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가 조금 큰 일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주절주절 감상을 풀어내게 되었습니다.
문득 참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무림에 처음 글을 올린 후로, 지금껏 나름대로 '괜찮은 고무림마을 사람 A'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을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근데 어쩌면 '동네 양아치 A' 의 모습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제 성격은 둥글둥글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저 스스로 잘 알고 있습니다.
한때는 뾰족한 저의 성격이 단호함이나 예리함이라는 멋진 이름으로 불리길 원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생각하고 겪어 온 바로는
그게 그게 아닌가봅니다.
저의 주위에는 자주 논쟁이 생깁니다.
제 성격이 꽤 꼬여있는 모양입니다.
감정이 상할 말들을 여과없이 툭툭 뱉어댈 수 있고
검증이 되지 않은 논리를 생각없이 휙휙 밀어댈 수 있는 저는
정말 소인배인것 같습니다.
스스로 깨끗하고 싶어서 쉴 새 없이 돌이키고 몸을 털어도
눈에 낀 붉은 썬글라스를 벗지 않았는데 어찌 제 허물이 보이겠습니까.
반성한답시고 열심히 혀를 놀려도 전혀 나아지는게 없었던 겁니다.
시야가 좁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시야 속의 티끌을 털어내기 전에는 시야를 넓힐 마음이 들지 않으니 참 편협한 성격입니다.
마음이 넓은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잔가시들을 무시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눈앞에 넓디 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어도, 제 손톱밑에 가시가 박혀있으면 제 눈에는 손톱밖에 보이질 않는데 말입니다.
사실 저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의 해석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수신을 하기 전에는 제가하지 못하고 제가하기 전에는 치국하지 못한다니,
"그건 탁상공론으로서도 실격이잖아?" 라고 말입니다.
짧은 소견으로 '아니다' 싶으면 주위를 돌아보지 않고 실례를 마구 저지르니 그게 얼마나 눈꼴시리게 보였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전 '수신'을 하찮게 여기는 사람이었습니다.
'제가'의 문제가 앞에 놓여있다면 잠시 '수신'의 문제는 미뤄두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름높은 공자도 70세가 되어서야 간신히 수신을 이루었다는데 평범한 사람들은 일평생 제가하지 말란 소리밖에 더 돼?"
라면서요.
그러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니
제가 쌓아온 허물이 부끄러웠습니다.
비단 고무림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제가 속해있는 모든 집단에서의 문제입니다.
잠이 오지 않던 차에,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고...-_-;;
돌보지 않은 제 몸위로 다른 이들의 상처가 조금씩 덧씌워지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수신과 제가를 동시에 하고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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