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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님의 서재입니다.

판타지에 핵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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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생각.
작품등록일 :
2020.05.16 10:33
최근연재일 :
2022.03.28 12:05
연재수 :
2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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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77,846

작성
20.06.01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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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방사능의 아이들(Children of Radioactivity)(3)

DUMMY

‘진짜 소드마스터라도 되는 건가?’


가면 쓴 사내-파이로는 반사적으로 내뻗은 불꽃을 은색 장검으로 갈라내며, 솜털 하나 탄 곳 없이 멀쩡한 검은 눈의 사내를 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칼로 물을 벨 수 없듯이,

불도 칼로 벨 수 없다.


당연한 상식의 영역에 속하는 상성관계였고, 그러한 연유로 불을 다루는 그는 모든 검사들의 천적이었다.

그렇기에 상대에 대해 경각심은 지니되 혹여나 패하거나 죽음의 위기를 겪을 가능성까지는 염두에 두지 않았었다.

끔찍한 실수였다.

저 정도 되는 괴물일 줄 알았다면 그것까지 대비했을 텐데.


‘방심했구나, 파이로······.’


기껏해야 이런 변두리 자유도시에 얼마나 대단한 검사가 있겠느냐고, 막내가 아직 경험이 일천해서 착각했을 거라고 간주하던 타성이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쉬지 않고 사지에서 불길을 뽑아내며 검은 머리칼의 검사에게 화염을 발사했지만, 그 모든 불과 열이 은빛 장검의 날 앞에선 너무나도 쉽게 사그라졌다.


파이로는 자연스레 방사능의 아이들의 고향Hometown에서 들은, 소드마스터라 불리는 과거의 초인들에 대한 격언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검주劍主의 칼은 개념조차도 베어낼 수 있다······.’


그게 사실이라면 소드마스터가 휘두르는 검은 ‘불’, ‘열’과 같은 물리적 개념조차도 단칼에 없애버릴 수 있다는 뜻이다.


실상은 유논의 경지에 달한 검술과 ‘이름 없는 지팡이’에 걸린 특수한 마법이 연쇄효과를 일으켜 불길을 흡수해 버린 것에 불과했으나, 파이로가 그 사실을 알 수 있을 리 없다.


‘현존하는 소드마스터는 오직 둘뿐이다. 더 있었다면 진즉에 대전쟁 시절 나타났겠지. 소드마스터일 리는 없다. 그건 분명해. 하지만···최소한 그에 근접하는 경지까지 다다른 검사임은 틀림없다.’


뿐만 아니라 저 범상치 않은 은색 장검도 아마 대단한 신병이기일 터.

어쩌면 지구산 합금, 혹은 드워프제 강철로 만들어진 검일지도 몰랐다.


최악의 상황이다.

더 끔찍한 것은, 그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

모든 분사되는 화염을 전부 베어내며 다가오는 검은 악귀의 모습에 파이로는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든 저 괴물이 다가오는 것을 멈춰야만 한다!

그런 일념 하에 폐부에서부터 올라오는 신선한 화염을 양팔로 뻗으며 외쳤다.


“하하. 마법상점을 운영하는-마법사 흉내를 내는 검사라. 멸망 이전의 낭만을 품고 계신 가 봅니다.”


검객은 대답하지 않고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다리를 노린 불덩이가 난공불락과도 같은 칼질에 튕겨져 나간다.


“그래서 저희 패밀리를 쫓으시는 겁니까? 옛 시대의 낭만과, 기사도를 찾으려고? 갈란의 시장이 아니라, 한 아이를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그 아이는 우리에게 있습니다.”

“······.”


검객은 반응하지 않고 한 걸음 더 가까이, 조금만 더 왔다가는 검 끝이 닿을 법한 지근거리 내로 걸어왔다.

그러나 파이로의 가면 속 눈동자는 잠시 멈칫하는 그 기색을 놓치지 않았다.


“그쪽과 똑같은 검은 머리에 검은 눈을 지닌 아이더군요. 사실 눈동자는 눈에다 뭐라도 끼워 넣은 듯 제대로 보이지 않았습니다만······. 얼추 검은색에 가까워 보이니 그렇게 부르겠습니다. 괜찮겠지요?”


여유와 거만함, 제가 우위에 있음을 자랑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사실 그 아이를 데려온 것은 제 충동에 가까웠습니다. 시장을 납치하고서-아, 그 부분이 진정한 고난이었는데. 다섯 명이 힘을 합쳐도 버거울 정도로 강인한 남자더군요. 아무튼 지금 대화 주제는 갈란 시장에 관한 것이 아니니 그 아이에 대해서나 계속 이야기하자면······.”


그는 그리 시간을 끌며 검은 머리 검사의 눈치를 살폈다.

의외로 분노하는 기색 하나 없이, 명정한 눈빛으로 이쪽을 무표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오히려 감정 없이 바라볼 때의 그 칠흑 같은 눈이 더 소름 돋아서, 파이로는 서둘러 말을 이었다.


“불만 지르고 바로 시청을 빠져나가려고 했는데, 그 여자애가 먼저 저를 찾아오더군요. 어설픈 남장을 하고 있었다지만 누가 봐도 뻔한 계집아이였으니 그 부분은 금방 눈치 챌 수 있었지요. 그리곤 저한테 하는 말이-”


자연스럽게 손을 휘두르는 제스쳐를 섞어 가며 과장된 어조로 이야기를 계속한다.

검사에게는 말하는 도중의 평범한 손동작으로 보였겠지만, 어딘가에서 대기하고 있을 동생 나이트의 눈에는 ‘준비’를 뜻하는 수신호로 보였을 것이다.


“아저씨가 이 불장난 저지른 거지?···이러더군요. 이건 또 무슨 당돌한 꼬맹인가 싶어서 하는 말을 들어보니까, 당신 같은 나쁜 아저씨 때문에 뜨겁고 연기 나서 죽을 거 같으니까 책임지라고 하더군요. 세상에, 목숨 구걸을 그리 당당하게 하는 꼬마아이는 또 처음 봤습니다.”


다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웃긴다는 듯, 박수를 치며 낄낄대다 냉담한 반응에 재빨리 말을 이었다.


“아무튼, 그래서 그 여자아이를 저희 은신처로 데려갔습니다. 눈동자에 별다른 방사능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지만, 날카로운 귓바퀴도 그렇고···딱 보자마자 알았죠.”


돌연변이는 돌연변이를 알아본다.

그렇기에 방사능의 아이들-그 중에서도 상위 서열 패밀리를 이끄는 가장家長인 파이로는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다.

저 소녀는 정말, 대단히 강력한 돌연변이가 될 자질을 타고났음을.


“이 아이는 우리 쪽이구나. 잘 키우면 훌륭한 패밀리의 인원이 될 싹이 보이기에 고향집까지 데려가서 훈련시키려 했는데······그 아이가 이런 고명하신 검사 분과 인연이 있었을 줄이야.”


세상일이 참 재미있죠? 그리 웃으며 말하던 파이로는 이내 돌변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물었다.


“딸입니까?”


흑발 검사는 짜증 어린 기색으로 내뱉었다.


“나와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애다. 굳이 따지자면 사돈의 팔촌쯤 되는 관계겠군.”


파이로는 그의 비유를 이해하지 못했으나, 그 속에 담긴 뉘앙스만큼은 알아들었다.

요컨대 아무런 사이도 아니라는 뜻.

하지만 그리 부정하는 것을 보면 더더욱 확신이 생기기 마련이다.


사실 검은 머리칼과 검은 빛이 섞인 눈동자만 보고 닮은 것 같아 어림잡았을 뿐이지, 정말 친딸은 아닐지도 몰랐다. 먼 친척 따위일지도.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저 사내가 그 여자아이에 대해 신경을 쓴다는 점.

그거 하나면 충분했다.


“그 여자아이를 돌려받기 원하신다면 얼마든지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저희의 목적과도 충돌하지 않는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니까요. 다만 한 가지, 한 가지만 약속해 주시면 됩니다.”

“그게 뭐지.”


파이로는 가소롭다는 어투로 물어오는 젊은 검사를 향해 빙긋 웃으며 답했다.


“네 목숨.”


탕-!


수 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총을 겨누던 동생, 나이트가 그의 수신호에 반응하고 곧바로 사격했다.

정말 힘들게 입수한 기물, 그 이름도 유명한 지구의 소총小銃.

아직도 많은 판타지 세계의 참전용사들은 그 명칭만을 듣고도 벌벌 떨곤 한다.

본래라면 지구숭배자, 그들 중에서도 정예의 일부만 사용 가능했을 무기였다.


그러나 지구숭배자들은 지구를 숭배하고 방사능의 아이들은 지구에서 온 방사능을 숭배한다.

어느 정도 서로 통하는 구석이 있었고, 그의 경우에는 특히 지구숭배자들의 고위층과 연이 닿아 있었다.

그렇게 해서 구한 구식 소총. 애초에 저격용으로 만들어진 물건도 아니고, 총알도 넉넉한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나이트Night, 야간의 암살과 암습에 특화된 녀석은 타고난 저격수였다.

그는 눈을 통해 표적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소리를 통해 표적을 확인한다.


그렇게 정확히 표적의 검은 머리를 노린 총알이 공기를 찢고 쏘아져 나갔다.


파이로는 이런 변두리 자유도시의, 옛 시대를 꿈꾸는 낭만주의자 검객이 이번 기회로 신시대의 문물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경험하고 영면에 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그 믿음이 산산이 부서지는 데에도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캉-!


건성으로 검을 휘두르자 금속 튀기는 소음과 함께 총알이 도탄跳彈되었다.

어깨가슴을 노린 다음 사격도, 다리를 노린 그 다음 사격도 검날에 흠집 하나 남기지 못한 채 튕겨 나간다.

총알의 반탄력도 느끼지 못하는 듯 이쪽을 향해 여유롭게 걸어오는 모습.


실로 초인적인 반사 신경······혹은.


‘저격수의 존재를 미리 알고 있었다.’


어둠 속, 수 킬로미터 밖에서 조준하고 있을 저격수의 위치를 정확히 알아내 그쪽을 바라보고 있는 새카만 눈동자.

파이로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나이트······엄호해라!”


황급히 뒤로 물러서며 불타는 마법상점 속의 화염과 체내 남은 모든 불꽃을 긁어모아 내뿜으려 했으나-

생각의 속도보다도 빠른 칼날이 그의 눈앞에 짓쳐들었다.


서걱.


시야에 실금이 그어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분명 새카만 밤인데도 눈부시게 하얀 빛이 쳐들어왔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는 이마에서부터 턱까지 이어진 피의 선을 얼굴에 새겨놓은 채.

부서진 가면을 품에 쥐고 온 천지가 떠나갈 듯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불에 반쯤 녹다 만 얼굴, 가면으로 숨기고 다녔던 문둔병에 걸린 듯한 일그러진 몰골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는 마찬가지로 불에 녹아 일그러진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포효했다.


오만 가지 감정이 손끝에 맴돌았다.

얼굴이 반쪽으로 쪼개질 듯한 고통.

이렇게 처참하게 당했다는 것에 대한 수치.

그 자신을 이 꼴 이 모양으로 만든 적에 대한 분노.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가장 큰 공포······!


좀 전의 그 빛살 같던 검격.

차마 반응조차 할 수 없는 속도로 눈 깜짝할 사이에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이전까지의 교전은 어린애 장난이었다는 듯이, 여태까지는 봐주고 있었음을 대놓고 드러내는 것처럼.

나는 너를 가지고 놀고 있노라고 선언하듯이.


한참도 더 진즉에 저 사내에게 목이 뚫릴 수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자 목을 옥죄는 듯한 두려움이 등골을 저몄다.


“이······개새끼가!”


그는 일그러진 얼굴로 이를 갈며 피 끓는 소리를 토했다.

품에서 PP, 방사능 마약 앰플을 꺼내 이로 짓씹으며 내면 깊은 곳에서 솟구쳐 오르는 화염을 두른다.

불에 녹은 듯한 몰골이 전신을 감싸는 검은 불길에 휩싸이고, 온 세상을 불사를 듯한 지옥불이 장벽이 되어 주변을 가로막는다.


오염된 마력이 전신에 들끓었고, 그 무엇이든 해치울 수 있을 것만 같은 활기가 흘러넘쳤다.

지금 그는 설사 전설 속의 용이나 대괴수, 소드마스터라 할지라도 한 줌 잿더미로 만들어버릴 강대한 불의 힘을 사역하고 있었다!


그 충만한 자신감으로 이 근처 일대를 전부 불바다로 초토화시키려던 찰나였다.


“···이제 높임말은 때려치우기로 했나보지?”


불의 장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서늘한 목소리와 함께 심장이 차갑게 내려앉았다.


츠즈즈즈-


은빛 칼날이 검은 불길을 두부 자르듯 갈라 버리며, 검은 머리에 검은 눈을 한 악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네 동생은 팔을 잘렸다고 했었나.”


그렇다면 너는 다리를 가져가지.


시간이 얼어붙은 것만 같던 순간.

벨 수 없는 것까지 베어 가르는 예기를 자랑하는 은색 장검이 정확히 그의 가랑이 쪽으로 움직이던 와중이었다.

공기를 베고, 그 찰나의 순간조차 베어 버리며 살갗까지 와 닿으려던 직전.


밤하늘에서 무언가 검은 것이 쏜살같이 떨어져 내렸다.

팔과 몸을 연결하는 피막의 시커먼 거대 날개가 파이로의 몸을 감싸고, 이내 밤의 날짐승이 다시금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나이트.

그는 박쥐의 형질이 오염된 마력과 방사능을 통해 유전자에 각인된 수인 돌연변이였던 것이다.

발로 자신의 빅 브라더를 낚아챈 채 밤의 자유도시 상공을 유영하던 나이트가 입을 열었다.


“위험해 보여서 도우려 내려왔습니다, 형님.”

“그래. 잘했다. 덕분에 살았군.”

“소리가 심상치 않더군요. 아무래도 우리가 기다리던 '그게'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덩달아 휘말리기 전에 빨리 안전가옥에서 인근 거점까지 거처를 옮겨야 할 것 같······.”


쐐애애애앵!


벌떼가 한데 군집해 날갯짓하는 것만 같은 세찬 소리가 귓가를 스친다.

은빛 매를 보는 것만 같은 섬광이 공기와 하늘, 그리고 살가죽을 뚫고 지나갔다.

피가 튀겼다.


발로 사람을 붙잡은 채 하늘을 날던 나이트의 몸이 휘청이고, 땅으로 추락하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금 균형을 되찾았다.

파이로는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만 같이 거꾸로 매달린 몸을 어떻게든 공중에서 일으키려 애쓰며 소리쳤다.


“어떻게 된 거냐!”

“···저격당했습니다. 그 검이군요. 저 먼 거리에서 날아가는 제 뒷다리를 정확하게 가르고 지나쳤습니다. 동생이 했던 말마따마, 정말 괴물이군요."

“······!”


감탄하는 듯한 나이트의 목소리와 함께.

자연히 검의 주인이 남겼던 말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렇다면 너는 다리를 가져가지.’


우연인가?

혹은 필연인가.


“다리 한 짝이 날아가서 나머지 하나만으로 형님을 지탱하고 움직여야 하는 터라······균형 잡기가 힘들어 안전가옥까지 도착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습니다.”

“···알겠다. 도착하는 대로 바로 출발하지. 카멜라는?”

“마지막으로 봤을 때는 여사제와 교전을 벌이다 도망치는 것 같더군요. 아마 우리와 비슷한 시간대에 도착할 겁니다.”

“그래······.”


결과야 어찌됐든 도망치는 데에 성공했고, 저들은 시장이 없는 이상 결코 곧 다가올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내지 못할 것이다.

이쪽의 승리다.

그렇게 자위하면서도 떨리는 몸이 가라앉질 않았다.

어딘가 가슴 한 구석이 못내 불안했다.

방사능의 아이들은 그렇게 그들의 은신처로 되돌아갔다.




* * *




“···결국 놓쳤군요.”


어느새 불길을 뚫고 다가온 피오네가 지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유논은 부정했다.


“아니, 놓친 게 아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묻는 듯한 냉랭한 얼굴에 대고 정답을 알려준다.


“놓아준 거지.”


일부러 겁을 먹고, 상처를 입고 도망칠 정도로만 몰아붙였다.

빠르게 돌아가서 그들의 은신처를, 안전가옥의 위치를 제 발로 알아서 알려줄 수 있도록.

그의 목적은 방사능의 아이들을 전부 다 죽이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숨겨놓은 인질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과정이었다.

숙련된 사냥꾼은 사냥감을 일부러 놔주기도 한다. 상처 입고 도망치는 사냥감의 뒤를 쫓으면 결국 놈들의 소굴을 찾아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한번쯤은 도망치게 놔줘야 했다.


물론, 놈들을 반드시 다시 찾을 수 있다는 절대적인 확신이 없었다면 하지 않았을 일이었다.


유논은 귀에다 마력을 불어넣었다.

마력회로가 가동하며 체내의 청각세포들이 급속도로 증폭되어 나간다.


세상 모든 소리들이 귓속으로 들어왔다.

가까운 곳, 여사제의 숨소리.

타닥거리는 불과 그 속 연소하는 것들의 소리. 바람 부는 소리와 사람들의 목소리, 걷는 소리, 비명소리······.


‘먼 곳.’


괴물들의 울음소리. 그들의 발이 대지를 울리는 소음.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말발굽소리와 기사들의 갑주 철컹이는 소리, 황야의 모래바람과 땅 속 긁적이는 지저생물들······.


‘그렇게 멀리까지는 말고.’


중간 정도.

유논은 귀를 찢을 듯한 초음파를 들었다.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주파수의 소음과 그 반향이 회로를 타고 전달되었다.


박쥐가 초음파를 이용한 반향정위反響定位로 장애물을 탐지하며 날아간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유논은 시력이 여의치 않은 박쥐-인간이 내뿜는 초음파의 메아리를 통해 돌연변이들의 위치를 계산했다.

그들이 어느 장소의 상공에서 어느 쪽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며, 그쪽의 은신처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몇몇 장소들을 전부 추려낸다.

그 결과-


“찾았다.”


마법사는 사납게 웃음 지었다.

아까는 저들이 공격해 왔었다면, 이번에야말로 이쪽이 공격할 차례였다.


작가의말

참고사항: 지금 유논의 ‘이름 없는 지팡이’는 주인을 찾아 울며 허공을 날아 돌아오는 중입니다.

+제 소설을 추천하기 게시판에 추천해 주신 신과악마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보석 같은 소설이라는 칭찬에 정말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앞으로도 정진하는 글쟁이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약속드린 연참의 임무까지 수행했으니, 저는 내일 여러분들께 다음 화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어, 그리고 한 번만 말하면 영 정없으니까...다시 한 번 추천해 주신 것,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소설을 추천하는 것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아는지라 더더욱 감사하네요. 추천에 걸맞는 훌륭한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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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검과 마법(Sword & Socery)(1)(연출 수정 완료) +27 20.06.22 1,853 85 9쪽
41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다(3) +20 20.06.21 1,843 95 12쪽
40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다(2) +22 20.06.19 1,904 100 12쪽
39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다(1) +16 20.06.18 2,058 9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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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재회(Reunion)(4) +17 20.06.16 2,102 113 12쪽
36 재회(Reunion)(3) +14 20.06.15 2,213 12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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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막간-카멜레온(Chameleon, 七面蜥蜴)(1) +17 20.06.10 2,338 1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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