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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리치 사냥꾼 박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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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s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8
최근연재일 :
2023.02.11 21:50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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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53
추천수 :
40
글자수 :
199,962

작성
23.01.1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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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1화.

DUMMY

11화.


이중인격이라도 되는 것 마냥 얼굴부터 행동까지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그의 모습.

가면극처럼 가면을 갈아 끼울 때마다 그 사람에 빙의한 듯 행동하는 밀튼 백작의 모습에 쓴 웃음이 지어졌다.

좀 잔인할 수 있지만 밀튼 백작의 저런 비밀이 얼굴 가죽에 있다면 저걸 벗겨서 가면으로 팔면 돈 주고도 못 살 보물 중 하나가 되겠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역시 눈치가 빠르시군요.”

“무엇을...”

“그 씁쓸한 미소 말입니다.”


임기응변까지 완벽하네.

저 말을 한다는 건 감시자가 근처에 있다는 소리.

지휘할 때는 제법 카리스마가 있던데.

전투에는 능하지만 평소에는 착한 귀족 컨셉인가.

나도 그의 연극에 동조해 주었다.


“현장엔 없더라도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갑자기 사라지는 마나들이.”

“허허... 안타까운 사고가 좀 있었습니다. 느끼신 것처럼.”


백작이 집무실 책상에서 서류를 뒤적거리더니 서류 봉투 하나를 내게 건넸다.


“그건 그렇다고 해도 자료는 넘겨드려야겠지요. 그중에 흑마 법과 관련된 사실이 있어 그 부분은 제외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 약속이 다르지 않습니까?”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국가 소속 마법사도 아닌 분에게 흑마법이 관련된 자료를 넘긴다는 게.”

“아니 그래도... 알겠습니다. 그럼 선배님의 안식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이미 기밀에 포함되어있어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만 그래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말씀 정도는 드릴 수 있겠습니다.”


밀튼 백작의 계획이 이렇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그 예상이 그대로 들어맞았다.

백작도 내 행동이 예상 범주 안에 있었는지 얼굴은 심각해도 고개는 작게 끄덕이고 있었다.


“하... 참. 알겠습니다. 혹시 현장을 볼 수 있습니까?”

“죄송하단 말밖에 못 드리겠네요.”


아예 관련 없는 사람으로 만들려는 계획이군.

그래도 적당히 화난 척,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어떤 흑마법인지는 몰라도 지켜보겠습니다. 왕가에 들어간 기밀이 사용되는지.”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있다고 해도... 우려하신 것처럼 사용되지도 않을 것이고요.”


얻을 것을 얻었으니 굳이 이 자리에 머무를 필요는 없다.

백작의 계획도 얼추 눈에 들어온 것 같아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백작의 집무실을 빠져나와 한적한 골목에 들어선 뒤.

나와 스컬은 백작이 준 서류 봉투를 열어보았다.


“응? 이게 뭐야.”


거기엔 기밀에 해당하지 않는 자료들 몇 장과 작은 악세서리 하나가 담겨있었다.


“서류야 뭐 볼 필요도 없다지만 이건 뭐지?”

“음... 아군의 징표... 라는데?”

“아군의 징표? 그건 어디서 봤냐?”

“서류에 써 있잖아.”


아무리 봐도 서류엔 그런 내용이 없는데?

모르겠다는 듯 스컬을 바라보자 녀석이 설명했다.


“간단한 암호문이야. 특정 글자들만 따로 읽으면 나타나는.”

“아~ 그거 말고 다른 건 없나?”

“없네. 그게 끝이야.”


아군의 징표라.

아마도 자기 어머니를 구출할 때에 이걸 보여주면 된다는 뜻인가 보다.


인질을 구출할 때 필요로 하는 것들 중 하나가 피아식별이다.

기본적으로 적 진영에 침투해 구출하는 것이기에 인질에 대한 정보도 중요하고.

구출 대상이 확실한지, 인질로 위장한 적군일지도 파악해야 한다.

작전 같은 경우에는 확실한 정보들을 가지고 진행되기에 상관없지만 여기는 다르지.


기껏 리치 은신처에 침투해서 인질에게 간다고 한들.

인질은 나를 적군인지 아군인지 파악할 수 없다.

대부분은 믿는 편이지만 만에 하나 믿지 못하고 발악이라도 하면 몰래 들어간 이유도 사라지고 인질은 물론 나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다.


“근데 박중사. 혹시 이번에도 걸어갈 생각이야?”

“미쳤니? 그 거리를?”


지도로 봤을 때도 상당한 거리.

걸어가면 일주일은 꼬박 걸릴 거리를 걸어가자니.


“그렇지? 근데 너 말 탈 줄은 알아?”

“어...”


생각해보니 그렇네.

먼 거리 이동할 땐 레토나나 지프, 두돈반을 타고 다녀서 잊고 있었다.

이곳에 이동 수단은 말뿐이라는 걸.

물론 마차가 있긴 했지만 그곳까지 끌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야 타 본 적은 있지만 그냥 체험으로 몇 번 정도.

사관학교 생도대로 군사훈련 갔을 때 배워본 적이 있긴 했지만.

벌써 4년은 지난 이야기다.


“혹시 말 탈 때 편하게 해주는 마법이라던지 뭐 그런 거 없냐?”

“있겠냐?”


하긴. 마법을 그딴 곳에다 쓴다고 하면 마법사들이 어떤 눈으로 쳐다볼지 뻔했다.

앞으로를 위해서라도 적응할 필요는 있어 보이니 먼저 맞는 매라고 생각해야겠다.


“그럼... 일단 다른 것들부터 구하고 마지막에 말을 구해볼까?”


내 질문에 스컬이 뻔히 쳐다본다.


“왜 그런 눈으로 봐?”

“아니. 그냥 의견을 구하는 거야. 아무래도 나보단 말을 더 타봤을 거니까.”

“미안하지만 마법사는 마차로 모셔간다. 지금도 니 등에 착 달라붙어 있으면 되는데 고생할 사람이 머리 굴려야지.”

“에휴.. 기대한 내가 바보지. 누가 기생 리치 아니랄까 봐 달라붙는다...”

“뭐 임마?!”


어쩜 화낼 때마다 두개골에서 어떻게 저런 소리가 나는지 신기하네.

꺼내놔봤자 날뛸 게 뻔해 보이니 스컬을 붙잡고 가슴 주머니에 바로 쑤셔넣었다.


말이 먼저인가 나중인가.

골목을 나와 잠시 고민에 빠진 사이.

누군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그대가 박중사 마법사인가?”


뭐야 이 쓸데없이 근엄한 목소리는.

뒤를 돌아보자 갈색의 긴 로브와 후드를 뒤집어쓴 세 명의 사람이 보였다.


“누구세요.”

“박중사 마법사 맞나?”

“알고 찾아온 거 아니요?”

“네 이놈! 무엄...!”


호통을 치려는 찰나 뒤에 서 있던 로브남이 그의 입을 막고 거칠게 끌고 간다.

남은 한 명은 끌려가는 남자를 보고 한숨을 쉬더니 정중하게 말했다.


“잠시 동행 괜찮으십니까?”

“누군 줄 알고 따라갑니까?”

“피해드릴 일은 없을 겁니다.”


슬쩍 꺼낸 금화 두 개.

이런 걸 가지고 오라 가라 한다면... 땡큐입니다요.


금화 두 개를 챙겨 주머니에 넣은 뒤 골목으로 따라 들어가자 아까 입이 막혔던 남자의 후드가 벗겨져 있었다.

딱 봐도 윤기가 흐르는 게 어느 집 귀한 자식이로군.


“우선 갑작스럽게 이러는 점 사죄드립니다. 곧 떠나신다고 하기에 급하게 온 것이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적어도 뒷골목 양아치는 아닌 것 같았다.

예의를 갖추는 모습에 나도 별거 아니라는 듯 손을 흔들었다.


“그래서 절 찾는 이유가 뭡니까.”

“이번 리치 토벌과 관련된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맞습니까?”


후드를 벗은 채 가만히 있는 남자.

그 뒤에서 내게 계속 말을 거는 녀석이 이 세 명의 실질적 리더인가.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는 황실에서 파견된...”

“나는 황태손 그암 14세다.”


황태손?

황제 손자인 그 황태손?

갑작스럽게 자신의 정체를 밝힌 것도 놀라웠는데.


“하... 전하. 계속 이딴 식으로 나올겁니까?”

“뭐? 이딴 식? 니가 상대방에게 원하는 게 있으면 본인 패부터 까는 게 순서라매.”

“체통을 지키십시오.”


로브에서 막대기 같은 것을 꺼내 들자 건들거리던 모습이 교정되었다.

뒤에 사람은 훈육관이로군.


“황태손께서 어쩐 일입니까? 리치 토벌이라고 하면 밀튼 백작에게 가야 할 텐데요.”

“이미 그를 만나고 오는 길입니다. 별다른 정보를 얻지 못해 박중사 마법사님을 찾고 있었지요.”

“제가 드릴 수 있는 정보가 없는데...”


여기서 입 잘못 놀렸다간 밀튼 백작이 그려놓은 그림에 오점이 생긴다.

모르쇠로 일관하려고 했는데...


“너에게서 이리아의 마나가 느껴진다. 정말 모른다고?”

“전하. 실언하셨습니다. 한 대 적립.”

“끄응... 그래도 느껴지는 건 사실이지 않나.”


어차피 내 복장이 특이해 찾아내기는 쉬웠을 것이다.

밀튼 백작도 별말 안 했을 테니 이리와의 마나를 캐치한 건 감이 뛰어난 사람이란 소리.


“사실... 밀튼 백작 몰래 현장에 들어가 본 적이 있습니다.”

“역시! 그래서 뭐 발견한 건 없었고?”

“현장은 이미 정리되어 있었고, 특별한 것도 없었습니다.”


원하는 답변이 아니었는지 그암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런데 이리아란 사람이 누굽니까?”


순간 리치라고 할 뻔했다.

뒤에서 황태손을 조련? 하던 훈육관이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리치입니다. 전하의 약혼자였던.”


음... 그러니까 황실에서 파견 예정이었던 기사가 그냥 약혼자를 찾는 팔불출이었구나.

황태손과의 약혼자라니. 그래서 리엔 왕가의 뒷배가 황실이었군.


“좋아. 모른다고 해도 그 마나는 느껴봤을 테고. 리치를 사냥하고 다니는 소속 없는 마법사라 들었다 맞나?”


고개를 끄덕여주자 그암이 말을 이었다.


“혹시 황실 마법사가 될 생각은 없나?”


뜬금없이 스카우트 제안이라니.

황실 소속은 다른 마법사라면 침을 질질 흘릴만한 제안이긴 했다.

연구비도 빵빵하게 지원해줄테고 어디가서 찬밥신세 당할일도 없을것이고.


“전하. 그런 말은 함부로 하시는 게 아닙니다. 한 대 적립.”

“조용! 내 황제가 되면 너부터 해임할 것이다.”


그냥 해본 말이었나. 어차피 어디에 소속될 생각은 없었지만 갑자기 이런 큰 제안을 한다는 건, 뭔가 바라는게 있다는 뜻이다.

저런 제안을 해서라도 받아내야할... 아니면 그냥 철없는 말일지도 모르지.

행동으로 봐선 후자일 가능성이 높았다.

아무리 봐도 황제가 될 만한 재목은 아닌 것 같은데.


“뜻이 있어 돌아다니는 것뿐입니다. 사냥이란 말은 좀...”

“불쾌하셨다면 사죄드립니다.”

“크흠... 그건 미안하네. 아무튼 황실에 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다. 무엇이든 좋으니 이리아에 관련된 정보를 찾으면 내 이름을 대고 황실로 찾아와라. 특이한 마도구를 쓴다고 들었으니 황실 수석 대장장이 드워프를 소개해주지.”


이리아에 대한 정보를 황실 소속과 교환하자는 말인가.

단순한 약혼자는 아닌 것 같은데 이리아의 정보에 이렇게까지 큰 제안을 하는건지 궁금하게 만드네.


그건 그렇고 드워프라.

이건 좀 끌리는 제안이다.

실력 좋은 대장장이의 물건은 거의 다 드워프의 작품이라고 하니 어쩌면 실탄을 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일입니다. 바쁘게 돌아가다 보니 시간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 그런 것 치곤 드워프 이야기에 눈이 좀 흔들리던데?”


황제가 될 재목이 아니라는 거 취소.

저 건들거리고 막 나가는 것만 아니면 감이 좋은 사람이다.


“어쨌든 상관없다. 무엇이든 좋으니 정보를 얻게 되면 찾아오라. 지금도 다른 리치를 찾아간다고 하던데 맞나?”

“예. 이제 준비해서 떠나려던 참입니다.”

“거리는?”


굳이 이것까지 말해야 하나 싶어 훈육관을 쳐다보자 그가 입 모양으로 ‘그냥 맞춰줘’라 말했다.


“걸어서 보름 정도 걸리는 거리입니다.”

“보름이라... 걸어서? 설마 말도 없나? 마차는? 마법사라 하지 않았나?”

“외진 곳입니다. 마차는 눈에 띄기도 하고 말을 구해서 떠날 예정이었습니다.”

“좋아. 내 실언한 것도 있으니 특별히 말 한 마리 선물하도록 하지. 앞으로 좋은 관계가 돼보자는 뜻이니 거절하지 말고.”


거절은 절대 거절할 생각이었습니다만.

필요한 거 준다는데 거절할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뒤에 훈육관도 따로 제지하는 게 없으니 이 정도는 허용범위인 듯했다.


“감사합니다.”

“잘 지내보자고. 떠나는 건 아직이라 했으니 국경 밖으로 나가나?”

“예. 동문으로 나갈 겁니다.”

“그럼 이 명패를 가져가. 나가기 전에 보여주면 맡겨놓은 말을 받을 수 있을 거다.”


그암이 도금된 명패 하나를 내밀었다.


“전하. 근데 말은 전하것을 내주셔야 합니다?”

“그래야지. 내가 한 말이니. 근데?”

“걸어가실 생각입니까?”

“쩨쩨하게 왜 이래? 같이 타고 가자.”

“제 등 뒤에 남자는 사양입니다.”

“어허! 군주가 될 몸을 모시는 것이거늘! 무엄하다!”


뭔가 만담을 하는 듯 주고받는 두 사람 사이에 껴서 타이밍을 재고 있던 중.

옆에 가만히 서 있던 일행 중 한 명이 조용히 가보라는 듯 손짓했다.


가볍게 목례 후 실랑이하는 황태손 몰래 자리를 빠져나왔다.


황태손이 타고 온 말이라... 좋은 말을 지출 없이 구해버렸네.

나 어떻게 하지. 공짜가 좋아지려고 해. 대머리는 안 되는데.

그래도 올라가는 입꼬리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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