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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하늘
작품등록일 :
2019.11.13 07:09
최근연재일 :
2024.03.01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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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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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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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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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용, 검, 마법, 마왕 그리고 크리스마스(2)

DUMMY

45화 용, 검, 마법, 마왕 그리고 크리스마스(2)



***



스칼렛은 기계 구체에서 검은 괴물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도중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어두워졌다.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았다. 주변이 정전이라도 된 것처럼.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너무나도 조용하다. 자신 밖에 여기에 없는 느낌. 분명 검은 괴물과 아이들이 눈앞에 있었는데도.


-너한테 지옥을 보여줄게


문득 떠오르는 마지막 대화. 지옥. 지옥을 보여준다니 무엇을 보여주겠다는 걸까.


그런 의미도 모르는 말에 신경을 쓸 때가 아니다. 진정하고서 다시 계획을 세워야 한다. 거대로봇도 황박사와 다른 헌터들도 움직일 수가 없다. 남은 수단은 아이들뿐.


사랑스러운 아이들이라면 이 위기를 함께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미래가 그려진다. 검은 괴물을 물리친 자신과 아이들이 웃고 있는 모습이.


그때였다. 무언가가 알 수 없는 물체가 다리를 붙잡은 게.


‘뭐지?’


시선을 무심코 돌리자 놀랐다.


“힉!”


시체의 산. 그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검은색으로 칠해진 형체들이지만 시체다. 저건 시체라고 자꾸만 인식하게 된다. 이해할 수 없는 건 어두운데도 또렷하게 보인다는 점.


그들은 스칼렛의 다리로부터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고통스러워하는 목소리로 말하면서.


“사, 살려줘.”

“주, 죽기 싫어.”

“도, 도와줘요.”

“그, 그만해주세요.”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달라붙어서 떨어지지를 않는다. 마치 자신을 길동무로 데려가겠다는 듯이.


“오, 오지 마! 저리 가! 잡지 마!”


손으로 허겁지겁 떼려 해도 발로 밀어내려고 해도 아무 소용없었다. 오히려 그들에게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소용돌이의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것처럼.


“헉! 헉! 수, 숨이! 그, 그만해!”


더 이상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려는 순간


찌이이이익!


온몸이 찢겨나가는 고통을 느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아팠다. 너무나도 아팠다. 태어나고서 처음으로 느껴본 아픔.


시체들에게 둘러싸여 보이지도 않아서 더욱 더 무서웠다. 자신의 몸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몰랐기에.


“히이익!”


또다시 자신의 몸을 붙잡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시야가 차단되어 있어서 전신이 민감해져 있었다.


찌이이이익!


그들은 아까와 같은 짓을 실행하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고통과 비명소리.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잔인한 고문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반복되었다. 기절조차 시켜주지 않겠다는 듯이 더 가혹하게.


“흑흑···이, 이제 그만해. 용서해줘.”


스칼렛은 눈물을 흘리며 빌었다. 하지만 용서를 받을 수 있는 기회 따위는 없다. 여기서 그녀는 죽은 사람들이 겪은 지옥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받는 것 외에는.



***



내 검은 몸속에 그녀가 들어간 지 1분도 안되었다. 당장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재빨리 미쳐버리는 것밖에 없을 것이다. 속에서 난리치고 있는 게 검은손들을 통해서 전달된다.


‘용서해달라고? 과연 진심으로 하는 소리일까? 그 고통을 어떻게 해서든 벗어나려고 말하는 것이면서. 다른 사람들이 받은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헌터프로젝트에서 그녀의 신병을 원한다면 풀어줄 의향이 있다. 단, 그녀의 정신이 망가질 때까진 절대로 몸속에서 안 꺼내겠지만.


오히려 이걸로는 너무 가벼운 처벌인 것 같다. 그녀에게 실험당한 사람들의 원한을 이런 걸로 풀 수 있을 리가 없을 테니까.


마음 같아서는 황박사도 검은 몸속으로 보내버리고 싶었다. 그렇지만 제호 형이 정신을 박살냈었으니까 필요가 없었다. 그 때 황박사에게 주먹을 휘두르던 제호 형도 나랑 같이 기분이었겠지.


나는 기계 구체의 내부를 둘러보았다. 아이들이 있던 유리케이스는 검은 액체로 인해 감싸져 있었다. 검은 알처럼.


아이들이 받은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떠오르는 건 한 가지.


서스티스의 심리마법.


‘심리마법이라는 건 마음이나 정신에 대해 간섭하는 거라고 했었지.’


곧바로 기계구체의 유리케이스들을 뜯어내고 서스티스에게 향하였다. 아이들이 받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며.



***



“심리마법?”

“어.”

“그러니까 네 말은 아이들한테 써달라는 거지?”

“맞아. 괴로운 기억이나 그런 걸 없애거나 할 수 없어?”


괴물인지 악마인지 모를 것 같은 모습으로 다가온 태신이가 나타났을 때는 놀랐다. 졸리 스칼렛이라는 원흉을 알게 된 것이 더 충격이었지만.


‘그런 사람이 태연하게 기지 내부에 있었다니···’


태신이는 심리마법을 사용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아직 나랑 연결된 심리마법이 해제된 지도 모르는 것처럼.


“가능해.”

“뭐?”


뜸들이지 않고 바로 말했다. 이 녀석이 얼마나 아이들을 아끼고 있는지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나 때문에 심리마법을 사용할 수 없었잖아. 어떻게 가능하다는 거야?”

“답은 간단해. 풀렸거든.”

“풀렸다니 뭐가?”

“뭐긴 뭐겠어. 심리마법이지. 너랑 내가 걸려있는 그거.”

“정말로?”

“그래. 이제 안 들려.”


눈앞에 있던 태신이가 입을 다문 채로 노려보았다.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보였다.


“내가 뭐라고 했는지 알겠어?”

“몰라. 뭔 말을 했는데?”

“······진짜로 안 들리나 보네.”

“그래서 뭐라고 한 거야? 알려줘. ···왜 눈을 돌리는 건데?”

“아니. 그냥 뭐 굳이 알 필요가 있을까?”


평소에 들렸던 마음의 소리가 안 들리니까 기분이 복잡하다. 욕이라도 한 걸까? 딱히 말해도 상관없는데. 잠시 상상해보았지만 그림이 그려지지를 않네.


“말하기 싫으면 관둬. 아무튼 아이들한테 심리마법을 쓰게 저거나 벗겨줘.”


검은색 마력으로 감싸여져 있는 것들을 가리키자 순식간에 사라졌다. 드러난 것은 유리케이스와 안에 있는 아이들이었다.


불안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는데 마음이 아팠다. 또 위험한 짓을 당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을 것 같았기에.


“많이 겁먹었구나.”

“잘 부탁할게.”

“맡겨둬.”



***



기계 구체가 부서지는 것이 보였다. 마태신의 기가 느껴지는 검은 생물이 검은색 알 같은 것들과 함께 기지 근처로 가는 것도.


‘다 끝났나보군.’


기지 쪽에는 서스티스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급히 향한다는 것은 무언가 사정이 있어서일 게 분명하다.


‘이것들도 데려가야 하나.’


바로 옆에 황박사와 조창열이 의식을 잃은 채로 쓰러져 있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움직이려는 기세를 보였지만.


두 사람은 더 이상 움직일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K-3지부의 기지로 데려갔다. 완전히 감시를 풀 수는 없었기에.


“왔구나.”


기지에 도착하자 류설아가 반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바삐 움직이는 중이었다. 대부분 의식이 없는 환자들을 옮기느라 정신이 없어보였다. 그 외에도 건물 근처의 잔해들을 치우는 사람들이 보였다.


“아! 그쪽은 아직 손대지 마시고 저쪽부터 하세요!”


그녀는 아마도 S랭크로서 지시를 내리고 있는 도중인 것 같았다.


“바빠 보이는군.”

“항상 뒤처리가 문제니까.”

“그렇군.”

“게다가 이걸 기회삼아서 헌터아카데미가 더 확장될지도 몰라.”

“확장이 된다는 건 무슨 말이지?”

나의 물음에 류설아가 설명하였다. 아주 담담하게.


“헌터들을 아카데미에서 관리해야만 한다고 표면적으로 내세운다는 거지. 이곳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공개하면서.”

“그러는 이유가 뭐지?”

“위험한 힘이라고 인식시키는 거겠지. 그리고 그에 대응할 수 있는 건 헌터아카데미뿐이라고 세계에 알리는 것. 뭐, 나도 방금 들어온 정보를 대충 들은 거야. 깊게 생각하지는 마.”

“침략자들을 대비하기 위한 힘을 관리한다는 것은 이해 못하겠군.”

“일단은 언제 또 침략자들이 올지 모르니까 힘을 한곳에 모아둔다는 생각일 거야.”


그녀는 자신의 할 일을 하러 떠나갔다.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라는 말을 덧붙이며.


‘···힘을 한곳에 모아둔다니.’


누군가가 누군가를 관리한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하물며 힘이 없는 자가 힘을 가진 자를 다룬다는 것은.


마음가짐을 잘못 먹으면 잘못될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살짝 들었다. 기우였으면 좋겠지만.



***



오랜만에 쓰는 기술로 거대로봇을 먼지더미로 만들어버렸다.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주변을 휘몰아치고 있는 거센 폭풍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여러 개의 물기둥과 함께.


거대로봇이 순식간에 사라질 줄은 몰랐다. 알았더라면 위력 조절을 조금이라도 더 했을 터인데.


‘이렇게 하면 되겠지?’


트리아이나의 힘으로 물기둥을 이용하여 폭풍을 없애버렸다. 만약 이걸 내버려뒀으면 주변 일대에 막대한 피해를 끼쳤을지도 몰랐을 테니까.


‘그럼 가볼까?’


다른 곳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기지로 돌아갔다. 한 가지 알 수 있었던 사실은 잠깐이었지만 태신이의 기운이 확 늘어난 것이었다. 그것 외에는 잘 모르겠지만.


기지 근처에 다가갈수록 모두가 뒤처리를 하고 있는 게 보였다. 아무래도 상황이 종료된 느낌이었다.


나를 제외한 R랭크 헌터 세 명이 모인 곳을 발견하였다.


‘저건 유리케이스인가?’


그들이 있는 곳으로 도착하자


“늦었군.”

“어서 오세요.”

“의용 형님. 수고하셨습니다.”


세 명이서 반겨주었다.


“내가 마지막인 것 같네.”

“아까 화려하게 날뛰시던데요.”

“그, 그렇게 날뛰진 않았는데···”

“막 용들이 날아오르고 난리도 아니었는데요, 뭘.”


서스티스의 말에 조금 창피해졌다. 곧바로 다른 화제로 돌렸다.


“그런데 저 유리케이스들은 뭐야?”

“아이들이 안에 있었어요.”


내 말에 태신이가 반응하였다.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아이들이 있었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바다에서 거대로봇을 상대하고 있을 때 세 명에게 일어났던 이야기를 들었다. 황박사와 조창열과 다시 싸우게 된 일. 환자복을 입은 사람들이 날뛰어서 죽은 사람들이 생긴 일. 그리고 아이들을 실험했다는 졸리 스칼렛에 대한 것까지.


“설마 그 사람이 그랬을 줄이야. 미안하다. 내가 좀 더 빨리 알았더라면.”


아이들에게 고개를 들 면목이 없다. 그녀와는 같은 교육담당으로서 대화를 몇 번 나누어 봤다. 그런데도 아무런 낌새를 눈치 채지 못한 내 자신이 실망스러웠다.


“의용이 형 잘못이 아니에요. 사과할 사람은 따로 있는데 왜 형이 사과하는 거예요.”

“그렇지만 스칼렛과 조금이라도 더 본 사람은 여기서 나밖에 없어. 내 잘못이 너무 커.”


태신이가 아니라고 말하였다. 나쁜 건 다 그녀라고. 그녀 탓에 이런 일이 생긴 거라면서.


“따지고 보면 나도 알아채지 못했다. 잘못은 나한테도 있지.”

“의용 형님. 저희 모두가 잘못이 있다는 걸로 해요. 아이들과 같이 지내온 사람들끼리.”

“그래도···”


제호 씨와 서스티스가 한마디씩 하였다. 위로하려고 하는 차원으로.


“지금은 누가 잘못했는지 따지는 것보다 중요한 게 있어요.”


태신이의 말에 시선이 갔다. 그리고 서스티스가 한숨을 쉬며


“하아. 맞아요. 아이들 중에 한 명이···”


설명을 하기 시작하였다. 차분하게.


서스티스는 심리마법이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사용하게 되었다. 졸리 스칼렛에 의해 괴로운 기억들이나 육체적 고통들을 치료하면서.


수십 명이나 되는 아이들의 정신을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라고 하였다. 조심하지 않으면 미숙한 정신이라서 잘못되었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래도 태신이에게 걸었던 심리마법의 응용 덕분인지 어느 정도 해결은 했다고 한다. 그렇게 모든 아이들의 치료가 끝나고서 마지막으로 남은 아이가 있었다.


유나 그레이스.


그 여자아이는 나도 잘 알고 있었다. 나나 제호 씨나 서스티스한테는 다가오려고 하지 않았다. 심지어 류설아 씨한테도. 게다가 아이들 사이에서도 어울려 놀기를 꺼려했던 게 기억난다.


하지만 그런 여자아이가 어느 날 확 달라졌었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태신이를 무척 잘 따르는 아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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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입학시험 21.04.18 26 0 13쪽
51 공개 발표(2) +1 21.04.07 25 0 13쪽
50 공개 발표 20.11.23 24 0 13쪽
49 용, 검, 마법, 마왕 그리고 크리스마스(5) 20.11.18 45 0 13쪽
48 용, 검, 마법, 마왕 그리고 크리스마스(4) 20.11.17 61 0 13쪽
47 용, 검, 마법, 마왕 그리고 크리스마스(3) 20.11.04 24 0 13쪽
» 용, 검, 마법, 마왕 그리고 크리스마스(2) 20.11.03 24 0 13쪽
45 용, 검, 마법, 마왕 그리고 크리스마스 20.11.02 24 0 13쪽
44 고깃덩어리(4) 20.10.29 22 0 13쪽
43 고깃덩어리(3) 20.10.28 23 0 13쪽
42 고깃덩어리(2) +2 20.10.27 25 1 13쪽
41 고깃덩어리 +1 20.10.26 29 1 13쪽
40 아카데미 기획(5) +1 20.10.23 23 1 13쪽
39 아카데미 기획(4) +1 20.10.22 26 1 13쪽
38 아카데미 기획(3) +1 20.10.21 30 1 13쪽
37 아카데미 기획(2) +1 20.10.20 34 1 13쪽
36 아카데미 기획 +1 20.10.19 36 1 13쪽
35 임무가 끝나고 +1 20.10.15 39 1 13쪽
34 S급 임무(6) +1 20.10.14 43 1 13쪽
33 S급 임무(5) +1 20.10.13 45 1 13쪽
32 S급 임무(4) +1 20.10.12 41 1 12쪽
31 S급 임무(3) +2 20.10.08 43 1 13쪽
30 S급 임무(2) +1 20.10.07 44 1 13쪽
29 S급 임무 +1 20.10.06 48 1 13쪽
28 첫 번째 만남(3) +1 20.10.05 56 1 13쪽
27 첫 번째 만남(2) +1 20.01.13 56 2 13쪽
26 첫 번째 만남 +1 20.01.01 51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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