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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도시 흑마법사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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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백
작품등록일 :
2022.09.23 22:44
최근연재일 :
2022.09.28 21:06
연재수 :
6 회
조회수 :
547
추천수 :
17
글자수 :
35,562

작성
22.09.28 21:06
조회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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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0쪽

EP 6-마무리.

DUMMY

EP 6-마무리.


“......”


“......”


침묵이 자리잡은 사무실 안.

아커드와 빌 헤리슨이 서로를 조용히 노려본다. 찰나의 순간, 아커드의 기묘한 살기를 읽었는지 빌 헤리슨이 입을 다물었다.


“가만 쳐다본다고 뭐가 바뀌나? 뭐해 덤비지 않고.”


먼저 입을 연 것은 아커드였다.

그가 검지를 들어올려 까닥거리자, 빌 헤리슨의 눈썹이 역팔자로 휘어올라갔다.


“건방진 놈이 감히....”


빌 헤리슨이 자세를 낮춘다.

구식 강화 외골격 슈트에서 지이잉- 구동음이 울리고, 팔꿈치 부근에서 흰색 연기를 분출했다.


푸슈우우우우-


“입을 찢어버려주마!”


그와 동시에 빌 헤리슨의 몸이 쇄도한다.

전직 군인이라는 정보가 거짓은 아니었는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동작이었다.


후우웅!


순 멧돼지 같은 놈이 시야를 꽉 채운다.


‘구 모델이긴 하지만, 그래도 파워드 슈트. 신체 능력으로는 내가 불리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경쓰이는 저 주먹.’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빌 헤리슨의 주먹에 꽂힌 전선이 강화 외골격 슈트에 연결되어 있었다. 검푸른색의 기운이 넘실거리는게, 제대로 맞는다면 틀림없이 절명에 빠질만한 위력이 엿보였다.


’난타전은 피해야 한다.‘


그 짧은 순간에 주요 정보를 종합해낸 아커드가 대응을 취했다.


“「리바인드」.”


뒤로 살짝 물러선 아커드가 왼손을 뻗었다.


“아닛!”


황소처럼 달려들던 빌 헤리슨이 멈칫했다.

천장에서 스르륵 떨어지는 검은 연기가 그의 팔등을 애워싸고 있기 때문이었다. 곧이어 바닥에서 솟아난 검은 연기는 오른 발목을 휘감아 올라왔다.


아차하는 새에 움직임이 봉쇄당하자 그가 즉각적인 반응을 내보인다.


“이 새끼! 흑마법사였구나아-!”


악에 받친 목소리. 덫에 묶인 짐승마냥 거친 포효다.

아커드는 아랑곳않고 양손을 허공에 휘저었다. 흡사 악단을 지휘하는 지휘자처럼, 그의 손이 현란한 움직임을 보인다.


콘크리트 벽면에서 또 다른 검은 연기가 튀어나온다. 곧 빌 헤리슨의 목을 뱀처럼 조여들었고, 그의 안면이 시뻘겋게 바뀌었다.


“크흐흡!”


빌 헤리슨의 눈동자가 힘을 읽기 시작한다.


그순간, 강화 슈트의 척추 부근에서 희뿌연 연기가 강렬하게 뿜어져 나온다.


기이이잉.


전기 스포츠카와 비슷한 소리의 구동음이 터져나오고, 그의 왼 주먹이 검은 연기를 뿌리친다.


“크아아아아압!”


빌 헤리슨은 되살아난 손을 이용해 목을 휘감는 검은 연기를 잡아 뜯었다. 그가 질식 상태에서 막 빠져나온 것처럼 급하게 호흡을 들이켰다.


“크흐흡, 콜록 콜록....”


“하, 이 쓰레기 같은 몸.”


아커드가 얼굴을 구겼다. 급하게 빠져나간 흑마력의 부작용으로 시야가 흐려지고 있었다. 허나 쉴틈을 주어서는 안됐다.

그는 재빠르게 손을 놀려 소환마법을 영창했다.


“「부름에 응답하라」.”


검은 연기가 형체를 갖추고, 사역마 흑구가 나타난다. 녀석이 검은 분비물을 질질 흘리며 빌 헤리슨에게 달려들었다.


-컹!


“이, 개새끼는 또 뭐야!”


와락 허벅지를 깨물어버리자 빌 헤리슨이 발작을 일으켰다. 그가 흑구와 한바탕하는 사이, 아커드는 사무실에서 빠져 나왔다. 한번 실패하고 나면, 좁은 전장일수록 그에게 불리했다.


특히나 저런 탱커 타입은 거리 조절이 생명이었다.


게임 속 지식을 떠올리며, 아커드는 빌 헤리슨의 고함 소리를 뒤로한채 공장의 중심으로 향했다.


타다다닷.


몸을 피해내면서도 그의 눈이 공장의 내부 구조를 빠르게 훑는다.


통로를 가운데에 두고 좌우로 줄줄이 배치되어 있는 낡은 공장 기계들, 천장에 달려있는 커다란 조명 장치, 그리고 바닥에 즐비한 서류 뭉치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흑마력을 가늠해보았다.


’쓸수 있는 횟수는 세 번. 아니, 두 번 정도인가.“


머리가 비상하게 회전하고, 쌓아둔 경험이 답안을 도출한다.


멈춰선 아커드가 돌아섰다.

사무실에서 빌 헤리슨이 걸어나오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목이 붙잡힌 흑구가 천천히 먼지로 흩어지고 있었다.


“빌어처먹을. 흑마법사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어둠 속에서부터 빌 헤리슨이 살기 가득한 눈을 하며 가까워진다. 그가 제 주먹을 펑펑 맞부딪치며, 스트레칭이라도 하듯 목을 좌우로 꺾었다.


갈라진 천장에서 어스름한 달빛이 공장의 중앙을 밝히고 있었다. 빌 헤리슨이 어둠의 경계면에서 나오고, 달빛이 그를 하얗게 비추었다.


“5년 전, 의회 테러 사태 이후로 흑마법사들은 죄다 지하 도시로 기어들어간줄 알았는데. 내가 살다 살다 진귀한 경험을 다해보는군. 희귀종에 가까운 흑마법사를 다 보고 말이야.”


빌 헤리슨이 히죽거렸다.

그의 이야기는 아커드 또한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뉴트럴 2088]의 세계관에서 큰 축을 담당하는 부분이니까.


그러나 싸움 중에 들을만한 말은 아니었다. 아커드는 최대한 놈의 심기를 건드릴 작정이었다. 감정만큼 싸움에 영향을 주는 것이 없으니.


“역사 강의는 잘 들었다. 도둑놈 치고는 혀가 길군.”


“크큭... 허세를 부리는건가? 난 다 알고 있다. 아무리 광폭한 위력을 가진 흑마법사라 하더라도 매개체나 제물 없는 놈들은 빈 껍데기나 다름없어.”


“그런가?”


“훙, 끝까지 오리발은. 멍청한 놈. 네가 지금 흑마법을 쓰지 않는 꼴을 보면 눈치를 챌 수 밖에 없어. 매게체와 제물이 다 떨어졌나보지? 싸움은 흐름이다. 제 스스로 흐름을 끊는다면, 그 결말은 죽음이야. 빈 껍데기 흑마법사 놈아.”


“설교는 잘 들었다. 돼지 같은 모양새를 해놓고, 혓바닥은 뱀새끼처럼 낼름거리는군. 혹시 키메라인가?”


짧은 설전이 오가고, 그 승자는 아커드였다.

그의 인신공격에 빌 헤리슨의 눈빛이 한층 더 가라앉았다.


“......곧 살려달라고 애원하게 될거다.”


지이이잉. 빌 헤리슨의 강화 외골격이 우렁한 소음을 뱉어낸다. 아커드는 옆으로 방향을 꺾어 공장 기계들 사이로 몸을 옮겼다. 이를 보던 빌 헤리슨이 폭발적인 기세로 달려든다.


“어딜 숨는거냐!”


빌 헤리슨의 주먹이 아커드를 노리고 날아온다. 허나 아커드는 이미 무수히 많은 기계들 사이로 몸을 숨긴 뒤였다. 빌 헤리슨의 주먹이 허공을 가르다 공장 기계에 닿았다.


쩌저적. 우악스러운 힘에 기계의 철판이 찢겨나가면서 불씨를 튀긴다. 공장 기계 사이에서 빌 헤리슨이 좌우로 두리번거리며 입을 열었다.


“숨어봤자다. 흑마법사! 지금이라도 얌전히 목을 내밀면 깔끔하게 죽여주마!”


빌 헤리슨의 목소리가 공장 안에서 메아리쳤다.

그가 오감을 열어 기척을 살폈다. 곧 어둠 속에서 무엇인가 꿈틀거리는게 시야에 잡힌다.


“거기인가?!”


검푸른 빛을 띄는 주먹이 육중한 프레스 기계를 박살낸다. 지저분하게 두동강난 기계 사이로, 아커드의 모습이 드러났다.


“있었구나!”


빌 헤리슨의 눈동자가 이채를 발하고, 흥분한 그가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그순간.


휘리리릭. 줄이 풀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와이어가 그의 허벅지를 휘감는다. 빌 헤리슨이 급히 와이어를 끊으려 했으나, 한바탕 바람이 불어왔다.


건물 안에서는 볼 수 없는 인조적인 강풍이었다.


“이게 뭔!”


바닥에 깔린 서류 뭉치들이 허공으로 솟구치며 빌 헤리슨의 눈을 어지럽혔다. 그가 양손을 허우적거리며 종이들을 마구잡이로 쳐냈다.


“잔재주를 부리는거냐!”


“어. 제대로 먹힌 것 같은데?”


“뭐?”


빌 헤리슨이 시선을 돌렸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라선 아커드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손에 쥐어져있는 와이어가 달빛을 반사해 번쩍거린다.


“흥분해서 제대로 보이는게 없었나보지?”



“......이 새끼.”


빌 헤리슨의 아래를 보았다. 와이어가 연결된 것은 제 허벅지였다. 곧이어 무지막지한 힘으로 와이어가 조여들면서, 강화 외골격의 프레임이 구겨진다.


치지지직.


와이어가 슈트 내부의 전선까지 건드리자 불씨가 튄다.

더 나아가 허벅지에서까지 피를 흩뿌리기 시작했다. 빌 헤리슨이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끄아아아악!”


아커드가 와이어를 잡아 당겼다. 빌 헤리슨의 다리가 휙 벌려지면서 균형을 잃었다. 그가 볼썽사납게 자빠지고 허벅지를 부여잡았다.


“이, 개자식아-!”


빌 헤리슨이 절규했다. 그때, 거짓말처럼 허벅지에 가해지는 압박이 사라졌다. 그가 멍청히 눈을 껌뻑였다. 직후 천장에서 떨어지는 무엇인가가 빠르게 눈앞으로 가까워졌다.


“이게 무-”


콰앙!


둔중한 소리가 공장 내부에 쩌렁쩌렁 울려퍼지고, 근처의 공장 기계가 박살나면서 먼지가 사방으로 튄다. 아커드는 소매로 얼굴을 감쌌다.


“콜록, 콜록.”


잠깐의 폭풍이 지나가고, 먼지가 가라앉았다.


덕분에 빌 헤리슨의 최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떨어진 거대한 조명장치 주위로 피와 살점, 그리고 강화 슈트의 파편이 흩뿌려져 있었다.


“와이어. 성능은 끝장이군.”


아커드가 밀려오는데 탈력감에 휘청거렸다. 꽤 아찔한 싸움이었다. 치열한 공방이라곤 할 수 없었지만, 조금의 방심이라도 보였다면 당하는 것은 틀림없이 자신이었으리라.


그렇게 생각한 아커드가 마무리를 했다.

싸움의 끝은 누가 뭐라해도 파밍이다. 그가 한때는 빌 헤리슨이었던 것을 지나가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한쪽에는 빅터스의 시체가 축 늘어져 있다. 딱히 동정심은 들지 않았다. 그 또한 많은 인간들을 죽였을테니.


아커드는 빅터스의 시체를 넘어 빌 헤리슨이 앉아 있었던 의자로 걸어갔다. 뒤에는 큼직한 보스턴 백이 놓여 있었다. 아커드가 보스턴 백의 지퍼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돈뭉치와 디스크 형태의 전자 마약이 한가득 들어 있었다.


그가 돈다발 하나를 집어들어 손가락으로 훑었다.


빳빳한 촉감이 느껴진다.


“이 새끼. 어지간히도 해처먹었네.”


아커드가 중얼거리며 보스턴 백의 지퍼를 도로 잠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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