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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준 책방

철혈가문 사생아의 귀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에이치아이
작품등록일 :
2020.09.02 11:30
최근연재일 :
2020.10.16 22:2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2,800
추천수 :
227
글자수 :
173,902

작성
20.09.22 18:05
조회
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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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2쪽

13화. 교류전(6)

DUMMY

프리네. 그녀가 누구던가?


마법 명가로 이름 높은 셀시아의 가주, 론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손녀가 바로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살면서 굴욕을 겪을 일이 몇 번이나 될까. 하지만 그녀는 이번 교류전에서 난데없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그 이유는 바로 반. 자신보다 2살이나 어린 스트라페의 꼬맹이에게 패배해 이런 수모를 겪다니 프리네는 속상함을 참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더 강해지면 상대해주겠다’라니. 프리네는 살면서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프리네의 재능이란 셀시아에서도 손꼽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자신보다 어린아이들은 물론이고 같은 나이를 상대로도 그녀는 져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 애의 표정은······.’


프리네는 그 오만한 말을 하던 반의 표정을 떠올렸다. 그 표정은 자신을 도발하거나 조롱하려는 표정이 아니었다. 그저 사실을 전달하는 표정.


아까는 화가 나서 연회장을 뛰쳐나왔으나, 그녀는 방금 본 표정도 기억하지 못하는 바보가 아니었다.


‘그렇다는 건 진심으로 나보다 강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머릿속을 채우는 의문에 프리네는 스스로에게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자신은 다시 싸운다면 그 녀석을 이길 수 있는지.


‘모르겠어. 그 아이는 내 연계 공격에도 당황하지 않았어. 내가 다른 공격을 했다면 이겼을까?’


그녀는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었다. 차분히 생각해보니 경기 내내 반에게 자신의 수를 읽힌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으나, 이긴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이런 건 싫어. 이긴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더 열심히 수련해야겠어.’


결심으로 빛나는 프리네의 눈. 이렇게 반은 베르트람에 이어 또 한 아이의 결심에 불을 지피게 되었다. 본인은 몰랐지만.




-


연회의 첫날이 끝나고 둘째 날이 찾아왔다. 간밤에 고민으로 밤잠을 설친 프리네는 둘째 날 연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프리네의 불참 덕분에 반은 다시 한번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려야 했다.


“글쎄, 프리네가 반에게 당한 것 때문에 화병으로 쓰러졌대······.”


“그게 아니고, 내가 듣기로는 어제 연회에서 반이 프리네한테 너 같은 건 자기 상대도 안 된다고 말했다던데?”


묘하게 과장된 소문. 반은 오늘도 카진의 옆자리에 앉아 있었고, 프리네는 참석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문의 진실을 밝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물론 연회에는 수다 외에도 즐길 거리가 많은 법.


반과 프리네에 대한 소문과는 별개로 연회의 마지막 밤이 무르익고 있었다. 연회에 참가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도움이 될만한 친분을 쌓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특히 아이들에게 있어 친분을 쌓는 일은 중요했다. 이때 쌓은 인맥이 성장하고 나서도 큰 힘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루카스, 라길, 마크. 삼인방은 이 상황에 끼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있었다.


귀족 가문이 아닌 평민 출신의 삼인방. 때문에 삼인방과 친교를 나누고 싶어 하는 아이들은 찾아 보기 힘들었다.


아무리 헬키움에서 신분으로 인한 차별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훈련 도중의 이야기일 뿐. 헬키움을 떠나게 되면 가문의 위세에 따라 서열이 바뀔 수밖에 없는 법.


이런 이유로 보통 평민 출신의 아이들은 다른 유력 가문 아이의 파벌로 들어가 충성을 바친다. 그 대가로 유력 가문의 아이는 헬키움을 졸업한 후에 평민 출신 아이의 뒤를 봐주는 것이다.


하지만 삼인방의 실력이 출중함에도 아무도 그들을 거두려고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이들이 반과 어울리기 때문이었다.


반이 비록 적자로 인정받았다고는 하나, 어쩔 수 없는 사생아. 게다가 형제들 사이에서 나이도 가장 어렸다. 한마디로 가장 서열이 낮다는 뜻.


스트라페의 피 튀기는 가주 계승 과정을 생각해봤을 때, 반의 살아남을 확률은 거의 없었다. 때문에 아이들은 괜히 반이나 삼인방과 친하게 지내려 하지 않았다. 엘린이나 호아킨과 같은 다른 순혈의 눈 밖에 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있는 삼인방. 반은 자신이 거둔 이 아이들을 위해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눈치만 보고 있는 모습이 꼭 전생의 나를 보고 있는 것 같군.’


삼인방의 안쓰러운 모습을 잠시 보던 반은 술잔을 기울이던 카진에게 말을 건넸다.


“총교관님. 저 내려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갑작스러운 반의 말에 카진이 반을 바라봤다.


“무슨 일이냐? 이제 다른 아이들과 어울릴 마음이 생긴 것이더냐?”


반의 의중을 파악하려는 카진의 질문에 반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제가 거둔 아이들이 지금 곤란해하고 있는 것 같아서요.”


반의 대답에 카진뿐 아니라, 자리에 앉아 있던 다른 사람들도 관심을 가지고 반을 쳐다봤다. 8살짜리 어린애의 입에서 누굴 거둔다는 이야기를 들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어제부터 자신들을 놀라게 한 이 아이의 입에서 또 무슨 말이 나올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의 궁금증을 대표해서 카진이 반에게 물었다.


“네가 거둔 아이들?”


“예, 저와 같은 방을 쓰는 루카스, 라길, 마크는 제 사람이라는 이유로 다른 파벌에 들어가지도 못합니다. 그러니 제가 책임져야지요. 스트라페의 적자가 자기 사람 하나도 못 챙겨서야, 더 큰 것은 어찌 챙기겠습니까?”


반의 똑 부러지는 대답에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8살짜리 어린아이가 벌써 자신만의 제왕학을 가지고 있을 줄이야.


다른 사람들보다 반에 대해 더 잘 아는 카진의 놀람은 더 컸다. 이 자리의 다른 이들은 모르지만, 반은 이미 쿤드와 카진 앞에서 가주 경쟁에 끼겠다고 선언을 한 상황. 그런 반이 말하는 더 ‘큰 것’이란 바로 스트라페를 말하는 것일 수밖에 없었다.


‘이 아이는 정녕 스트라페를 차지할 생각이구나······!’


놀라고 있는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온 반은 커다란 연회장의 구석에 앉아 있는 삼인방에게 걸어갔다.


걸어오는 반을 먼저 발견하고 반가움에 반을 부르는 삼인방.


“반 님!”


“식사는 다 끝나신 거에요?”


“여긴 어쩐 일이세요?!”


그간의 서러움이 한 번에 전해지는 반가운 인사. 반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밖으로 나오는 목소리에는 언제나와 같은 담담함이 담겨있었다.


“너희들 보러 왔지, 내가 여길 왜 왔겠어.”


하지만 삼인방이 반을 부르는 목소리가 너무 컸기 때문인지 주변에 있던 아이들은 반이 온 것을 인식할 수밖에 없었다.


반이 등장만으로 주변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방금까진 삼인방이 주변의 눈치를 보고 있었는데, 이젠 다른 아이들이 반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지난 헬키움에서 보낸 기간 동안, 그리고 교류전에서 반이 보인 존재감이란 그런 것이었으니까.


심지어 헬키움이 아닌 루니아의 학생들까지 반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프리네를 쓰러뜨린 장면을 직접 봤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 일대에는 불편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를, 아니 반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다.


반의 배다른 형제, 호아킨. 바로 그였다.


과거 베르트람이 그랬던 것처럼 호아킨은 반에게 분노하고 있었다. 반쪽짜리 피를 타고난 녀석이 적자로 인정받은 것도 모자라서, 가는 곳마다 온갖 소문을 만들어냈다.


심지어 연회장에서는 보란 듯이 상석에 차지하고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순혈 스트라페인 호아킨으로서는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그러던 차에, 이렇게 내려와서 또 주인공처럼 행세하니 더 이상 참기가 힘들었다.


“반. 계속 삼촌 옆에서 밥이나 먹지. 여긴 또 왜 왔냐?”


명백한 도발, 하지만 반은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마치 네가 하는 말은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 반은 옆에 높인 음료를 집어 마셨다.


주변에 보는 눈이 많은 상황. 자신보다 한참 어린 동생한테 무시당하고 참는다면 무슨 소문이 돌지 뻔했다.


“형님이 말을 하면 들어야지. 아무래도 못난 아우의 버릇을 고쳐줘야겠구나.”


호기롭게 이야기하는 호아킨의 말에 반이 짧게 대꾸했다.


“저번에는 누가 형님이냐며. 그새 마음이 바뀐 거야? 스트라페의 전사가 그래서 되겠어?”


지난번, 순혈의 방에서 있었던 일을 꺼내는 반의 말에 호아킨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여기서 밀리면 저번처럼 도발에 넘어간 꼴이 될 터. 호아킨은 최대한 살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반에게 말했다.


“지난번처럼 삼촌이 언제까지 너를 지켜줄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호아킨의 이런 협박도 반에게 별 소용이 없어 보였다. 호아킨을 화나게 하는데 이미 도가 튼 반은 짧게 말할 뿐이었다.


“지난번에 삼촌이 지켜준 건 내가 아니라 너야.”


빠직.


반이 의도한 것처럼 호아킨은 더이상 참지 못하고 반에게 달려들었다. 비록 연회장이라 검은 없었지만 호아킨이 펼쳐내는 스트라페의 격투술은 충분히 매서웠다.


스윽.


몸을 날려 피해내는 반. 연이어 호아킨의 옆구리를 노린 주먹을 내질렀다.


‘나와 호아킨의 경지는 비슷하다. 마나 통제능력은 내가 앞선다고 해도 호아킨은 4살이나 더 많다.’


나중에야 4살의 차이는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성장기의 아이들에게 있어 4살의 차이는 넘을 수 없는 벽이나 다름없는 법. 비록 반이 마나 통제능력에서 앞서는 것은 사실이지만, 신체 능력은 호아킨이 월등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반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호아킨.


때문에 아무리 반이라도 호아킨에게 승리를 장담하긴 어려웠다. 반 역시 그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애초에 반이 의도한 것은 호아킨을 이기는 것이 아니었다.


어차피 장소가 장소인지라, 조만간 중재가 들어올 터. 다만 호아킨을 상대로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만 보이면 반으로써는 이득이었다.


반의 머리가 재빨리 돌아가고 있는 동안에도 호아킨의 주먹과 다리가 계속해서 날아들었다.


퍽!


마침내 반의 옆구리에 호아킨의 주먹이 꽂혔다.


“어떠냐. 그러기에 형님한테 좀 예의 있게 굴었어야지. 하하”


마나를 실은 주먹에 반이 쓰러질 줄 알고 호기롭게 말을 내뱉는 호아킨. 하지만 호아킨이 모르는 것이 있었다. 비록 신체적 능력에서 밀려 호아킨의 주먹을 허용했지만, 반은 맞기 직전 마나를 움직여 최소한의 방어를 한 상황.


방심하고 있는 호아킨에게 반이 오히려 달려들었다.


휙-


얼굴을 노리고 날아든 주먹을 고개만 간신히 돌려 피해내는 호아킨. 그의 얼굴에 당혹이 가득했다.


반은 재빨리 거리를 벌리며 말했다.


“아쉽네. 못난 얼굴 좀 고쳐주려고 했더니 말이야.”


반의 말에 호아킨의 얼굴이 한층 더 붉어졌다. 호아킨이 다시 반에게 달려들려는 찰나.


화난 기색이 가득한 카진의 고함이 날아들었다.


“그만!!! 이놈들이 연회를 즐기라고 보내놨더니 손님들 앞에서 싸워?”


카진은 몹시 화났으나, 손님들 앞이라 간신히 폭발하는 것을 참고 있었다. 그런 카진의 모습에 호아킨은 놀라 얼른 주먹을 거뒀다.


자신이 주관하는 행사에서 가문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행동을 한 반과 호아킨. 비록 이들이 자신의 조카라고 할지라도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그건 자신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나 다름 없는 일.


마침내 자신의 앞에 꿇어앉은 두 어린 조카에게 카진의 명령이 떨어졌다.


“너희 둘은 생도 신분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였으므로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교류전이 끝나는 대로 처벌할 것이니 방에서 대기하라.”


헬키움 총교관 카진의 지엄한 명령이 떨어졌다. 교관들이 들어와 반과 호아킨을 데리고 연회장을 나섰다.


비록 스트라페의 적자들이라곤 하나 헬키움의 무거운 벌을 피해갈 순 없는 법. 반과 호아킨이 어떤 벌을 받게 될지 남겨진 아이들은 궁금해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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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9화. 정보국의 습격 +2 20.10.16 384 9 12쪽
29 28화. 반과 프리네 +1 20.10.14 357 7 12쪽
28 27화. 벨리안의 흉갑(2) +1 20.10.13 396 8 13쪽
27 26화. 벨리안의 흉갑 +2 20.10.10 446 8 14쪽
26 25화. 새벽의 축제 여관 +1 20.10.08 453 4 14쪽
25 24화. 메디나로 가는 길 +2 20.10.07 493 7 13쪽
24 23화. 벨리아의 성인식 +1 20.10.06 537 7 12쪽
23 22화. 마물 사냥(2) +1 20.10.03 590 8 12쪽
22 21화. 마물 사냥 +2 20.10.02 614 8 12쪽
21 20화. 일족의 마을 +1 20.09.30 644 8 12쪽
20 19화. 세르갈의 신력 +1 20.09.29 664 6 12쪽
19 18화. 커비와 로지 +1 20.09.28 720 6 15쪽
18 17화. 생존 훈련의 시작과 끝 +2 20.09.27 759 7 12쪽
17 16화. 엘린과의 담판 +1 20.09.25 745 7 12쪽
16 15화. 근신(2) +1 20.09.24 757 8 12쪽
15 14화. 근신 +2 20.09.23 741 7 11쪽
» 13화. 교류전(6) 20.09.22 750 9 12쪽
13 12화. 교류전(5) 20.09.21 742 8 14쪽
12 11화. 교류전(4) 20.09.18 745 9 12쪽
11 10화. 교류전(3) 20.09.17 902 6 14쪽
10 9화. 교류전(2) 20.09.16 798 8 13쪽
9 8화. 교류전(1) +1 20.09.15 849 6 12쪽
8 7화. 순혈의 방 20.09.12 894 6 13쪽
7 6화. 다가오는 교류전 20.09.10 869 8 12쪽
6 5화. 스트라페의 헬키움(4) 20.09.09 927 8 12쪽
5 4화. 스트라페의 헬키움(3) 20.09.08 945 6 15쪽
4 3화. 스트라페의 헬키움(2) 20.09.04 1,090 8 13쪽
3 2화. 스트라페의 헬키움 +1 20.09.03 1,123 11 13쪽
2 1화. 스트라페의 사생아 +1 20.09.02 1,284 10 14쪽
1 프롤로그 +4 20.09.02 1,582 9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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