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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돌아갈 방법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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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일라스
작품등록일 :
2015.06.21 10:47
최근연재일 :
2015.12.04 18:42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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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25
추천수 :
343
글자수 :
271,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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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0.30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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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32. 녹색 보석을 가진 늑대 (3)

DUMMY

"기사들! 2인 1조로 가슴에 녹색으로 빛나는 보석이 있는 늑대에게 붙어라! 나머지 병사들은 진형을 바꾸어 일반 늑대들을 상대한다!"

"옛!"


켄츠 경의 지휘아래 기사와 병사들이 너나할 것 없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늑대들이 달려들었지만 병사들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공격을 방어해냈다.


무거운 병장기를 들고도 신속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일절 군더더기가 없이 깔끔하다. 아마 평소에 훈련이 잘 되어있다는 건 저런 걸 보고 하는 말이겠지?


진형이 바뀌었음에도 늑대들이 여접히 매섭게 달려들었으나 아까와는 다르게 밀리지 않고 효율적으로 늑대들을 방어해냈다. 물론 방어만 한다고 상황이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에밀리 아가씨, 혹시 병사들에게 화력지원이 가능하시겠습니까?"

"에? 제, 제가요?"

"예. 지금 여기서 화력지원이 가능한건 아가씨 뿐이십니다."


켄츠 경 또한 한 방이 부족하다는 것은 알고있었는지 우리 일행 중에서 지쳐버린 나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원거리 지원이 가능한 에밀리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현명한 판단이다. 마법을 통한 화력지원이라면 내가 멀쩡하다고 해도 에밀리가 낫다. 지금은 해달라고 해도 힘들겠지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해볼게요!"


당황한 듯 토끼처럼 눈을 동그렇게 뜨던 에밀리는 이내 곧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감을 가져. 2주간 특훈한 결과를 한 번 보여주는거야!"

"응!"


발을 몇 번 내딛어보니 다리에 혼자 서있을 정도의 힘은 돌아온 듯 했다. 그것을 확인한 나는 에밀리의 작은 어깨에 올려놓았던 팔을 풀고는 그 손으로 머리를 몇 번 쓰다듬어 주었다.


잠시 눈을 감고선 내 손길을 느끼던 에밀리는 곧 몇 발자국 앞으로 걸아나가 하늘을 향해 손을 들어올렸다. 그것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자니 머릿속에서 한동안 조용하던 일레이나가 말을 걸어왔다.


『헤에, 귀엽기만 한 줄 알았더니 할 때는 또 하는 아이였군요?』

『맞아, 정말 착하고 성실한 아이라니까?』

『그래도 넘보시면 안돼요? 범죄라구요』


으윽, 자꾸 양심을 지르는 말을 하지 말아줘 일레이나…


『…지구도 아닌데 그건 그만해주면 안될까?』

『어머, 지구로 안 돌아가실건가봐요?』


요즘들어 어째 일레이나에게 미움받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끙.


내가 일레이나에 의해 양심의 가책을 받는동안 에밀리는 어느샌가 마법 기동식의 처리를 끝내고 발현을 시작하고 있었다. 마법을 발현할 때 나타나는 특유의 찬란한 빛들이 어두운 숲을 밝히며 들어올려진 에밀리의 손 주위로 투명한 얼음 화살들이 생겨났다.


저렇게 아름다운 예술품 같은 것들이 파괴적인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지만 맞으면 꽤나 고통스러울거다. 정말로.


"가랏-!"


그리고 이어진 에밀리의 당찬 외침과 함께 반짝이는 얼음 화살들이 빠른 속도로 늑대들의 사각을 향해 날아갔다.


캐갱-!


역시 빠른 투사 속도가 장점인 빙계 마법답게 정신없이 일행을 공격하던 늑대 몇 마리가 불쌍한 울음소리를 내며 저 멀리로 나가 떨어졌다. 갑작스런 마법공격에 달려드는 늑대들을 방어하던 병사들도 놀라 뒤를 바라보았지만, 마법의 시작점이 에밀리인 것을 보고는 오히려 열광하기 시작했다.


"와아아! 마법지원이다!"

"아가씨! 감사합니다!"


이외에도 여러군데서 날아드는 수 많은 감사의 말들이 들려왔지만 함성소리 때문에 제대로 들려오는 말들은 몇 가지 없었다.


인기 좋은걸 에밀리?


몸을 돌려 에밀리의 이름을 부르는 모습에 에밀리 또한 방금전까지의 진지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얼굴을 가리며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아니, 병사여러분? 일단은 아직 전투중인데…?


아니나 다를까 약간 흐트러진 틈을 타서 몇 마리의 늑대들이 공격해왔다. 하지만 사기가 하늘을 찌르는 병사들은 기합성을 내지르며 단숨에 달려드는 늑대들을 해치워 버렸다.


병사들의 분전으로 늑대들의 머릿 수가 조금 줄어들어 여유가 생기자 기사들이 각자 두 명씩 한 조를 이루어 녹색 보석을 가진 늑대에게 달려들었다.


기사들의 위협적인 돌진에 늑대들이 몸을 빼기 시작했다. 하지만 켄츠 경에게 오전 중의 일을 들은 기사들은 앞 뒤로 퇴로를 막아 늑대가 도망갈 수 없도록 압박하고 공격했다. 한 곳에 몰린 불리한 상황에서도 늑대들은 놀라운 몸놀림으로 기사들의 공격을 피해냈다.


"잘 피하긴 잘 피한다. 저걸 보면 아까 내가 총을 맞출 수 있었던 건 꽤나 운이 좋아서 일지도…"

『서커스단에 넘기면 딱 좋을 몸놀림 같은데요?』


확실히… 불붙은 링을 넘는 묘기같은거 잘할 것 같긴 하다.


단 한 방의 마력총 발사에 남은 마법력을 몽땅 쏟아부은터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는 그저 멀뚱히 전투하는 것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조금 떨어져서 전투를 구경하고 있자니 마치 영화관에서 전쟁 영화를 보고 있는 기분이다. 병사들이 앞에서 잘 방어해주니까 늑대들도 아예 나를 공격할 생각을 버린 듯 하다.


"뭔가 잉여인력이 된 것 같단 말이지… 아니 맞나?"

『남들 열심히 싸우는데 구경하고 있으면 잉여죠 뭐』


별다른 변수가 없는 상황에서 잘 훈련된 병사들과 늑대들 간에 벌어진 전투는 이전의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압승이었다. 간헐적으로 이어지는 에밀리의 강력한 마법 지원과 사기가 충천한 병사들의 단단한 방어, 그리고 날카로운 기사들의 공격은 한낱 짐승에 불과한 늑대가 견뎌낼만한 것은 아니었다.


녹색 보석을 가진 늑대들이 최후까지 끈질기게 저항했지만, 기사들에 이어 병사들까지 합세하자 결국은 쓰러졌다.


전투를 끝마친 우리 일행은 그 자리에서 늑대들의 사체 처리와 부상자들의 치료를 하고 떠나기로 했다. 평소 늑대라고 하면 그냥 사냥감 정도로만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특이한 늑대 덕분일까? 병사들과 기사들의 얼굴에는 무언가 해냈다는 뿌듯함이 깃들어 있었다.


"참, 남자들은 나이가 많으나 적으나 시대가 어떻던간에 한결같은 것 같아. 안 그래?"

『글쎄요? 남자가 아니라서 잘은 모르겠지만. 세현 씨를 보고 있자면 비슷한 것 같기고 하네요』

"…그거 무슨 의미야?"


부상을 입은 병사들도 그냥 얕게 긁힌 것이 전부였다. 위협이 될만한 특이 늑대 둘을 기사들이 붙잡고 있었으니 사상자가 나는게 더 이상할테지만. 그 늑대 두 마리도 결국 저렇게 비참한 모습으로 변했다. 기사들이 신경써준 덕분에 가슴 팍의 녹색 보석은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다.


"참, 그렇게 정신없는 사이에 저걸 피해서 공격할 만큼 여유가 있었던거야?"

『괜히 기사는 아니니까요. 저 정도도 못해낸다면 기사의 이름이 울걸요?』


이곳으로 온 목적이 저 보석이었으므로 우리 일행은 훌륭하게 그 목적을 달성한 것이 되었다.


거기다 한 마리가 아닌 세 마리거든! 목표 추가 달성이다! 덕분에 안해도 될 고생을 한 것 같기는 하다만. 어쨌거나 결과가 좋으면 그만인거야 암암.


나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늑대의 사체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 켄츠 경과 에밀리에게로 다가갔다. 정확히는 손질은 켄츠 경이 하고 에밀리는 옆에서 구경하고 있는 것이지만.


"켄츠 경, 수고하셨어요. 에밀리도 아주 끝내주던걸?"

"일레이나 아가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가씨의 그 멋진 일격이 아니었다면 상황이 많이 어려웠을 것입니다."

"맞아. 정말 대단했다구? 그런거 처음봤어!"


내 칭찬에 오히려 켄츠 경과 에밀리가 나를 하늘에 띄우기 시작했다.


"응? 아, 아니 뭘…"


오히려 돌아오는 칭찬에 조금 부끄러웠다. 뭐, 확실히 대단하기는 했지? 말 그대로 일격필살이라는 말이 딱 맞는 무기다. 조금 손은 더 봐야겠지만.


"그것보다 좀 어떤가요? 떼어내실 수 있으시겠어요?"


내 말에 켄츠 경이 약간 몸을 틀어 손질 하던 늑대의 사체를 보여주었다. 그것을 본 나는 곧 손으로 입을 가렸다.


"윽, 이게 뭐에요?"

『맙소사…』

"보시는 대로입니다."


켄츠 경 앞에 나란히 누워있는 세 구의 사체 중 한 구의 가슴팍이 절개 되어 있었다. 가슴에 박혀있던 녹색 보석은 켄츠 경이 꺼내려 했던 것인지 절개 부위에서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 떨어져있는 동그란 보석에서 똑같은 색의 긴 바늘 모양의 무언가가 늑대의 몸 안쪽으로 뻗어있는 것이 보였다.


"이건… 도대체 뭐죠?"

『혈관은 아닌것 같은데… 마치 기생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설명드리는 것 보다 조금 찝찝하시더라도 한 번 직접 보시는 것이 설명이 빠를 것 같습니다"


켄츠 경의 말에 나는 역겨움을 참고 늑대 앞에 쪼그려 앉았다. 조금, 아니 많이 찝찝했지만 나는 빠져 나와있던 녹색 보석을 집어들고는 조금씩 내 쪽으로 잡아당겼다. 잡아당길 때 마다 손에 느껴지는 반발감은 생각하기도 싫지만 이 보석이 늑대의 내부 어딘가에 박혀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우윽-"


그리고 점점 강해지는 반발력을 이겨내며 그 끝에 이르렀을 때, 나는 결국 치밀어오는 역겨움을 참지 못하고 그걸 손에서 놓아버렸다. 내 반응에 켄츠 경이 다가와서는 그것을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다만, 직접 눈으로 보시는게 확실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니에요. 썩 좋은 경험은 아니었지만…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했을까요?"

"누군지는 몰라도 심성이 아주 사악한 녀석들일 것입니다. 아무리 짐승이라고는 하나 엄연히 생명이거늘…"


그렇게 말하며 켄츠 경이 손을 꽉 말아쥐는 것이 보였다. 비록 우리를 공격하기는 했으나 그 이전에 하나의 생명으로써 인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 기사는 기사구나…. 이런 일에도 진심으로 분해하는 걸 보면.


녹색 보석에서 길게 뻗어진 바늘 모양의 무언가는 정확하게 늑대의 심장에 꽂혀있었다. 이미 죽어버린 늑대의 심장 또한 활동을 멈추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수축해 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것에 연결되어 있는 보석은 여전히 요사스러운 녹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렇다는건…


"이거… 피를 매개로 하는걸까요?"

"잘 보셨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직 신전의 권위가 살아있던 먼 옛날 이런 것들을 이용하여 생물을 부리는 악랄한 수법이 있었다고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


나와 켄츠 경의 대화를 듣던 에밀리가 한 손으로 입을 가렸다. 표정이 일그러진 것으로 보아 꽤나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듯 했다.


그것보다 신전? 아, 종교를 말하는건가? 그리고보니 여기와서는 종교 비슷한 걸 한 번도 본적이 없는 것 같네. 보통 이런 곳에서는 막 사제들이 신성력같은 걸 부리지 않나?


켄츠 경에 물었다가는 딱 의심받기 좋은 사항이었으므로 나는 잠시 뒤로 돌아 일레이나에게 궁금한 것을 물었다.


『일레이나, 에델피아 대륙에는 종교라는게 없는거야?』

『종교요? 음, 없지는 않은데… 단지 예전같이 신의 기적을 발휘하는 그런 걸 말하는거라면 이미 역사책의 한 페이지로 사라진지 오래에요』


갑작스러운 내 물음에 잠깐 침묵하던 일레이나가 곧 원하던 대답을 내주었다.


『그럼 지구에서와 같은 교리로써의 종교만 남아있다는거야?』

『그렇긴 한데 아마 그것보다도 열악할지도요. 이미 예전의 신의 권위는 추악한 사제들에 의해 땅에 떨어진지 오래이고 그 이름조차 잊혀졌으니까요』


일레이나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신의 이름마저 잊혀질 정도라면 도대체 어떤 짓을 한거야? 한 마디로 욕심부리다가 천벌 받은거구만. 잠깐, 그런데 신전에 있던 시절에 존재하던 거라면…


나는 다시 몸을 돌려 켄츠 경에게 물었다.


"켄츠 경의 말대로라면 신전이 있던 시절 그 악랄한 방법은 다 사라졌다는건가요?"

"공식적인 기록상에는 모두 없어졌다고 기록되어있습니다만, 이렇게 눈앞에 나타났으니 결국은 어떻게든 전승이 되었다는 것이겠지요."


켄츠 경의 대답에 이번엔 옆에 있던 에밀리가 질문을 던져왔다.


"그럼 지금 신의 기적없이 이런 사악한 수법을 퇴치할 방법도 있는건가요?"

"있습니다. 단지…"


해결책이 있다는 켄츠 경의 말에 에밀리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그런데 어째 켄츠 경이 말 꼬리를 흐리는게…. 잠시 숨을 돌린 켄츠 경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아직 신전의 권위가 살아있고 신의 기적이 행해지던 시절에 대해서는 알고 계실 것입니다. 사제들은 부패했었지만 그럼에도 유지가 되었던 것은 인간을 돌보아주는 신들의 따뜻함과 신전에 반하여 악랄한 수법을 사용하던 집단들의 존재가 컸습니다. 그 시절에도 마법은 존재했지만, 지금같이 체계화되고 발전되어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어지는 켄츠 경의 이야기에 나와 에밀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신의 권위가 컸던만큼 신들에게 반발하는 자 또한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신의 기적에는 한 없이 약한 존재들이었습니다. 지금 보고 계신 이런 종류의 수법도 그 부류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는건 신의 기적이 아니면 손쓸 바옫가 없다는 건가요?"


"아니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신의 기적으로는 숙주와 이런 기생체를 피해없이 분리 할 수 있었을 뿐입니다. 다만 마법으로는 숙주와 함께 통째로 소멸시켜야 한다는 점이 다를 뿐입니다. 적이라면 오히려 마법 쪽이 간단합니다. 다만, 이것이 사람이나 동료에게 붙었다고 생각하면…"

"부디 그런 끔찍한 일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래야겠군요."


내 대답에 켄츠 경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저런게 친한 사람에게 붙었다고 생각하고 그 사람을 죽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면… 그것만큼 끔찍한 일도 없겠지.


그러면서 옆에 서있는 에밀리에게 저 녹색 보석이 박혀있는 것을 상상하던 나는 이내 머리를 흔들어 그 상상을 날려버렸다. 이런 건 상상하지도 않는게 정신 건강상 이롭겠지.


"우선은 이 사체를 챙겨서 돌아가도록 해요. 후작님께 보여드리면 뭔가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그래도 제국 제일의 마법사이신걸요"

"알겠습니다. 병사들! 이리와서 두 명에 한 구씩 사체를 운반해라! 늦으면 썩어버릴거다. 온 몸에 시체냄새가 베고 싶지는 않겠지?"

"옙!"


켄츠 경의 호령에 앉아서 쉬고 있던 병사들이 우렁차게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시지요."

"다시 한번, 수고 많으셨어요 켄츠 경. 그리고 여러분 모두 제 억지에 끝까지 따라와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내 정중한 감사 인사에 기사들은 예를 갖추는 것으로 그리고 에밀리는 방긋 웃으며 내 팔에 달라붙는 것으로 화답해주었다.


인사만 하고 끝내려던 나는 생각지도 못한 에밀리의 습격에 당황해버렸다! 으옷? 이 느낌은…!


"에밀리 닿, 닿는다고?"

"에이, 여자끼리 뭐 어때서 그래?"

『엉큼한 생각하지 말아요!』


네, 네에… 하지만 부드러운걸…


* *


데린시에르 영지의 중심인 후작성내.


본래라면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야할 장소이지만, 뙤약볕이 내리쬐는 점심 시간에는 다들 더위를 피하느라 건물 안에 들어가있는지 거리가 한산하다. 그 거리를 걸어가는 몇 없는 사람들 중에서 덥지도 않은지 후드를 쓰고 걸어가는 누군가의 뒤로 종이 한장이 팔랑거리며 떨어졌다.


아직 한 낮이었지만 주점에가서 시원한 맥주라도 한 잔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남자는 종이 한 장이 길에 떨어진 것을 발견했다. 그것을 줏어든 남자는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가 후드를 쓴 사람을 발견했다. 근방의 길가에 자신을 제외하면 사람이라고는 저 사람이 유일했으므로 저 사람의 소유물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런 더운 여름날에 덥지도 않으지 시커먼 후드를 뒤집어 쓴 상대가 영 수상해보였지만, 치안이 좋기로 소문난 이곳에서 무슨 일이나 있겠냐고 생각한 남자는 오랜만에 착한 일을 하기로 마음먹고는 앞에 걸어가던 사람을 불렀다.


"저기요! 뭔가 떨어뜨리셨습니다만…"


남자의 낮은 목소리에 앞서 걸어가던 사람이 걸음을 멈추더니 이내 뒤로 돌아선다. 잠시 품을 뒤져보더니 이내 남자에게 고개를 향했다.


"아! 고마워요. 하마터면 잃어버릴뻔 했네요. 소중한 것이거든요."


안이 보이지 않는 시커먼 후드 속에서 듣기 힘든 아름다운 미성이 들려왔다. 그것을 들은 남자는 분명히 이 사람이 굉장히 아름다운 젊은 여성이라고 생각했다. 남자는 그 아름다운 목소리에 가슴이 뛰는 것을 느겼다. 그와 동시에 머릿 속에 한 가지 생각이 몽실몽실 떠올랐다.


'목소리도 이렇게 아름다운데 과연 어떻게 생겼을까?'


그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남자는 절로 그곳으로 피가 쏠리는 것이 느껴졌다. 최근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한 보상을 받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으로 집에 기다리고 있는 아내가 떠올랐지만 매일 바가지만 긁어대는 아내보다는 눈 앞의 젊은 여자에게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후드를 쓴 사람이 종이를 돌려받기 위해 남자에게로 점점 다가왔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진한 복숭아 향이 남자의 코를 유린했다. 모습을 보지는 못했지만 목소리와 더불어 향까지 맡자 남자는 머릿속으로 자신의 이상형을 그리며 이 여자가 그런 여자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정말 이대로 이 여자의 얼굴을 보았다가는 이성을 유지하기가 힘들 것 같았다. 얼굴이 보일 듯 말 듯 한 거리까지 다가온 여자에게 남자는 쭈뼛거리며 들고있던 종이를 돌려주었다.


종이를 돌려받은 여자가 내용을 확인하더니 그것을 다시 품 안에 넣었다. 그리고는 조금씩 남자를 향해 다가오더니 이내 발돋움하여 남자의 귓가에 얼굴을 가져다 대었다.


"그런데 혹시… 내용을 보았나요?"

"…!"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남자는 순간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꼈다. 간신히 이성이 날아갈 뻔한 것을 붙잡은 남자는 심호흡을 하고는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아, 아니요. 남의 물건을 함부로 훔쳐보는 것은 실례이지요."

"어머나, 멋지신 분이시네요."


볼일이 끝났음에도 여자가 자신에게서 떨어지지 않자 남자 또한 이 여자가 분명히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거라고 생각했다.


'이 여자가 유혹한 것이니까…'


남자는 마음속으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며 여전히 자신에게 붙어있는 여자의 어깨를 향해 조심스럽게 손을 옮겨갔다.


"그래도 차라리 봤으면 나을뻔했어요."


달콤한 여자의 목소리와 함께 남자는 갑자기 격통과 함께 숨쉬기가 힘들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커…컥"

"왜 죽었는지도 모르고 죽어버리면 귀신이 되어버릴지도 모르잖아요? 킥!"


방금 전까지 자신이 하려고 했던 행동조차도 잊어버린채 남자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아래로 내린 시선에 자신의 가슴에 자루만 남긴채 파고들어가 있는 단검이 보였다.


"이…이년이"

"정확하게 찔러드렸으니 고통은 길지 않을거랍니다! 그럼 이만…"


장난스럽게 말한 여자는 이내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여자에게 손을 뻗던 남자는 이내 그대로 앞으로 쓰러져 움찔거리더니 이내 움직임을 멈추었다.


"아아, 나도 참 바보같지. 칠칠치 못하게 이런걸 흘리고 다닌담?"


여자는 자신의 품에서 아까 돌려받은 종이를 꺼내어 펼쳤다. 종이에는 복잡하게 적혀있는 무언가와 함께 인간의 신체의 모습 그리고 동그란 무언가가 그려져 있었다.


"그나저나 그 아이들이 그렇게 쉽게 당할 줄이야. 나름 공 들인 아이들이었는데. 역시 짐승은 짐승이라는걸까?"


잘 보이지 않는 후드 속에서 여자가 입술을 삐죽였다. 아마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듯 했다.


"그래도 이제 거의 완성이야. 이것만 완성된다면… 그 동안 이루지 못했던 비업을 이룰 수 있으니까…"


그 말을 마지막으로 여자는 그늘진 골목 사이로 사라졌다. 그리고 뙤약볕이 내리쬐는 거리 한복판에는 억울한지 눈을 부릅뜬 채 죽어있는 남자의 시체만이 남았다 .


작가의말

인터넷 회선문제로 조금 더 늦었습니다!


다시 원래의 연재주기로 복귀합니다! 


즐거운 감상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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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5. 여름의 끝 그리고- +2 15.12.01 577 1 14쪽
35 34. 20년 전의 이야기 +1 15.11.29 444 0 22쪽
34 33. 차오르는 악의 +2 15.11.02 388 0 18쪽
» 32. 녹색 보석을 가진 늑대 (3) +3 15.10.30 464 1 20쪽
32 31. 녹색 보석을 가진 늑대 (2) +2 15.10.18 382 2 19쪽
31 30. 녹색 보석을 가진 늑대 +2 15.10.16 396 0 16쪽
30 29. 고민, 그리고 고민 +2 15.10.13 375 5 17쪽
29 28. 당혹스러운 진실 +4 15.10.10 340 5 23쪽
28 27. 강해지려면 필요한 것 +2 15.10.07 405 5 18쪽
27 26. 데린시에르 후작가에서 (2) +3 15.10.04 371 4 17쪽
26 25. 데린시에르 후작가에서 +2 15.10.01 428 3 23쪽
25 24. 어둠의 끝 그리고 조력자 +2 15.09.28 367 3 20쪽
24 23. 어둠 속에서 +2 15.09.26 429 4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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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 춘제 준비 (1) +1 15.09.09 553 4 19쪽
20 19. 차이 +2 15.09.06 449 6 16쪽
19 18. 동아리 (3) +1 15.09.03 495 6 17쪽
18 17. 동아리 (2) +6 15.09.01 433 8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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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4. 재수없는 3인방 (1) +5 15.08.25 401 11 20쪽
14 13. 실마리 15.08.23 548 7 19쪽
13 12. 친구 +1 15.08.12 653 7 15쪽
12 11. 입학식 +1 15.08.08 690 9 16쪽
11 10. 입학 전날 +2 15.08.05 1,224 9 13쪽
10 9. 다시 황도로 +4 15.08.01 612 11 9쪽
9 8. 습격(2) +3 15.07.29 579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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