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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상

친구가 없으니 힐러지만 혼자 사냥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콩상
작품등록일 :
2021.05.25 00:04
최근연재일 :
2021.08.07 21:23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9,022
추천수 :
243
글자수 :
158,190

작성
21.07.25 20:07
조회
52
추천
2
글자
10쪽

32화. 공허의 주인

DUMMY

"네 이놈! 왕의 몸으로 더러운 말을 내뱉지 마라!"

홍장군은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비틀거리던 몸을 다잡고 강력한 기합을 내뱉었다.

전열에 당당히 선 홍장군에게 백장군도 마나를 짜내서 힐과 각종 버프를 시전했다.

황장군은 이미 스킬 시전을 위해 영창을 외우고 있다.

그들은 이미 결사의 각오를 마친 듯했다.


"너희들... 아직도 싸울 생각이야?"

"주군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는 건 부하로서 당연한 처사..."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싸움을 택하는 건 무모한 행위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묘영삼장의 충의는 죽음을 아득히 극복하는 것이었다.


"헤론... 저들의 마음은 숭고한 거야. 하지만 우리까지 그들의 신념에 목숨을 버릴 필요는 없어."

베니는 내 청개구리 성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도망치자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 속에 담긴 간절함만큼은 사무치게 느껴졌다.


어떡하지...

어떻게 하면 샤폰을 배후에 두고 도망칠 수 있을까.

애초에 도망치는 게 가능하기는 할까?

생각하기는 싫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묘영삼장을 미끼로 삼고 희생시킨 뒤 빠져나오는 방법이다.

비록 만난 지 얼마 안 된 데다 마물이지만...

그런 행동을 나 스스로 납득할 수 있을까...?


묘영삼장이 자신을 향해 대치하고 있는 것을 보자 샤폰은 그 커다란 입을 찢어지듯 벌리며 웃었다.

"어머~ 너희들 지금 뭐 하는 거야? 히히히. 엎드려서 달게 죽음을 받지는 못할망정... 정말 눈꼴시리다니까."

샤폰은 입을 크게 벌려 마나를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저건 묘왕적광... 은사님! 피하시오!"

홍장군의 경계의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샤폰은 능글맞게 웃었다.

"걱정 마. 지금 죽는 건 너희들뿐이야. 이 추남은 내가 데리고 갈 거거든."


"그렇게는 안된다.!"

황장군이 스킬 시전 준비가 끝난 듯 주변에 저릿저릿한 마나를 두르고 온몸을 휘감고 있던 사슬을 풀어헤쳤다.

"내 오늘을 위해 오랜 시간 다듬어온 비기. 아낌없이 사용해 주마. 황묘천뇌(黃猫天雷)!"

던전 내부가 아니었다면 그야말로 하늘이 열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을 것이다.

마치 태풍에 휘말린 듯한 압력에 눈을 뜨기조차 힘들다.

"윽. 애송이들이! 묘왕적광!"


두 개의 마법이 충돌하자 던전은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크게 진동했다.

그 충격에 휩싸이는 것만으로도 목숨이 위험할 정도였다.

나는 재빨리 홍장군과 백장군 앞으로 달려가 자릿투 헬을 방패형으로 변형했다.

"고맙소 은사님..."

"고맙다는 말 하지 마... 내가 할 수 있는 건 고작 이 정도니까.."


나는 너희들의 목숨을 대가로 이곳을 빠져나갈 생각까지 하고 있는 나쁜 놈이야.

고맙다는 말을 들어버리면 정신적 타격이 있다고...

아니면 죄책감에 내가 도망치지 못하게 일부러 고맙다는 말을 하는 건가?

설마... 그 정도로 똑똑한 놈들이었으면 이지경까지 오지도 않았겠지.

상황이 파국으로 치달으니 온갖 생각이 다 든다.

정말 어떻게 해야 할까...


퍼엉!!

풍압으로 날아온 거대한 바위가 자릿투 헬에 부딪쳐왔다.

"크윽..."

버티고 있는 팔이 저릿저릿하다.

젠장. 고민할 틈도 쉽게 주지 않는군...


방패로 눈앞을 모두 가리고 있는 탓에 황장군과 샤폰. 그들의 거대한 마법의 향연을 제대로 볼 수도 없다.

승자는 누가 될지조차 예상하기 힘들다.

하긴, 상대는 백묘왕의 힘을 마음대로 사용하는 마왕의 심복.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황장군이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쉬이이익.


둘의 힘겨루기가 끝나고 던전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뿌연 연기가 시야를 가리고 거대한 폭발음으로 인해 청각도

어느 한쪽의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혹시 지금이라면...

이대로 던전을 나가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내 방패 뒤에서 쇠약해진 몸을 끌고 승산이 없는 싸움을 시작할 이들을 버리고 말이다...


"제길. 나더러 어쩌란 말이야."

나는 스킬 탐마안을 사용해 황장군을 찾아 나섰다.

동시에 샤폰의 기척도.

"응...?"

샤폰이 있던 곳을 바라보자 탐마안에 누군가의 기척이 포착됐다.

위치는... 바로 코앞!


"흐앗!'

그와 동시에 내 뒤에 있던 홍장군이 총알처럼 튀어나갔다.


쿠웅!


이미 이쪽을 향해 내질러진 공격은 우리의 몸을 반으로 갈라놓을 기세로 날아왔다.

홍장군이 먼저 눈치채고 방어하지 않았다면 큰 데미지를 입을뻔했다.

하지만 홍장군은 방어하는 것만으로 데미지를 입었는지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히히히히. 제법이네? 어떻게 막은 거지? 기척을 숨기려고 나름 노력한 건데~"

눈앞에 나타난 샤폰은 외관상 거의 데미지를 입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황장군은...?"

"크윽... 여기 있소."

황장군은 그에 비해 이미 몸 전체가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백장군이 황장군에게 다급히 힐을 시전하려 했지만 마나가 남아있지 않은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끝났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완벽한 패배다.

샤폰은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사뿐사뿐 다가왔다.


"자. 이제 슬슬 마무리해도 되겠니? 너무 오래 노는 것도 락시아님을 불쾌하게 만들지 모르니까."

샤폰은 꼬리를 높이 들어 올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홍장군을 향해 내리쳤다.


콰앙!!


굉음과 함께 바닥이 깊게 파일 정도로 큰 충격이다.

홍장군은... 미처 피하지 못했다.


"하윽... 이...이게 뭐람."

하지만 공격은 홍장군의 한치 옆에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샤폰이 머리를 감싸며 고통스러워했다.

"으아악. 이 괴물 같은 놈... 설마 아직도 저항하는 거야?"


'내가 이놈을 붙잡고 있을테니 부디 나의 심복들과 함께 도망가시오.'

머릿속으로 누군가의 의사가 전달됐다.

'당신은...?'

'내가 진짜 백묘왕이오.'

진짜 백묘왕이 샤폰의 지배를 벗어나 의식을 되찾은 듯하다.

베니의 공명 능력을 이용해 백묘왕에게 직접 의사를 전달했다.

'대체 어떻게 의식을 되찾은 거지?'

'크윽... 길게 이야기할... 시간은 없소... 단지 내 심복들이 내 손에 죽임을 당하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을 뿐...'


백묘왕은 홍장군의 죽음을 앞에 두고서 극한의 힘을 발휘해 의식을 되찾은 것이었다.

부하나 주군이나... 하나같이 대단한 정신력이다.


"이건... 왕의 기운... 드디어 돌아온 것입니까..."

홍장군이 백묘왕의 기척을 느끼고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그걸 보고 쓰러져 있던 황장군과 백장군도 다시 일어섰다.

"왕이... 지금 저 악귀와 맞서 싸우고 계시다. 형제들이여. 우리도 맞서 싸우자!"

그들은 당장이라도 다시 싸울 기세였다.


"저기... 얘들아..."

나는 백묘왕에게 전해 들은 명령을 전하기 위해 입을 벌려 봤으나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들은 더 이상 싸울 수 있는 몸이 아니었다.

당장이라도 축 늘어질 것만 같은 몸에 간신히 뜨고 있는 눈은 언제 감겨도 이상하지 않다.

그럼에도 그들은 도망치지 않는다.

그게 설령 그들의 왕이 바라는 일이라 할지라도.

절대로 굽힐 수 없는 신념이 그들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도저히 함께 도망치자는 말은 도저히 할 수 없었다.


"헤론... 지금이야."

베니는 지금이 도망칠 유일한 타이밍이라고 알려왔다.

"큭... 어떡하지."

"이렇게 된 이상 여기서 살아나가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야. 던전의 정체에 대해 세상에 공표하고 힘을 모아서 다시 구하러 오자."

"그래도... '지금 여기 있는' 저 녀석들은 모두... 죽는 거 아니야?"

"... 어쩔 수 없어. 샤폰이 말했듯이 결계 안에서 저들이 죽어도 '실체'는 살아있어. 하지만 우리가 죽으면 모든 게 끝이야."


베니와 이야기하고 있는 사이 샤폰이 괴성을 지르며 한차례 날뛰었다.

"히히히히. 발악하는 모습이 귀엽네~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볼까? 이번에야말로 정신, 마나 너의 모든 걸 먹어치워줄게 조금만 기다려. 히히히."

이미 백묘왕의 정신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듯하다.

조만간 샤폰이 다시 백묘왕을 제압하고 육체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면, 그때야말로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칠 수 없다.


"그래... 네 말이 맞아 베니."

나는 이번에야말로 고개를 끄덕였다.

베니의 말대로 나는 할만큼 했고 이제 한계다.

이 이상 그들과 목숨을 걸고 싸워줄 의리는 없다.

나는 발걸음을 던전 입구로 향하려고 몸을 돌렸다.


"은사님!"

그런 나를 홍장군이 큰소리로 불렀다.

내가 도망가는 건 또 어떻게 알고... 제길, 날 그냥 도망가게 놔둬.

이 정도로 너희들을 도와줬으면 됐잖아?

난 너희랑 여기서 죽고 싶지 않아.

그런 생각이 들자 그들의 뻔뻔스러움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는 화난 기색을 숨기지 않고 녀석들을 돌아봤다.


"여기까지오 은사님."

"우리는 상관하지 말고 어서 가시오."

'얼른 이곳을 벗어나시오. 앞으로의 일은 우리 힘으로 개척해내리다.'

그들은 필사적으로 나를 등지는 방향으로 샤폰을 막아서고 있었다.


"너희들..."

나는 착각하고 있었다.

그들은 나를 말리려던 게 아니다.

혹시나 이 앞에 벌어질 싸움에 휘말려 내가 죽게 될까봐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 녀석들은 비록 죽어도 다시 살아나지만...

살아난다 해도 완전히 같은 생명체는 아니다.

저들은 다시 그 지옥 같은 생활을 반복해야만 한다.

지금의 고투도, 진실도 모두 잊은 채로, 다시 그 무지의 암흑 속에서 오지 않는 구원을 기다려야만 한다.

그런데도... 나보고 도망가라고 외치고 있다.


......


젠장.

거봐... 그럼 그렇지.

어차피 누구와의 관계도 성공적으로 맺을 수 없어 나는.

그러니 누구에게도 피해 주지 않고 혼자 지내기로 했던 거였는데...

인간들을 미워하는 척해도, 결국은 저런 마물들에게조차 마음을 내주고 말잖아?

나는 또... 믿었던 것에 배신당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서

사물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


갑자기 머리에 피가 쏠렸다.

분노로 온몸의 피가 쏠려 현기증이 날 정도다.

문득 예전에 있었던 일이 데자뷰처럼 머리를 스쳤다.

내 인생을 통째로 바꾸어버렸던,

아직 인간을 믿었던 시절의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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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7화. 묘족의 맹세 21.08.04 32 1 11쪽
37 36화. 공허의 주인 21.08.01 36 1 11쪽
36 35화. 공허의 주인 21.07.31 41 3 13쪽
35 34화. 공허의 주인 21.07.29 38 2 13쪽
34 33화. 공허의 주인 21.07.26 39 3 10쪽
» 32화. 공허의 주인 21.07.25 53 2 10쪽
32 31화. 공허의 주인 21.07.25 55 4 8쪽
31 30화. 공허의 주인 21.07.23 51 4 10쪽
30 29화. 공허의 주인 21.07.21 55 5 12쪽
29 28화. 공허의 주인 21.07.21 61 2 6쪽
28 27화. 공허의 주인 21.07.18 75 4 9쪽
27 26화. 공허의 주인 21.07.18 71 3 11쪽
26 25화. 공허의 주인 21.07.17 70 3 13쪽
25 24화. 공허의 주인 21.07.15 71 5 9쪽
24 23화. 공허의 주인 21.07.13 70 5 11쪽
23 22화. 공허의 주인 21.07.13 76 4 6쪽
22 21화. 공허의 주인 21.07.11 92 4 7쪽
21 20화. 공허의 주인 21.07.11 100 4 5쪽
20 19화. 공허의 주인 21.07.07 103 4 8쪽
19 18화. 공허의 주인 21.07.05 107 5 8쪽
18 17화. 공허의 주인 21.07.03 116 4 9쪽
17 16화. 공허의 주인 21.07.01 143 6 5쪽
16 15화. 공허의 주인 21.06.29 167 6 4쪽
15 14화. 공허의 주인 21.06.27 190 5 13쪽
14 13화. 공허의 주인 21.06.25 206 5 8쪽
13 12화. 공허의 주인 21.06.22 281 5 19쪽
12 11화. 슬라임... 잡았다고... 21.06.19 301 8 10쪽
11 10화. 슬라임... 잡았다고... 21.06.17 298 7 8쪽
10 9화. 슬라임... 잡았다고... 21.06.15 313 7 8쪽
9 8화. 슬라임... 잡았다고... 21.06.12 402 9 22쪽
8 7화. 슬라임... 잡았다고... 21.06.10 448 8 10쪽
7 6화. 슬라임... 잡았다고... 21.06.08 501 10 8쪽
6 5화. 슬라임... 잡았다고... 21.06.06 561 10 8쪽
5 4화. 슬라임... 잡았다고... 21.06.03 588 12 8쪽
4 3화. 슬라임... 잡았다고... 21.06.01 626 11 7쪽
3 2화. 슬라임... 잡았다고... 21.05.30 711 15 9쪽
2 1화. 슬라임... 잡았다고... +1 21.05.27 888 20 7쪽
1 프롤로그. 힐러로 솔플합니다 +1 21.05.25 938 27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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