이다.


“‘나비효과’라고 들어봤어?”

-알고 있느니라.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건너편에선 폭풍이 될 수도 있다는······ 응? 알고 있다고?”

-방금 네 생각을 읽었거든.


잠시 침묵하는 한지혁을 향해 아일로이는 미간을 좁혀가며 물었다.


-미래가 바뀔 게 두려운 게냐?

“······아무래도 그래. 생각해볼수록 기왕이면 내가 아는 미래로 이어져야 대처하기도 쉽겠더라고.”

-그런 것치고는 이미 많은 걸 바꾼 것 같은데.

“맞아. 죽었어야 할 사람들이 살았으니까. 어쩌면 내가 강해진 것부터 큰 날갯짓이지 뭐.”


한지혁은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이 날갯짓을 아직 보질 않았으면 하는 놈들이 있거든.”


한지혁의 시선은 침잠했다. 그의 머릿속엔 어느덧 회귀 전의 한 시점으로 향했다.

뉴스를 통해 보았고, 헌터폰에 지급되는 정보를 통해 많은 것들을 알았다.

모름지기 F급 헌터가 1년 만에 F급 게이트를 공략할 정도로 성장한 사실이 알려지는 건, 여러모로 곤란하다.


‘아직은 안 돼.’


한편 두말 할 것도 없이 그가 의식한 기억들을 두루 살펴본 아일로이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런 거였구나.

“응?”

-결국 X밥 같이 약해빠졌으니 겁을 집어먹고 냅다 튀는 거였어.

“······아니거든? 전략이거든?”


나지막이 투덜거린 한지혁은 아무도 모르게 지상의 피난민들 속으로 숨어들 수 있었다.


작가의말

내일도 이 시간에 만나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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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두 번째 재앙 (5) +2 22.04.30 5,273 100 13쪽
27 두 번째 재앙 (4) +2 22.04.30 5,376 95 13쪽
26 두 번째 재앙 (3) +3 22.04.29 5,427 92 13쪽
25 두 번째 재앙 (2) +2 22.04.28 5,502 94 13쪽
24 두 번째 재앙 +2 22.04.27 5,646 92 13쪽
23 지저굴 (4) +7 22.04.26 5,609 103 13쪽
22 지저굴 (3) +3 22.04.25 5,615 89 13쪽
21 지저굴 (2) +2 22.04.24 5,807 90 12쪽
20 지저굴 +3 22.04.23 6,105 97 13쪽
19 화원 (2) +5 22.04.22 6,131 106 13쪽
18 화원 +4 22.04.21 6,215 94 13쪽
17 F급 짐꾼 (4) +2 22.04.20 6,295 108 12쪽
16 F급 짐꾼 (3) +4 22.04.19 6,278 100 13쪽
15 F급 짐꾼 (2) +2 22.04.18 6,474 94 13쪽
14 F급 짐꾼 +3 22.04.17 6,737 96 13쪽
13 인과 (4) +4 22.04.16 6,670 104 13쪽
12 인과 (3) +2 22.04.15 6,682 106 13쪽
11 인과 (2) +2 22.04.14 6,756 107 13쪽
10 인과 +6 22.04.13 7,051 105 13쪽
9 첫 번째 재앙 (5) +3 22.04.12 7,174 110 12쪽
8 첫 번째 재앙 (4) +3 22.04.11 7,394 114 13쪽
» 첫 번째 재앙 (3) +4 22.04.10 7,526 104 13쪽
6 첫 번째 재앙 (2) +2 22.04.09 7,734 111 12쪽
5 첫 번째 재앙 +3 22.04.08 8,453 106 13쪽
4 F급 무지렁이 헌터, 그리고 전생 (3) +6 22.04.07 9,049 108 13쪽
3 F급 무지렁이 헌터, 그리고 전생 (2) +8 22.04.06 9,963 110 13쪽
2 F급 무지렁이 헌터, 그리고 전생 +7 22.04.06 11,051 119 13쪽
1 프롤로그 +8 22.04.06 14,900 14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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