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 캐시디(Butch Cassidy)와 선댄스 키드(Sundance Kid)가 이끌던 산골짜기 갱단(The Hole In The Wall Gang)은 지금은 모두 저 세상 사람이 됐지만 한때는 서부를 주름잡았다. 이 영화는 대부분 실화이다(Most Of What Follows Is True)."
아주 낡고 오래된 영사기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흑백의 화면에서는 마치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같은 우스꽝스런 일장의 활극이 벌어집니다. 그리고 떠오르는 몇자의 자막.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의 시작입니다.
1890년대 미국 중서부 지방. 부치 캐시디와 선댄스 키드는 갱단을 이끌고 은행만 전문적으로 터는 은행 강도들이었지요.^^
허풍이 심하고 낭비벽도 심해 도박과 멋나는 유흥으로 영위하며 돈이 떨어지면 은행강도를 저지르던 그들, 그러나 무슨 일이 있어도 사람만은 절대 해치지 않는 인간미로 유명해서 그들이 강도라는 것을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도 신사로 불렸다고 합니다. 멋진 무법자들이라고나 할까요?
그러나, 어느듯 세상이 변해 서부개척시대가 거의 끝나가고 미국의 치안과 법률이 무섭게 강화되면서 강도짓이 점점 어렵게 됩니다.
설상가상으로 열차강도를 하다가 철도회사에서 내건 엄청난 현상금을 노리고 찾아든 현상금 사냥꾼들에게 부하들을 모두 잃고 추격당하죠.
그들은 더이상 강도행각을 저지르지 못하고 쫓기다가 결국 자신들 두 사람의 연인인 에타(Etta)와 함께 마지막으로 화려한 미국일주 여행을 하며 남미의 볼리비아로 도피하여 그곳에서 새로운 강도의 생활을 개척합니다...^^
그러나, 결국 그들의 연인 에타는 이 생활이 비극적인 불행으로 끝난다는 것을 예감하고 두 사람에게 이별을 고합니다.
남게된 두 사나이 부치와 선댄스, 그들은 계속 강도행각을 하다 자신들의 말에 새겨놓은 특유의 문신을 알아본 소년의 신고로 어느 시골마을에서 볼리비아의 경찰과 정규군인들에게 포위당하게 되고, 부상까지 입은 채로 궁지에 몰립니다.
수백명의 군인이 밖에서 자신들을 에워싸고 있는 것을 모르는 체 "이번엔 호주로 가자"는 계획을 세우고 밖으로 뛰쳐나와 권총을 쏘아댑니다. 그리고 그 순간, 화면이 멈추면서 군지휘관의 명령 소리와 함께 비오듯 퍼부어지는 엄청난 총탄 소리...
부치와 선댄스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최후의 순간까지 농담을 나누며 탄환 속으로 뛰어드는 라스트 씬은 잊혀지지 않는 명장면입니다.
서부시대말기에 실제로 있었던 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영화가 많은 것으로 아는데, 생각이 안나는군요. 갈 곳 없는, 막다른 골목에 놓인 약간 한물간 꼬인 인생...
영웅도 아니고 착한 사람들도 아니지만, 미워할 수 없고 오히려 슬픔을 느끼게 하는 이러한 캐릭터는 매우 매력적임에 틀림없는거 같습니다.^^
흐르는 곡은, 주인공들의 연인인 에타가 부치와 선댄스에게 강도행각을 그만두고 정착할 것을 권하다, 그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두 사람이 죽는 것만은 보지 않겠다며 이별의 말을 고하던 장면에서 나왔던 Not Goin' Home Anymore이라는 곡입니다.
막다른 골목에 놓여서 돌아갈 집도, 가족도 없는 부치와 선댄스의 애달픈 마음을 표현한 것 같네요...^^
1969년도에 만들어진 영화이지만, 지금 보아도 재미있고 인상 깊은 명화입니다.
내일을 향해 쏴라...
영화의 제목이 역설적이게도 많은 것을 말해주는 군요.
결코 돌아오지 않는 내일의 희망을 향해 총구를 겨누던 부치와 선댄스.
그래도 우리들은 내일의 희망을 향해 힘차게 방아쇠를 당겨야 하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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