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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하늘
작품등록일 :
2019.11.13 07:09
최근연재일 :
2024.03.01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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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0,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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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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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고깃덩어리(3)

DUMMY

42화 고깃덩어리(3)



***



바닷가와 가까운 K-3지부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침략자였다. 모래사장에 있는 커다란 기계캡슐 여러 개로부터 나와 수백은 되어 보이는 고깃덩어리들.


모래사장에서 천천히 올라와 기지를 향해 걸어가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행진을 막아내려는 헌터들과 알 수 없는 기계구체였다. 우리 편을 도우는 걸 보아하니 헌터프로젝트의 물건인 것 같았다.


‘내부에 누가 타고 있는 것 같은데 드래곤 아머를 장착한 나한테도 아무런 소리가 안 들리다니. ···무슨 구조지?’


게다가 구체로부터 느껴지는 기운은 헌터들의 기운이 복잡하게 섞인 느낌이었다. 마치 수십 명의 헌터가 하나로 모아져 있는 것처럼.


‘지금 중요한 건 저거겠지.’


모르는 것에 대해 신경써봤자 알 리 없으니 일단 침략자를 막는 것부터 생각하였다. 기지 쪽은 기계구체가 대부분 막고 있는 터라 모래사장으로 향했다.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기에.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덤프트럭만한 크기를 가졌다. 육중한 몸집을 질질 끌면서 이동하는 모습은 달팽이 무리의 행렬처럼 보였다.


혹시나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싶어 말을 건넸다.


“여기에 온 목적을 말해줄 수 있을까?”


······.


도마뱀들 때처럼 말을 하는 타입은 아니었나 싶었는데 한 고깃덩어리의 몸에서 무언가가 생겨났다. 얼굴의 형상을 가진 그것들은


“키에에에에엑! 살려줘!”

“도와줘어어어어! 키엑키엑!”

“키에에에엑! 그만해에에에에에!”

“아이만은! 키, 키엑엑! 아이만은! 아이만은! 키, 키에에엑!”

“유! 키엑엑! 나야! 유! 키에엑! 나야! 유! 키엑엑! 나야!”

“키에에에에에엥! 아파요! 키에에에에엥 잘못했어요! 키에에에에엥!”

“엄마! 키에엑! 엄마! 키에엑!”


수많은 사람의 목소리를 냈다. 그중에는 어린아이의 목소리까지 포함해서.


“뭐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설마···!”


저번에 제호 씨에게 들었던 것 때문에 떠올랐다. 눈앞에 있는 이 고깃덩어리들이 침략자가 아니라 황박사에게 인체실험을 당한 사람들일 것이라는 가능성을.



***



K-3지부 근처에 다가가자 정의용의 기를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었다. 모래사장에서 고깃덩어리들을 바다로 멀리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뭐하고 있는 거지?”

“제호 씨! 금방 왔네요. 설명부터 할게요.”


먼저 도착한 정의용에 의해 침략자가 아닌 인체실험을 당한 자들의 습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원래대로 되돌리는 방법이라든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일단 무작정 죽이지는 않기로 했어요.”

“다른 데로 가지는 않는 건가?

“아뇨. 시험 삼아 몇 번 던졌는데 기지로만 가려고 하더군요.”

“기지 쪽에 이미 있는 건 어떻게 할 거지?”

“저 기계구체랑 다른 헌터들이 막아주고는 있긴 한데 제호 씨가 도와주면 안 될까요? 여기도 상당히 바빠서.”

“네가 말한 계획을 저쪽에 전달해달라는 거군.”

“그렇죠.”


정의용에게 들은 계획은 이랬다. 고깃덩어리가 되어버린 인체실험을 당한 피해자들을 생포하자고.


그러기 위해선 다른 R랭크 헌터 두 사람이 필요하였다.


우선 마태신의 검은손이라고 들었던 능력으로 붙잡는다. 그리고 서스티스의 마법 중에 원래대로 되돌리는 마법 같은 게 있지 않을까 물어보고 없으면 포기하자는 것이었다.


‘원래대로 되돌린다니 서스티스의 마법이라면 그런 게 가능할 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


저번 도마범 사건 때는 운이 좋아서 사람들을 되살린 거나 마찬가지라고 서스티스도 그렇게 말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희망을 품어서 나쁠 건 없겠지.


‘마법에 대해 잘 모르니 두 사람이 빨리 오는 게 중요하겠군.’


기지 근처로 도착하자 고깃덩어리를 공격하는 헌터들과 기계구체가 눈에 띄었다. 헌터들은 상당히 많은 수를 상대로 고전하는 것 같았으나 기계구체 덕분에 나름 잘 막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의아한 점이 생겼다.


‘···뭐지, 이 기는?’


기계구체에서 기가 느껴지긴 했지만 구체의 중심에 이상한 방식으로 기가 모이고 있었다. 마치 작은 그릇에서 억지로 기를 뽑아내는 것처럼.


‘나중에 알아보는 게 낫겠군.’


계획을 말하러 가려는 순간


“역시. 기가 변한 게 맞았군.”


황박사가 길을 가로막았다.



***



밤늦게 울려대는 환복전송기의 소리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깨실 줄 알았지만 다행히도 잘 넘어갔다. 아님 일부러 모른 척 하신 걸 수도 있겠지만.


‘할아버지가 오려는 것을 할머니가 막은 거려나?’


지금 중요한 건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 거니까 일어난 일에 집중하도록 하였다.


나랑 태신이는 이동마법을 써서 K-7지부로 향하였다. 집에서 통신으로 들었던 설아 누님의 스텔스기를 타고 가기 위해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나눠주려고 했었는데 다른 목적으로 오게 되다니.”

“그러게. 이게 끝나고서 주면 되잖아.”

“응. 그렇지만 아침이 되도록 못주게 될까봐 걱정돼서.”

“별걸 다 걱정하네.”


아이들한테 몰래 선물을 주는 걸 엄청 기대하고 있었구나.


“애들이 깨기 전까지 금방 끝내고 오면 돼. 다 강한 사람들만 있으니까 아침이 되기 전에 끝날 거야.”

“그렇겠지.”

“내 이동마법도 있으니까 도와줄게.”

“그래주면 정말 고마워.”

“고맙기는 뭘.”


K-7지부에서 설아 누님의 스텔스기를 타고 가는데 정보가 들어왔다.


“현장의 말에 의하면 인체실험을 당한 피해자들이래.”

“황박사가 불러들인 걸까요?”

“그 가능성은 적다고 봐. 아마 황박사와 거래를 했던 녀석들이 보낸 걸지도 몰라.”

“거래한 사람들이 왜요?”

“황박사를 빼내기 위해서. 그도 아니면 죽이려거나 하는 거지.”


설아 누님의 말로는 아무래도 황박사의 지식을 이용하고 싶은 자들이 더 많은 것 같아서 전자 같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이런 계획을 전달해줬는데 어때?”


나와 서스티스는 의용 형님의 계획을 듣게 되었다.


“저야 생포는 가능하지만···”


태신이가 나를 힐끗 쳐다보았다.


“시도는 해보겠지만 안 될 확률이 높아요.”

“그럼 가서 확인해봐야 된다는 거네?”

“네.”

“좋아. 그걸로 충분해.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거니까.”


될 수 있으면 원래대로 되돌려주고는 싶다. 그러나 마법이라고 해도 만능은 아니다. 까다로운 제약이 은근히 많기 때문에.


‘그래도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겠지.’



***



설아 누나의 스텔스기 덕분에 K-3지부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믿기 싫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 서스티스는 기지 쪽에 있는 사람들 피난을! 태신이는··· 왜 그래?”


우리 세 사람은 비행마법으로 공중에 떠 있는 상태였다. 설아 누나가 어떻게 해야 될지 설명을 하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분노로 인해서.


“애들이. 애들이 타고 있어요.”


가까스로 참으며 입을 열었다. 기계구체를 가리키며.


“뭐?”

“무슨 말이야, 그게.”


두 사람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유나의 능력을 말해줬다.


“타인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게 가능하다고? 자신 말고도? 그러니까 네 말은 그 유나라는 아이가 너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다는 거지?”

“네.”

“그런데 우리 편인 척 얍삽하게 끼어들어서 저 피해자들을 공격하고 있다는 거네. 좋아. 그러면 태신이가 저 기계를 맡아. 서스티스는 아까 말한 것처럼 부상자 위주로 사람들을 피난시켜! 난 상황 설명도 다시 할 겸 다른 헌터들 쪽을 도우러 갈게!”


재빠르게 할 일을 정해준 설아 누나는 자신의 검들을 발판 삼아 기지로 향했다. 그럼 나도 기계구체를 터뜨리러 가야겠지.


“너 혼자 괜찮겠어?”


아직 남아있던 서스티스가 물었다.


“힘들어지면 도와달라고 할게.”

“아니 그게 아니라!”

“왜?”

“네가 지금 엄청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으니까.”

“···내가 그랬어?”

“장난 아니게 무서우니까 애들한테는 보이지 마.”

“아, 알았어.”

“웬만하면 표정을 숨기면서 싸우려고 해 봐. 그 뭐였더라? 제호 형님이 설아 누님한테 참으라는 수행인가 뭔가 하는 것처럼.”

“참고로 삼아볼게.”


나는 그 말을 끝으로 기계구체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서스티스에게 배운 비행마법이 낼 수 있는 최대속도로.



***



기계 구체의 안에서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잠에서 깨어났다. 서로가 들어가 있는 투명한 유리케이스를 제일 처음 보게 되었다. 아직 검사가 안 끝난 건가 싶어서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 사실에 당황한 아이들은


“선생님! 몸이 안 움직여요!”

“닥터! 검사 계속하고 있는 거예요?!”

“화, 화장실 가고 싶어!”

“어디 있어요, 누나!”

“언니! 언니!”


스칼렛을 찾기 시작하였다. 자신들에게 부모님이 찾아올 거라는 달콤한 말을 남긴 사람을.


“자! 주목~! 너희들의 엄마랑 아빠가 왔단다~.”


아이들이 갇힌 유리케이스 너머로 스칼렛이 앉은 위쪽 중앙에 홀로그램이 띄워졌다. 누가 봐도 사람이 아닌 형태의 고깃덩어리들.


“힉!”

“꺅!”

“징그러!”

“무서워요!”

“보기 싫어어!”

“외, 외계인인가 봐!”


모두가 겁먹은 상태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눈을 감고 싶어도 감겨지지 않았기에.


“눈앞에 괴물들이 보이니~? 그게 너희를 팔아버린 부모님이야~. 아주 나쁜 어른들이지~. 그래서 선생님이 복수할 수 있게 도와줄 거란다~.”


사고가 멈춰버리는 순간이었다. 스칼렛의 부모님이라는 말이라는 단어로 인해.


“거짓말! 선생님! 우리 엄마랑 아빠 저렇게 안 생겼어!”

“맞아! 저런 괴물 아니에요!”

“저 검사 이제 그만 받고 싶어요!”

“엄마랑 아빠 만나게 해주세요!”

“나도 이제 집에 가고 싶어!”


다급하게 외쳐대는 아이들을 향해서 스칼렛은 한숨을 노골적으로 쉬었다. 그리고는 기계를 조작하더니


“선생님의 말을 끊는 나쁜 아이들은 혼나야겠죠!”


라고 외쳤다. 아이들을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보면서.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바로 이어지는 아이들의 비명소리에 스칼렛은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눈물을 흘려대는 아이. 기절할 것 같은 아이. 토하는 아이. 오줌을 지린 아이. 계속해서 부모를 찾는 아이들.


“얘들아~. 다시 한 번 들어봐~. 크리스마스 선물은 너희들이 부모님을 죽일 수 있게 해주는 거야! 돈 때문에 너희를 팔거나 버리거나 했거든~. 하여튼 자식들을 사랑으로 품지 못할 거면 왜 애를 낳는 거지 모르겠다니까! 그렇지만 선생님은 너희들을 사랑하니까 끝까지 도와줄 거야~. 선생님의 이 마음 잘 알겠지~?”


스칼렛이 타이르듯이 말하였지만 듣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또다시 기계를 조작하였다. 자신의 말을 듣고서 제대로 대답을 할 때까지.


“자! 이제는 알겠니~?”


유리케이스에 닫혀 있는 아이들을 향해 말하자


“흑흑흑! 네! 알겠어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흑흑! 사랑합니다!”


훌쩍거리는 소리와 함께 울먹이며 힘찬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스칼렛의 고문을 받은 효과가 나타나게 된 모습들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사랑이 담긴 훈육이라고 말하지만.


“그럼 쉬는 시간이 끝났으니까 실습을 해보자~.”


K-3지부로 다가오는 고깃덩어리를 향해 능력을 사용하였다. 스칼렛에게 제어되고 있는 아이의 능력으로.


“아아아아아아악!”


수십 개의 바위들을 만들어 내서 던졌다. 바위를 맞은 고깃덩어리들은 뒤로 살짝 밀려났다.


“으~음. 출력을 너무 약하게 만들었나~?”


남자아이의 고통 받는 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다음 실험을 하였다. 이번에는 나무넝쿨을 만드는 능력의 여자아이를 바라보았다.


“우리 같이 열심히 해보자~.”

“히, 히익!”


그리고 또다시 비명이 들려왔다.


그렇게 스칼렛이 아이들의 능력을 선보이기 위해 간단한 테스트를 하던 도중 그들이 나타났다. K-3지부 소속의 헌터들과 다른 지부의 헌터들이.


기계구체의 안에서 그녀는 K-7지부에서 도와주러 왔다고 외부스피커로 말하였다. 아무런 의심도 없이 믿은 헌터들은 고깃덩어리를 힘겹게 막았다.


‘우리 아이들에 비하면 별 거 아니라니까~.’


랭크가 낮은 헌터들을 무시하며 자기 할 일을 하던 스칼렛이 당황한 건 시간이 조금 지나서였다. 전신갑주를 입은 헌터가 모래사장에 나타나 고깃덩어리를 바닷가에 던져대었기 때문에. 그것도 아주 손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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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입학 시험(3) 24.03.01 1 0 12쪽
53 입학 시험(2) 21.04.20 20 0 13쪽
52 입학시험 21.04.18 26 0 13쪽
51 공개 발표(2) +1 21.04.07 25 0 13쪽
50 공개 발표 20.11.23 23 0 13쪽
49 용, 검, 마법, 마왕 그리고 크리스마스(5) 20.11.18 45 0 13쪽
48 용, 검, 마법, 마왕 그리고 크리스마스(4) 20.11.17 61 0 13쪽
47 용, 검, 마법, 마왕 그리고 크리스마스(3) 20.11.04 24 0 13쪽
46 용, 검, 마법, 마왕 그리고 크리스마스(2) 20.11.03 23 0 13쪽
45 용, 검, 마법, 마왕 그리고 크리스마스 20.11.02 24 0 13쪽
44 고깃덩어리(4) 20.10.29 22 0 13쪽
» 고깃덩어리(3) 20.10.28 23 0 13쪽
42 고깃덩어리(2) +2 20.10.27 25 1 13쪽
41 고깃덩어리 +1 20.10.26 29 1 13쪽
40 아카데미 기획(5) +1 20.10.23 23 1 13쪽
39 아카데미 기획(4) +1 20.10.22 26 1 13쪽
38 아카데미 기획(3) +1 20.10.21 30 1 13쪽
37 아카데미 기획(2) +1 20.10.20 34 1 13쪽
36 아카데미 기획 +1 20.10.19 36 1 13쪽
35 임무가 끝나고 +1 20.10.15 39 1 13쪽
34 S급 임무(6) +1 20.10.14 43 1 13쪽
33 S급 임무(5) +1 20.10.13 45 1 13쪽
32 S급 임무(4) +1 20.10.12 41 1 12쪽
31 S급 임무(3) +2 20.10.08 43 1 13쪽
30 S급 임무(2) +1 20.10.07 44 1 13쪽
29 S급 임무 +1 20.10.06 48 1 13쪽
28 첫 번째 만남(3) +1 20.10.05 56 1 13쪽
27 첫 번째 만남(2) +1 20.01.13 56 2 13쪽
26 첫 번째 만남 +1 20.01.01 51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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