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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리치 사냥꾼 박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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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s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8
최근연재일 :
2023.02.1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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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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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9,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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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1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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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2화.

DUMMY

12화.


넉넉하게 챙긴 식량과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응급처치 도구가 될 재료들까지 사 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각종 약품들이 없는 게 아쉽긴 했지만 현지인... 아니 현지 두개골의 지식을 빌려 유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들을 챙겼다.

엘프에게 도움이 될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없는 것보단 낫겠지.

내가 필요할 수도 있는 거고.


“이리아랑 황태손이라는 그암. 뭔가 이상하지?”


바로 써먹을 수 있게 재료를 벌려놓고 조합하려다가 문득 그 생각이 났다.

약혼자... 라고 하기엔 집착이 과하지 않나?


“그냥 철없는 사람일지도? 너도 봤잖아.”

“그건 그렇긴 한데. 감이 좋아.”


황실에서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눈치가 발달한 건가?


“리치가 된 것도 알고 있는 걸 보면 확실히 수상하긴 해.”


스컬이 내 말에 수긍하듯 두개골을 끄덕였다.

약혼자가 리치가 되었는데도 찾아다니는 게 정상적인 건 아니... 정상인가?

너무 내 상식선에서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쪽 세계에선 마법사가 리치가 되길 선택하는 것도 암묵적으로 넘어가 주는 곳이니까.


“언젠가 다시 한번 마주치긴 해야겠네.”

“드워프 때문에?”

“그것도 있고, 뭔가 두 국가 사이에 숨겨진 걸 발견할 수도 있겠다는 것도 있고.”


약혼자에 너무 꽂혀 있었나.

그러고 보니 드워프에 대한 이야기도 했었지.


“황실 소속의 드워프면 기술 하나는 뛰어나겠지?”

“일단은 고급인력이니까. 리엔 왕가에도 소속 드워프는 없는 걸로 알고 있어.”

“그래? 기사의 나라라서 오히려 더 필요한 거 아닌가?”


마법사는 마도구가 필요 없다 쳐도 기사에게 칼은 필수품.

그런 왕국에 드워프가 없다니.


“칼보단 마도구에 관심이 많은 녀석들이거든. 워낙 신기한 걸 만들기를 좋아해서.”


총 한 번 보여주면 환장을 하겠네.

아니면 마도구라 아예 관심조차 없으려나.

마법사가 마법을 더 쉽게 구현하게 만드는 게 마도구이니.


“권총 보고 좋아할지는... 만나봐야 알겠네.”


다른 활용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현재로선 마나탄이 끝.

마나가 적게 들어가는 대신 위력도 실탄에 비해선 떨어진다.

마나를 다룰 줄 아는 이들에게 마나탄이란 미국 경찰이 제압용으로 쓰는 콩주머니 샷건인 빈 백탄보다 조금 더 살상력이 있는 정도.

이런 위력의 마도구라면 관심 없을지도?


“드워프들도 마법사 못지않은 괴짜들이야. 오히려 황실 소속보다 일반 드워프가 그 권총에 관심을 가질지도 모르지.”

“그렇게 되면... 아는 드워프 소개라도 해달라고 해봐야지 뭐.”


엘프를 만나 마나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고 해도.

여전히 내 목숨줄을 책임지는 건 26발의 실탄이다.

스컬이 말했듯 아무리 잔머리가 좋아도 스스로 마법을 구현하기엔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이고.

기사의 방식대로 수련한다고 한들 비슷한 몸놀림을 구현하기까지 마찬가지로 시간이 필요하다.

한 발 한 발을 소중하게 다루고 있지만 그전까진 실탄이 시간을 벌어줘야 하니.

실탄 제작만 가능하다면 그 시간을 충분히 늘릴 수 있어 꼭 필요한 일이었다.


“에잉 생각해봐야 뭐 하겠어. 부딪혀봐야 알지. 일단 인질 구출에나 집중해야겠다.”


머리를 세게 흔들어 잡생각을 털어 내버리고 남은 짐을 군장에 챙겨 넣었다.


*


군장을 메고 동문으로 나오자 이곳에 처음 들어왔을 때 안내를 맡았던 경비대장이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법사님.”

“예?”

“황실 기사분들께서 선물하신 말을 잘 넘겨주라고 하셔서요.”

“아...”


잘 챙기라는 말까지 했나 보네.

그래도 나쁜 대우보단 친절한 게 좋으니 나도 웃으며 답해주었다.


“예. 여기 그분들이 주신 명패입니다.”


황금색의 명패를 받아든 경비대장이 몸을 숙여 감사 표시를 한 뒤, 바로 옆 마구간으로 안내했다.


어우 냄새.

마굿간에서 풍겨오는 냄새에 순간 표정이 찡그려졌다.


“하하... 냄새가 좀 심하지요?”

“괜찮습니다.”


냄새가 어떻게 이렇게 다채로울 수가 있지.

말똥 냄새를 베이스로 건초, 동물 특유의 비린내 등의 잡냄새가 섞여 들어온다.


공짜 말인데 이 정도는 참자.

최대한 입으로 숨을 쉬면서 마굿간 안쪽으로 들어가자...


“저... 거라고요?”


확실히 말은 말인데...

아니 무슨 캐쉬아이템도 아니고 말 장신구를 저렇게 화려하게 해놨지.

도금된 안장과 방어력이라곤 신경도 안 쓴 장식품들이 말에게 걸쳐져 있었다.

이동 수단을 받을 줄 알았지 이렇게 튜닝 잔뜩 해놓은 양카일줄은.


그나저나 저걸 저대로 끌고 가면 이상한 시선은 덤이고 제 속도도 못 낼 것 같은데.


“혹시 이 장신구까지 같이 주신다고 하셨습니까?”

“음... 별말 없으셨으니 아마도 저 말 그대로를 말씀하시는 거겠지요? 혹시 문제라도...”


진심으로 하는 소린가 싶어 경비대장을 쳐다보자 그가 아무렇지 않게 눈을 마주친다.


“아. 말에 대해서 잘 모르시겠군요. 저도 이 품종을 여기서 볼 줄은 몰랐는데 말이죠. 이게 고위 귀족분들 중에서 특히나 인기가 좋은 품종인데...”


갑자기 신나서 설명에 들어가는 경비대장.

말 덕후였군.

그래서 신나있었던 건가.

근데 품종이 아니라 악세서리가 문제인데요.


“이 장신구가 오히려 말에 안정감을 더해...”

“아무리 생각해도 저것까지 받는 건 아닌 것 같네요.”


말이 엄청 빨라서 오히려 이런 악세서리들을 달아 안정감을 더한다는 등의 품종 설명이 있었지만 그다지 관심 있는 주제는 아니니 중간에 끼어들었다.


“그럼 어떻게 할까요.”

“그분들이 가져오신 말도 있죠?”

“예. 저쪽에 있습니다.”


저기도 말이 아니구만.

확실히 받는 말에 비해 덜하긴 했지만 저쪽도 은색의 장비들이 걸쳐져 있었다.

정체를 숨기고 싶다면서 왜 저런 말을 타고 온 건지.

아마도 황태손인 그암의 입김이 많이 작용했을 것만 같다.


“저 말을 받아 가실 때 장신구도 같이 챙겨가시게 해주세요.”

“아. 그럼 제가...”

“예.”


세상에. 나름 중년의 멋이 있던 경비대장이 함박웃음을 짓고 어린아이처럼 말을 쓰다듬는다.

그것과는 별개로 빠르게 해체작업을 하는 손놀림에서 경력이 느껴졌다.

변신 로봇 사줬을 때 기뻐서 날뛰던 조카 보는 것 같네.


“그 가방도 이리 주시겠습니까?”


아무래도 이런 일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좋지.

저 화려한 악세서리들이 무게중심을 잡아주고 안정감을 더해준다고 했나.

안장을 조금 더 말머리 앞쪽으로 당기고 중심을 잘 잡을 수 있게 군장을 뒤쪽에 고정시켜주었다.


“됐습니다. 무게가 조금 뒤로 쏠리긴 해도 이 정도면 타시는데 불편할 정도는 아닐 겁니다.”


그의 도움을 받아 안장에 올라타자 푸르릉거리며 작게 울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각.

천천히 움직일 때마다 덜컹거리는 느낌.

앞으로 익숙해져야 할 감각이다.


*


리에니언트를 빠져나온 지 5일째 되는 날.

이제 산 지형만 넘어가면 지도에 표시된 엘프의 영역이다.


원래라면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했었나.

품종이 좋다고 하더니 확실히 시간도 단축되고 처음 말을 탔을 때 보단 덜 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꼬박 5일 동안 안장에 타고 있다 보니 엉덩이와 사타구니가 눌려 근육통이 느껴진다.

특히 첫날은 중심 잡는 데 애를 먹어서 허리가 나가는 줄 알았지.

그래도 요령이 생겼는지 이제는 골반을 제외하면 제법 편하게 탈 수 있었다.


도착하기 직전에 계곡을 발견했던 덕에 개운하게 씻을 수도 있었다.

자연에서 이 정도면 황제목욕이지.

괜히 땀 냄새로 비호감을 살 일도 없고. 꿉꿉한 것도 날아갔다.


오는 길은 그래도 드문드문 사람이 지나다니던 흔적을 따라 편하게 올 수 있었지만.


“여기서부턴... 말 타고는 힘들겠지?”


지금부터는 완전한 오지.

들짐승이 돌아다닌 흔적 외에는 허리까지 오는 풀숲들이 이어졌다


그래도 최대한 가까운 곳에 두려 말머리를 잡아끌고 올라가기를 한참.

주변 지형을 살필만한 좋은 위치를 찾았다.

거리도 제법 가까운 편이고.


군장에서 배터리가 다 떨어진 망원경을 꺼내 자리를 잡은 뒤.

아래를 살펴봤지만...


“이야...”


감탄과 함께 한숨이 섞여 나왔다.

나무와 풀에 가려져서 볼만한 게 없네.

그나마 중앙 쪽에 나뭇잎 사이로 조그만한 틈이 보였지만 그마저도 그마저도 나무가 얼마나 큰지 아래는커녕 까마귀 같은 새들밖에 보이지 않았다


“스컬. 혹시 뭐 보인다던가 느껴진다던가... 없나?”

“도구 써서 보는 사람보다 잘 보이겠냐. 확실히 이상하긴 해.”

“뭐가?”

“원래 엘프 거주지는 마나가 충만하다고 들었거든. 이 정도 거리에서 충분히 느껴질 정도로.”


그게 확실한 정보라면 이상하긴 했다.

눈에 보이는 푸른 기운이 거의 없다시피 했으니까.

게다가 중심부를 기준으로 나뭇잎들이 갈색을 띄고 밖으로 갈수록 노란색에서 초록색으로 알록달록하게 바뀌어 있었다.


“더 가까이 가는 수밖에 없겠네.”


정보가 극히 제한적이다 보니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

군장에서 준비한 응급 도구들과 전투에 쓸만한 장비들을 챙긴 뒤 스컬에게 물었다.


“말은 어떻게 하지?”

“말? 풀어줘야 하지 않을까?”


풀어준다라...

그러기엔 너무 아까운데.


“혹시 인질만 구출해서 빠져나가면 말이 있는 게 좋지 않겠어?”

“음... 저 말을 두명이서 탈 수 있으려나?”“어쩌겠어. 당장 급한데 해야지.”


인질의 상태를 모르니 모든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혹시 마법으론 안되나? 주변에 안 보이게 숨긴다든지. 일정한 영역만 돌아다니게 하다가 신호를 주면 오게 만든다든지.”

“박중사. 마법을 너무 시종 부리듯이 생각하는 거 아니야?”

“마법은 만능이잖냐.”

“... 그건 그렇지.”


새끼. 장단 맞춰주니까 바로 수긍하는 게 이럴 때 보면 다루기 쉽다니까.

확실히 마법을 도x에몽 취급하는 것 같지만... 어쩌겠어.

그 주머니처럼 뭐 말하면 뚝딱하고 나오는걸.


혹시나 필요할까 싶어 마나핵을 꺼내 들었지만 스컬이 두개골을 좌우로 흔들었다.


“괜히 마나를 풍겨서 좋을 건 없어. 그냥 간단한 걸로 해결할게.”


스컬이 두개골을 땅에 문지르면서 뭔가를 그려 보여주었다.


“이 그림. 말 보다 조금 크게 하나, 비슷한 크기로 이 나무에 하나 새겨봐.”


어떤 마법인진 몰라도 마법진인 건 알겠다.

녀석의 말에 따라 그림을 그대로 땅에 하나, 단검을 꺼내 나무에 하나 새겨넣었다.

스컬은 내가 새긴 마법진 두 번 확인하고서 각각 마나를 불어넣었다.


“위치는 꼭 기억해야된다?”

“걱정 마라. 길치는 아니니까.”


혹시 모르니 지도에 한 번 더 표시한 뒤.

최대한 소리를 죽인 채 수풀을 헤쳐 나갔다.


그렇게 얼마를 걸었을까.

드디어 눈앞에 엘프 한 명이 나타났다.


‘저게.. 엘프?’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른 모습.

피부는 옅은 보랏빛을 띄고 있었고.

생기를 잃어버린 얼굴과 잔주름.

며칠 굶은 사람처럼 보이는 앙상한 몸까지.

엘프 특유의 뾰족한 귀가 아니었다면 병원에서 탈출한 중증 환자처럼 보였다.


나무에 힘없이 기댄 채 축 늘어진 모습.

주변에 동료로 보이는 엘프도 없고.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것 같으니 정보를 얻기엔 최고의 대상.


내부 정보를 캐기 위해선 조금 과격한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저 엘프가 필요했다.

혹시나 리치에게 협조하고 있는 엘프일 수도 있으니 조용히 끌고 간 후 한적한 곳에서 여러 가지를 캐내야겠다.


그런 생각으로 늘어진 엘프가 눈치채지 않게 조심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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