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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리치 사냥꾼 박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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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s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8
최근연재일 :
2023.02.11 21:50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3,916
추천수 :
40
글자수 :
199,962

작성
23.01.09 21:50
조회
396
추천
6
글자
13쪽

2화.

DUMMY

2화.


결국 남은 탄피 하나는 흙먼지가 완전히 가라앉은 후에야 찾을 수 있었다.

얼마나 난장판을 피워놨는지 구석까지 날아가 박혀있던 탄피.


“후! 풉! 푸우!”


탄피 속에 바람을 불어넣자 안에 들어간 흙먼지들이 튀어나와 입과 콧속으로 들어간다.

재빨리 얼굴을 뒤로한 뒤 손 부채질로 공중에 흙먼지를 날려 보냈다.


“박중사. 할 거 없으면 너도 이리 와서 연구 자료나 읽어.”

“얌마. 이것도 중요한 거야.”

“목걸이 장식품 같은 걸 어디다 쓴다고 저러는지...”


확실히 지금 같은 경우에 탄피가 쓸모 있는 물건은 아니지.

가지고 있는 무기가 부무장인 권총과 두 탄창에 나눠 담은 실탄 29발.

리치를 잡을 때 말곤 아직까지 쓸 일이 없어 여유로운 편이었지만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가지고 있다 보면 재생탄을 만들거나 탄 자체를 만들 수 있을 수도 있으니까.


괜시리 방탄복에 비어있는 탄창 파우치를 한번 쓸어준 다음.

유일하게 빵빵한 파우치에서 뭉개지지 않게 면에 쌓여진 탄피들을 꺼냈다.

이걸로 다섯 개 째로군.

바깥 면으로 방금 쓴 탄피 두 개를 슥슥 닦아 준 뒤 돌돌 말아 파우치에 집어넣었다.


“소꿉장난은 끝났고?”


혼자 자료를 뒤적거리는 게 마음에 안 들었는지 비꼬는 스컬.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피식 웃어넘겼다.


“그래. 뭐 좀 건진 거 있냐?”

“아직까진. 이번에도 필요해?”

“당연하지.”


리치를 상대했을 때 쓰던 마나핵.

사태가 끝나자마자 바로 안구에서 빼냈는지 스컬의 옆에서 뒹굴고 있었다.

부탁하는 입장이라 흙먼지를 쓱쓱 닦고 있자 스컬이 한숨을 쉬면서 마나의 푸른 기운을 뿜어낸다.

푸른 기운이 얇은 실처럼 마나핵과 스컬을 연결시켜주더니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문자 몇 개가 둥글게 원을 그리면서 떠다닌다.


“땡큐.”

“넌 시간 날 때 글 좀 배워야겠다.”


지금 스컬이 마나핵에 걸어준 마법은 일종의 파x고 같은 마법이다.

이 세계의 글을 모르는 나도 안경처럼 가져다 대면 볼 수 있는 자동 번역 마법.

비록 한 쪽 손을 눈에 계속 가져다 대야 읽을 수 있지만 그게 어딘가.

아무것도 못 하는 것보다야 조금 불편해도 이편이 낫지.


“흐음...”


대부분의 자료들은 스컬 주위에 쌓여 있었기에 나는 스컬이 선택하지 않은 다른 자료들을 위주로 살펴봤다.

그래봤자 책장에 남아있는 건 몇 개의 서류 뭉치랑 책 두 권이 전부였지만.


나는 그중에서 기초 마나 실험이란 책을 꺼내 들었다.

이 세계에서 목숨과 내 장비들을 제외하면 마나를 배우는 게 최우선 순위다.


“음... 흐음...”

“얌마. 박중사!”

“음... 어?”

“책은 좀 조용히 읽어라.”

“어... 야 스컬.”


중간까지 읽었을 때쯤 나도 모르게 신음이 새어 나왔나.


“왜?”

“이거 생각보다 심각하다.”

“뭐가? 뭔데?”


기초 마나 실험.

리치가 마법사였던 시절에 남겨놓은 연구 자료.

책으로 엮어진 내용들은 나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를 낼 정도로 심각한 내용이 있었다.


“뭐가 문제야?”

“이걸 읽고도 몰라?”

“그러니까 뭐가 문제냐고.”

“이거... 인체 실험이잖아.”


마나라는 것은 원래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중에 후천적으로 그 성질을 이해해 마나를 다룰 수 있는 이들이 있었고.

저자는 이 사실을 통해 마나를 다룰 수 없는 이들에 대한 실험을 진행한 것을 적어놨다.


초반부에는 이론적인 부분이 써져있어 도움이 되겠다 싶어 읽어나갔는데...

중반쯤 되니 몇 명의 인체 실험과 경과, 실패원인들이 쓰여져있는 것들이 나타났다.


“헤이즐... 이 저 리치인가?”

“헤이즐? 아닐걸?”


아니라고?

그럼 왜 저 리치가 이 연구자료를 가지고 있는 거지?

“그리고 이 자료는 예전에도 봤... 던 게 추가됐네?”

“예전에 봤었다고?”

“그래. 이 연구자료가 돌아다닐 때만 해도 난리가 아니었지. 모르면 간첩 수준이었어. 마법사라면 다들 한 번쯤은 봤지.”


오래된 자료였군.

모르면 간첩 수준이라...


“난리 난 건 역시 권력 때문인가?”

“권력? 글쎄 그것보다는 마법사는 재능으로 만들어진 인간들인데 대놓고 현직 마법사들한테 도전장을 내민 거잖아?”


결국 비슷한 말이네.

세종대왕님이 한글 창제할 때 반대했던 신하들의 이유와 비슷한 것 같았다.

그때도 여러 이유들이 있었지만, 핵심은 글을 읽을 수 있는 특권을 지키기 위함이었으니까.


“추가된... 부분도 그렇게 썩 쓸모 있지는 않네.”


스컬도 추가된 부분의 내용들이 궁금했었는지 자세히 뜯어보면서 부연설명했다.


“결국 핵심은 마나 감응도야. 태어날 때부터 마나를 받아들일 수 있는 몸이 아니면 부작용만 나타나지. 성공 사례도 하나뿐이네. 반쪽짜리인.”

“반쪽짜리? 그럼 계속 연구해볼 만한 거 아닌가?”

“음... 내가 이 마법사였다면 진작에 암살당했을 것 같은데. 헤이즐 마법사는 괴짜 중에 괴짜라 어디서 살아있거나 지금쯤이면 리치가 되지 않았을까.”


하긴 반발이 심했겠지.

인체 실험에 대한 부분도 대부분 자원하에 이뤄진 실험이고 사망까지 간 사례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교육과정에서의 인체실험은 대부분 안 좋은 쪽이었기에 이 자료에 대한 감정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반쪽짜리는 무슨 내용이야?”

“강제로 마나를 심장에 주입해서 피처럼 돌게 하는 거야. 성공 사례긴 한데 실험체의 지능이 유아 수준으로 퇴화된.”


어우. 생각하기도 싫은 결말이네.


“어쨌든 생사는 모른다는 거지? 저리지도 아니고.”

“그렇지.”


그래도 희망이 아예 없는 건 아닌가.

이 자료의 저자인 마법사 혹은 리치를 찾아내기만 한다면 최근 연구자료를 통해서 마나를 배울 수도 있을 거라는 희망이 생겼다.


“평범한 인간 중에는 제법 이해가 빠른 편이네. 보통은 질문이 꼬리를 물던데.”

“니네 쪽에서 보면 평범한 인간이겠지만 나도 보통은 아니거든. 나름 지덕체를 갖춘 엘리트라고.”

“지... 뭐?”

“지, 덕, 체 지혜와 인성과 체력을 갖춘 사람이란 거지.”

“그럼 넌 지, 체네.”

“뭐?”

“인성은 불합격이라고 임마.”

“니가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예. 마법사라 그런 소리 많이 들어서 별 타격도 없네요.”


지, 체라... 그래도 지혜와 체력은 인정해 준다는 말인데.

욕이 아닌데 욕같이 들리는 건 괜한 착각이겠지?


“그보다 좋은 소식이 하나 있어.”

“뭔데?”


*


마법사란 인간들은 하나같이 괴짜들이다.

남작도 이를 분명히 알고 있었지만 그의 앞에 있는 마법사는 괴짜 중에서도 괴짜라고 부를 만했다.

외형부터지 금까지 봐왔던 마법사들처럼 책과 연구에 뼈져 살아 흐리멍텅하고 퀭한 눈이 아닌 암살자의 독기가 느껴지는 눈빛.

자신을 마법사라고 소개하지 않았더라면 기사라고 착각할 만한 다부진 몸.

평범한 로브가 아닌 연한 흙색 바탕에 초록과 검은 무늬가 섞여 사냥꾼이나 정찰대가 위장용으로 쓰기엔 안성맞춤으로 보이는 옷.

‘박 중사’라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발음의 이름까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지금까지 봐왔던 마법사들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그렇기에 혹시 사기꾼이 아닐까 생각했던 것도 있었지만.


“감사합니다! 박 중사 마법사님.”


지금은 그저 감사하다는 마음밖에 없었다.

남작의 직위와 국경의 영지를 하사받고 난 뒤부터 골칫거리였던 리치.

얼마나 많은 용병들과 휘하의 기사들이 죽어 나갔는지.

그 생각만 하면 나타나는 극심한 두통을 단 하루 만에 해결해준 은인.


“은인께 드릴 것이 이것밖에 없어 부끄럽지만 약소하게나마 준비했습니다.”


소중히 보관해왔던 비상금까지 탈탈 털어서 그의 손에 쥐어주었다.


“마음고생이 심하셨나 봅니다. 제가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이렇게 챙겨주시니 감사히 받겠습니다.”

“우웩.”

“예?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뇨. 잘못 들으셨겠지요 하하... 선배님들께 받은 은혜를 갚는 일을 한 것뿐인데 이렇게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시니 제가 다 기쁘네요.”

“우웁.”


그의 귀에 계속 이상한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뭐가 중요하겠나.

박 중사 마법사에게 돈을 쥐어주고서도 그는 한참동안이나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부담스러운 시간이 지나고 남작의 집무실에서 나와 한참을 걷던 박 중사.

굳은 표정으로 짐이 놓인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조용히 입을 열었다.


“스컬.”


그의 말에 허리춤에 감아둔 권총집에서 기괴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컬컬컬... 아주 역겨워 죽겠구만.”

“내가 닥치고 있으라고 했을 텐데?”

“헛구역질은 참을 수 있는 게 아닌걸? 선붸뉨들에게 받은 은훼를 갚는 일이에요~”


텁! 눈앞에서 둥실둥실 떠다니던 스컬을 잡아챈 박 중사가 주먹에 힘을 줬다.


“야! 야! 박 중사! 놔라! 놔라 했다!”

“다시 까불어봐.”

“이렇게 나온다고 내가 안까불거 같아? 역겨운 걸 역겹다고 말한 게 그렇게 큰 잘못이지! 미안!”


어이없는 화법에 박 중사는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과 함께 손바닥을 펴줬다.


“그렇게 금방 사과할 거면서 왜 까부냐?”

“재밌잖아?”

“나도 해골 부수는데 재미 좀 붙여보고 싶은데.”

“에헤! 사람한테 그렇게 뱀 눈깔 뜨고 그러면 안 된다!”

“사람은 무슨 리치 새끼가. 니가 선배님들 대하는 것처럼 정중한 말투로 해도 놀릴 생각만 하고.”

“선배가 니 선배냐?”


툴툴거리던 스컬이 갑자기 붉은 안광을 드러냈다.


“박 중사. 이거 어쩔 거야.”

“뭘?”


붉은 안광이 박 중사와 광대뼈 사이를 왔다 갔다 바쁘게 움직였다.

조그만한 크기에 손발도 없어 의사 표현이라곤 말과 눈알 굴리는 것뿐.


“여기 안 보여? 니가 힘줘서 내 이쁜 광대뼈에 금 갔잖아.”

“광대뼈가 이쁘긴 개뿔이.”

“이 무식한 통뼈 새끼가! 뼈도 이쁜 뼈가 따로 있거든?”

“아~ 그러세요? 어쩌냐? 누가 안 까불었으면 그 이쁜 뼈가 금 갈 일도 없었을 텐데. 다시 들어가기나 해. 바로 출발할 거야.”

“나오라고 할 땐 언제고 들어가라 마라야?”

“직접 넣어주랴?”


손바닥으로 잡으려는 모션을 취하자마자 스컬이 언제 그랬냐는 듯 권총집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어디로 가려고.”

“일단 국경 너머 그 레 뭐시기?”

“리에니언트.”

“거기로 가야지. 처리한 니 선배 리치하고 주고받은 편지도 있었으니 리치가 있는 건 확실하고.”


스컬이 발견한 좋은 소식.

리치 둥지에서 발견한 편지로 또 다른 리치에 대한 특정 정보들을 캐낼 수 있었다.

편지의 내용으로 유추해보건데 어쩌면 헤이즐일지도 모른다는 말도.


이곳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도 남작이 비상금까지 탈탈 털어준 모습이 과장된 건 아닌 것 같았다.

금화 30개, 소소한 사치를 부려도 될만한 돈을 쥐어준 덕에 지도 네 장을 사 들고 올 수 있었다.

지도를 펼쳐 동그라미 친 부분들을 쭉 훑어보던 박 중사가 말을 이었다.


“다른 곳은 다 소문이기도 하고 나머지가 죄다 국경 너머에 있으니 리치도 처리하고 정보도 얻을 겸.”


리에니언트.

국경을 넘어가야 하긴 했지만, 산을 끼고 빠르게 움직이면 하루 만에 닿을 수 있는 거리.

군장의 내용물이 조금 무겁긴 했지만 훈련했던 것들에 비하면 하루 정도야 금방이다.


장비 상태를 점검하던 박중사에게 스컬이 말을 걸어왔다.


“넌 대체 정체가 뭐냐?”

“뭐가.”

“몸뚱이는 기사, 하는 짓은 사냥꾼, 저 그 뭐냐.”

“권총.”

“그래. 괴상한 마법 도구에다가.”

“마법이 아니라 과학이다 과학.”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자세히 말해줘봤자 어차피 모른다.

이곳 사람들은 과학이 아닌 마나에 의존해 발전했으니까.

그래도 권총의 비밀을 어떻게든 파헤치고 싶어 특별한 일이 아니고선 항상 저렇게 권총집에서 권총을 살펴본다.


“그래. 과학. 뭔지 물어봐도 맨날 설명할 줄도 모르고.”

“설명한다고 알아?”


그 말에 발끈했는지 스컬의 톤이 높아졌다.


“야. 리치는 아무나 되는 줄 알아? 리치도 실력이 있어야 가능한 거야.”

“네. 그런 실력자가 한방에 나가떨어져서 지금은 기생충 신세네요.”

“기생충? 얌마! 그거 리치 비하 발언이야!”

“네. 기생 리치 씨. 이제 그만 닥치시죠. 반대쪽 광대뼈도 금 가기 싫으면.”

“...”


아무래도 그건 싫었는지 곧바로 입을 다문다.

애초에 금 갔다던 광대뼈도 실금은커녕 뽀송뽀송하던데 엄살이 심한 녀석이다.

박 중사는 떠다니던 스컬을 낚아채 군복 가슴 주머니에 대충 쑤셔넣은 채, 군장을 메고 숙소를 빠져나왔다.


작가의말

작품에서 등장하는 권총은  9×19mm 탄을 사용하는 3세대 글록 17 이며 독자분들의 가독 편의상 권총으로 표기하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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