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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상

친구가 없으니 힐러지만 혼자 사냥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콩상
작품등록일 :
2021.05.25 00:04
최근연재일 :
2021.08.07 21:23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9,023
추천수 :
243
글자수 :
158,190

작성
21.07.07 23:43
조회
103
추천
4
글자
8쪽

19화. 공허의 주인

DUMMY

콰앙!!


머리를 살짝 스친 파괴적인 위력의 공격은 내가 있었던 곳에 거대한 구덩이를 만들었다.

다행히도 베니의 위험 신호 덕분에 목숨을 보전할 수 있었다.

"칫. 대체 무슨 일이야."

"아무래도 백묘왕이 나타난 것 같아."

"확실히. 거대한 기운이 느껴져. 굉장히 어두운 기운이..."

"앞으로 능력 강화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10분이야. 그전에 끝내야 해."


나는 시야를 가리던 뿌연 연기가 잠잠해질 때쯤이 돼서야 상대방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저건..."

"백묘왕은 아닌 것 같네."

고양이 머리를 한 세 명의 반인반수가 마치 벌레라도 보는 듯한 표정으로 이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등 뒤에 저마다 황(黃), 백(白), 홍(紅)의 글자가 적힌 거대한 깃발을 달고 팔짱을 낀 채 이쪽을 내려다보는 모습은 마치 언제라도 죽음을 선사할 수 있는 하등생물체를 바라보는 듯했다.

어두운 동굴 속에서도 날카롭게 빛나는 고양이 특유의 눈동자는 정적인 풍경 속에서 한층 긴장감을 더했고 그들이 품고 있는 고압적인 분위기는 공기를 한층 무겁게 만들었다.


나는 그 위압감에 털끝이 모두 곤두서는 느낌이었으나 기선제압을 위해 먼저 말문을 열었다.

"네놈들은 뭐야? 백묘왕의 수하냐?"

나의 물음에 가장 선두에 있던 붉은 갑주를 걸친 고양이가 대답했다.

"백묘왕께 존칭을 붙이지 않는 인간이라니, 백번 죽어 마땅한 죄로다."

"흥. 네놈들이야 모시는 입장이니 그렇다 쳐도 나는 생전 보지도 못한 놈인데 존칭을 왜 붙이냐?"

나는 놈들의 화를 돋우기 위해 최대한 자극적으로 이야기했다. 풍기는 기운으로 볼 때 놈들은 보통 몬스터가 아니다. 앞으로 벌어질 싸움에 대비해 최대한 평정심을 잃게 만들어야 한다.

"말투가 상스러운 것이 미천함에 바닥이 없는 수준이로구나. 네놈이 우리의 동포를 죽였나?"

"동포? 바닥에 늘어진 이 시체들 말이냐. 이미 죽어있는 놈들인데 내가 어떻게 다시 죽이냐? 아~ 오히려 죽은 놈들이 죽은 거면 산 게 되려나? 하하"

"... 아무래도 대화할 가치조차 없는 놈인가 보군. 네놈의 목숨으로 죽은 동포들을 위로해야겠다. 묘영삼장(猫英參將)의 이름으로 네놈을 먼지로 돌려주마."


"묘영삼장... 헤론. 아무래도 긴장해야겠는데?"

"그러게... 이 녀석들이 묘영삼장일 줄이야."

고양이 지옥을 조사할 때 들어본 적이 있다.

지하 10층의 백묘왕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반인반수 셋을 가리켜 묘영삼장이라 부른다. 그들은 황장군, 백장군, 홍장군이라 불리며 각각 주술, 도술, 무술을 사용해 적을 물리친다.

그들의 무서운 점은 개개인이 높은 무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협공한다는 점인데, 이들을 물리치기 위한 공략법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건 도술을 사용해 서로를 회복시키는 힐러 역할을 하는 백장군을 먼저 물리치는 것이다.


붉은 갑주의 홍장군은 두 주먹을 불끈 쥐더니 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하아~"

그 뒤로 하얀 깃털로 만든 도복에 굵은 염주를 목에 걸친 백장군과 노란 쇠사슬을 몸에 칭칭 감은 검은 지팡이를 든 황장군이 뭐라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상당히 고급 스킬을 사용하려는 듯 발동 시간이 꽤 길게 이어졌다.


"지금이 기회야 헤론! 놈들이 주문을 외울 때 공격하자."

"알겠어!"


나는 그대로 자릿투 헬을 활의 형으로 변형해 가장 먼 곳에 포진한 백장군에게 활을 겨눴다.

평소라면 활은 위력이 부족해 상급 몬스터에게 유효타를 주지 못하지만 능력 강화로 완력이 월등히 강화된 지금이라면 치명상을 입힐 수 있을 것이다.

"받아라!"

시위를 놓고 빠른 속도로 대기를 가르며 활은 백장군을 향해 날아갔다.

꽤나 거리가 있는 데다 힘을 과하게 준 탓에 조준이 정확히 급소를 향하지는 못했으나 유효타로 적중될 만한 궤도였다.


"어림도 없다! 척시진(斥矢陣)"

홍장군은 하늘을 향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스킬을 발동시켰고 화살은 마치 단단한 바위에 부딪힌 것 마냥 힘없이 나가떨어졌다.

"큭. 뭐지?"

갑자기 허공에서 튕겨져 나가는 화살이라니 영문을 알 수가 없다.

"원거리 공격을 방어하는 스킬... 일종의 결계인 것 같아."

베니는 마나의 흐름을 본능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서 스킬들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빠른 편이다. 덕분에 베니의 직관에 따른 스킬 판독은 매우 신뢰할만하다.


"결계라... 그럼 저 녀석들을 저곳에서 빼내거나 결계를 부시지 않는 한 원거리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는 거군."

"그렇지. 백장군을 노리기가 더 힘들어졌는데."

"이제 어쩌지 베니. 좋은 생각이라도 있어?"

"글쎄, 우선은 부딪쳐 보는 수밖에."


나는 자릿투 헬을 검의 형으로 변형했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여전히 기를 모으고 있는 홍장군의 목덜미를 향해 검을 내질렀다.

"어떠냐. 내 장기. 생각 없이 지르고 보는 망설임 없는 공격이!"

나는 예전부터 결정을 내리면 잡생각이 들기 전에 바로 행동하는 습성이 있어 이렇게 나 스스로도 놀랄 만큼 빠르게 기습 공격을 감행한다.

홍장군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내 공격을 무시한 채 무시무시한 기운이 담긴 주먹을 내질렀다. 본능적으로 이 공격을 받아내면 나는 물론 베니도 무사하지 못할 거란 직감이 들었다.

"쳇."

검을 거두고 공격을 회피하는데 온 정신을 집중하여 간신히 피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걸로 확실히 알았다.

녀석은 나의 공격 따위 안중에도 없다. 자신의 공격에만 집중하고 있을 뿐. 서로 공격을 주고받았을 때 어느 쪽이 승자가 될지 여실히 알고 있다는 듯한 느낌이다.


"호오~ 피했단 말인가. 네놈에게 과분한 주먹이거늘."

"웃기고 있네. 그 짧막한 주먹으로 어디 써먹을 데나 있을까?"

나는 자릿투 헬을 창의 형으로 바꾼 뒤 조금 더 긴 간격에서 놈을 공략하기로 했다.

검은 비교적 공격 거리가 짧아 놈의 주먹과 교환되는 구도가 나오는데 놈의 파괴력으로 볼 때 승산이 없기 때문이다.


"흐럇!"

창을 가장 빠른 동선으로 놈의 미간을 향해 찔렀다.

마치 빨려 들어가듯 매끄럽게 내질러진 창을 놈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살짝 고개를 젖혀 피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빙글 돌아 나를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퍼엉!!


주먹에 온 시선이 집중되어 있던 나는 미처 피하지 못하고 놈의 발차기를 복부에 정통으로 맞았다.

"크악...."

HP가 일부 하락한 것으로 볼 때 베니가 충격을 모두 흡수하지 못한 것 같다. 게다가 베니가 지나치게 강한 공격으로 큰 대미지를 입었을 가능성이 크다.

"괜찮아 베니?"

"아니... 윽.. 이 녀석 진짜 강한데? 이제껏 이렇게 강력한 충격은 처음이야. 내 경화로도 버티지 못해."

"젠장. 이 녀석들. 원래 이렇게 강했나? 아무리 중간 보스라지만 중급 던전에서 우리가 고전할 정도인가? 능력 강화도 사용했는데..."

"그럴 수밖에. 이 녀석들과 맞붙은 헌터들은 모두 파티 사냥 중이었을 테니 난이도가 사뭇 다르겠지. 애초에 홍장군의 발목을 탱커가 붙잡고 있는 사이 백장군과 황장군을 먼저 해치우는 전략이 보편적인 공략법이니까."

"제길. 역시 솔로 플레이는 보통 어려운 게 아니네."


이럴 때면 파티원 하나만 있었어도 사냥이 참 많이 편했을 거라는 아쉬운 마음은 들지만 뭐 어쩌겠나. 친구가 없는데.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당당히 계속 나아갈 뿐, 다른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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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휴재 공지 21.08.07 48 0 1쪽
38 37화. 묘족의 맹세 21.08.04 32 1 11쪽
37 36화. 공허의 주인 21.08.01 36 1 11쪽
36 35화. 공허의 주인 21.07.31 41 3 13쪽
35 34화. 공허의 주인 21.07.29 38 2 13쪽
34 33화. 공허의 주인 21.07.26 39 3 10쪽
33 32화. 공허의 주인 21.07.25 53 2 10쪽
32 31화. 공허의 주인 21.07.25 55 4 8쪽
31 30화. 공허의 주인 21.07.23 51 4 10쪽
30 29화. 공허의 주인 21.07.21 55 5 12쪽
29 28화. 공허의 주인 21.07.21 61 2 6쪽
28 27화. 공허의 주인 21.07.18 75 4 9쪽
27 26화. 공허의 주인 21.07.18 71 3 11쪽
26 25화. 공허의 주인 21.07.17 70 3 13쪽
25 24화. 공허의 주인 21.07.15 71 5 9쪽
24 23화. 공허의 주인 21.07.13 70 5 11쪽
23 22화. 공허의 주인 21.07.13 76 4 6쪽
22 21화. 공허의 주인 21.07.11 92 4 7쪽
21 20화. 공허의 주인 21.07.11 100 4 5쪽
» 19화. 공허의 주인 21.07.07 104 4 8쪽
19 18화. 공허의 주인 21.07.05 107 5 8쪽
18 17화. 공허의 주인 21.07.03 116 4 9쪽
17 16화. 공허의 주인 21.07.01 143 6 5쪽
16 15화. 공허의 주인 21.06.29 167 6 4쪽
15 14화. 공허의 주인 21.06.27 190 5 13쪽
14 13화. 공허의 주인 21.06.25 206 5 8쪽
13 12화. 공허의 주인 21.06.22 281 5 19쪽
12 11화. 슬라임... 잡았다고... 21.06.19 301 8 10쪽
11 10화. 슬라임... 잡았다고... 21.06.17 298 7 8쪽
10 9화. 슬라임... 잡았다고... 21.06.15 313 7 8쪽
9 8화. 슬라임... 잡았다고... 21.06.12 402 9 22쪽
8 7화. 슬라임... 잡았다고... 21.06.10 448 8 10쪽
7 6화. 슬라임... 잡았다고... 21.06.08 501 10 8쪽
6 5화. 슬라임... 잡았다고... 21.06.06 561 10 8쪽
5 4화. 슬라임... 잡았다고... 21.06.03 588 12 8쪽
4 3화. 슬라임... 잡았다고... 21.06.01 626 11 7쪽
3 2화. 슬라임... 잡았다고... 21.05.30 711 15 9쪽
2 1화. 슬라임... 잡았다고... +1 21.05.27 888 20 7쪽
1 프롤로그. 힐러로 솔플합니다 +1 21.05.25 938 27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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