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콩상

친구가 없으니 힐러지만 혼자 사냥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콩상
작품등록일 :
2021.05.25 00:04
최근연재일 :
2021.08.07 21:23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9,024
추천수 :
243
글자수 :
158,190

작성
21.06.06 15:03
조회
561
추천
10
글자
8쪽

5화. 슬라임... 잡았다고...

DUMMY

'이대로 죽으면, 어머니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순간적인 죽음의 충동 속에서 나는 약간의 두려움과, 또 약간의 안도감을 느꼈다.

어머니가 가르쳐 준 삶의 방식을 따르기 위해 나는 힐러가 되었다.

비록 오래 지속하지는 못했지만, 역시나 인간들은 너무했고 실망스러웠지만 나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버티고 버텼다.

숱한 배신과 상처 속에서 인간을 미워하게 되기 전에 힐러 따위 그만두자는 생각에 혼자 사냥도 나서봤지만 모든 게 헛된 꿈이었을 뿐이다.

어머니의 옆에서 영원히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 중에도 죽음은 시시각각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죽어라 꼬맹이!"

거대한 도끼가 돌풍처럼 날아들었다.

"크악!"

대기를 찢는 듯한 위력의 도끼가 번뜩였다.

그러나 비명과 함께 쓰러진 것은 내가 아니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 핑크 슬라임이 순식간에 돌처럼 단단히 변해 사내의 급소를 가격했고 사내는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바닥을 데굴데굴 뒹굴었다.

죽음의 경계에서 돌아와 정신을 차리자 온몸의 혈관들이 쪼그라들었다 펴지는 느낌이었다. 가장 마지막 순간에 생명을 포기하려 했다는 자책감과 나 자신에 대한 나약함이 마음의 짐으로 무겁게 자리 잡았다.

"슬라임... 날 도와준 거야?"

"코롱"

생명의 은인인 녀석을 와락 끌어안고 쓰다듬자 녀석은 그 느낌에 매우 만족했는지 몸을 한껏 늘어뜨리며 말랑말랑한 상태로 변했다.

"내가 널 도와줬듯이 너도 날 도와준 거구나. 그래. 우리 힘을 합쳐서 저 녀석들을 물리치자. 그리고 여기서 나가는 거야!"

물론 여기서 나가면 널 팔아 치울 거지만...

그래도 아주 부잣집에 입양될 거니까 윈윈인 거 아닐까?

나는 생명의 은인을 팔아넘긴다는 생각에 약간의 죄책감을 느꼈지만 서로의 행복을 위한 길이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우선은 이 녀석들을 물리치는 게 먼저다.

"어이. 꼬마. 슬라임한테 무슨 짓을 한 거지?"

왜소한 사내가 검을 시퍼렇게 빛내며 다가왔다.

"어째서 슬라임이 인간을 감싸는 거야? 그런 건 들어본 적도 없다고."

"흥, 너 따위는 죽어도 모를 거다. 누군가의 아픔을 대가로 살아가는 네놈은 절대로 알 수 없지. 어떤 마음은 사람뿐만 아니라 생명을 관통한다는걸."

나는 바닥에 떨어져 뒹굴던 메이스를 집어 들고 천천히 녀석에게 다가갔다. 놈이 아무리 빠르든 아무리 날카로운 칼을 가졌든 나는 이제 도망치지 않는다.

죽음의 경계에서 놈들이 내게 느끼게 해준 것. 그것은 잠시 잊어버렸던 소중한 것. 어머니가 꿈꾸던 아름다운 세상이었다. 그 세상에 내가 들어갈 곳은 더 이상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녀석들이 들어갈 곳은 더더욱 없다.

"오늘 네놈들은 내 손에 죽는다."

"흥! 슬라임이 한 패가 됐다고 기가 살았군. 아까 내 공격에 손가락도 까딱 못하던 걸 잊어버렸나?"

왜소한 사내는 양손에 단검을 빠르게 휘두르며 현란한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나는 여전히 녀석의 공격을 피하기에 급급했고 가끔은 피하지 못하는 일격도 생겼다.

"큭."

힐로 출혈을 멈추고 HP를 회복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점점 MP가 바닥을 보이고 있어 이대로 계속 전투를 지속하는 건 불리하다.

하지만 난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이런 불한당들이 더 이상 선량한 사람들의 인생을 흙발로 짓밟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나는 크게 숨을 들이마신 뒤 사내를 향해 메이스를 휘둘렀다. 녀석은 공격에 열중하다 별안간 날아든 나의 공격에 어깨를 정통으로 맞았다.

"아악"

나 또한 방어 자세가 무너져 연격 중 일부를 정통으로 맞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공격이다. 나는 큰 상처도 힐로 치료할 수 있지만 녀석은 낫지 않는다. 내가 녀석과 소모전을 하기 위해선 나도 공격에 나서야만 한다. 설사 그것이 치명타를 각오한 일격이라 하더라도!

단검의 사내와 한창 전투를 벌이던 차에 쓰러져 있던 덩치 녀석도 어느새 정신을 차렸다.

"이 슬라임 자식. 정말 화나게 만드는군. 귀한 물건이라 적당히 봐주려 했는데 화를 자초하는구나."


젠장.. 한 명도 상대하기 힘든데 2대1의 싸움이 되어버렸다.

도끼와 단검, 파괴력과 스피드를 같은 두 개의 공격이 번갈아 날아든다.

"이 자식. 잘도 내 어깨를...!"

왜소한 사내는 한쪽 어깨가 부러졌는지 한 손으로 공격해 와 그나마 대처할만했지만 문제는 거대한 사내의 도끼 공격도 함께 막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매우 빠른 단검 공격에 몸이 적응이 됐는지 도끼 공격은 딜레이가 길어 위협적이진 않았지만 맞으면 그야말로 일격에 사망할 만한 공격이었다.

도끼가 날아올 때 피하고 단검이 날아올 때 반격한다.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진 못하지만, 뼈를 내주고 살을 취한다! 그리고 힐로 뼈를 되살린다!

우선은 상처를 입은 왜소한 사내부터 해치워야 한다. 그래야만 어떻게든 실마리가 보일 것 같다.

나는 도끼를 한번 피하고 다음 차례인 단검이 날아올 거라 생각해 적당히 공격받을 곳을 내어주고 메이스를 장전했다. 나의 혼신의 담은 일격을 그다음 단검과 함께 주고받을 예정이었다.

"크하하 애송이! 생각하는 게 뻔하구나!"

그러나 예상했던 단검 공격은 오지 않고 도끼의 2연격 째가 내 등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아뿔싸..."

나는 나의 공격 패턴에 집중한 나머지 상대방의 속내를 읽지 못했다.

이 녀석들은 단조로운 공격 패턴에 나를 익숙해지게 만든 후 기습 공격을 가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역시 싸움에 경험이 부족한 것이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그만 죽어라!!"

사내의 도끼가 눈앞까지 날아들었고 또다시 죽음의 그림자가 엄습했지만 이번은 아까와 달랐다. 나는 아까 잠시나마 죽음으로 도피하려 했던 나 자신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꼈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우오오! 사내라면 죽어도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죽는다!"

나는 포효와 함께 적어도 맞으면 급사하지 않을 위치로 내 몸을 조정했다. 아직 방법은 있다.

등에 도끼가 찍히는 순간 힐을 사용해 몸을 회복시키는 것. 가능할지 안 할지는 모르지만 지금 생각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퍼억!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몸 전체가 울리는 듯한 충격이 전해졌다.

잠시 의식을 잃었다 회복될 정도로 엄청난 충격이었지만 예상만큼 HP가 떨어지지 않았다.

몸을 찢는 고통 대신 높은 곳에서 떨어진 것 같은 충격이 전해지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등을 손으로 더듬어 보았다. 놀랍게도 내 몸은 도끼에 정통으로 맞고도 두 동강나지 않았다.

지금 내 몸을 감싸고 있는 핑크 슬라임 덕분이었다.

도끼에 맞는 순간 녀석은 내 몸 전체를 자신의 몸으로 감싸 돌처럼 강하게 경화시켰던 것이다.

"너.. 어떻게 그런 걸?"

"코롱!"

핑크 슬라임은 마치 단단한 갑옷처럼 내 몸에 붙어 있었지만 몸을 움직이기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관절 부위는 또 부드러웠다.

아무래도 녀석은 전달받는 미세한 감각에도 매우 예민하게 반응해 공격받는 부위는 순간적으로 강화를, 움직이고자 하는 부위는 부드럽게 연화시키는 게 가능한 모양이다.

"뭐야 이 자식들. 무슨 짓을 한 거냐."

두 사내는 내게 슬라임이 마치 튀김옷처럼 버무려진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런 능력이 있어서 핑크 슬라임을 고가에 매입하는 건가?"

"제길. 그동안 관상용 애완동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저런 신비한 능력이 있었다니. 저 녀석을 평소 시가에 5배는 받아야겠군."

둘은 이미 나를 해치우고 슬라임을 얼마에 넘길 건지에 대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친구가 없으니 힐러지만 혼자 사냥합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9 휴재 공지 21.08.07 48 0 1쪽
38 37화. 묘족의 맹세 21.08.04 32 1 11쪽
37 36화. 공허의 주인 21.08.01 36 1 11쪽
36 35화. 공허의 주인 21.07.31 41 3 13쪽
35 34화. 공허의 주인 21.07.29 38 2 13쪽
34 33화. 공허의 주인 21.07.26 39 3 10쪽
33 32화. 공허의 주인 21.07.25 53 2 10쪽
32 31화. 공허의 주인 21.07.25 55 4 8쪽
31 30화. 공허의 주인 21.07.23 51 4 10쪽
30 29화. 공허의 주인 21.07.21 55 5 12쪽
29 28화. 공허의 주인 21.07.21 61 2 6쪽
28 27화. 공허의 주인 21.07.18 75 4 9쪽
27 26화. 공허의 주인 21.07.18 71 3 11쪽
26 25화. 공허의 주인 21.07.17 70 3 13쪽
25 24화. 공허의 주인 21.07.15 71 5 9쪽
24 23화. 공허의 주인 21.07.13 70 5 11쪽
23 22화. 공허의 주인 21.07.13 76 4 6쪽
22 21화. 공허의 주인 21.07.11 92 4 7쪽
21 20화. 공허의 주인 21.07.11 100 4 5쪽
20 19화. 공허의 주인 21.07.07 104 4 8쪽
19 18화. 공허의 주인 21.07.05 107 5 8쪽
18 17화. 공허의 주인 21.07.03 116 4 9쪽
17 16화. 공허의 주인 21.07.01 143 6 5쪽
16 15화. 공허의 주인 21.06.29 167 6 4쪽
15 14화. 공허의 주인 21.06.27 190 5 13쪽
14 13화. 공허의 주인 21.06.25 206 5 8쪽
13 12화. 공허의 주인 21.06.22 281 5 19쪽
12 11화. 슬라임... 잡았다고... 21.06.19 301 8 10쪽
11 10화. 슬라임... 잡았다고... 21.06.17 298 7 8쪽
10 9화. 슬라임... 잡았다고... 21.06.15 313 7 8쪽
9 8화. 슬라임... 잡았다고... 21.06.12 402 9 22쪽
8 7화. 슬라임... 잡았다고... 21.06.10 448 8 10쪽
7 6화. 슬라임... 잡았다고... 21.06.08 501 10 8쪽
» 5화. 슬라임... 잡았다고... 21.06.06 562 10 8쪽
5 4화. 슬라임... 잡았다고... 21.06.03 588 12 8쪽
4 3화. 슬라임... 잡았다고... 21.06.01 626 11 7쪽
3 2화. 슬라임... 잡았다고... 21.05.30 711 15 9쪽
2 1화. 슬라임... 잡았다고... +1 21.05.27 888 20 7쪽
1 프롤로그. 힐러로 솔플합니다 +1 21.05.25 938 27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