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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준 책방

철혈가문 사생아의 귀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에이치아이
작품등록일 :
2020.09.02 11:30
최근연재일 :
2020.10.16 22:2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2,801
추천수 :
227
글자수 :
173,902

작성
20.09.25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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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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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2쪽

16화. 엘린과의 담판

DUMMY

엘린은 다가오는 반을 바라봤다. 이제 막 근신에서 풀려나 자신을 만나러 온 이복동생. 하지만 엘린은 그를 우습게 볼 수 없었다.


근신이 얼마나 힘든지는 엘린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이 근신에 들어가는 날, 반을 따르는 한 아이가 자신을 찾아왔었다. 그 아이가 전해주는 소식을 듣고 엘린은 반신반의해야 했다.


“반 님께서, 근신이 풀리는 날 뵙자고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보통 근신이 풀리면 바로 쓰러져 자기 마련이다. 그런데 자신을 보자고? 다른 사람이 말했다면 코웃음 쳤겠지만, 말한 사람이 반이기 때문에 혹시나 하고 이 자리에 나온 것이었다.


하지만 당연하다는 듯 걸어오는 반을 보니 엘린은 기가 찼다. 물론 드러내놓고 놀랄 엘린이 아니었다. 앞으로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모르는데 주도권을 놓칠 수는 없었다.


“힘들 텐데, 다음에 이야기하지 그랬느냐?”


“제가 느긋하지가 못해서요, 그리고 호아킨이 자고 있는 지금이 좋습니다.”


호아킨과 관련된 일인가, 하는 표정이 한순간 엘린의 얼굴을 스쳤다. 물론 보자고 한 건 반이었으니 엘린이 조급할 필요는 없었다. 엘린은 반이 말하길 기다렸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누님. 생존 훈련에서 호아킨의 파벌이 제 사람들을 해치는 걸 막아주십시오.”


엘린은 황당했다. 반의 입에서 부탁이 나올 거라곤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평소 친분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내가 그래야 할 이유가 있을까?”


당연한 의문이었다. 스트라페에서 형제란 남보다 못한 사이였으니까. 부탁이니 호의니 하는 것들은 이들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반도 그것을 모를 리가 없을 텐데?


물론 반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반이라고 아무 생각도 없이 이런 부탁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당연히 그렇게 나와야지.’


“누님. 전 부탁이 아니라 거래를 하러 왔습니다.”


“거래? 네가 나한테 뭘 줄 수 있지?”


반의 입에서 나온 거래라는 말에 엘린은 의아했다. 거래란 주고받는 것. 헬키움에 들어와 있는 8살짜리 사생아가 자신에게 무얼 준단 말인가? 엘린이 생각하기에 반은 이름만 적자일 뿐,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다.


엘린은 의문 가득한 표정을 숨기지도 않았다. 그런 엘린의 눈을 응시하며 반은 뜻밖의 말을 꺼냈다.


“그전에 한 가지 물어보겠습니다. 누님께선 가주 경쟁을 포기하실 건가요?”


가주 경쟁! 그것을 포기할 것이냐고 묻는 건 자신을 무시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안좋은 쪽으로 뜻밖인 반의 질문에 엘린의 목소리가 싸늘해졌다.


“네가 호아킨과 싸우더니, 나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스트라페의 적자가 가주의 자리를 포기한다는 것. 그건 싸워보지도 않고 가주가 될 형제에게 목숨을 구걸하는 일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반의 질문은 엘린에게 모욕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나약한 생각이나 하자고 매일 같은 지옥 훈련을 견뎌온 게 아니니까.


하지만 엘린의 싸늘한 목소리에도 반은 여전히 태연했다.


“그럼, 첫째 형님이나 둘째 누님도 이길 자신이 있으십니까?”


반의 말에 엘린의 말문이 막혔다. 비록 무례했지만, 반이 한 말은 자신이 항상 고민해 오던 부분이었으니까. 엘린은 자신의 재능이 형제들 보다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은 자신의 편이 아니었다.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형제들이 엘린의 성장을 기다려줄 리 없었기 때문이다.


엘린은 가만히 반을 쳐다봤다. 더 이야기해보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저희가 협력하여 성장할 시간을 벌어야지요.”


엘린은 김이 빠졌다. 고작 동맹 제의였나. 저 어린 동생과 연합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있을 턱이 없었다. 엘린은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흥, 혹시나 했더니 고작 그런 이야기였구나.”


여전히 앉아 있는 반을 두고 걸어가는 엘린. 막 엘린이 문을 열려고 할 때였다.


“이대로 가시면 첫 임무에서 누님은 죽습니다.”


멈칫.


문을 잡은 엘린의 손이 부르르 떨렸다. 자신이 죽는다니. 동맹이 어그러지니, 화풀이나 하자는 건가? 엘린의 얼굴이 화를 참지 못하고 일그러졌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반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이미 사막성, 가주 회의에 들어갈 자격이 있는 형제들이 누님을 살려둘 것 같습니까? 누님은 세 번의 임무 중 첫 임무도 해결하지 못할 겁니다.”


“닥쳐라!”


엘린은 불같이 화를 냈다. 자신도 알고 있었다. 세 번의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성인식. 그것이 자신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스트라페의 적자들은 가문이 내리는 세 개의 임무를 마치면 마침내 가주 회의에 들어갈 자격을 얻는다. 하지만 가문이 내리는 임무란 곧 가주 회의를 통해서 결정되는 법. 가주 회의에 이미 들어가 있는 형제들이 쉬운 임무를 줄 리가 없었다.


‘누님이 동요하고 있군.’


반은 때가 무르익었음을 느꼈다. 엘린이 동요하고 있을 때가 자신의 계획을 말하기에 적기였다.


“제가 누님이 받을 임무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난데없는 반의 말. 엘린은 화를 내던 것도 잊었다. 평소라면 헛소리 말라며 단번에 자리를 떠났겠지만, 이미 앞선 대화로 인해 감정이 흔들린 엘린은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네가 무슨 수로 그걸 안단 말이냐?”


사실 전생에서 지켜봤기 때문이지만, 그대로 말한다면 미친놈 취급만 받을 게 분명했다. 반은 적당히 생각해둔 변명을 꺼냈다.


“누님. 제가 처음에 협력하자고 한 것은 저희 둘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반의 말에 엘린의 눈을 휘둥그레 해졌다.


‘그럼, 가주 회의안에 다른 협력자가 있다는 건가?’


“네 말은 가주 회의 안에 다른 협력자가 있다는 것이냐? 하지만 그 사람이 얻을 게 없잖아?”


지극히 당연한 의문이었다. 협력자가 있다 치더라도, 그 사람이 엘린을 도와 얻는 게 뭐란 말인가? 엘린의 의문에도 반은 태연히 말을 이었다.


“지금 가주의 자리에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첫째 형님입니다. 때문에 가주 회의 내부에서 첫째 형님께 반대할 목소리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정도면 대답이 되었는지요?”


반의 대답을 들은 엘린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반의 말이 사실이라면 나에겐 분명 이득이 될 터.’


“협력하고 있는 형제가 누구지?”


애초에 있지도 않은 협력자를 묻는 엘린. 하지만 이미 칼자루는 반에게 넘어와 있었다. 이제 올해를 끝으로 사막성으로 돌아가는 엘린에게 다가올 임무는 무엇보다 중요했으니까. 급한 사람이 더 조급해지는 법.


“그건 차후에 알려드리겠습니다. 다만 제 말이 거짓이라면 언제든 제 목을 베셔도 좋습니다.”


말을 마치고 방긋 미소짓는 반. 미소를 짓자 방금까지 심각한 이야기를 했던 것이 모두 거짓이었던 양, 천사 같은 얼굴이 드러났다.


하지만 엘린은 그 천사 같은 미소에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비록 자신보다 한참 어린 동생이지만 그 속을 읽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지. 어린아이 몇 지켜주고 임무의 내용을 알 수 있다면!’


“좋아. 네 말을 믿어보지. 하지만 네 말이 거짓이라면 난 널 정말로 죽일 거야.”


진심이 느껴지는 살벌한 엘린의 말. 순간 스산한 살기가 반을 휘감고 지나갔다. 하지만 엘린의 살기어린 표정에도 불구하고 반은 여전히 미소 짓고 있었다.


“물론입니다. 누님. 그럼 다음에 또 뵙죠.”


말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가는 반. 방을 나오자 반은 참아왔던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었지만, 그의 몸은 아직 8살인 것이다.


‘그래도 수확이 많다! 삼인방의 안전은 이걸로 확보했고. 그리고······.’


반이 엘린과의 협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삼인방의 안전만이 아니었다. 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나중에 있을 성인식의 임무 내용. 전생에서는 적자가 아니라 성인식을 해본 적이 없었다. 해본 적 없는 임무의 내용을 알 수는 없는 법.


‘내가 활약하고 있으니,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임무가 내려질 리 없다.’


지금 가주 회의에 있는 형제들 중에 임무 내용을 귀뜸해 줄 만한 인물이 있을 리 없었다. 없으면? 만들면 되지, 라는 생각으로 반은 엘린에게 협력을 제안했다. 이렇게 되면 가주 회의에 들어간 엘린을 통해 자신의 임무를 미리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반과 엘린이 서로를 이용하는 셈이었지만, 따지고 보면 반이 얻어가는 게 더 많았다. 하지만 반은 찔릴 것이 없었다.


‘뭐, 전생에서 엘린이 성인식을 통과하지 못하고 죽는 건 사실이니까. 목숨값이라고 생각하면 싼 거지.’


엘린과의 담판에서 얻은 수확을 생각하며 숙소로 돌아온 반은 느꼈다. 이제 정말 한계였다는 걸. 참고 참아왔던 5일간의 피로가 한순간에 밀려들어 반은 침대에 쓰러졌다. 눈 깜짝할 사이 잠이 반을 덮쳤다. 반의 눈꺼풀이 서서히 감겼다.




-



그 뒤로 두 달이 흘렀다.


엘린과의 담판으로 삼인방의 안전을 확보한 반은 느긋하게 생존 훈련을 기다렸다.


12월에 접어든 사막의 겨울. 사막은 항상 덥다는 생각과 다르게 밤이 되면 영하까지 기온이 떨어진다. 이런 혹독한 추위 속에 아이들을 던져놓는 혹독한 훈련 방식. 이것이 헬키움의 교육관이었다.


생존 훈련은 사마라의 성채를 벗어나 사막에서 펼쳐진다. 물론 사막의 초입에는 아이들도 상대할 만한 약한 마물들 밖에 없지만, 방심할 수 없다.


어디까지나 상대할 만한 것이지. 다치거나, 방심하다가 죽는 경우도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진짜 조심해야 할 건, 추위지.’


밤이면 영하까지 떨어지는 추위. 하지만 추위를 피하려고 불을 피웠다가는 마물들을 끌어들이기 십상이다. 게다가 이런 식으로 체력을 소모했다가는 다음 날 먹을 식량을 구하기도 힘든 법.


이런 환경 속에서 보름간 생존해야 했다.


‘다 같이 협력하면 생존하는 거야 쉽지. 그러지 않아서 문제지.’


애초에 교관들이 훈련을 위한 경계선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강한 마물이 안으로 들어올 일은 거의 없었다. 약한 마물 정도야 힘을 합치면 쉽게 제압할 수 있는 정도. 하지만 실력에 자신이 있는 아이들은 다들 혼자 움직였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그편이 더 후한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 여럿이서 생존하는 것보다 혼자 생존하는 게, 여럿이서 마물을 잡는 거보다, 혼자 잡는 게 평가에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평가를 하는 평가 교관들. 이들의 눈에 들어 후한 점수를 받으려면 혼자가 유리했다.


당연히 반도 혼자 움직일 계획이었다. 반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 애초에 평가가 아니더라도 반은 혼자 움직이는 것을 더 편하게 생각했으니까.


카린은 반이 혼자 움직여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주변에 있었으면 쓸데없는 피를 더 흘려야 했으니까.


사막성의 안주인 시라로부터 받은 비밀 임무, 반을 암살하라는 그 임무를 카린은 수행해야 했다.


‘그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고 싶었는데, 아쉽게 됐군.’


썩 내키는 임무는 아니었으나, 카린에겐 선택지가 없었다.


그저 완벽하게 수행할 뿐, 임무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카린의 눈빛이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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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9화. 정보국의 습격 +2 20.10.16 384 9 12쪽
29 28화. 반과 프리네 +1 20.10.14 357 7 12쪽
28 27화. 벨리안의 흉갑(2) +1 20.10.13 396 8 13쪽
27 26화. 벨리안의 흉갑 +2 20.10.10 446 8 14쪽
26 25화. 새벽의 축제 여관 +1 20.10.08 453 4 14쪽
25 24화. 메디나로 가는 길 +2 20.10.07 493 7 13쪽
24 23화. 벨리아의 성인식 +1 20.10.06 537 7 12쪽
23 22화. 마물 사냥(2) +1 20.10.03 590 8 12쪽
22 21화. 마물 사냥 +2 20.10.02 614 8 12쪽
21 20화. 일족의 마을 +1 20.09.30 644 8 12쪽
20 19화. 세르갈의 신력 +1 20.09.29 664 6 12쪽
19 18화. 커비와 로지 +1 20.09.28 720 6 15쪽
18 17화. 생존 훈련의 시작과 끝 +2 20.09.27 759 7 12쪽
» 16화. 엘린과의 담판 +1 20.09.25 746 7 12쪽
16 15화. 근신(2) +1 20.09.24 757 8 12쪽
15 14화. 근신 +2 20.09.23 741 7 11쪽
14 13화. 교류전(6) 20.09.22 750 9 12쪽
13 12화. 교류전(5) 20.09.21 742 8 14쪽
12 11화. 교류전(4) 20.09.18 745 9 12쪽
11 10화. 교류전(3) 20.09.17 902 6 14쪽
10 9화. 교류전(2) 20.09.16 798 8 13쪽
9 8화. 교류전(1) +1 20.09.15 849 6 12쪽
8 7화. 순혈의 방 20.09.12 894 6 13쪽
7 6화. 다가오는 교류전 20.09.10 869 8 12쪽
6 5화. 스트라페의 헬키움(4) 20.09.09 927 8 12쪽
5 4화. 스트라페의 헬키움(3) 20.09.08 945 6 15쪽
4 3화. 스트라페의 헬키움(2) 20.09.04 1,090 8 13쪽
3 2화. 스트라페의 헬키움 +1 20.09.03 1,123 11 13쪽
2 1화. 스트라페의 사생아 +1 20.09.02 1,284 10 14쪽
1 프롤로그 +4 20.09.02 1,582 9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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