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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하이데 서재

돌팔이 의사 자크 지라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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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하이데
작품등록일 :
2024.03.2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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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1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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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3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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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26화 의대 교수들과의 대면 1

DUMMY

◈ 파리 고등법원, 제2 소법정실.



오전 10시가 막 지난 시간.

소법정실에서 격앙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몇 년 전부터 파리 중심가에 자격 없는 돌팔이들이 나타나 큰 사고를 치고 있지 않습니까? 저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치료한답시고 괴이한 방식을 동원해 공작님을 해하려 들고 있는 것을 제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이에 우리 양심 있는 의사들은 저자가 자격 없는 의사라고 확신하고 정식으로 고등법원에 고발 청원을 넣게 된 것이지요!”


몽테르사 교수를 비롯한 의대 교수 5인이 고발 청원한 사안에 대해 당사자가 모여 시시비비를 가리고 있었다.

고발당한 사람은 자크 지라르.


이틀 전, 지라르는 고등법원으로부터 소환장을 전해 받고, 가야 할지를 두고 한참을 고민했다.


그랑세 공작은 펄쩍 뛰며 절대 가지 말 것을 당부했지만, 롱빌 보좌판사의 첨부된 편지를 읽은 지라르는 결국 출석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롱빌 판사는 지라르의 신분을 입증할 자료를 모두 확보했다며, 의대 교수들 면전에서 제대로 반박해보자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

또한 이것이 그랑세 공작에게 보인 무례에 대한 사죄라며 출석해 주기를 거듭 부탁했다.


롱빌 보좌판사는 법정이 열리자 편지에서 미리 언급한 대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우리 고등법원에서는 우선 몽페르사 교수님의 말대로 지라르 씨가 자격이 있는 의사인지를 확인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며칠 전 지라르 씨가 스승이라고 말한 퐁투아즈(Pontoise) 지역의 샹포 쿠쟁 씨에 관한 기록을 조사해 봤지요.”


롱빌 판사는 가지고 온 자료를 교수들이 볼 수 있도록 머리 위로 높이 들어 올렸다.


교수들의 눈이 일제히 판사가 들고 있는 서류에 쏠렸다.


“이 자료에 보다시피, 샹포 쿠쟁 씨는 퐁투아즈(Pontoise) 지역의 외과의사 길드 명단에 분명히 기록된 자였습니다. 그리고 그 견습생으로서 자크 지라르 씨는···”


롱빌 판사가 잠시 서류를 곁눈질로 확인하더니 손가락으로 아랫부분을 두드리며 말했다.


툭툭-


“여기, 이렇게 이름이 명단에 올라가 있더군요.”


의대 교수들이 동요하듯 웅성거렸다.


그때 목을 빼고 서류를 확인한 트렘블 학장이 볼멘소리를 냈다.


“아니, 판사님. 저자가 진짜 그 길드에 가입한 외과의사인지, 아니면 가짜인데 이름만 도용해서 진짜인 척하는 건지 어떻게 압니까? 지난번에도 그렇게 속인 돌팔이가 백작 따님을 죽이지 않았소? 제대로 확인을 해야 합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롱빌 보좌판사.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확인할 방법이 있지요. 조사한 바에 따르면 퐁투아즈(Pontoise) 지역에서는 길드에 가입하게 되면, 증명서에 갈음하는 날짜와 일련번호가 적힌 회원 편지가 발송됩니다. 그리고 그 편지를 항상 증명서로서 지니고 다녀야 하고요.”


지라르를 쳐다보며 롱빌 판사가 물었다.


“자격을 증명해주는 회원 편지를 소지하지 않고 있다면, 설사 진짜 외과의사라고 하더라도 자격을 인정해 줄 수 없습니다. 지라르 씨, 지금 그 회원 편지를 가지고 계십니까?”


판사의 물음에 지라르는 주저 없이 가방 안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롱빌 보좌판사 앞으로 가지고 갔다.


건네준 종이를 받아 펼쳐본 롱빌은 날짜와 일련번호, 길드의 상징 문양 등을 비교 대조했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교수들을 향해 말했다.


“여기 길드 장부에 기록된 일련번호와 상징 등 모든 것이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이로써 자크 지라르 씨는 외과의사로서의 자격에 관한 문제는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하는 바입니다.”


아무 자격 없는 돌팔이라고 여겼던 교수들은 속속 드러나는 증거에 당황해하며 술렁였다.


롱빌 보좌판사가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자격이 있다고 하더라도, 기존 치료법에 완전히 벗어난 잘못된 방법으로 환자의 신체에 심각한 위해를 가했다면 그것 또한 문제가 될 수 있고 처벌 대상이 됩니다.

자 어떻습니까, 지라르 씨? 지금 그랑세 공작님의 상태는 지라르 씨의 치료법으로 호전된 상태입니까, 아니면 더 위독해졌습니까?”


이것 역시 미리 준비된 질문.


교수들은 시종일관 자크 지라르의 치료법이 기본에서 완전히 벗어난 잘못되고 위험한 돌팔이의 방법이라고 주장했었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당연히 공작은 지금 위독한 상태여야 한다.


교수들이 한 마디씩 던졌다.


“풋- 호전은 무슨. 몽페르사 교수님에게 맡겼더라면 몇 달은 더 사실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까운 일이지요.”

“저놈 당황한 표정 좀 보세요. 늦었어요, 늦었어! 그 아까운 시간에 도대체 저 외과 수술쟁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원··· 끔찍합니다.”


지라르가 덤덤히 입을 열었다.


“그랑세 공작님은 현재 완쾌한 상태는 아니십니다. 하지만 많이 호전되셨죠. 그래서 이젠 식사도 잘하시고 가끔 산책도 하고 계십···”


지라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몽페르사 교수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거짓말! 여기가 감히 어디라고 천박한 입으로 그따위 헛소리를 나불대는 것이냐! 뭐? 산책을 해? 공작님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의식이 거의 없으셨다. 그걸 내가 똑똑히 보았고!”


파리 시내의 유명 의과대학 교수들이 자신의 명성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애썼던 그랑세 공작이었다.

하지만 내일 당장 죽어도 이상할 것 없는 증세에 손을 뗀 지 오래였다.


탕- 탕-


롱빌 보좌판사가 책상을 치며 주의를 줬다.


“몽페르사 교수님, 자리에 앉으세요! 여기 법정에서 소리 지르면 안 됩니다. 제가 물어보는 말에만 대답하십시오!”


분한 표정의 몽페르사 교수가 씩씩대며 자리에 앉았다.


과열된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자, 롱빌 보좌판사가 교수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사실 조금 전 지라르 씨의 설명은 이미 증거가 확보된 진실입니다. 그걸 확인시켜주기 위해 제가 일부러 한 질문이었지요.”


판사의 말에 교수들이 당황해했다.


“아니, 판사님. 그게 무슨 말이십니까? 그럼 저자가 말한 대로 그랑세 공작님이 병석에서 일어나시기라도 하셨단 말입니까?”

“도대체 그런 얼토당토않은 증언은 누가 한 겁니까? 거짓 증언 한 자를 당장 이 자리에 데리고 왔어야지요!”

“허- 참. 판사님도 혹 그 거짓 증언에 넘어간 것 아니시오?”


교수들의 항의에 롱빌 판사가 손을 들어 진정시켰다.


“진정들 하세요, 진정! 지금 이 자리에··· 그 증인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롱빌의 말에 교수들은 크게 웅성거리며 주위를 살폈다.


“증인이 어디 있단 말이오?”

“당장 우리 앞에 세워 보십시오!”


롱빌 보좌판사가 교수들을 둘러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증인은··· 바로 접니다. 그리고 저 외에도 함께 간 경관들과 시립 병원의 의사도 포함되어 있고요. 여기 시립 병원 의사이신 베네크 씨의 확인 서명도 이렇게 있습니다.”


롱빌 보좌판사가 확인 서명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뭐라고요?”

“말도 안 돼! 산책을 하신다니, 그게 정말입니까?”


파리 고등법원의 보좌판사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롱빌은 가장 신뢰성 있는 기관의 판사였다.

그가 보았다고 하자 항의하던 의대 교수들도 한풀 꺾인 모습이었다.

거기다 시립병원 의사의 확인 서명까지 내밀자 교수들은 더는 시끄럽게 굴지 못했다.


“자, 이렇게 두 번째로 지적된 일반적 방법을 벗어난 치료 결과에 대한 문제도 해결됐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남은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그랑세 공작님의 증상에 관해 지라르 씨는 전염병으로 보고 지금껏 치료해온 것 같던데. 지라르 씨, 제 짐작이 맞습니까?”


사전에 얘기가 되어 있지 않은 질문이었다.


지라르가 당황스러운 얼굴로 답했다.


“네? 아··· 네. 뭐, 그렇긴 합니다.”


롱빌이 이번에는 교수들을 바라보고 물었다.


“역시 그랬군요. 하지만 여기 교수님 중에는 그랑세 공작님의 병이 전염병이라고 언급하신 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맞습니까?”


느닷없는 전염병 얘기에 교수들은 금시초문이라는 표정이었다.


“전염병이라니요?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제가 주치의였는데 전염병인 것도 몰랐겠습니까?”

“그렇죠. 그랑세 공작님이 아픈지가 한 달이 넘어가는데, 전염병이었다면 공작 집안의 사람들도 모두 앓아누웠겠죠.”

“혹시 저자가 대단한 전염병인 것처럼 공작부인을 속인 거 아니오?”


가만히 듣고 있던 롱빌 판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튼 지라르 씨가 공작님의 질병을 전염병으로 규정짓고 치료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 이상, 전염병 감시를 중시하는 고등법원의 관리로서 이 문제에 대해 양측 전문가의 의견을 구체적으로 들어보고 싶습니다.

먼저 지라르 씨가 생각하는 그랑세 공작님을 괴롭힌 병의 정체가 무엇이며, 이 병을 왜 처음부터 전염병으로 보고 대처한 것인지를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롱빌 보좌판사는 전염병을 관리하는 고등법원의 책임 있는 간부답게 전염병 확산을 방지하는 데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 같았다.


지라르도 장티푸스가 주변으로 번지지 않을까 걱정하던 차에 차라리 잘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까지 마귀를 입에 올릴 수는 없어. 그래도 여기 교수들은 마귀를 믿는 보통 사람들보다는 의학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나름 치열한 고민도 했을 지식인들이 아닌가.

나같이 못 배우고 천한 신분도 이해한 것이니 최대한 쉽게 설명하면, 내 이야기를 받아들이고 방역에 적극적으로 나설지 몰라.’


지라르는 지금 퍼지고 있는 장티푸스에 관한 21세기의 의학지식을 이들 앞에서 최대한 쉽게 설명해 보자고 마음먹었다.


“좋습니다. 그럼 제가 판단한 이 병의 정체부터 말씀드리지요.”


지라르의 설명이 시작되자, 의대 교수들은 어떡하든 꼬투리를 잡으려는 표정이었고, 롱빌 보좌판사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귀를 기울였다.


“공작님께서 걸리신 병은 사람의 ‘대변’이 묻은 음식을 먹으면서 생기는 질병입니다. 드물게 ‘소변’을 통해서도 걸릴 수 있죠.”


사람의 똥오줌이 그랑세 공작이 얻은 병의 실체라는 지라르의 말에 교수들이 황당해했다.


몽페르사 교수가 비웃듯 물었다.


“공작님의 병이 마귀가 일으킨 질병이라고 그렇게 박박 우기더니? 이번에는 사람 똥이 원인이란 말이요? 도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건지. 차라리 똥이 마귀라 그러지 그러시오? 큭큭-.”


몽페르사의 비아냥에 주변 의사들이 숨죽여 키득거렸다.


하지만 지라르는 주눅 들지 않고 설명을 계속 이어나갔다.


“마귀라는 것이 별것 아니지요.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모든 나쁜 질병이 마귀가 되는 겁니다.

사람의 대변에는 질병을 부르는 더러운 것이 있는데, 저는 이것을 마귀라고 부른 것이고,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흥! 말도 안 되는 소리! 의학을 배우지 않은 일반 사람들이 질병을 일으키는 것이 마귀라고 생각하는 것이야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최소한 의술을 배웠다는 작자가 어찌 사람의 질병에 마귀 타령을 한다는 말이오?

마귀를 구분할 수 있는 성직자도 아니면서 함부로 마귀를 입에 올린다면, 그것이 바로 돈벌이를 위한 돌팔이 의사라는 증거인 게요.”


지라르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지금 마귀가 진짜 있냐 없냐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이 질병은 전염성이 아주 강한 병입니다. 그랑세 공작님이 이곳 파리에서 누군가로부터 이 병에 옮은 것이라면 공작님 댁의 하인들, 특히 주방 쪽과 그 가족들을 살펴야 합니다.

그리고 식자재를 가져오면서 오가는 사람들과 그 가족 또한 철저히 보아야 하고요. 그렇지 않으면···.”


지라르는 큰 경고라도 하듯 두 눈을 부릅뜨고 말을 이었다.


“이 병은 무서운 속도로 사람들에게 번져 발열과 복통 등을 유발하게 되고, 그런 증상이 나타난 환자 중 최소 절반 이상이 장에 구멍이 나거나 막히면서, 고통스러운 하혈이나 혈변 등을 동반하다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번질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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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제41화 앙투안의 방문 +10 24.05.15 6,433 309 17쪽
40 제40화 2차 수술 +46 24.05.14 7,601 36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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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제38화 약품 거래 +36 24.05.12 7,905 380 18쪽
37 제37화 총독의 분노 +38 24.05.11 7,851 376 15쪽
36 제36화 나를 도와줄 수 있겠니? +27 24.05.10 7,879 357 16쪽
35 제35화 수술할 결심 +25 24.05.09 8,217 343 14쪽
34 제34화 복부 외상환자 +21 24.05.08 8,513 374 14쪽
33 제33화 지라르의 구상 +24 24.05.07 9,003 399 15쪽
32 제32화 공작의 눈물 +23 24.05.06 9,142 420 17쪽
31 제31화 뜻밖의 결과 +29 24.05.04 9,609 406 15쪽
30 제30화 어리석은 선택 +54 24.05.03 9,603 410 16쪽
29 제29화 제가 맡겠습니다. +18 24.05.02 9,717 390 15쪽
28 제28화 작은 보답 +24 24.05.01 9,949 448 20쪽
27 제27화 의대 교수들과의 대면 2 +30 24.04.30 9,951 410 13쪽
» 제26화 의대 교수들과의 대면 1 +9 24.04.30 9,310 368 12쪽
25 제25화 잊지 못할 기억 +35 24.04.29 10,262 435 16쪽
24 제24화 롱빌의 계획 +23 24.04.28 10,487 428 14쪽
23 제23화 저 돌팔이를 체포해! +40 24.04.27 10,363 465 15쪽
22 제22화 파리 고등법원 +16 24.04.26 10,134 387 13쪽
21 제21화 더러운 손 치워라! +27 24.04.25 10,093 44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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