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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돌아갈 방법을 찾아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에일라스
작품등록일 :
2015.06.21 10:47
최근연재일 :
2015.12.04 18:42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23,320
추천수 :
343
글자수 :
271,490

작성
15.09.2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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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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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7쪽

21. 춘제 준비 (2)

DUMMY

오늘도 평화로운 에일른 제국의 황립 아카데미 앞은 주말이기 때문인지 드문드문 걸어다니는 사람을 제외하면 한산했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내가 기다리는 사람도 없다는게 문제라면 문제다.


"으, 늦네. 왜 이렇게들 안 오는거야? 이런 꼴로 밖에 오래있기 싫은데."


"그게 아니라 저희가 좀 일찍 나왔습니다. 그리고 아름답기만 하시…컥!"


"시끄러워."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하는 루엘에게 나는 분노의 정강이 차기를 시전해주었다. 불의의 습격을 당한 루엘은 정강이를 부여잡고 도대체 자신이 무얼 잘못했냐는 무언의 항의를 해온다.


저걸 한 대 더 때려? 나한테 그러다가 몇 번을 맞았는데 아직도 그런 소리를 하는거야? 누누이 말했지만, 그건 나한테 욕이라고 욕. 학습능력이 없는건지, 어쩐건지.


따뜨한 봄 햇살이 쏟아지는 토요일. 놀러가기 좋게 딱 적당한 따뜻한 온도와 향기로운 봄 향기가 가득한 이곳에 나 또한 내 나이 또래 여자아이들이 피크닉 갈때나 입을 법한 차림으로 아카데미 앞에 서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 표정이 미묘하게 구겨져 있는건 외출을 한 목적이 놀러나온게 아니기 때문이다. 뭐, 복장탓도 반쯤은 있지만.


"어째서 마법도구 재료를 사러 나오는데 이런 하늘하늘 옷을 입어야 하는걸까."


"당연히 레이디의 소… 아닙니다."


또 다시 옆에서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루엘이 뭐라 한마디 하려다가 내가 째려보는 눈빛을 감지했는지 뒷말을 삼킨다.


칫 아깝다. 조금만 더 했으면 정강이를 한 번 더 걷어차 줄 수 있었는데.


요즘들어 본의아니게 부쩍 발차기 실력이 늘어가는 기분이다. 뭐, 대부분 그 희생양을 루엘이었지만 말이다.


소냐 선배와 에밀리가 오려면 좀 시간이 걸릴 듯 하다. 내가 평소 습관때문에 조금 일찍 나온 덕분이다. 역시 사람 습관이란건 무섭네.


마침 주변에 나무가 만들어준 천연 그늘을 끼고 있는 벤치가 눈에 들어왔기에 멀뚱하니 햇볕을 쐬고 있는 루엘을 끌고가 그곳에 앉았다. 약간은 따가운 햇빛에서 벗어나 쓰고있던 챙이 긴 모자를 벗자 시원한 봄바람이 코끝을 간질인다. 덕분에 여유가 생기자 이것저것 잡다한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이제 고작 이 세계에서 눈을 뜬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환생 첫 날부터 가슴 아픈 상황을 겪었고, 황도에 도착해서는 생각지도 않은 학교에 다시 다니게 되었다. 이런저런 주변 상황이 잘 따라주어서 아직까지 지구로 돌아가겠다는 내 결심은 확고하지만, 추억을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한것은 이미 물건너 간데다 평화로운 이곳 생활에 점점 녹아들면서 이 편안함에 안주하고 싶은 생각이 스물스물 올라오기 시작한다.


"정말… 다 잊으면 편할까?"


산뜻한 봄바람이 내 앞머리에 부딪히자 바람에 따라 흔들거린다. 차갑고 모든 것이 경쟁이었던 지구보다 따뜻하고 평화로운 이곳에 정착하는 것이 훨씬 편안한데 난 왜 돌아가려고 하는걸까.


"루엘"


"예, 아가씨"


"루엘은 말야. 만약 불의의 사고로 지금 당장은 돌아갈 방법이 보이지 않는 그런 곳에 혼자 떨어졌어. 그런데 그곳이 네가 이전에 있었던 곳보다 편안함을 주는곳이라면, 원래 있던곳으로 돌아갈꺼야?"


내 갑작스러운 질문에 루엘이 잠시 당황하는듯 하더니 이내 무언가 생각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무슨 의도로 물으시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라면 돌아갈 겁니다. 비록 돌아가는 길이 험난하고, 떨어진 곳이 더 좋을지 언정 이전에 있던 곳에서 맺었던 인연은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단은 왈가닥 아가씨도 혼자 내버려둘 수는 없으니까요."


"큭큭, 그게 뭐야…"


조금은 어이없는 루엘의 대답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런 내 모습에 루엘은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저런 표정을 짓는것도 무리는 아니지. 기껏 진지하게 대답했더니 웃음이라니.


사실 이런걸 다른 사람에게 물어본다고 해서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나 혼자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게 아니라는건 알 수 있었다.


그래 일단은 돌아가보는거야. 그리고 그 다음에 이곳의 인연은 되찾을 방법을 또 찾으면 되잖아?


"저기 다들 오시는 것 같습니다. 슬슬 일어나셔야 겠네요."


루엘의 말에 전방을 바라보자 저 멀리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들며 걸어오고 있는 소냐 선배와 헤이난 그리고 에밀리와 세이루스의 모습이 보였다.


"그렇네. 읏차, 슬슬 이동해볼까?"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의 먼지를 털어낸 나는 다시 모자를 쓰고 그들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 * * * * * * * * * * * * * * * * *


항상 사람들로 북적이는 에일른 제국의 황도 에일른. 오늘은 주말이라 그런지 평소보다도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럼에도 별로 복잡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건, 잘 설계된 도시와 시대에 비해 성숙한 시민의식 덕분일까?


이곳 사람들은 평민이나 귀족이나 할 것 없이 질서를 잘 지킨다. 간혹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눈에 띄긴 하지만, 쥐도 새도 모르게 나타난 경비대에 잡혀가게되므로 거의 없다고 보면된다. 마치 뉴스에서 떠들던 일본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네.


"헤에- 우리가 좀 늦었구나?"


"아니에요. 제가 그냥 일찍 나와있던거에요."


"일레이나가 그럴줄 알았으면이야 조금 일찍올걸. 안 그래요 오라버니?"


"어? 그, 그러게."


에밀리의 말에 나도 세이루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지만, 세이루스가 딴청을 피우며 내 시선을 피한다. 뭐지? 기분탓인가.


"소냐 선배, 오늘 가서 무엇을 구매해야 되는건가요?"


뭐 사실 별 상관없었기때문에 나는 다시 관심을 소냐 선배에게로 돌렸다.


"언니"


"네?"


"언.니."


소냐 선배가 나를 웃으며 '언니' 라는 두 글자에 묘하게 힘을 준다. 왜 이러는거지? 서, 설마.


"…소냐 선배 좀 봐주시면… 안될까요."


"아아, 헤이난 오늘 돌아갈까? 묘하게 피곤한 것 같아."


"그럼 마차를…"


내 반응에 곧바로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피곤하다는 표정을 짓는 소냐 선배와 그에 헤이난 씨가 착착 장단을 맞춰준다.


"아, 알았어요. 부, 부르면 되잖아요. 부르면… 어, 어, 언…니"


으윽, 난 자꾸 지키고 싶은데 내 안의 소중한 무언가가 자꾸 부서져나가는 것 같다. 다시 한번 느끼는거지만 소냐 선배는 무서운 사람이야.


"흐응, 묘하게 우리 일레이나가 말꼬리를 흐리는 것 같지만, 조금 오래 기다린 탓에 기운이 없어서겠지?"


나를 바라보며 웃는 소냐 선배의 얼굴이 오늘따라 악마처럼 보이는건 왜일까.


"소냐 선배. 저도 언니라고 불러도 되나요?"


"어머, 물론이야. 나도 에밀리 양 같은 여동생이 있었으면 참 좋을텐데. 괜찮겠죠 세이루스 군?"


"예? 아 저야 뭐…"


"헤헤, 고맙습니다 언니."


그 와중에 에밀리는 스스로 소냐 선배에게 다가간다. 에밀리 안돼… 그 앞은 지옥이라구…


…………

………

……



얼마간 걸어 내성으로 진입한 우리는 곧 척 보기에도 건축에 꽤나 공을 들인듯한 3층짜리 마법물품 상점을 찾을 수 있었다. 문 옆에 경비대로 보이는 인원이 엄숙한 표정으로 경비를 서고 있었지만, 우리는 망설이지 않고 에일른 제국의 문양이 떡하니 박혀있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딸랑-


손님이 들어왔음을 알리면 작은 금속 종이 울리며 맑은 소리를 낸다. 그와 함께 고개를 숙이고 무언가 하고 있던 점원이 이쪽을 바라보며 환영의 인사를 건넨다.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가게 안은 오히려 소박했다.


"어서오십시오. 황립마탑 직영 마법물품 상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찾으시는 물건이 있으십니까?"


"아, 마법회로에 사용할 마법금속을 몇 가지 좀 구매하고 싶은데요."


이런 일이 꽤나 익숙한 듯 소냐 선배가 매대로 다가가 자연스럽게 일을 진행한다.


"구매가 처음이신지요?"


"아니요. 이전에도 여러번 구매한 경험이 있어요."


"혹시 어느 가문 소속이신지 여쭈어보아도 되겠습니까?"


"아크발트 후작가에요."


"아, 이런 아크발트 후작가 분이셨군요. 이거 실례했습니다. 황립마탑 소속 3급 마법사 쥘른이라고 합니다. 원래 이곳을 맡고 있는 마법사가 휴가인지라 제가 대신 이곳을 맡고있습니다. 그럼 이쪽으로 오시죠."


소냐 선배를 향해 잠시 고개를 꾸벅 숙인 마법사가 앞장서서 우리 일행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새삼 저런걸 보면 이 귀족이라는 지위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게끔 한다. 이윽고 윗층에 도착한 우리 앞에 신비한 것들이 잔뜩 나타났다.


"와아-"


그것을 본 에밀리가 탄성을 내지르고 나 또한 소리는 내지 않았지만 상당히 놀랐다. 저 뒤의 검사 2인방은 무언가 시큰둥한 표정이지만, 아래층과는 다르게 이곳에는 보기에도 수 백 가지가 넘어보이는 물품들이 각자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었다. 조그마한 약초에서부터 번쩍거리며 빛나고 있는 금속 그리고 살짝 역겹지만 무슨 생물인지 모를 생체 조직까지.


"대단하네요. 도대체 몇 가지인거죠?"


"아무렴. 괜히 국가에서 관리하고 있는 곳이 아니니까. 존재하는 거의 모든 재료들은 이곳에 다 있다고 생각하면 돼. 물론 가격이 그리 녹녹한건 아니지만."


조금 놀란 나에게 소냐 선배가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여준다. 그리고 헤이난 씨는 아까 그 마법사에게 다가가 무어라 이야기를 하고 있는게 아마 우리가 살 재료를 주문하고 있는 듯 했다. 그 모습이 꽤나 시간이 걸릴 것 같았으므로 나는 소냐 선배와 에밀리와 함께 돌아다니면서 재료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와, 이건 뭐에다 쓰는건가요?"


이것 저것을 둘러보다가 특이한 것이 보였다.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금속이 있었는데 설명을 위해 세워놓은 팻말에는 「글레이디움」이라고 적혀있었다.


"응? 글레이디움이구나. 좀처럼 구경하기 힘든 금속인데. 올해는 어떻게 물량이 조금 남았나봐."


"귀한건가요?"


"음, 귀하기도 귀하지만 주 산출지인 하르모니아 왕국쪽에서 잘 팔아주지 않거든. 대부분의 마법금속이 하르모니아에서 산출된다는 건 알고있지?"


"네. 덕분에 가격이 꽤나 비싸다고…"


거의 모든 마법도구들이 마법금속으로 이루어진 회로로 구동되지만, 그에 사용되는 마법급속들은 산출량의 절반 이상이 하르모니아 왕국에서 채굴된다. 범용적으로 이용되는 마법금속의 경우에는 대륙에서도 꽤나 많은 양이 채굴되지만, 고급 마법연구에 이용되는 희귀 마법금속의 경우는 거의 대부분이 하르모니아 왕국에서만 채굴된다고 한다.


인룡 전쟁이후로 하르모니아 왕국이 이미 반쯤 용족에게 먹혀들어갔지만, 그럼에도 대륙이 하르모니아와의 교역을 끊을 수 없는 이유이다.


"이 글레이디움은 마법력을 응축하는데 꽤나 유용한 금속이라 높은 출력의 마법력이 필요한 회로에는 안 들어갈 수가 없는 재료야. 예를들면 거리에 흔히들 있는 마법등을 켜는데에도 어지간한 출력의 마법력이 아니고서야 황도 전부를 밝히는게 힘들거든."


마법력 응축이라…?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것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는데? 응축을 하면 위력도 더 높으질 것 같고.


"그렇군요. 그래도 이렇게 판매하는게 있다는건, 올해는 남는 잉여 분량이 있다는 거겠죠?"


"음, 아마도 그렇겠지? 이곳에서 판매하는건 제국에서 미리 사용할 분량으 뺴고 남은 양을 판매하는 거니까."


"아가씨, 구매가 다 끝났습니다."


그 와중에 어느새 거래를 끝마쳤는지 헤이난 씨가 양 손에 한 눈에 보아도 묵지해 보이는 봉투를 들고 있었다.


우와, 뭐가 저렇게 많지? 실험 한번 하는데 저렇게 많은 재료가 들어가는건가?


"수고했어 헤이난. 그럼 이제 돌아갈까?"


"아, 소냐 언…니 잠시만요. 저기요!"


나는 돌아가려고 하던 일행을 잠시 붙잡고 뒤쪽에 서있던 마법사를 불렀다.


"예, 혹시 더 필요하신거라도 있으십니까?"


"이거 지금 구매 가능한가요?"


"글레이디움 말씀이시군요. 가격은 평소 시세보다 약간 높습니다만 가능하십니다. 얼마나 필요하신지요?"


일레이나, 그건 어디에다 쓰려고?"


"저도 저만의 마법도구를 한번 만들어 보려구요."


나는 내 엄지 손톱만한 글레이디움을 다섯 조각 정도 구매했다. 덕분에 꽤나 많은 비용이 지출되었지만, 조금 덜 먹고 아끼는 것으로 다시 매꿀수 있을 것이다. 옛날부터 절약에는 도가 텄으니까.


우리의 거래를 도와주던 마법사가 글레이디움은 특별히 포장해야 한다며 잠시 어디론가 들고갔다가 왠 유리용기에 글레이디움을 넣어 들고왔다. 글레이디움은 그 안에서도 특유의 무지갯빛을 내뿜고 있었는데 이건 이대로 장식품으로 사용해도 될법했다.


"글레이디움은 충격에 매우 취약한 금속입니다. 일정량 이상의 충격이 가해지면 응축되 있던 마법력과 함께 큰 폭발을 일으킬 수 있으니 취급에 주의해주셔야 합니다."


마법사의 충고를 뒤로하고 우리는 상점을 빠져나왔다. 물론 헤이난 씨가 들고있던 묵직한 두 개의 봉투를 루엘과 세이루스에게 한 개씩 안겨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루엘은 둘째치고 귀족인 세이루스에게 봉투를 넘겨주려고 하자 쩔쩔매며 자신이 들겠다고 하는걸 내가 억지로 세이루스의 품에 안겨주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헤이난 씨가 흘끗거리면서 세이루스를 바라보는 것이 아무래도 영 불편한 듯 하다.


저런 헤이난 씨의 모습은 또 새롭네. 그나저나 정말 천직인지도 모르겠어.


"자아, 그럼 다음엔 어디로 갈까?"


"에?"


갑자기 귓전을 울리는 소냐 선배의 목소리에 일순 당황했다. 오늘 재료만 사려고 나온거 아니었어?


"음, 그러고보니 요번에 노블스트리트에 새로운 의상점에 생겼다고 하던데 거긴 어떨까요 소냐 언니?"


"그래? 안 그래도 슬슬 여름이 가까워져서 새로 옷을 구입해야 했는데 한번 들려볼까?"


"에, 에에엑?"


"일레이나는 물론 같이 가는거겠지?"


웃으며 나를 바라보는 소냐 선배의 눈빛에 나는 세이루스와 루엘에게 구원의 눈빛을 보냈지만, 아까 그일 때문인지 녀석들은 내 시선을 회피하며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으으,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두고보자아!


"네, 네에…"


하지만 화가 폭발하는 내면과 달리 밖으로 나온 목소리는 수긍의 말이었다. 정말 소냐 선배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내가 밉다. 으윽


그렇게 노블스트리트인지 노예스트리트인지로 출발하려던 와중 갑자기 무언가 찌릿한 감각에 고개를 돌리자 내 옆으로 탄탄한 몸을 가진 남성 한 명과 그 뒤를 따라 걷는 보랏빛과 은빛이 섞인 긴 머리의 여인이 보인다.


왠지 저 여인을 보고 있자니 찌르르하면서 가슴이 울려온다. 마치 오래 보지못한 지인을 보는 것 처럼… 여인 또한 내 시선을 느꼈는지 잠시 건조한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이내 미련없이 고개를 돌린다.


"뭐지…?"


즉시 기억을 뒤져보았지만 저런 특이한 이목구비를 가진 사람은 기억 속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이 느낌은…


"일레이나?"


"아, 미안해요. 금방 갈게요!"


앞서가던 일행이 나를 부르는 탓에 나는 다시 발걸음을 움직일 수 밖에 없었지만, 여전히 머릿속은 아까의 그 여인으로 꽉 차있었다.


누굴까…?


* * * * * * * * * * * * * * * * *


"어떤가 3호."


멋지게 정장을 차려입은 탄탄한 몸매의 남성이 자신의 뒤를 따라 걷는 여인에게 묻는다. 여인의 모습을 특이한 머리카락의 색을 제외하더라도 매력적인터라 거리를 걷는 뭇 남성들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으나, 정작 본인은 아무런 감상도 없어보인다.


"처리대상을 기억했습니다. 주인님."


"별 다른 감상은 없는가?"


"처리대상은 처리대상일뿐. 저에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반응을 보아하니 상대쪽은 이상함을 느낀 모양인데."


"제가 실수한 것입니까?"


"아니, 그런 의도로 말한게 아니다. 단지 녀석들은 서로에게 무언가 강한 이끌림을 느낀다고 하던데 그렇지 않아보여서 하는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신경 쓸 것 없다."


"…조금은 이상한 느낌이 있습니다. 지금은 잊어버린 무언가 가슴을 울리는 그런 느낌입니다."


"정말 지독하군. 이 정도까지 감정을 죽여놓을 줄이야. 도대체 어떤 방법을 사용한거지?"


"제가 당한 일이라면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만."


척 보기에도 끔찍한 일일텐데도 아무런 감정없이 말하는 여인을 보며 남자는 얕게 혀를 찼다.


"아니 됐다. 그런걸 들어서 어쩌려고. 필시 끔찍한 것일테지."


"덕분에 저는 이렇게 새로 태어날 수 있었습니다."


"…가도록하지."


그렇게 두 남녀는 수 많은 에일른의 인파에 스며들어 곧 사라졌다.


작가의말

즐거운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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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6. 사라지지 않은 그림자 +1 15.12.04 382 0 14쪽
36 35. 여름의 끝 그리고- +2 15.12.01 577 1 14쪽
35 34. 20년 전의 이야기 +1 15.11.29 444 0 22쪽
34 33. 차오르는 악의 +2 15.11.02 388 0 18쪽
33 32. 녹색 보석을 가진 늑대 (3) +3 15.10.30 463 1 20쪽
32 31. 녹색 보석을 가진 늑대 (2) +2 15.10.18 382 2 19쪽
31 30. 녹색 보석을 가진 늑대 +2 15.10.16 396 0 16쪽
30 29. 고민, 그리고 고민 +2 15.10.13 375 5 17쪽
29 28. 당혹스러운 진실 +4 15.10.10 340 5 23쪽
28 27. 강해지려면 필요한 것 +2 15.10.07 404 5 18쪽
27 26. 데린시에르 후작가에서 (2) +3 15.10.04 371 4 17쪽
26 25. 데린시에르 후작가에서 +2 15.10.01 426 3 23쪽
25 24. 어둠의 끝 그리고 조력자 +2 15.09.28 367 3 20쪽
24 23. 어둠 속에서 +2 15.09.26 429 4 18쪽
23 22. 춘제 그리고… +1 15.09.23 448 4 18쪽
» 21. 춘제 준비 (2) +2 15.09.20 373 4 17쪽
21 20. 춘제 준비 (1) +1 15.09.09 553 4 19쪽
20 19. 차이 +2 15.09.06 449 6 16쪽
19 18. 동아리 (3) +1 15.09.03 495 6 17쪽
18 17. 동아리 (2) +6 15.09.01 433 8 17쪽
17 16. 동아리 (1) +2 15.08.30 518 6 17쪽
16 15. 재수없는 3인방 (2) +3 15.08.27 591 8 16쪽
15 14. 재수없는 3인방 (1) +5 15.08.25 401 11 20쪽
14 13. 실마리 15.08.23 548 7 19쪽
13 12. 친구 +1 15.08.12 653 7 15쪽
12 11. 입학식 +1 15.08.08 689 9 16쪽
11 10. 입학 전날 +2 15.08.05 1,224 9 13쪽
10 9. 다시 황도로 +4 15.08.01 612 11 9쪽
9 8. 습격(2) +3 15.07.29 579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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