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힐러로 솔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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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엔 세상이 아름다움으로 가득차 있었다.
많고 많은 능력 중에 나는 힐러의 재능을 갖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다.
사실 힐러의 재능이란 것이 대단한 것은 아니다.
길게는 수일동안 이어지는 긴 전투 속에서 오직 "힐"을 외치는 지겨운 일을 반복하면서도 동료들의 작은 칭찬에 행복감을 느낄 줄 아는 호구력만 갖고 있다면 누구나 힐러로 먹고 살 수 있다.
나는 말그대로 호구였기 때문에 직업 선택의 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힐러를 선택했다.
"그땐 참 순수했었지."
그때만 생각하면 탄식이 절로 나온다.
가끔 혼자 던전 솔로 플레이를 하다보면 이런 생각도 든다.
조금만 더 참았으면 어땠을까? 인생이 바꼈을까.
파티 안에서 힐 셔틀이 된 채 보스 몬스터도 잡고 출세해서 부자가 될 수 있었을까?
뭐, 그럴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 길을 포기했다.
왜냐고?
힐러로 일주일만 살아보면 알 수 있다. 힐러에게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는지.
처음엔 로우힐에도 감사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자들이 시간이 지나면 그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오히려 왜 제때 힐을 쓰지 못하는지 못마땅해 한다.
어차피 전투에서 이겨도 공은 그들에게 돌아가고 전투에서 지면 그건 내 탓이다.
처음엔 부조리하다고 느끼지 못했다.
정말 내가 부족한 게 아닐까 하고 되돌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수차례 같은 일이 반복되고 나서야 나는 깨달았다.
이 쓰레기같은 놈들 다 디졌으면 좋겠고 힐 쓰는 마나조차 너무 아깝다고.
나는 오직 나에게만 힐을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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