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콩상

친구가 없으니 힐러지만 혼자 사냥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콩상
작품등록일 :
2021.05.25 00:04
최근연재일 :
2021.08.07 21:23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9,025
추천수 :
243
글자수 :
158,190

작성
21.07.18 21:51
조회
75
추천
4
글자
9쪽

27화. 공허의 주인

DUMMY

"아무래도 은사님들께 내 힘을 보여줄 때가 된 것 같군."

홍장군은 한차례 기합과 함께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천천히 호흡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아까 나와 대치했을 때도 이렇게 기를 모으는 듯한 자세를 취했었지.

"1.... 2.....3...."

홍장군이 작은 목소리로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발동 시간이 필요한 스킬인 걸까? 어찌 됐든 저 숫자가 커지면 커질수록 위력이 증가하리라는 것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다.


"황장군. 저 스킬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거 없어?"

"홍씨의 홍묘연격(紅猫連擊) 말이오? 저것이야말로 홍장군의 비기. 일격 필살에 가까운 파괴력의 공격을 연타하여 상대를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뭉게버리는 기술이외다. 아까 헤론공도 조금만 늦었으면 저 스킬을 몸으로 받아내야 했을 것이오. 그랬다면 아무리 헤론공과 베니공이 대단한 실력자라 할지라도 무사하긴 어려웠을 것이외다."

"그...그래? 그럼 저 숫자는 뭘 의미하는 거야?"

"연격의 수지요. 저 숫자가 올라갈수록 위력과 더불어 연타로 가격하는 숫자가 늘어나는 것이오. 하지만 무한히 올라갈 수는 없고 지금 홍씨의 상태라면 15연격 정도일 것이오."

"들어보니 파괴력은 확실한 것 같은데... 발동 시간이 긴 게 약점인 것 같군... 그럼 지금 공격받으면 상당히 위험한 거 아니야?"

"허허. 홍묘연격의 진수가 바로 그 점에 있지요. 저렇게 무방비해 보이는 홍씨지만 사실은 빈틈이 전혀 없소이다. 원거리 공격은 척시진을 발동하여 방어하고, 근거리 공격은 즉시 반격할 수 있는 스킬을 갖추고 있지요. 오히려 적을 끌어들인 후 타진할 때도 유용한 기술이외다."


황장군의 말대로 홍씨는 들어오는 적을 상대로 언제라도 카운터 펀치를 날릴 준비가 되어있는 듯한 자세였다.

그리고 적이 공격하든 하지 않든 간에 연격의 수는 점점 증가한다.

적의 입장에서 보면 억울할 정도로 불공평한 기술이다.


"12... 13..."

어느새 숫자는 15를 향해 달려간다. 홍장군이 내뱉는 숨결은 뜨거운 화염처럼 더워졌다. 그 속에 응축된 기운이 얼마나 격렬한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뒤로 한껏 내질러진 오른발과 더욱 굽혀진 왼발은 지금 당장이라도 발사될 것처럼 잔뜩 움츠린 상태였고 두 주먹은 거대한 용암 덩어리로 착각할 만큼 파괴적인 기운을 담고 있었다.

"14..."

이쯤 되니 아까 저 공격에 당하지 않은 것은 내 인생에 있어 큰 행운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반면 백묘왕은 별다른 경계의 기색 없이 아직도 계속 다가오고 있다.

홍장군과의 거리는 10m 이내.

이제 곧 얼굴을 마주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 지리라.

저런 강력한 공격을 앞에 두고 이렇게까지 아무런 대응도 없다는 것이 오히려 불안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이것이 백묘왕의 '크기'란 말인가.

평범한 상대였다면 홍장군의 저 공격을 직격으로 맞은 뒤의 결과는 불 보듯 뻔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결과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지금 내 수준으로는 어느 한 쪽의 패배도 그려지지 않는다.


"15...!"

마침내 홍장군의 응축된 기가 극에 달했다. 힘껏 당겨진 고무줄이 발사되듯 눈 깜짝할 새에 백묘왕의 앞까지 이동한 홍장군은 자신의 오른쪽 주먹을 그대로 내질렀다.

그 일격은 용암이 터지는 듯한 충격과 함께 큰 폭발음을 만들었고 그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연이은 폭발이 시작됐다.

"크윽..."

터져 나오는 열기로 가만히 서 있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홍장군 또한 그 충격을 그대로 감내하면서도 연이은 연타를 이어갔다.

"으랴으랴으랴!!"

열기가 만들어내는 거대한 풍압은 높은 절벽에서 떨어지는 폭포처럼 나의 몸을 밀어냈다.

예전 블러드 스톤 상단에서 아난타가 사용한 A급 무기 염옥도도 이정도 열기는 아니었다.

연격을 그대로 몸으로 받아내는 백묘왕은 그 충격을 감당하기 힘든 듯 한 발짝씩 물러나기 시작했다.

"쿠오오오오!"

더불어 입에서 날름거리던 거대한 혀는 마치 말린 꽁치처럼 뻣뻣해졌고 기괴한 괴성이 던전 안에 울려 퍼졌다.

"가히, 모든 것을 재로 돌릴만한 힘이도다."

황장군은 짧게 그렇게 평가했다.


"하앗!!!"

그리고 15격째.

홍장군의 궁극의 일발이 적중했다. 마지막으로 내질러진 일격은 그대로 백묘왕의 가슴팍에 꽂혔고 순간 거대한 불길이 터져 나오며 한 송이 아름다운 화염의 꽃이 휘날리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점점 커지다 못해 더 이상 소리로써 전달되지 못하는 폭음은 귓가에 윙윙거리는 미세한 떨림만을 전달했다.

청각은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듯 작동을 멈췄고 이내 고요한 정적이 내렸다.


"허억...허억..."

숨을 참고 전속력으로 달리기를 한 것처럼 숨을 헐떡거리고 있는 홍장군은 기력이 다한 듯 그대로 주저앉았다.

쉽사리 일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니 파괴력 만큼이나 반동도 심한듯하다.

마지막 일격의 충격으로 지면이 파헤쳐 지고 천장에서 무수한 암석 파편이 떨어지면서 잠시 뿌옇게 먼지가 일었고 이내 시야를 완전히 가려버렸다.

백묘왕이 얼마나 데미지를 입었을지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이 정도 공격을 직격으로 받아내고도 무사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기다려도 백묘왕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자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해치웠나?'

'응...? 왜 나에게 묻는 것이오?'

바로 옆에 있는데도 말이 아닌 공명으로 의사를 전달한 나를 보고 백장군이 물었다.

'왠지 입 밖으로 내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이 대사만큼은 말하면 안 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지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속에서 불안한 예감이 스멀스멀 올라옴과 동시에 연기가 꺼지고, 익숙한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크르르르릉"

새하얀 털의 일부가 거멓게 그을려 있을 뿐 별다른 변화가 없는 모습이다. 아까와 다른 게 있다면 번뜩이는 눈이 더욱 날카로워져 매우 화가 난 듯한 표정이된 것뿐이다.

"역시 이것으로도... 왕은 막을 수 없나."

홍장군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백묘왕은 금방이라도 바닥에 꺼져버릴 듯한 홍장군의 쇠약한 몸뚱이 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듯 긴 꼬리를 휘둘러 앞을 막고 있는 홍장군을 멀리 날려버렸다.

"커헉...."

피를 토하며 날아간 홍장군을 즉시 백장군이 치유했다.

즉사는 아닌 덕에 HP는 조금씩 회복하는 듯했지만 방금 소비한 거대한 기력만큼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는 듯했다.

숨돌릴 틈도 없이 뭐가 번쩍하는 듯싶더니 황장군이 거대한 풍(風)속성 공격을 맞고 멀리 날아가 처박혔다.

백장군의 기본적인 마법 속성은 빛과 바람 계열인 듯 하다.


전열이 돌파되자 백장군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물러나는 것뿐이었다. 다행히 백묘왕은 정신지배로 인한 탓인지 판단이 정상적이지 않아 보였다.

동작이 느리고 투박하다.

그럼에도 서서히, 확실하게 좁혀오는 거리는 조금씩 우리를 죽음의 가시권에 몰아넣고 있었다.


"크윽... 나도 뭔가... 뭔가 도움이 될만한 게..."

지금의 나는 너무 무력하다. 힐러니까 힐이라도 줄 수 있다면 다행일 텐데...

잠재능력 타인멸시 LV10 달성으로 인해 타인에게 주는 힐의 양이 99프로 감소한 상황이다. 이제 힐러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레벨 40이 될 때까지 아무에게도 힐을 안 줬더니 이렇게 돼버렸다...

뭐, 그것과 별개로 애초에 몬스터한테는 힐이 들어가지 않으니 지금 상황에선 크게 의미가 없지만.

베니가 있었으면 초월합체를 통해 극복할 수 있었을 텐데...

이렇게 혼자 남으니 무력감이 배로 느껴졌다.


"칫... 그래도 물러설 줄 알고?"

언제는 힐러가 아니었던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쭈욱 힐러였다. 이제 와서 불평불만해봤자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무엇이든 하자.

이 상황을 타개할만한 한방이 아니더라도, 포기하지 않으면 기적이라도 바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하나뿐이다.

"그리 튼튼한 몸은 아니지만 다시 고쳐 쓸 수 있으니... 어그로를 끄는 거 말고는 할 게 없는 것 같네... 하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친구가 없으니 힐러지만 혼자 사냥합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9 휴재 공지 21.08.07 48 0 1쪽
38 37화. 묘족의 맹세 21.08.04 32 1 11쪽
37 36화. 공허의 주인 21.08.01 36 1 11쪽
36 35화. 공허의 주인 21.07.31 41 3 13쪽
35 34화. 공허의 주인 21.07.29 38 2 13쪽
34 33화. 공허의 주인 21.07.26 39 3 10쪽
33 32화. 공허의 주인 21.07.25 53 2 10쪽
32 31화. 공허의 주인 21.07.25 55 4 8쪽
31 30화. 공허의 주인 21.07.23 51 4 10쪽
30 29화. 공허의 주인 21.07.21 55 5 12쪽
29 28화. 공허의 주인 21.07.21 61 2 6쪽
» 27화. 공허의 주인 21.07.18 76 4 9쪽
27 26화. 공허의 주인 21.07.18 71 3 11쪽
26 25화. 공허의 주인 21.07.17 70 3 13쪽
25 24화. 공허의 주인 21.07.15 71 5 9쪽
24 23화. 공허의 주인 21.07.13 70 5 11쪽
23 22화. 공허의 주인 21.07.13 76 4 6쪽
22 21화. 공허의 주인 21.07.11 92 4 7쪽
21 20화. 공허의 주인 21.07.11 100 4 5쪽
20 19화. 공허의 주인 21.07.07 104 4 8쪽
19 18화. 공허의 주인 21.07.05 107 5 8쪽
18 17화. 공허의 주인 21.07.03 116 4 9쪽
17 16화. 공허의 주인 21.07.01 143 6 5쪽
16 15화. 공허의 주인 21.06.29 167 6 4쪽
15 14화. 공허의 주인 21.06.27 190 5 13쪽
14 13화. 공허의 주인 21.06.25 206 5 8쪽
13 12화. 공허의 주인 21.06.22 281 5 19쪽
12 11화. 슬라임... 잡았다고... 21.06.19 301 8 10쪽
11 10화. 슬라임... 잡았다고... 21.06.17 298 7 8쪽
10 9화. 슬라임... 잡았다고... 21.06.15 313 7 8쪽
9 8화. 슬라임... 잡았다고... 21.06.12 402 9 22쪽
8 7화. 슬라임... 잡았다고... 21.06.10 448 8 10쪽
7 6화. 슬라임... 잡았다고... 21.06.08 501 10 8쪽
6 5화. 슬라임... 잡았다고... 21.06.06 562 10 8쪽
5 4화. 슬라임... 잡았다고... 21.06.03 588 12 8쪽
4 3화. 슬라임... 잡았다고... 21.06.01 626 11 7쪽
3 2화. 슬라임... 잡았다고... 21.05.30 711 15 9쪽
2 1화. 슬라임... 잡았다고... +1 21.05.27 888 20 7쪽
1 프롤로그. 힐러로 솔플합니다 +1 21.05.25 938 27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